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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게이지는 이미 붉은색이다. 콕핏 안은 이미 붉은색 경고등이 켜진 상태. 이 상태라면 앞으로 두 번? 어쩌면 한 번일지도 모르지. 아니, 그 전에 기동 가능한 시간 자체가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것 같다. 잘해야 3분이나 버틸 수 있을까? 기동 시간을 나타내는 게이지 역시 거의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 아무리 너그럽게 보아줘도 좋은 상황이라고는 말 못할 상태다.

 적의 상태도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낙관할 수 있는 상태인 것도 아니다. 피차일반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 쪽의 탄환이 진즉에 다 떨어졌다는 것이랄까? 마지막 발악조차 하지 못하고 피탄당해 죽어버릴 일은 없는 것이다.

 라고 위로를 해 보고는 싶지만.... 뭐, 따지고 보면 탄환이 다 떨어진 것은 이 쪽도 마찬가지지.

 허리쪽에 달려 있던 단분자 커터를 꺼내든다. 저쪽은 빔샤벨이다. 둘 다 기본 무장이기는 하지만 통상적인 기체 파워 자체는 저 쪽이 월등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역시 좋지 않다. 기동성을 극대화 시킨 빌리아를 택한 것은 분명 자신이긴 하지만 이럴 때는 확실히 아쉬운 것이 사실이었다.

 한숨 돌린 것일까? 적이 달리기 시작한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색 도장을 한 중장갑의 기체가 달려오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땅을 울리며 말 그대로 뛰어오고 있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들리는 쿵쿵 거리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여과없이 전해진다.

 검은색 줄무늬를 그려넣었던 상대쪽의 외부 장갑은 이미 부서진지 오래지만 그래도 저 기체의 방어력은 빌리아의 그 것을 상회하고도 남는다. 통상 저 정도의 속도라면 빌리아의 가변 시스템을 이용할 것도 없이 슬러스터의 추진력 만으로도 피해낼 수 있겠지만 슬러스터는 이미 과다한 사용으로 인해 그 수명을 다한지 오래. 추가 포인트를 전부 기동력과 자세 제어 보정에 쏟아부은 대가는 지독할 정도로 약한 공격력과 방어력, 기동 시간이었다.

 아아, 이거 정말. 핀치잖아. 그렇다고 새로 시작하려니 또 아깝고.

 눈 앞까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기기를 조작한다.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금물 당황하는 것 역시 금지. 6개의 페달을 순차적으로 밟는다. 스틱을 조작하는 것과 동시에 빌리아의 몸이 옆으로 풀쩍 뛰어오른다. 구르는 것 처럼 착지. 콕핏이 360도로 회전하는 것과 동시에 땅에 떨어지는 진동이 전해졌지만 그 느낌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었다.

 자세를 채 바로 잡기도 전에 땅을 박차며 적기를 향해 달려든다. 흔들리는 빌리아의 몸이 금세 균형을 잡으며 무기를 든 오른손을 크게 뒤로 당긴다. 빔샤벨을 휘두르느라 비어있는 오른쪽 옆구리를 향해 단분자 커터를 휘두른다. 맹렬하게 회전하며 굉음을 내는 단분자 커터가 먹이를 향해 혀를 날름거린다.

 "먹어라!"

 적의 장갑 역시 많이 약해져 있다. 그렇다면 이 일격이 정통으로 먹힐 경우 커다란 데미지를, 잘하면 단 번에 적기를 파괴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 짧은 기대와 함께 기도하는 심정으로 소리쳐 봤지만...

 - 츠가가각!

 적기는 이미 그 공격을 예상하고 있던 것 같다. 오른쪽 겨드랑이 부분으로 왼손을 집어넣어 날아드는 단분자 커터를 잡는다. 손에 잡힌 단분자 커터가 회전하며 쇠를 긁어대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적기의 손가락을 순식간에 날려버렸지만 그 뿐이었다. 아무리 화려한 불꽃이 피어 올라도 실제로는 데미지를 못 입힌 것과 마찬가지.

 그리고 그 틈을 타 적기는 그대로 빔샤벨로 빌리아의 가슴 부분을 횡으로 베어버린다. 정확하게 콕핏이 있는 부분. 눈 앞으로 선홍빛의 빔샤벨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칫."

 혀를 찬다. 적기의 빔샤벨에 격중당하는 것과 동시에 모니터가 새하얗게 타오른다. 새빨갛게 물들어 있던 조종석 내부가 그대로 퓨즈가 나가듯 어두운 검은 색으로 변한다. 계기판이 전원이 나가버리는 것 처럼 모든 작동을 멈추고 침묵해 버린다.

