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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정동교향조곡非我情動交響組―센티멘탈심포닉스위트 : 나비세상蝴蝶現世·前】
 ─서곡序曲―오버추어, 처음으로 마주치다序頭奇緣

 


 또각, 또각.
 구칙적인 운율로 귓가에 울려 퍼지는 발자국 소리.

 

 그 소리에 이끌려…, 드물게도 자신에게 질문한다.
 ─너, 잘해나갈 수 있는 거야? 하고. 그런 질문은 무의미한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가치도, 뜻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괜찮아, 시라. 넌 잘할 수 있어, 잘할 수 있다고."
 앵무새마냥 읆조리며, 양손으로 뺨을 살짝 두드린다. 작게 고동치는 건, 누구의 두근거림일까?

 


 또각, 또각, 또각.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계속해서 귓속으로 파고드는 발자국 소리.

 

 머지않은 미래에, 색다른 감정에게 도달하기 때문일까… 케이스를 쥐고 있는 오른손에 더욱 힘을 준다.

 

 난생 처음 받은, 소중한 선물이 들어있는 케이스.
 류트Lute의 선물.

 

 류트와의 아침을 기억력의 한계 내에 재생再生하고,
 류트와의 추억을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에 투사投射하고,
 류트와의 대화를 목구멍으로 들락대는 숨결에 기록記錄한다.

 

 ──그러자, 마음이 가벼워진다.
 좋아, 류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운 백배야.

 


 또각, 또각, 또─.
 변칙적인 리듬과 함께 소박한 발소리는 깨진다.

 

 고개를 살짝 올려 문패를 확인한다.
 "…여기, 구나."

 

 가독성이 좋고, 시원스런 필체로 '3-1'이라고 쓰여 있는 명패. 이 앞엔 과연, 어떤 '인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끼──────이익.

 

 복도가 조용하던 까닭일까? 유난히 큰 소음과 함께 교실의 문이 열린다. 약간이라도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던 교실 내부는, 복도와 마찬가지로 고요함이 감돈다.

 

 "……으으, 너무 빨리 왔나──."
 아무도 없으니, 조용한 것은 당연지사. 마음만 너무 앞선 건가… 교탁을 향해 나아간다.

 


 또각─, 또각─.
 전고前古의 진동이 교실 내부에 울린다.
 공기를 통해 만연蔓衍하는 동요가, 가슴속에 메아리친다.

 

 교탁, 교탁이라──아. 류트에게 배운 걸, 정확히 복습해보자. 선생님이란 이것―교탁 뒤에 서있는 존재고, 내 키보다 더 큰 탁자 하나의 힘이 대단하다고 했던가. …하지만, 뭐랄까, 교탁이라는 것─ 약간은 곤란할지도 모르겠네. 세계유랑정서世界流浪情緖―스프레드시퀀스센세이션, 란 휩쓸리기 좋아하는 것들이라, 마음이 집중되는 곳으로 몰려와버리니깐. 조금 난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뭐, 좋아. 그런 건 둘째로 치자. 일단 기다리다보면 누군가 오겠지….

 

 창가로 향한다. 어쩐지 모두를 차분해지게 만들 것만 같은 청량한 날씨. 따스한 햇살이… 흡사 공원에서 만났던 '햇발溫和'를 떠올리게 한다. 의외였는데… 그렇게 맑은 감정. 식물은 역시, 인간 못지않은 감정수용체感情受容體다. 천천히 책상의자를 뒤로 빼고 살포시 주저앉는다.

 

 도화도를 비추는 햇살을 생각하며 두 다리를 앞뒤로 흔들어 박자를 맞춰본다.

 창안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너무나 따사롭다……,

 

 

 

 

그 · 순 · 간 · 이 · 야 · 말 · 로──────,

──3학년 1반의 서막을 알리는 서곡序曲―오버추어, 이 들렸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찾았다아!"
 '무언가'의 외침과 함께 '뻥'―문을 여는 소리 치곤 이상하지만―이라는 음파가 공기를 투과하며 다가온다.

 

 "……설마 초등학교 3학년 1반…."
 낭패감이 서려있는 음색은 일광곡을 뚫지 못하고 생각에서 밀려난다. 반음을 높인 채로, 모든 음계로 빛나는 가락은─ 근심걱정을 놓아버린 어린아이마냥 상쾌하게 뛰어간다.

 

 "그러나저러나─, 정말 인형같이 생긴 아이네."
 햇빛을 닮은 선율에서 쏟아져 나오는 따스함에,
 노곤노곤하게 물들어가는 몸과 마음.

