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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Black Rusian#Chapter03

2004.11.23 22:20

T.S Akai 조회 수:193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잡음은 그걸로 뚝, 하고 끝났다.격인은 넓은 사장실 쇼파에 앉아 전화기를 귀에 대고선 멍한 표정으로 테이블을 내려보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옆에는 여성정장을 아주 깔끔하게 차려입고 적당히 긴 머리를 내려묶은 격인의 비서, 재은씨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쇼파 옆에 서 있었다.

"제길!"

격인이 굉장히 신경질적인 어조로 전화기를 집어 던지자, 콰직!이라는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다.
재은은 깜짝 놀라 눈을 질끔 감고선, 자신의 주인을 보았다.

분명히 화가 나있다.이렇게 화가 나있는 이사람을 보는건 정말로 오랫만이지만, 그렇게 반가운 일도 아니다.이 남자가 화가 나면 무슨짓을 저지를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재은은 오래전부터 그를 알고있었다.친구로서의 이격인이라는 사람을, 사장으로서의 이격인이라는 사람을, 남자로서의 이격인이라는 사람을.그렇기에 그녀가 그의 옆에 있는 것이다.그렇기에 그가 그녀를 옆에 둔 것이다.하지만 때로, 이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사이가 두사람간의 대립을 초래할수도 있었다.

"보험은?"
"지금 보험같은거 챙기게 생겼냐?"

그녀의 물음에 격인은 순식간에 표정관리를 하고선 아니꼬운 표정으로 재은을 올려다보며 답했다.
두사람의 말투는 순식간에 바뀌어져 있었다.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소꿉친구 처럼, 아니.사실 이 둘은 정말로 소꿉친구였다.

"그러니까 관두렜잖아.위험한 일이니까 동생을 보내는건 잘못된 거라고."
"그녀석이 그렇게 멍청하게 걸릴줄 누가 알았냐!?"
"보험 들어놨으니까 괜찮다면?!"
"지금 그런거 따질때가 아니야!"

둘만의 티격태격을 끝맺은건 당연히 귀찮은걸 싫어하는 격인이였다.

"제길...귀신이라는거, 정말로 있었구만!거기다가 겁도 없이 남에집 동생을..."

혼자서 중얼거린 격인은 이내 사장실 구석에 있는 옷걸이로 걸어가 반코트를 들고 어깨에 걸쳤다.그 모습을 보고있는 재은은 조용히 물었다.

"어디갈거야?"
"사진마을."
"진심이야?"
"진심이야."
"나도 같이가."
"관둬라 이녀석아."

코트를 걸치고 주머니에 이것저것 핸드폰이라거나 생활용품을 집어넣기 시작한 격인은 재은을 다시 돌아보며 물었다.

"정말로 갈거냐?"

그 물음에 재은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밥줄이 하나 늘어서 싫은데?"

라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재은이 들고있던 서류철이 날라 모서리 정통으로 격인의 코를 날려버렸다!(순간 주위에서 '사모님 나이스샷~'이라는 목소리가 들릴것만 같은 환청이 일어난듯 싶었다.)
넘어진 격인은 아픈 코를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일어나 재은에게 다시 말했다.

"알았어, 올테만 와!하지만 누가 사라지든 난 모른다!"

코트의 주름을 잡고, 격인은 할수없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그럼 나도 어느정도 준비해야 될테니까, 지금 시간이 PM 11시...최대한 2시간.그 안에 회사 주차장 맨 뒷칸으로 와.숨겨둔 차가 한대 있으니까.그걸로 곧바로 달려가는거다.사진마을, 그리 멀지도 않으니!"

재은은 조용히 끄덕이고선, 사장실을 나갔다.









코너를 도니, 그곳은 확실히 마당이였다.진연은 왼쪽 어깨에 메고있는 스포츠 가방에 힘을 주었다.긴장 된것이겠지.하지만 그런것 따윈 지금 중요한게 아니다.지금은 그저, 수많은 '것'들이 마당에 기분나쁘게 서서 진연을 쳐다보고 있다는것.

그것들은 한결같았다.

한결같이 시체와도 같았다.

하지만 시체는 표정이라도 없지, 그것들은 한결같이 입을 일그러뜨려 기분나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정말로 구역질 날것만 같은 미소.

'그것'들은 가지각색의 모습이였다.쵸코바를 입에 물고있을것 같은 뚱보부터 시작해서, 조그만한 피규어를 들고 침을 흘리고 있을만한 깡 마른 변태까지.또는 평범하게 생긴 여자부터 늙은이까지.그렇게, 대략 20명 정도 되는 귀신이 진연을 기분나쁘게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진연은 무서워 하지 않았다.

남들이 본다면 분명히 진연을 향해 '왜 아무런 반응도 없어?!'라던가 '니가 더 무서워!'따위를 말하겠지.하지만 무섭지 않은건 무섭지 않은것이다.이유따윈 모른다.하지만 진연은, 이내 그것들이 적이라는것을 인식했다.

