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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진(海高眞) 2. 노리개

2004.05.28 07:03

이현욱 조회 수:340 추천:1

무당산 근처의 어느 작디작은 마을...
조그마하지만 사람이 가득 찬 음식점 안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유독 눈길을 끄는 사내 하나가 있었다. 얼핏보면 대략 30대 초반정도로 보였고 옆에 차고 있는 칼로 보아서 무림인이라는 것을 얼추 짐작할 수 있었으며 얼굴에는 보기 흉한 상처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무림인이나 사냥꾼 등의 무기류를 많이 대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상처들을 예리한 흉기로 인해 생겨난 것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꺄∼ 이거 놔주세요!"
"이 썅년아 나는 니가 생각하는 시장잡배가 아니고 무당파 제자라는데 왜 자꾸 지랄하는 거야?"
사내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 곳에는 어느 정도 미인 축에 들어가는 평범한 시골의 처녀와 비록 얼굴에 개기름이 흘렀지만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힌 몸과 준수하게 생긴 남자가 그 처녀를 억지로 붙잡고 있었다. 그 남자는 방금 짓거린 말과 고급 비단으로 된 옷을 입은 것, 그리고 보석이 여기저기 박혀있는 검으로 보아 보나마나 어느 부잣집 도련님으로 아버지가 돈 좀 써서 무당파 속가제자로 들어간 사람이라는 것임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덤으로 해고진은 그를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을 받았다.
"야! 넌 뭐야!"
사내는 갑자기 그가 자신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고는 주위를 둘러보니 주위에는 자신을 빼고는 단 한사람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붙잡힌 처녀는 자신의 검을 보고는 자신에게 구원에 눈빛을 계속해서 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흠흠... 난 해고진이다."
"그래, 그럼 꺼져라."
"꺄!!! 살려줘요!!!"
"누가 죽인다고 했냐! 가만히 좀 닥치고 있어!"
돈인이 자신에게 별 신경도 안 쓰고 이미 여러번 이런 일을 해본 듯이 제일 가까이 있던 식탁에 그녀를 강제로 눕히고는 옷을 벗기면서 그 자리에서 일을 시작하려고 들자 해고진은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사실 자신은 이미 파문 당해 이일을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지나쳐도 뭐라 할 사람도 없었다. 또 파문 당하면서 단전도 파괴되어 내공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더군다나 그 망할 이은경이 일부러 자신에게 진기를 넣었다. 그 바람에 단전이 회복이 된다해도 자신과 이은경이 자신에게 불어넣은 진기는 극과 극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에 2할도 발휘할 수가 없었다. 뭐 지금의 단전은 평생이 가도 다 회복이 되지 않을 것이니 후자에 것은 거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야, 너 진짜 죽을래? 왜 자꾸 내 말을 무시해! 내가 누군지 몰라?"
그는 이제 자신의 바지까지 내리면서 해고진에게 고함을 질렀다.
"모른다."
"..."
그는 바리를 내리던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잠시 표정이 굳더니 그냥 무시하듯이 바지를 내리면서 말했다.
"적봉표국에 표주의 장남인 여상오다. 이제 누군지 알겠지? 그럼 빨리 꺼져!"
"!"
해고진의 이마에 핏줄이 솟아올랐다.
"그래? 니가 여상오라고?"
"썅! 그래 내가 여상오다. 너 진짜 죽고 싶..."
샹!
"컥!"
"여 . 상 . 오 너야말로 진짜 죽고 싶나보구나."
해고진은 여상오의 목젖 바로 앞에 검날을 들이대고는 그의 이름 하나하나를 강조하듯 딱딱 끊으면서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7년 전이었다.
지금은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때는 정말이지 나약한 인간이었다. 무공 자체는 매우 잘 응용하는 등 주위의 기대를 많이 받았지만 비무를 할 때는 상대방이 다칠까봐 검을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졌다. 그래서 동년배의 문도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하기도 했다. 그래도 능력을 인정받아서 문주의 딸을 호위 겸 수련사부로 임명됐다. 사실 실력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그녀가 워낙에 안하무인이라서 마땅히 그녀를 통제할 사람이 없었는데 조금이나마 그녀가 해고진의 말을 잘 따랐기 때문이다.
아무튼 대충 그녀를 돌보면서 해고진은 평소에 자신이 원하던 조용한 일상을 지낼 수가 있었다. 그녀가 마땅히 무공에 관심이 있던가 소질이 있었으면 시끄러웠겠지만 그렇지도 않아서 특별한 일이 없을 시에는 스스로 수련을 하던가 책을 보면서 지냈다.
그러다가 여상오를 만났다.
정확히 32살.
지금은 색을 밝히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당시에는 조금 거칠었지만 뛰어난 재능으로 촉망받던 무당파 속가제자였다.
그때는 지금도 생각하기 싫다.

