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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회랑을 지나 긴 복도가 이어진 곳에 기숙사가 이어져 있다.
그 곳으로 그는 걸어가고 있었다.

"저자식이야…."
"저딴 자식 달과 함께 죽어버리지…."
"뭐 지구가 달처럼 된다나 어쨋다나."
"젠장 뭐 저딴 자식이."

자신의 귀로 분명히 들려오는 모든 비난들.
그는 그것을 무시하였다.

자신의 기숙사의 도어에 자신의 지문을 입력하고 패스워드를 입력
한다. 4…7…2…5…1…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지문을 입력하자
문이 열린다.
힘없이 처져 버린 어깨가 무겁다. 문이 닫히고.
방은 완전히 고립되어 그만의 공간이 된다.

"이 빌어먹을!!"
  
그의 주먹이 주변의 옷걸이에 날아가고… 옷걸이는 힘없이 박살나며
주변으로 파편을 튄다.
흔건히 주먹에 묻은 피가 바닥에 떨어져도. 그의 표정은 아파하는
기색없이 그저 울고 있을 뿐이다.

"살수있는 방도를 알려줘도 무시하는 잡것들! 다 죽어 버려! 죽어서
사라져 버려! 차라리 사라져버리란 말야! 다 죽어 개 시벌 새끼들아!
개새끼. 개새끼 만도 못한 잡것들…."

아직은 이넥스가 준 과제가 너무 무거우니까.
그의 인간적인 부분이 견디질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아아아아! 이 다 뒤져버릴 자식들…."

예전의 순했던 심성은 어느세 괴팍해질 정도로…. 힘들었다.



〃〃〃


붉게 물든 피가 아직 가시지 않은 그 땅위에… 그는 아직 홀로 살아
남아 지키고 있었다. 왕을….

"젠장. 식수는 이넥스 들이 전부 탈취한건가. 중앙 식수 처리장은
이미 봉쇄되었고… 어쩌지."

허름한 옷차림. 군데 군데 찢어지고 누더기에 어줍지않은 바느질 실
력이 보이는 그런 더러운 코트를 걸치고 머리위에는 대충 만든 듯한
밀집모자가 위태롭게 쓰여있었다. 신발은 밑창이 다 달아 그 아래에
고무 타이어를 잘라서 붙인듯한 모습이고 무릅은 생채기 투성으로
그 무너져 버린 빌딩의 파편 속에 그는 홀로 걷고 있었다.
  등에 매 인스턴트와 레토르트와 통조림이 그의 현재의 목숨을 간신
히 연맹해주고 그의 초취해진 몸은 어느세 이 험한 환경에 적응해 버
렸다.

"휘유~ 아싸 통조림 발견!"

통조림의 표면의 동○참치 라는 상표가 있고 그 옆에 유통기간이 있
다. 아직 2년은 더 보관이 가능한 식품에 그는 다행을 느낀다.
가끔가다 나오는 유통기간 지나 썩은 통조림은 한번 먹어보니 죽을
뻔 했을 정도니까.
목성의 명문 귀족의 자재이자 일루갈 제넥스의 총망받는 훈련생이며
190년전 오르젠더 아인 하이스트의 의형제 였던 자의 현재 처절한
그 삶은 나중에 인류의 방향을 바꿔버릴 또 다른 재료가 되어간다.

그럭저럭 식량은 있지마 문제는 식수다.
목욕은 이미 포기했고 먹을 물이라도 구해야 하건만 플랜트의 수분
수집에 의한 중앙 식수 처리장은 이넥스들이 지키고 있을 것이다.
손에 들린 라이플의 상태를 다시한번 확인한다.
오늘 그곳으로 가서 식수를 가져오지 못하면 아마 한동안 물은 못마
실 것이다.

"가볼까. 물먹으러."

그리고 이넥스 에게 물먹여 주겠지.


〃〃〃


오전시간이 끝나고 다시 밤이 된다. 야간의 정비이론은 면허를 따기
위한 필수중 하나로 파일럿이라면 자신의 기체를 자신에 맞게 스스로
튜닝할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에르는 정비부분은 이미 수석이었다.
처음부터 기계에 상당한 소실을 보이는 에르였기 때문에 사실상 이
미 반쯤 수석이 된거나 마찬가지 지만.
프로그 전투부분의 수석인 레피온 콰드와 히노하라 카노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그도 이 두사람의 싸움에 끼게되어 더 치
열히 싸울것이다.

"…."

실습이 끝났다. 그러나 이제 이런건 별로 아무렇지도 않다. 빨리 전
투부분 수석이 되고 싶을뿐.
실습장에서 나온 그는 기숙사로 걸어간다.
넓게 펼쳐지 잔디밭에 한가롭게 울어대는 풀벌례 소리가 듣기 좋다.

