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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Black Rusian#Prologue00

2004.11.14 18:24

T.S Akai 조회 수:185

삐익.

"사장님."

사 내[社 內]텔레폰이 울린다.분명히 그것은 비서실에서 부터 온 전화겠지.정막이 쌓인 사장실에는 아름다운 비서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할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왜냐하면──

"──쿠울──"
"이인간 또 일하다 말고 자고있어?!"

비서실 전화에서는 사장을 질책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아아아-, 죄송해요 진연씨.워, 원래 격인 사장님이 일하다가 곧 잘 자버리잖아요.조금만 이해를..."
"뭐, 이해랄것 까지야.이미 알고 있었던 걸요."

허리를 90도로 푹 숙이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는 그녀는 이공기업의 사장실 비서인 최재은이였다.그녀는 눈 앞에있는 한 소년과 또 다른 소녀의 앞에서 몇번이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럼, 들어가도 되겠죠?"
"예!부디 사장님을 두들겨 깨워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재은씨는 눈 앞에있는 소년이 사장실로 들어가는것을 순순히 허락했다.(소년의 등 뒤에있던 소녀도 역시──솔직히 말해서 재은씨는 소년의 뒤에있는 그녀가 누군지 잘 모른다.그저 소문으로 듣던 그녀라고 생각할뿐──)
소년의 머리는 그렇게 잘 정돈되어 있질 않았다.수수해 보이는 갈색의 생머리는 정리되지 않았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단정해 보였다.단순한 쿠앤크의 세미정장을 입은채 사장실 문에 손잡이를 잡은 소년은 이진연.이 이공기업의 후계자라고 할수 있는 남자──, 였지만 그 후계자의 자리가 자신의 형으로 넘어가서 부터 그의 어머님은 진연을 지방의 마을로 위폐해버렸다.
그 기간은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고등학교를 졸업 한 이상 그 시골동네에 더이상 있을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1년간의 대학생활을 그곳에서 하다 왔다.그것은 그만큼 고등학교 시절때부터 마을에 애착이 생겼다는 것일까.

사장실을 여니 휑-, 하니 넓은 방이 보였다.사무용 책상에는 수많은 서류가 쌓여 있었고, 주위의 소파에는 전혀 아무도 앉은듯한 기색이 없는듯 보였다.그런데도 깨끗하게 먼지하나 없이 잘 닦여진 소파.
진열대에는 비싸보이는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골동품 가게에서 싸게 구입한 것들.사장의 성격상 사치는 싫어하지만 멋은 좋아하기에, 대충 이렇게 맞추어진듯 하다.

사무용 책상 뒤의 커다란 창문에는 또 다른 수많은 빌딩의 맨 위층이 보이고 있었다.하지만 그 위엄을 밖에서 본다면 이 사장실이 있는 건물만큼은 웅장하진 않겠지.

"하아."

진연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살짝 흘러내린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려씌우고 서류더미속에서 침을 흘리고 있는 바보녀석을 향해 말했다.

"이봐, 일어나."

개자식아, 까지는 도저히 말할수가 없겠지.그랬다간 자신의 목숨이 서른 마흔 다섯개라고 해도 모자라다.순간 그렇게 납득해 버리고 이 다음 입밖에 낼 말을 입을 굳게 닫고 삼켜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무레도 효과는 없는듯 하다.

"일어나."

손날을 세워 그 머리에 춉을 날린다.빠악!이라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덜컹!이라는 의자 넘어가는 소리가 사장실을 울렸다.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진 남자는 순간 눈을 비비고 나서 주위를 둘러봤다.그곳에서는 너무나도 반가운 남자가...

"이 찌질이 색히가아─!!!!!!"

진연의 턱 밑을 향해 바닥에서 수직으로 올라오는 다리를 간신히 피하고서는 진연은 저멀리 사무용 책상으로 부터 멀어진다.그 소동에 책상의 서류들은 바닥에 널부러지게 되어버렸다.

"오랫만에 만나서 쫌 곱게 깨워주면 어디가 덧나냐!!!"

라는 물음에 진연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그에 방금 잠에서 깨어난 남자는 셔츠의 소매로 입가의 침을 닦고선 안경을 집어 낀다.그 얼굴은 굉장히 깔끔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했다.적당히 길러 묶은 머리카락은 분명히 금발(이레도 염색한거지만).사장의 위엄이 있어보이는 적당한 정장은 분명히 기업가라는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래, 오랫만에 나타난 내 동생이여.뭣 하러 왔냐.온다는것 정도는 이미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어."
"미래같은거 맘대로 내다보지마."

진연은 아니꼬운듯이 자신의 형, 이격인에게 그렇게 말했다.진연은 분명히 알고있다.저 형이라는 인간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인간인지.연금술 쪼끔 배웠다고 해고 미래를 계산해낼수 있다니, 그런건 말도 안되는 것이다.
라지만 어쩔수 없는 사실이니까.진연은 언제부턴가 형의 능력을 납득하게 되어버렸다.

"알았어, 그딴거 안내다 볼테니까 어서 돌아온 이유를 말해."
"일을 줘."
"뭐시랔?"

진연은 카악!하며 무서운 얼굴로 쳐다보는 자신의 형을 한심하다는 듯한 얼굴로 다시 '일을 줘'따위를 말하고 있었다.

"아, 아니.그것보다더.너 왜 마을을 나왔냐?"
"친구가 없어서."
"뭐시랔?"

