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흐린 가을 날의 일이었다.
여느 날과 같이, 문제집과 참고서가 가득한 가방을 울러매고 하교하던 도중이다. 풀숲에 뭔가 얼룩덜룩한 게 보여서 들여다 보니, 도둑고양이 한 녀석이 눈매를 날카롭게 갈아놓고 이 쪽의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모양이 흡사 건드리면 사생결단을 낼 기세라, 대체 무엇이 있기에 그러는가 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고양이의 옆에는 그와 똑 닮은 작은 녀석이 하나 있었다. 그들을 계속 보고 있기도 뭣해서, 머쓱하게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계속 하였다.
그 매서운 눈매가 뇌리에서 사라질 즈음한 어느 날이었다.
언제나처럼 책가방을 어깨에 지고 학교를 가던 도중이다. 길 가에 뭔가 얼룩덜룩한 게 나자빠져 있었다.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뱃거죽이 좌악 세로로 길게 찢어져 대장이니 소장이니 하는 것들이 잘못 엎어버린 팥죽 냄비처럼 걸죽하니 흘러나와 있고, 골통에 박힌 눈알은 어디로 갔는지 정처없다. 또, 허옇게 드러난 두개골 옆면에, 금이 가 깨어진 곳에 역겨운 살색 물체가 차가운 가을 공기에 노출되어 있다.
그 형체로 짐작하여 볼 때, 이 엉망으로 깨어진 시체는 아마도 한 마리의 고양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사인은 새벽녘의 교통 사고쯤 되어 보였다. 역함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올라, 도망치듯 등교길을 빨리 재촉하였다.
학교에 도착하고, 일전에 보았던 고양이의 모습이 시체와 겹쳐 떠오르자, 징글맞던 기분은 처참한 기분이 되었다. 만약 그 고양이었다면 녀석 옆에 남아있던 그 꼬맹이는 어떻게 되는걸까. 죽은 고양이는 누가 어떻게 처리했을까 등등의 생각이 머리를 휘감고 떠나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약 1년이 지난 최근의 어느 날.
항상 그러듯 여섯 시 오십 분 경, 가방을 빗겨매듯 대충 들쳐매고 배움의 장소라 불리우는 곳으로 등(登)하던 시간이었다. 무언가 거뭇거뭇한 게 졸린 눈을 어지럽혔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옛날의 그 장소에서 녀석과 비슷한 무늬를 지닌 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앞에 있는 인간 하나를 열심히 야리고 있었다. 순간, 미소가 물에 떨군 물감처럼 얼굴에 화악 번졌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 주었건만, 고양이는 그저 경계의 눈빛을 늦추지 않고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
녀석의 서슬에 순간 뻘쭘해져, 흔들던 손을 재빨리 주머니에 구겨넣고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타박타박 거리는 운동화의 발울림이 기분좋게 정적을 밀어내었다. 이야옹 거리는 울음 소리가 귓전을 스쳐 지나간 것 같기도 했다. 잔잔하고도 희미한 달빛이 늦은 새벽을 반짝였다.
착각이었을까, 오해였을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오랜만의 미소는 새벽녘 달빛처럼 잔잔히도 얼굴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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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문학을 접하고, 그들을 써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후의 처녀작입니다. 이 곳에 다시 올리게 되니 감회가 새롭군요. (문제는, '콩트'는 문학이 아니죠. ^^;)
대부분의 문학도가 그렇듯,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 있습니다. 네? 어느 정도의 비율이냐고요?
가르쳐드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안 가르쳐 드리렵니다. 메롱. :p
에... 이렇게 버릇없는 저지만, 리플이라도 한 줄 달아주시면... 혹시 압니까. 예의가 고쳐질지도. 부디 예절 교육 좀 시켜 주세요. ^^;
여느 날과 같이, 문제집과 참고서가 가득한 가방을 울러매고 하교하던 도중이다. 풀숲에 뭔가 얼룩덜룩한 게 보여서 들여다 보니, 도둑고양이 한 녀석이 눈매를 날카롭게 갈아놓고 이 쪽의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모양이 흡사 건드리면 사생결단을 낼 기세라, 대체 무엇이 있기에 그러는가 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고양이의 옆에는 그와 똑 닮은 작은 녀석이 하나 있었다. 그들을 계속 보고 있기도 뭣해서, 머쓱하게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계속 하였다.