"제발 돌려주십시오!"
"흥! 싫은데? 나참 이제 20살도 넘었다는 놈이 이런 여자노리개나 가지고 노냐!"
정절문 본당 수련원에서 두 사내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해고진과 여상오였다.
여상오의 손에는 너무 낡아서 이제는 조금만 힘을 주어도 망가질 듯한 노리개가 들려있었고 해고진은 여상오에게서 그것을 낚아채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건 제 어머니의 유품이란 말입니다!"
해고진은 이제 절망적인 말투로 말을 했다. 사실 유품인지도 모른다. 그냥 자신을 키워주었던 아주머니께서 자신을 발견했을 때 옆에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것을 어머니의 유품이라고 생각하면서 지금껏 지니고 다닌 것이다.
"헹∼ 그럼 뺏으라고 옆에 차고 다니는 건 장식품이냐?"
"우리 문파는 함부로 검을 빼지 안습니다! 그러니 빨리 돌려주십시오!"
이제는 무슨 일인가 하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둘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이건 내가 가지지 뭐."
여상옥은 그러면서 그 노리개를 품속에 넣으려고 했다.
"빨리 주십시오!"
"아니지 이런 쓰레기를 가져서 뭐해."
여상오는 해고진의 말을 무시하면서 노리개를 찢으려했다.
"안돼!"
샹!!!
"!"
순식간이었다. 해고진의 검에서 나온 흑색 검기가 여상옥의 전신을 감싸듯이 지나면서 그의 전신에 잔상처를 남긴 것은...
"말도 안돼..."
주위는 금방 소란스러워졌다. 방금 해고진이 펼쳐낸 초식은 비록 정파와 사파의 사람들 모두 잘 알고 있는 오행사(五行砂) 오의(奧義) 흑사(黑砂)라는 초식으로 그 초식에서 나타나는 검기의 색과 모양이 마치 검은색 모래가 강한 바람에 날려가듯이 날아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파 사파인 모두 익힌 사람이 거의 없어 이제는 거의 잊혀 가는 무공이었다.
주위에서 소란스러워진 이유는 그가 이 무공을 사용했다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이 무공을 익히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리고 위력도 8성까지만 익히면 어지간한 무공의 파괴력을 넘어간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려고 했지만 이제 이 무공을 거의 사라져 가는데 그 이유는 정파와 사파 모두가 다르다. 정파에서는 그 무공의 기운이 사악하다고 해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사파에 경우 쓸데없는 무공이라는 것이었다.
이 무공이 사파에서 이런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그 속도 때문이었다.
다른 대부분의 무공에서 전개되는 초식과 그 검기의 속도는 섬광과도 같다.
하지만 오행사는 달랐다.
그 초식의 전개와 검기의 속도는 어지간한 삼류무림인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그러니 얼마나 살인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나 연구하는 사파에서는 이런 무공에 좋은 평가를 줄수가 없었다. 그리고 정파에서도 기운이 악하다고는 했지만 사실 오행사의 이러한 단점 때문에 익히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방금 해고진의 흑사는 달랐다.
오행사의 오의 중에서도 가장 느린 것이 흑사였는데 해고진이 방금 펼친 흑사는 흑사만의 특유의 부드러움을 간직했으면서도 엄청나게 빨랐다. 만일 해고진이 여상오를 정말 죽일 마음이 있었으면 지금쯤 그는 해고진의 초식으로 조각이 나있어야 했다.
"피... 이 새끼가! 죽어! 죽으라고!!!"
퍽! 퍼벅!!!
팍! 팍! 팍!
"억!"
여상오는 자신의 초식에 자신이 놀라 굳어 서있는 해고진의 명치에 권을 날렸고 그것은 여지없이 해고진에게 내리 꼿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여상옥의 무자비한 주먹질이 시작되었다.
"이따위 노리개가 뭐야! 뭐냐고!!! 퇫!"
그렇게 한참을 주먹질을 하던 여상오는 그 노리개를 북북 찢고는 땅바닥에 내던지고는 발로 지근지근 다시 한번 밟고는 해고진에게 침을 한번 뱉은 후 그대로 그곳을 빠져나갔다.