진연의 얼굴은 이상하리 만치 아무렇지도 않았다.생산품을 본 기계처럼, 진연이 오른팔을 들었을때, 어느센가 들려졌을까.귀신들의 주위에서 들려진 돌덩이 하나가 진연을 향해 날아왔다!

빠른 속도로 날라온 돌덩이를 가볍게 피하고 진연이 다시 오른팔을 그 유령들로 향했을때, 또 다른 돌덩이가 날라왔다.그것을 다시 간신히 피해냈을때에는, 다리에 스텝이 꼬여 평형을 잃어 넘어질려고 하는 때.

그것은 왔다.

또 다른 돌덩이가!!

대포와도 같은 그 탄알은 밤의 여관마당을 질주했다.한방만 머리에 제대로 맞으면 죽는다!쓰러져 가는 진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날아오는 탄알을 노려봤다.넘어지는 자신의 시선 바로 앞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조금씩 가까워 진다.

4미터.

3미터.

2미터.

1미터.




콰직.털썩.

쓸쓸한 소리를 내며 진연의 몸은 마당의 잔디 위로 쓰러졌다.하지만, 날아오던 돌덩이는 공중에서 파괴되어, 돌멩이와 모래가 되어 잔디를 뒤덮었다.

눈앞에 온 동시에, 진연은 오른팔을 들어 돌덩이를 파괴한 것이다!


두손을 짚어 일어서며 진연은 다시 20명의 유령을 쳐다보았다.반투명한 그것들은 모두 한결같이 놀란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또 하나의 돌덩이가 날라온다.그것은 아까보다 조금은 더 큰 바위.하지만 그것을 진연은 간단히 오른손으로 파괴시키고선 유령들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모든것을 압도하는 사자왕의 눈이였다.

자비는 없다.
진연은 오른손을 들어 그들에게 향했다.하지만 그것뿐이였다.분명히 진연은 오른손을 들었을 뿐인데, 눈앞의 20의 유령들이 서있던 그 땅은 순식간에 폭발을 일으켰다.

콰광!

폭음이 들렸다.그런다고 폭탄이 터진것은 아니다.진연은 단순히 대기를 터뜨린 것이다.물질의 질량을 순식간에 압축시켜 다시 순식간에 팽창시킨 이것은 곧 폭발물과도 같았다.하지만 그것은 불꽃이 없는 폭발, 에어로 봄!

모래먼지를 날리며 20의 유령들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자, 진연은 마음을 먹고 스포츠 가방을 들고있는 왼손에 힘을 주었다.그리고 순식간에 뛰어올라 마당의 담장 위에 순식간에 착지 했다.주위를 돌아보자, 보이는 것은 흙먼지를 일으키는 여관의 마당과, 폭발음에 놀란 대문 밖의 낯선 두사람...

하지만 진연은 그것을 사람이라 인식하지 않았다.냉정을 찾지못한 소년은 담장을 뛰어 넘어 순식간에, 두사람중 한 녀석.그러니까 자신의 키에 반을 조금 넘는 키의 꼬마애를 오른손으로 잡아 목을 적당히 조르면서 맞은편 담장에 등을 맞대며 또 다른 한명을 노려봤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정장.적당히 콧등에 걸쳐진 무테 안경.그리고 길다고는 할수 없지만 귀를 덮는 은발에 가까운 머리카락.척 보아도 샐러리 맨으로 보이는 그는 진연을 향해 물었다.

"뭐하는 짓이냐."

하지만 그 목소리는 진연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진연은 그 남자를 노려보며 물었다.

"하나 물어보겠다, 네놈.인간이냐, 귀신이냐?"








쿠르르르르르르...

차에 시동을 걸고, 격인은 핸들을 손으로 쓰다듬었다.얼마간에 잡아보는 핸들이냐...라는 감상도 있었지만, 이제 이 녀석이 견디게 될 속도가 얼마만큼인지 너무나도 궁금하기 때문이였을까.

손님은 탔다.재은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메고 있었다.아아, 착한 어린이 같으니라구.안전벨트 같은걸 메다니....라는 같잖은 생각따윈 집어치우고 격인은 핸들을 부여잡았다.그리고 엑셀레이터를 힘차게 밟아 제끼자, 시커먼 고급 승용차는 성난 황소같이 주차장을 순식간에 빠져나와 4차선 도로에 순식간에 합류해 버렸다.

격인은 아무렇지도 않았다.순식간에 밟아제낀 엑셀이 시속 110을 달리고 있다든지, 자신이 몰고있는 차가 도로를 무법하고 있다던지, 그딴건 아무레도 상관없이 동생을 향해 그 성난 황소를 몰고 달려가고 있었다!
[여기서 분명히 재은은 속도를 보고 정신을 잃을뻔 했지만, 자신이 잃으면 이 바보같은 운전수는 어떻게 되는건가!?라는 책임감 덕분에 정신을 다시 차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재은 마저도 세계 최고의 기업의 사장을 보조하는 비서의 냉정함을 잊고서 소리쳤다.

"이이이이겨어어어어억이이이이인!!위험하잖아!!너 지금 죽을 셈이야!?"
"시끄러!!오늘안에, 아니!이 새벽안에 사진마을에 도착한다!!불만 있으면 지금 내려!!"
"장난하냐 이자식아?!"