 

 "흐음~ 흐음~. 누가 입학식 날 딸이라도 데려 왔으려나아?"
 이미 다른 잡음이 끼어들 틈은 없다.

 

 "아가야, 아가야. 자, 사탕이다!"
 화창한 음률은 천천히 여물어간다.
 점차 조용하고, 끝내 얌전하게─ 에…, 에에────?

 

 누군가 있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시선을 돌린다.

 

 책상 위로 걸어오는 건……, 카드로 구성된… 인형? 인형일까? 이게 도대체 뭐지?
 …사실 나는 여기 숨어있었어, 그렇게 말하듯이 일어난 호기심이 카드를 향해 손을 뻗게 한다.

 

 그중 한 녀석을 잡았을 때, 시야로 이상하고 길쭉한 모자―그것은 흡사, 마술사의 모자를 닮았다―를 쓴 토끼의 얼굴이 나타난다.

 

 "내 이름은 해티 캐롤. 넌 이름이 뭐니?"
 신선한 것에 대한 관심이 분출하는 소리가 들린다. 토끼가 말을 하네. 과연 이곳은 이상한 학교다. 기다린 것은 '인간'인데, 나타난 것은 '백묘白卯'. 바둥거리는 카드를 건드리며 대구한다.

 

 "슈리에…, 슈리에 헤브라이카 비올 슈투트가르텐시아."
 "흐음~ 흐음~. 슈리에 헤……에에 라고? 흐음~ 흐음.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기다랗고, 가느다랗고, 특이하고…. 으그그그, 어디에서였더라…?"
 뭔가가 머릿속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모자를 만지작거리다가, 우물쭈물 대답하는 토끼. 마술사에게서 새어나오는 세계유랑정서世界流浪情緖―스프레드시퀀스센세이션, 는 엄청나게 어지럽다. …음, 자세히 보니, 인간처러 보이기도 한다. 토끼가 아니었던 건가…? 다시금 부상하는 호기심이 의문을 제기한다. 설마, 우리 반 학생일까──? 그렇다면, 인간? 만약, 만약에 진짜로 사람이라면… 그것도 3학년 1반의 학생이라면… 토끼라고 생각했던 것은 대단한 실례다. 오늘부터 선생님으로써 위엄을 보여야지.

 

 "저기… 혹시 3학년 1반 학생?"
 토끼머리를 한 소녀는 여전히 몽롱한 표정으로 생각에 열중하고 있는 듯하다. 전체적인 외양을 살핀다. '교복'을 입고 있다. 아아, 교복…. 정말 학생이구나……. 특이한 모자에 교복이라니… 꽤나 조화되지 못한 모습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울리기도 한다.

 

 어쩔 수 없지….
 평소보다 높은 톤으로 목을 진동시키면서, 소녀에게 손을 내민다.

 

 "다시 소개할게…. 이곳의 담임이자 음악교사인 슈리에 헤브라이카 비올 슈투트가르텐시아라고 해. 이 이름─ 좋아하긴 하지만, 너무 기──────────니깐, 그냥 시라라고 불러줘."
 그래봤자 연약한 소리지만. 그래도 마술사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충분했나보다.
 소녀는 내게 대답을 한다.

 

 "흐음~ 흐음~. ………에엑?! 네가 아니, 아니, 당신이 담임──?"
 과장된 리액션으로 놀라는 토… 아니, 마술사. 그리고 당혹스러움에서 변환되는 음향.

 

 공황상태에 빠진 소녀를 향해, 빙그레 웃어 보인 것 같다.
 스스로가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하는 동안, 약간의 기대가 다가온다.

 

 

이번에는…,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
 나비중학교 3학년 1반 학생 중, '백토끼' 해티 캐롤과의 연계 SS.

 해티 학부모(플레이어)가 먼저 달린 SS를 시라 시점으로 풀어쓴 것이긴 한데, 그냥 봐도 무방.

 

 어차피 그쪽 이야기는 사바넷에선 보기도 힘드니깐.

 

 뭐, 이런 것.



 P.S : 참고사항이라면 참고사항인데─ '시라' 시점의 글들은 모든 문장이 현재진행(정말?)이고, '류트' 시점의 글들은 모든 문장이 현재완료(진짜?)임.
 가끔 아닌 게 나오기도 하는데─ (사실 현재진행인지 현재완료인지 과거완료인지─ 뭐, 그런 것 잘 알지도 못함. [먼산]) 그건 좀 중요한 것들. 근데 쓰다보니깐 정신ㅇ벗어서 막 쓰고 넘어간 것도 있을 지 모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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