 그 것으로 끝이었다.

 - 콰아앙!






- You Lose -

 붉은색 화면에 선명하게 떠오른 메세지. 잠시 그 메세지를 바라보다가 결국은 한숨을 내쉰다. 안전 벨트를 풀어버린 뒤 리더에서 뱉어낸 ID 카드를 빼낸다.

 조종석의 문을 열고 나가자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못해도 10명 이상. 더 이상 기다리게 하는 것은 실례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계단을 내려간다. 기다렸다는 듯이 조종석을 향해 올라가는 한 사람. 잠시 아쉬운 듯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옮긴다.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와 닿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이미 익숙한 일. 신경쓰지 않고 밖으로 나가며 지갑을 열어본다. 어느새  지갑 안에는 천원짜리 지폐만이 몇 장 정도 남아있을 뿐이었다. 새어나오는 것은 한숨. 용돈을 받은지 일주일도 안되어 이모양이면 이번달 역시 배고프게 지내야겠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재미있는걸. 그렇게 스스로에게 변명하듯 되뇌이며 아젠은 게임센터의 문을 나선다. 어둑한 게임센터의 내부에 익숙해진 것 때문인지 눈이 부셨다.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돌린다. 역시 아쉬운 것인지 다시 한 번 게임 센터의 문을 바라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걸. 돈이 없으니까. 어깨를 으쓱한 뒤 길거리를 걷는다.

- Endless Dream - 끝나지 않는 꿈
 
 아젠을 위시한 수 많은 사람들을 푹 빠지게 만든 메카닉 대전 게임의 이름이었다. 단순한 게임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열광시키지 않겠지. 이 게임의 장점이라면 말 그대로 '실감나는' 게임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메카닉의 콕핏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전용 게임기는 360 전방위로 회전하며 모든 진동을 그대로 전해준다. 기본적인 기체의 움직임에만 4개의 디스크, 6개의 스틱, 8개의 페달을 사용하는 말도 안되는 난해한 조작성은 초기에는 상당히 욕을 먹은 조작법이었지만 그 것이 오히려 매니아들의 하트에 직격해 상당수의 팬 층을 확보한 상태였다.

 거기에 ID 카드를 이용한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누적되는 포인트로 기체의 개조나 새로운 기체의 구입 등이 가능하다는 것도 또한 사람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기체의 종류만 해도 일이십 정도가 아니었다. 여러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기체들이 대부분 등록되어있는 '라이센스' 카테고리와 게임 제작사 '오리지널'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기체의 수는 이미 세자리수가 넘으며 앞으로도 더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거기에 기체마다 설정에 맞추어 세밀하게 분류된 스테이터스와 성능에 따른 가격비 등은 상당히 뛰어난 밸런스를 지니고 있다고 평해지는 게임이었다.

  아젠이 사용하고 있는 기체는 오리지널 카테고리의 기본 기체로 제공되는 기체 중 하나인 빌리아. 기본 기체중에서는 유일하게 비행형으로 변형이 가능하며 상당한 기동성을 지닌 기체였다. 그 외의 능력치가 형편없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고급 기체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아젠의 전적은 7승 58패, 아니, 오늘 1패 추가해서 59패. 누적 포인트로는 노멀 그레이드인 빌리아보다 조금 나은, 그래봤자 같은 노멀 그레이드의 기체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차라리 그렇다면 빌리아를 개조하고 말지! 라는 것이 아젠의 생각. 적어도 마스터 그레이드 정도가 아니면 구입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뭐, 결국 문제는 돈이었지만.

  그 엄청난 스케일의 게임 답게 게임비 역시 상당한 편이었다. 게임 센터에 있는 통상의 게임들의 10배 가격... 저 정도 수준의 게임을 하는데 이 정도면 싼 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지만, 아젠 같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학생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인 것이다.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옮긴다. 정말이지 하늘에서 레전드 그레이드 기체가 들어있는 ID 카드 한장 정도 안 떨어지나? 하는 생각을 해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어버린다.

 아젠. ED에 푹 빠져버린 평범한 여학생의 주말은 오늘도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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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도 우려먹는 모 씨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외전, 끝나지 않는 꿈 입니다. 우후후.

그리 긴 이야기는 아니지 싶군요.

어쨌든 노력해 보겠습니다.

덧붙여 기체 랭크는  노멀NG - 하이HG - 베테랑VG - 익스퍼트EG - 마스터MG - 그랜드 마스터GG - 레전드LG 로 구분중입니다.

프흐흐... 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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