사장에게 욕까지 하는 비서가 어딨겠냐마는, 두사람은 소꿉친구라고 해도 심하게 가까운 소꿉친구이므로, 회사 밖에서 둘이서만 같이 있을때에는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라지만.이번만큼은 심하다고 할수 있다!

타이어 자국을 내며 드래프트를 시도하고 순식간에 수많은 차들을 앞지른 격인은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중얼거렸다.

"후후후..따라올테면 따라와봐..."

그것이 스위치였을까.화를 내다 자기 자신의 성질을 이기지 못한 재은은, 이내 곧 입밖으로 새하얀 영혼을 내뱉으며 정신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은 격인은, 운전대를 잡은 어린아이인 마냥 광기에 사로잡히 눈을 하고선 '모두다 내 적수가 못돼..후후후..후하하하하!!!'따위를 중얼거리며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뭔 소리냐?"
"미안하군, 아무레도 귀신같이 보이지는 않는것 같은데..."

담벼락에 등을 맞댄 진연은 이내 오른팔로 목을 조르고 있던 소녀를 찬찬히 내려다 놓았다.소녀 역시 분명히 그 온기가 느껴지는 인간이였다.
진연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눈 앞의 양복을 입은 남자를 바라다 보았다.

"그래서, 넌 누구지?아아, 미안.난 이진연."
"아아, 그러니까..내 이름은 아카이 텐시...탐정이지.라지만.너 지금.초면인 사람한테 반말 해도 되는거냐?"

그 물음에 진연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내 곧 대답했다.

"너도 반말하고 있잖아."
"알았어, 그냥 넘어가자.."

별수없다는 듯이, 아카이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그렇게 납득해 버렸다.

"아, 으..오빠 정말 힘세네.."

목을 어루만지고 있던 소녀, 혜빈은 진연을 올려다 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하지만 진연은 그 목소리를 아무렇게나 무시하고선, '너희들은 여기서 뭘 하냐'라고 물어볼려고 했을때, 소녀가 먼저 말했다.

"저기...잘생긴 오빠.오빠 저기서 무엇을 한거야?방금 굉장한 소리가 나던데?"

소녀의 손가락은 이미 흙먼지가 걷혀진 여관을 향하고 있었다.이미 흙먼지가 걷혀진...폐가를.
진연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분명히 방금 전 까지 짐을 놔두고 침대에 몸을 맡겼던 여관이, 그렇게 멀쩡하던 여관이 지금은 몇년은 된 폐가가 되어 있었다.방금 진연의 공격으로 저렇게 되어버릴 건물이 아니다.겉으로 보기에도 몇년은 지난 폐가, 그것은 아무레도...

하지만 진연은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잠시..홀려있었나봐."

그렇게만 말할 뿐이지, 진연은 자신의 이마에 손가락을 되짚고서는 밀려오는 두통을 참아냈다.
하지만 그런 진연을, 아카이는 아까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눈빛으로 보며 물었다.

"귀신을 봤냐?"
"아아, 비슷한거겠지.반 투명한 인간이였으니까.그와 비슷한거겠지."

역시!라는 감탄을 하며 혜빈은 빙글 돌아 아카이의 손을 끌어 잡고선 무섭다는 듯이 팔을 끌어 안았다.아카이는 '이것도 좋잖아..'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진연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방금 그 폭발음은?"
"아아, 그것은...."

진연은 대답하지 못했다.딱히 설명할수 없거니와 보통 인간이 이해할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능력인가."

아카이의 물음에, 진연은 그를 의외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알았지?혹시..."
"그 혹시인지는 모르겠지만.나도 가지고 있거든.너희들이 아는 능력과는 그 원리가 틀린것 같지만, 비슷한거야.그러니까 너희들이 몸 밖의 물질을 변형시킬수 있다면, 우리들은 몸 안의 것을 변형시킬수 있지.예를들면 근력을 증폭시켜 순식간에 몇톤 가량의 힘을 낸다던가, 빠르게 이동한다던가."
"네놈...정체가 뭐냐."
"말했잖아.내 이름은 아카이 텐시.탐정이라고."

경계하는 진연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아카이는 쳐다보고 있었다.그 얼굴에는 이상하게도 얕은 미소가 번져있었지만, 그 가면 안에는 비웃는 얼굴이 보인듯 하였다.
진연은 어디선가 들어본 그 이름, 몇번이고 되새겨 봤지만 기억나지 않는 그 이름을 몇번이고 되새겼을때...

"설마 네놈.."
"아아, 네가 생각하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그럴지도 모르지.내 입으로 말하기도 뭣 하니 네 입으로 말해줘.내가 누군지를."

진연은 기꺼이, 라는 시선을 보내며, 입술을 열었다.

"풍양그룹 2세, 태어날때부터 인간 이상의 천재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광족의 3번째 종(種).미궁의 주인.붉은 날개의 익인(翼人).."

진연은 말을 이었다.

"탐정, 아카이 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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