진연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한놈은 졸업하자마자 얼마 안있어서 결혼해 버렸어.그 결혼해버린 녀석의 동생은 지금 졸업반이라서 공부중이레.함부로 건들면 크닐날것 같거든.거기다가 또 다른놈은 졸업 하자마자 군대가버렸고.또 한놈은 자기 애인이란 논다고 희희락락 하단 말이야."
"너도 애인정도는 있잖아."

라며, 격인은 진연의 등 뒤에 아무말도 없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소녀를 가리켰다.
그녀의 이름은 김은정.사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다.인간과 너무나도 가까운 창조물[인형].격인의 회사인 이공기업의 메인 상품.안드로이드.기종은 S.I-1209.샘플 타입이다.샘플 타입이기에 시범 운행이 끝나면 거두어야 하는게 정석, 하지만 1년전.샘플을 거두러 온 격인에게 진연을 반항하며 그녀를 지켜냈다.그것은 아무레도 그 안드로이드를 사랑하기 때문일까.

그것도 어쩔수 없는 것이겠지.그 안드로이드의 생김새와 이름은.

이진연 그의 첫사랑과 너무나도 똑같게 만들어 졌으니까.



"은정씨는 즐기는데 필요한 장난감이 아니야."
"아아, 알고있어.니 연애관이 그렇게 삐뚤어져 있다는것 정도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격인의 눈앞에 있던 동생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하지만 기척은 나타난다.녀석은 정면으로 내게 달려와,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그 주먹은 격인이 오른손으로 막아버렸기 때문에 효과는 내지 못했다.

"읏...!"
"늦어, 그리고 기척이 너무 커.아직 덜 연습했구나, 이진연."

자신의 어깨에 동생의 팔을 짊어 지고 곧바로 등을 돌려 동생의 몸을 들어낸다.그 몸은 허공에 떠오므로, 이내 곧 진연은 등부터 바닥에 내리 꽂히게 되었다.
낙법정도는 써서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역시, 아직 녹쓸지 않았다.이 사람좋게 보이는 인간의 엎어치기 솜씨는.

"크으..."
"아직 아직이야.연두 마을에서 위폐시켜 놨더니 몸 단련은 전혀 안했나 보구나.그런다고 정신이라도 성숙된것도 아니고.아직 울컥하는 어린애잖아."

하아, 하며 한숨쉬며 널부러진 서류를 집어들며 격인은 말한다.
진연은 은정씨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제 3 공장에 일자리라도 있는가─"
"공장일은 싫어.딴걸 줘."
"그럼 제 4 작업장에는─"
"노가다도 싫어.딴걸 줘."
"받는 주제에 바라는게 많구나."

또 다시 한숨을 쉬며 격인은 서류를 유심히 관찰하며 말했다.

"그럼, 이런건 어떨까나."
"어떤거?"

"이번달에 허물어 버릴 마을이 하나 있어.그쪽에 우리 회사의 공장이라거나 사무실을 차려야 하는데, 주민들 반발이 너무 심해서 말이지."
"그래서 그 주민들을 나보고 진정시키고 오라는 말씀이야?"
"아니, 그런게 아니야.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격인은 다시 서류를 훑어 내려보며 말했다.

"주민들에게는 분명히 자신들의 인권을 지킬 권리가 있어.)그러므로 지금쯤이면 군청 앞에서 데모가 한창일껄.그래서 그 데모를 진압 하려고 우리 회사측에서도 여러 사람을 보내 봤지만──.

살아 돌아온 녀석은 없었다.
다들 죽기전에 그 마을에서 연락도 끊긴채 실종되어 버렸어.경찰들이 수색에 착수 했지만 전혀 실마리를 잡질 못하고 있지.분명히 마을 사람들 짓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어 영장은 무리야.그러니까 현재는 수사를 중지한 상태야."
"그래서, 일이라는 것은......"

"조사해와, 그 마을을.마을 이름은 사진리(四辰里).지도 보고 찾아가면 쉬울거야."
"그 소리는 지금 나보고 가서 죽으라는 소리야?"
"아니.진연아, 내 동생.네녀석이라면 그 바퀴벌레보다 더 끈질긴 생명으로 살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야."
"그거 전혀 칭찬으로 안들린다."
"알아서 생각해.칭찬으로든 비난으로든."

푸히히, 하며 웃는 격인을 바라보며 진연은 말했다.

"하아, 그래.맘에 안들어.조사해오면 될것 아냐."

진연은 격인으로 부터 등을 돌렸다.

"보수는 확실히 준비 해놔.살아서 돌아올테니까."


그런 확신이 담긴 말을 남기고, 진연과 은정씨는 사장실을 나갔다.
사장실에 남겨진 것은 그 두사람의 뒷모습을 되새기고 있는 세계 최고 기업, 이공기업의 사장 이격인.그는 조용히 허공에다 중얼거렸다.

"엿듣고 있었지?"

『예에...』

스피커에서 잡음과 함께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분명히 잡음이 섞여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재은씨였다.

『어째서, 사장님의 동생인데 그런 위험한 일을 가르쳐 주셨습니까?』

"음....그건."


격인은 말을 이었다.


"내 맴이지롱."

『하아?사장님.지금 장난치는게 아니라구요.』

"괜찮아.녀석들이라면 분명히 살아서 돌아올거야.그리고 말이지..."

격인은 팔짱을 끼고 사장실의 커다란 창문 밖의 빌딩숲을 내려다 보며 말을 이었다.


"보험도 들여 놨으니, 괜찮아."



이미 해가지는 그 석양 속, 빌딩숲의 한 구석에서 검은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지만.격인은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그 검은 그림자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렸을 뿐, 아무짓도 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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