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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검은 새의 이야기

2004.12.26 10:47

쥐슬 조회 수:285

이 이야기는, '이상'이라는 시인의 '오감도'라는 시를 바탕으로 한 패러디 소설입니다.

미리 그 작품을 읽은 분들이 보시면 더 재밌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안읽은 분들껜 재미 없을지도 모른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안읽은 분에겐 재미 없다. 라는 얘기와는 또 다릅니다.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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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아이가 도로를 질주한다.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앞서가던 아이의 슬쩍 돌아본 얼굴이 보인다. 잔뜩 일그러져 콧물이 늘어진 얼굴을 다시
돌리고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수를 세어 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그리고 열셋.
열세명의 아이가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계속 달린다.
문득 열 세번째 아이가 눈에 거슬린다. 그래도 그들은 계속 달린다.
또 한명의 아이가 돌아본다. 여자아이, 머리를 갈래로 내려 땋은 자그마한 아이가, 눈물,
콧물을 뿌리며 달린다. 아니, 질주한다는 편이 맞겠다.
그 아이를 따라 다른 아이들도 슬쩍 뒤를 돌아보고, 다시 달린다. 하나같이 울면서, 다시
달린다. 질주한다.━━하지만 그들이 질주하는 쪽에는, 막다른 골목이 있을 뿐이다.
우습다, 재미있다, 재미있어서, 그들을 따라가며 계속 구경하기로 했다. 그런데...어라?
...왜 저녀석만, 울지 않고 달리는 걸까?

.
.
.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달리고 있다. 힘들어도, 숨막혀도, 계속해서 다리고 있다.
딱히 무언가가 쫓아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무서워서 달리고 있는 것. 같다.
힘들어서, 숨막혀서, 그냥 털썩 주저앉아 쉬고 싶은데━━옆의 아이들은 모두 뛰고 있으니까. 도망치고 있으니까.━━━━그렇게, 주저앉아 쉬면.
'도망치지 못한 것'이 되어 버릴까봐, 그렇게 알 수 없는 추격자를 두려워하며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그런데, 자꾸만 뭔가가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수를 세어 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열두명의 아이들━━아니, 나까지 열 세명의 아이들이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어째서... 인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누가━여자애였다고 생각한다━소리를
지르니까, 하나, 둘, 셋 교실 밖으로 나와서, 결국엔 이렇게 반 전체 인원의 반절이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같기도 하다.

앞서 가던 한명이 뒤를 돌아 본다. 여자 아이, 바로 맨 처음 소리 질렀던 그 아이다. 맨
처음 교실을 뛰쳐 나갔을 터인데, 역시 여자 아이인지라 지금은 꽤나 뒤쳐져 있다. 언제나
이쁘장하던 얼굴은 콧물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하마터면━━━━━━━웃어버릴, 뻔했다.
그 아이를 따라 남자아이 둘이 뒤를 돌아본다. 역시나 콧물이 길게 늘어진 채로 죽어라
달리고 있다. 아니, 질주한다. 늘어진 콧물이 흔들거리는 것이 보여서 그만, 푸훗. 하고
웃어버렸다.━━━━━━━━━━━━━━━━━━━━━━━━━━━━━━━━━━━━
━━━━━━━━━━━━━그런데 자꾸만, 다른 무언가도 웃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슬쩍 뒤를 돌아본다. 거기에는, 하늘과. 저물어 가는 태양과. 그리고━━━━한 마리의
검은 새가 있을 뿐이다.

━순간, 재수없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멈추었다. 아무도 더이상 달리거나━━질주하지 않는다. 그저 흐느적거림. 콧물을 삼키는
소리,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벌벌 떠는 모습이 있을 뿐이다.
아니. 거기엔 막다른 골목도 있었다. 그것이 나━━우리들우리들의 질주를 방해한
존재였다.
뒷걸음칠 치는, 불쌍한 나의 친구들을 본다. 우는 아이, 콧물 흘리는 아이, 눈을 감은
아이, 벌벌 떠는 아이, 손모아 기도하는 아이, 잘못했어요 라고 말하든 손을 비비는
아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아이, 뭐라고 계속 무언가를 외우고 있는 아이, 엄마를
부르는 아이, 경기를 일으켜서 거품을 문 아이, 얼굴이 하얘져서 굳어있는 아이, 목청이
떨어지게 소리 지르는 아이. 아무렇지도 않고 정상적인━울지 않는 아이는 나 뿐이다.
아니, 그보다━━━━━━━━━━━━━━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는...것 같은데?
그때에야 나도 보았다. 모두가 두려워 하던 그것을 보았다. 드디어 나도. 그것... 나를
바로 볼 수 있었다. 별 것은 아니었다. 거기엔그저━━아까도 보았던━━━━━━━━━
━━━━━━━━━━━저 붉은 구름과 저물어가는 태양이 반쯤 걸린 하늘이 있었을 뿐.

"파하하하"
웃었다. 그 때에야 웃었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에야, 나는 알았던 것이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있다고, 분명히 있을 거라고, 따라왔을 거라고 생각한 무언가를
찾았다.

.
.
.

파하하하.
웃었다. 열세번째 아이도 웃었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웃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열세번째 아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그래. 그렇구나. 그랬어. 와하하하 하고 다시
웃는다.

━이제야 알았다━━━━━━━━━━━━━━━━━━저 아이는, 나랑 같은 것이로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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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수행평가때 썼던 거라.

그대로 올리려고 했는데...역시 써버릇하니 텍스트에 효과를 주고싶어져버려서 이래 버렸습니다.

서큐버스...2화는 공책에는 써 두었는데 아직 컴퓨터에는 옴기지 못한 상황입니다...(기다리는 분이 있으시다면, 늦어져서 죄송해요......ㅡㅜ..빨리 쓰겠습니다....)


크함. 이걸 읽고 원작이랑 매치가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기분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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