독한 약 냄새가 코를 찌르는 약간 어둠침침한 곳에 위치한 침상에 붕대를 칭칭 감싼 해고진이 누워있었고 옆에는 한 소녀가 앉아있었다.
"아저씨 괜찮아?"
"..."
올해로 10살인 문주의 딸이 물었음에도 해고진은 아무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저씨 자?"
"..."
"나 이제 간다. 아저씨 잘 자."
소녀는 해고진이 아무대답이 없이 그냥 누워있자 결국 자리를 털고는 일어나 나갔다.
탁.
"... ..."
스르륵...
해고진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 아프다.
온 몸이...
그리고 분하다.
나에 나약함에...
분하다...
분해...
온 세상을 뒤엎고 싶을 정도로...
모든 세상의 인간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분하다...
...
..
.
.
.
쾅!

"하∼ 해고진?"
"그렇다."
여상오의 놀랍다는 말투에 해고진은 아무 감정이 실리지 않은 딱딱한 어투로 답을 하였다.
"이야∼ 이 새끼 봐라. 내가 여기서 만날 줄이야."
"..."
상대가 해고진이라는 것을 알자 여상오는 손으로 검을 치우면서 말을 했고 해고진은 아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야∼ 파문당한 새끼야 여기서 뭐하냐?"
"..."
"하! 이제 내 말을 무시해? 너 많이 컸다?"
탁! 퍽!
여상오는 해고진을 툭툭 건드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알잖아. 나 여상오야. 너가 방금 그 주둥아리로 말한 여 . 상 . 오. 너가 일검이면 아니 일검이었으면 다냐? 십새끼야 내가 아무리 요즘에 좀 놀았어도 너 까짓 거는 장난거리야! 몰라!!!"
쉭!
캉!
쉬이익!!!
"헉!"
너무 자연스러웠다. 자신이 발검하는 순간 바로 앞에서 막아내면서 손목을 이용해서 자신의 손에서 검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무엇인가 번쩍임과 동시에 시간이 멈췄다.
7년 전에 그가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7년 전에 그가...

오행사(五行砂)
필살(必殺) 오의(奧義)
흑사(黑砂)
털썩!
때구르르르...
"꺄아아!!!"
여인은 자신의 눈을 가리고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 비명에 질렀다.
그것도 그냥 죽은 것이 아니라 검은색을 띄는 무언가에 온몸이 조각이 난 채로 죽었다는 것에 대해서...

터벅터벅...
해고진은 조각난 여상오의 시체를 뒤로하고 방금 튀겨져나간 검에 다가갔다.
십이병기(十二兵機) 십병기(十兵機) 적투유검(赤鬪酉劍)
"병신새끼..."
전혀 감정이 섞이지 않은 어투의 말이었다.
모든 무림인이 가지고 싶어하는 십이병기 중에 하나를 들고 있었으면서 그 것을 제대로 사용도 못했으니 그런 말을 듣는 것도 당연했다.
해고진은 그 검을 들어서 자신의 허리에 찼다.
"잘 사용해주마..."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해고진은 식당을 곧바로 빠져나왔다.
앞으로 바빠질 것이다.
거물급의 아들을 죽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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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있으면 모의고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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