-상처입은 뱀의 이빨. 발악하는 어린아이의 몸부림-
-죽어가는 생명이 하얗게 타오른지-
-아가야 아가 이제 자거라-
-나는 너를 지켜 뱀을 잡는다-

들어본적 없는 가사지만 음은 익숙하다. 틀림없는 뱀의 자장가.
그는 그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간다.

-피흘리는 어른의 삶에 기억되는 포근한 과거의 흐름처럼-
-아이야 자거라.  어른이 되면 생길 슬픔들을-
-추억의 강에서 견딜수 있게-

어두운 잔디밭이지만 희미하게 보인다.
불빛을 내는 작은 벌레들이 작은 소녀의 주변을 날아 다니고 작은
소녀는 안이 비칠정도로 얇은 원피스 하나만 걸친체 잔디밭에서 노래
를 부르고 있었다. 손에 들려있는 농구공만한 둥근 물체는 무엇에 쓰
는 건지는 모르지만 소녀는 그것을 꼬옥 껴않고 있었다.

"저기…."

이 자장가를 아는 사람이면 분명 선배와 아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
이 그의 머리속에 지나간다.

"아저씨가 에르 야?"

소녀는 그저 빙긋 웃으며 순진한 미소로 그에게 물어본다.

"응… 너 그 노래 어디서 배웠…."
"제르나의 노래는 아빠가 가르쳐 준거야. 지금은 없지만."
"아빠?"
"아빠의 전언이야. 잘들어 아저씨. 나중에 제르나가 호온~나."
"으응."

그 소녀는 자신의 껴않고 있는 물체의 윗부분을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그 기계에서 조금 변성기가 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렌만이다. 에르.』

에르는 그 목소리를 정확히 기억했다

"선배."

『니가 이 메세지를 듣는 다는 것은 그 아이가 너에게 도착했다는
소리 겠지. 다행이군.』

"선배. 선배 입니까? 선배!"

『아마 지금쯤이면 정비부분 수석이겠지. 그래 너는 정비를 잘했어
나도 깜짝 놀랄만큼 정말로 소질이 있었지.』

"아… 아… 녹음된거였나."

『지금부터 새로운 임무다 에르. 내가 있는 곳으로 와라. 장소는 제
르나가 잘 알고 있다.』

에르는 제르나 라는 이름이 거론되자 바로 자신의 앞에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그저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원레 지구측의 3차 웨이브는 3일전에 일어나야 정상이지만, 달의
사건으로 2년 정도 기간이 증가 했다. 그 기간 안에 나는 웨이브를
막을 방도를 찾아냈다. 그건 그저 장난 이었어. 진짜 웨이브는…치이
이익… 이런. 벌써 들킨 건가. 아무튼 그 아이를 따라가면 알수 있을
거다. 에르… 살아서 보자』

3일전에 일어날 웨이브가 2년뒤로 미루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장난
이라는 것은… 웨이브 보다 더한게 일어날수도 있다라는 소리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도대체 이건…."

그에게 지금 필요한것은 생각할 시간. 상황을 정리할수 있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



『어이. 좀 지나친거 아니야. 그렇게 까지 이넥스를 견제할 필요가
있을까?』
"모르는 소리. 나만큼 이넥스를 잘 아는 자가 어디있다고 생각 하는
거냐? 나는 그고 그가 나다. 고로 나는 그를 알지."
『그렇다고… 그런 미끼를 던져서 에르를 죽일 생각을 하다니.』
"뭐야. 예전에 어느정도 알던 후배라서 동정이 생긴거냐 사이네."
  
비꼬는 그의 목소리에 약간의 살기가 서려있다.

『아니. 미련은 없어. 어쩔수 없는 현실이란 것도 있지말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야.』
"풉. 크하하하하하! 그런 시적인 표현이라니 심한 센스잖아."
『닥쳐. 나는 내 일만 하면 되는 거겠지.』
"부탁해 사이네. 그 기숙사에 설치만 하면 끝인거야."
  『알았다.』

화면이 꺼지고 어두운 방안이 더 어둡게 된다. 빛 하나 없는 그곳이
더욱 더 어둡게 된다.

"크히히히… 하하하하하! 아이고 웃겨라!"

그저 그 어두운 방안에서 그가 배잡고 웃을뿐."


〃〃〃


"저기 있잖아."

에르는 자신의 뒤를 병아리 처럼 따라오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할
지 문제였다.
  
"그러니까… 날 따라오는 것은 잠시 멈춰줬으면 하는데…."
"제르나는 아저씨를 따라가야 해요."
"그건 알고 있지만 더이상은 곤란해."
"아빠가 강제적인 힘을 써도 댄다구 했어요."

이런 애가 강제적인 힘을 써봤자.

"그래도. 화장실 까지 따라오는 것은…."

