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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진(海高眞) 3. 현상범

2004.06.01 13:23

이현욱 조회 수:265

서걱!
"커... 컥..."
털썩!
"헉헉헉..."
해고진은 숨을 헐떡거리면서 머리가 잘린 시체를 지켜보면서 나무에 기대 숨을 골랐다. 그러나 그것도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고 해고진은 물먹은 솜처럼 축 처지는 몸을 억지로 이끌고 재빠르게 산 속 숲 속을 뛰어 들어갔다.

"흠..."
약 30대 중반정도의 반듯한 이목구비에 산뜻해 보이는 청의를 입고 허리에 3척 정도의 화려한 검을 든 남자는 얼마 전에 목이 잘린 듯 보이는 시체를 굽히고는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소림의 촉망받는 기대주 뇌룡지검(雷龍智劍) 장석용이었다.
계속해서 시체를 살펴보고 있던 장석용의 등뒤로 3개의 신형이 나타났다.
"장대협! 여기 계셨습니까?"
그 중의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포권지례를 하면서 인사를 했다. 그는 약 30대 초반정도의 외모로 패기 있어 보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적의에 새겨져 있는 수를 보면 그가 화산파의 제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아하니 화산파 사람들인 것 같은데 누구요?"
장석용의 물음에 적의의 남자가 포권지례를 풀고 뒤를 가르키면서 했다.
"저는 화산파 매화검수(梅花劍秀) 이수현라고 하고 이쪽은 홍성제, 지유미라고 합니다."
"홍성제라고 합니다. 초출이기 때문에 아직 명호는 없습니다."
"전 지유미에요. 저도 초출이라서 아직 명호가 없어요"
홍성제와 지유미도 적의를 입고있었는데 남자인 홍성제는 인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무슨 일이 있어도 규칙만을 절대로 어기지 않을 것만 같은 사람이었고 그에 비해 지유미는 허리까지 오는 검은색 생머리를 하나로 묵어서 느려 뜨려 놓았는데 어느 정도 털털해 보이는 듯 했고 둘 다 주안술을 익혔는지 몸에서 뿜어지는 정기에 비해 젊어 보여서 약 20대 초반정도로 보였다.
"다른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네, 절절파에서 이검(二劍) 채영재, 삼검(三劍) 윤호열, 이렇게 두 명이 왔습니다. 아무리 파문제자라고 해도 그냥 묵과하기에는 정절파 문주도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끄덕끄덕
장석용은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서 사색에 잠겼다.
"와∼ 이 사람 우리가 죽여야 할 사람이지만 실력은 정말로 뛰어난가 봐요?"
어느새 지유미는 시체에 거의 얼굴을 파묻듯이 가까이 해보고는 감탄을 터트렸다.
"상대는 내공을 쓸 수 없다고는 하지만 정절파 칠검지인 중에 일검이었으니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지소저."
"네∼"
장석용의 말에 지유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크..."
한편 해고진은 숲 속 한가운데에서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다.
여기에서 이렇게 편안하게 앉아 쉬고 있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아무리 무식한 삼류무사라도 방금 있었던 접전으로 생긴 시체를 보면 자신이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빨리 지금도 어디론가 최대한 멀리 도망가야 했다.
털썩!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하는데 다리가 풀려서 일어서지도 못하다니 최악이다.
이제는 추격을 뿌리치느라고 2주 동안 재대로 무엇이든지 먹고 쉬지를 못해서 거의 체력적인 한계에 다다랐다.
현상범 사냥꾼들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 대가로 이런 일을 겪고 있는 것인 지도 모른다.
금화 5냥...
아마 지금 있는 현상범들의 현상금 중에서 이보다 높은 금액은 거의 없을 것이다.
평소에 나답지 않았다.
그래도 중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표국인데 그런 표국의 표주 아들을 죽이면 어떻게 될지 생각도 안하고 그냥 죽인 것이 실수였다. 그리고 죽였으면 그 곳에 있던 모든 목격자를 죽여야만 했다. 최소한 그 안에 있던 여자라도 죽여야만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도 치명적인 실수였다. 아마 그 여자를 통해서 자신의 신원을 거의 정확하게 알아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실수는 현상범 사냥꾼들의 과소평가였다.
설마하니 자신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정파인들이 무시하는 현상범 사냥꾼 중에서 절정고수가 있을 리라고는 예상도 못했다.
결국 그 덕에 오른쪽 허리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말이다.
졸리다...
출혈이 너무 심했다.
지혈이 될만하면 주위에서 또다시 자신을 노리면서 공격을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상처를 관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아직도 허리에서는 피가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상범 사냥꾼들이 자신을 사로잡으면 상금을 두 배로 준다는 말에 되도록 사로잡으려고 한 덕에 자신이 상대를 죽이기 더 수월했다. 뭐 그 덕에 죽인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그와 인맥이 닿아있던 다른 현상범 사냥꾼들이 자신이 잡으려고 했던 현상범은 놔두고 오히려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것과 자신의 악명(?)에 이름 좀 알리고 싶어하는 초짜 무림인들이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양쪽 모두 실력이 영 뛰어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이제는 아닐 것이다. 이제 슬슬 천벌(天罰)이 시작될 때가 됐군...