그 매서운 눈매가 뇌리에서 사라질 즈음한 어느 날이었다.
언제나처럼 책가방을 어깨에 지고 학교를 가던 도중이다. 길 가에 뭔가 얼룩덜룩한 게 나자빠져 있었다.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뱃거죽이 좌악 세로로 길게 찢어져 대장이니 소장이니 하는 것들이 잘못 엎어버린 팥죽 냄비처럼 걸죽하니 흘러나와 있고, 골통에 박힌 눈알은 어디로 갔는지 정처없다. 또, 허옇게 드러난 두개골 옆면에, 금이 가 깨어진 곳에 역겨운 살색 물체가 차가운 가을 공기에 노출되어 있다.
그 형체로 짐작하여 볼 때, 이 엉망으로 깨어진 시체는 아마도 한 마리의 고양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사인은 새벽녘의 교통 사고쯤 되어 보였다. 역함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올라, 도망치듯 등교길을 빨리 재촉하였다.
학교에 도착하고, 일전에 보았던 고양이의 모습이 시체와 겹쳐 떠오르자, 징글맞던 기분은 처참한 기분이 되었다. 만약 그 고양이었다면 녀석 옆에 남아있던 그 꼬맹이는 어떻게 되는걸까. 죽은 고양이는 누가 어떻게 처리했을까 등등의 생각이 머리를 휘감고 떠나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약 1년이 지난 최근의 어느 날.
항상 그러듯 여섯 시 오십 분 경, 가방을 빗겨매듯 대충 들쳐매고 배움의 장소라 불리우는 곳으로 등(登)하던 시간이었다. 무언가 거뭇거뭇한 게 졸린 눈을 어지럽혔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옛날의 그 장소에서 녀석과 비슷한 무늬를 지닌 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앞에 있는 인간 하나를 열심히 야리고 있었다. 순간, 미소가 물에 떨군 물감처럼 얼굴에 화악 번졌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 주었건만, 고양이는 그저 경계의 눈빛을 늦추지 않고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
녀석의 서슬에 순간 뻘쭘해져, 흔들던 손을 재빨리 주머니에 구겨넣고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타박타박 거리는 운동화의 발울림이 기분좋게 정적을 밀어내었다. 이야옹 거리는 울음 소리가 귓전을 스쳐 지나간 것 같기도 했다. 잔잔하고도 희미한 달빛이 늦은 새벽을 반짝였다.
착각이었을까, 오해였을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오랜만의 미소는 새벽녘 달빛처럼 잔잔히도 얼굴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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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문학을 접하고, 그들을 써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후의 처녀작입니다. 이 곳에 다시 올리게 되니 감회가 새롭군요. (문제는, '콩트'는 문학이 아니죠. ^^;)
대부분의 문학도가 그렇듯,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 있습니다. 네? 어느 정도의 비율이냐고요?
가르쳐드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안 가르쳐 드리렵니다. 메롱. :p
에... 이렇게 버릇없는 저지만, 리플이라도 한 줄 달아주시면... 혹시 압니까. 예의가 고쳐질지도. 부디 예절 교육 좀 시켜 주세요.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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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ian
2004.12.2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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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이 루나링
2004.12.30 02:35
으음... 역시 그런 듯 하긴 합니다만...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인 듯 합니다.
괜히 의미를 부여하다가는 더 머리아픈.. [웃음]|icon/member_1091648069.jpg_thumb -
도마뱀
2005.01.18 08:08
마지막에 주인공이 차에 치었으면 좀더 인상적이었을 거에요 'ㅁ'.... 라지만 나만 그런 음침한 생각을 하는 거겠지.|icon/guest.gif_thumb -
山陰ひかり
2005.06.20 00:22
'고양이는 잘 살고 있다'가 중요한 거라면 역시 자연은 위대하...[이딴 해석을;]|_thumb
처음에 나왔던 그 꼬마 고양이 일까요 'ㅅ')?
잘 봤습니다 'ㅅ')b|_thu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