결국 제르나를 때어놓고 겨우 화장실에 들어온 에르는 생각 했다.
사고는 사고를 거듭할수록 사고의 영역이 넓어진다. 이넥스의 친구
였던 사이네가 그에게 알려준 말이다.
그는 지금 사고가 급격히 필요 했다. 지금의 상황은 뭔가 이상하다.
갑자기 나타나서 딸이라니. 그나이에? 그정도 아이를?
거기에 그 아이가 입던 옷차림. 어린 아이 안이 다 비치는 원피스
꼴랑 하나라니. 이넥스의 사고로 보아 그런 선정적인 옷같은걸 입힐
위인은 아니다. 어히려 두꺼운 것으로 잔뜩 입힐 인간이니….

"모르겠군."

그저 화장실에 물소리만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을뿐이다.


〃〃〃


"제르나…."

화장실의 문 앞에 앉은체 졸고 있던 어린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부르는 사람을 바라본다.
18~19즘 되어 보이는 생김새. 검은 머리카락이 눈을 가리지 않을 정
도로 자라서 중력을 배로 받는 것처럼 축 처진 더벅머리가 은은히
형광등의 빛을 반사하고 있다.

"아저씨는…."

그리고 그는 그 아이가 말을 다 마치기 전에 그의 검이 빠르게 휘둘
린다. 1미터 남짓한 날이 빠르게 그 아이를 세로로 2등분 하자 피가
사방으로 튀며 바닥에 쓰러진다.

"아~ 시원 하다. 제르나 이제 짐을 챙기러…."

그때 에르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의 눈에 비치는 것은 온통 검은색 옷으로 도배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한자루의 칼을 들고 있는 녀석.
제르나를 죽인 녀석이다. 그리고 그녀석의 발밑에 죽어서 주검이 되
버린 제르나의 시신이 널부러져 있었다.

"다… 당신은…."

틀림없이 잘 알고 있는 사람. 늘 3명이서 우르르 몰려다니며 자시을
괴롭히던 3인조의 리더인 이넥스의 룸메이트….

"사이네 선배. 어째서 이런 짓을…."

사이넨 자신의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칼집에 쑤셔넣으며 그를 바
라 본다. 아지도 어리둥절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이낵스의 사고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이런 상황이 펼쳐지는대 그저 가만히 진정하고 하나하나 물어보다
니 상황대처 능력은 떨어지는군."
"그런 말씀 하실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게 무슨짓입니까! 어째서
선배가 제르나를…."
"이 아이의 이름이 제르나 인가? 제법 그럴듯 하군 진짜인줄 아는
사람은 진짜 제르나 인줄 알겠어."
"무슨 소리입니까 선배!"
"이 아이는 가짜다 라고 말하는 거다."
"그… 무슨 소리입니까!"
"너는 이 아이의 머리색이 뭘로 보이냐!"
"당연히 은회…."

틀렸다. 에르의 눈에 비치는 그 아이의 머리색은 붉은 색이었다.

"어… 어째서 붉은…."
"'그놈'이 달에서 모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베이스로 개조한 신형 타
입의 이넥스 '종'이니까. 그것들이 센트럴아카이브의 지배를 받는한
머리색은 지속적으로 붉은 색이 된다. 즉 이건 이넥스 라는 거지."
"이넥스…."
"달의 모든 인류를 학살한 그 '놈들'을 이넥스라 부른다. 원레는 하
나의 개체 였지만 수가 불어나서 하나의 '종'이 되었어. 그리고 지금
도 그 수는 불어나고 있지."
"즉 그들 이넥스 종은 이넥스 선배의…."
"적이다."

사이네는 그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배는 맛이 깨끗하지 않았다. 역시 어린애는 밸것이 못된다.

"지금부터 잘들어라. 이곳 아메리카 지부의 일루갈 제넥스는 조만간
사라진다. 4번 도크에 가면 트레일러 장착형 신형 서전트 MK-2가 있
을 거다. 그걸 타고 화성의 D-a2 플랜트의 제1 스테이션 부근의 '화
성의 술꾼들' 이란 술집으로 가라. 그곳에서 잭 닐슨 이란 사람을 찾
아. 매일 같이 그곳에서 죽치고 정보를 모으는 놈이니 쉽게 찾을 거
다. 그놈에게 내이름을 대면 아마 한동안은 안전하게 보호해줄거다."
"자… 잠깐 만요. 저는 도대체 지금 상황이…."
"내가 장착한 시한 폭탄은 앞으로 40분 안에 터지고 반경 20kM를
쑥대밭으로 만들지. 살고 싶다면 질문은 나중에 하고 당장 가. 그리
고 다른 놈들은 도망 가지 못하게 몰래나가. 다른 놈들까지 구하다
너도 죽는다."
"선배! 그런 식으로 말해도!"
"닥치고 가! 이게 내가 유일하게 이넥스를 도울수 있는 길이다!"

사이네의 주먹이 약간 떨린다. 부르르 떨리면서 땀에 젖는다.

"선배…."
"당장 안가면 내손으로 니놈을 배어 버리겠다!"

살기 등등한 눈빛을 내보이며 그는 에르를 결국 보냈다.

"미안해요. 사이네 선배."

마지막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보냈지만. 사이네의 대답은 들리지 않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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