천벌(天罰)
천벌이란 말 그대로 천가지 벌이라는 무식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뒤에 한문을 달아서 잘 알 듯이 그 뜻은 하늘이 내린 벌이라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700년 전에 무림에 최초로 '현경' 또는 '탈마'라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 나타났다.
정파에서는 일차적으로 인간이 심신수련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화경'이라 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현경' 마지막으로는 '생사경'이라 하여 생사경에 오르는 사람은 신선으로 된다고 추정된다. 추정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런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지금까지 단 한 명 없었기 때문이다.
사파에서도 이러한 경지가 있는데 화경과 비슷한 경지를 '극마', 현경이란 경지는 '탈마'라 했고 그 다음의 경지는 없다.
지금도 정파에 화경이 5명, 사파에 4명이 있을 정도로 정파, 사파 모두 화경과 극마에 도달한 사람은 많았지만 현경과 탈마에 도달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런 경지에 오른 사람이 왜 '현경', '탈마' 둘 중의 하나만 쓰는 것이 아니라 둘 중에 하나라고 말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그 사람의 출신 문파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는 어떠한 독도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이 현경과 탈마의 특징인데 이 사람의 행동은 도저히 정파인인지 사파인인지 구분이 안 가서 아직까지 정파, 사파가 이것을 가지고 서로 다투고 있다.
아무튼 그런 경지에 오른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자신이 그 동안 연구했던 무공을 시험해본다고 하면서 강호를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그로 인해서 정파와 사파 모두가 단합해서 간신히 그를 막을 수 있었다. 사실 막은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그가 이 정도면 됐다면서 사라져서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 물러났다고는 했지만 대가는 엄청났다. 정파의 경우 당시 거대문파였던 많은 문파들이 완전히 소멸되거나 대가 끊겨서 이름 없는 시골문파로 전락해버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주로 전자의 경우가 대다수였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중에 소림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문파들은 전대의 문파에서 갈라져 나오거나 산 속에 묻혀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나타난 은둔자들이 세운 문파였다. 그리고 사파는 약 300년 전에 일어났던 마교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그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어서 거의 소멸을 한 전 문파를 대신하여 사파를 이끌어나갔다.
아무튼 구파일방 그리고 오대세가는 전대의 문파들의 절차를 밟지 않기 위해서 무림에 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모든 문파가 단합을 하여 그 것을 없애기로 연합을 만들었고 그것으로 생겨난 것이 무림맹이다.
사실 무림맹은 평상시에는 그렇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지만 비상시에는 정파의 모든 문파를 통솔할 수 있기 때문에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문주를 제외한 모든 문파의 문주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기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의 문주들을 제외시키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림맹의 맹주자리를 항시 힘있는 자들만이 차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파는 하나의 문파로 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고 또 맹주자리를 놓고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무림맹의 맹주는 보통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문파 중에서 신망이 높은 사람을 맹주로 추대하고 맹주직은 종신직으로 되어있었다.
사파에도 흑천맹이라 해서 맹이 있기는 하지만 마교에서 항상 맹주직에 위치해서 흑천맹과 마교는 거의 동일시되고 있다.

털썩!
"젠장..."
아무런 저항 없이 해고진은 옆으로 쓰러져 버렸다. 그 동안의 피 말리는 추격전으로 인해 그의 몸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지금까지 그를 지탱해주던 정신력도 이제 더 이상 그를 지탱시켜 주지 못하고 그를 잠의 세계로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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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게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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