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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미얄 팬픽] 담소

2008.07.10 02:49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447

지난 1월에 썼던 괴작...

19금 주의

....

뭐 있나...

거의 6개월만에 공개...












































 “그렇다면 내기를 해보지 않겠나, 노예?”

 미얄이 조소를 머금으며 말해왔다.

 “지금부터 우리는 그 방에 돌아갈 것이다. 만일 문을 열었을 때 두 사람이 그저 오붓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베드신을 찍고 있다면, 나도 너와 오붓하게 담소를 나누고 베드신을 찍어주겠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만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이 내 가정과 들어맞는다면, 그때는.”

 그때는.

 “나는 나서지 않겠다. 네가 온힘을 다해 그 아가씨를 막아라.”

 막을 수 있을 리 없다. 나 같은 것이 비밀조직의 요원인 누님을 막을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좋아.”

 고개를 끄덕였다.

 “체결되었군.”

 미얄은 웃으며 손가락을 한 차례 튕겼다. 그러자 꿈으로 가득 차 있던 세상이 녹아내리고 다시금 현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윽고 우리가 서있는 곳은,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탑의 복도였다. 저만치에 갈색 문 하나가 덩그러니 보이고 있었다.

“가자. 운명을 두드리러.”

 그렇게 말하며 미얄이 앞장을 섰다. 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 그 뒤를 따랐다.

 그럴 리가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닌 누님이 그럴 리가 없다.

 “누님일 리 없어.”

 나는 손잡이를 잡았다.

 돌리기 전에 한 번 미얄의 얼굴을 살펴봤다.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나는 손잡이를 돌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어라? 민오씨. 이제야 오는건가요?”


 언제나처럼 밝은 미소로 날 맞아주는 누님과,


 “왔나? 그럼 좀 도와라.”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듯, 방 안을 조사하는 허수가 있었다.

 “이건…….”

 미얄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 미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다.

 하지만 그 제멋대로인 여중생의 얼굴이 구겨지는 것을 보았다는 즐거움보다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 우선이었다.

 “그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 말에 누님이 고개를 갸웃하며 무언가 물어보려 하는 것 같았지만 손짓으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린다.

 미얄은 잠시 허수와 초록 누님의 모습을 번갈아 살펴보다가 칫 하고 혀를 찼다.

 그 모습이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여,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럼 미얄, 어떻게 할거야?”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한숨을 쉬고 있는 미얄에게 묻는다.

 “뭘 말인가, 노예?”

 미얄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 예상이 틀렸으니, 다른 답을 찾아봐야지.”

 미얄의 말에 그렇게 답한다. 미얄은 잠시 말을 잇지 않고 있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오겠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묘하게 투덜대며 미얄은 등을 돌렸다. 새하얀 트렌치코트가 가볍게 흔들리고, 그렇게 미얄은 갈색 문 밖으로 사라져갔다.

 “저기, 민오씨? 무슨 이야기 인가요?”

 미얄이 나간 문을 잠시 바라보던 초록 누님은 목소리를 낮추어 내게 물었다. 마치 미얄이 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 듣기야 하겠군. 이 정체불명의 스톱워치를 내가 지니고 있는 한.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가 초록 누님의 물음에 답한다.

 “아니에요. 단지 이 탑의 비밀에 대한 미얄의 추리가 틀렸다는 말을 한 거에요.”

 “어머? 그래요? 어떤 말이었는데요?”

 미얄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 묘하게 즐거움을 전해준 것일까? 어쩐지 누님의 목소리가 들떠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에, 그러니까……, 그…….”

 이 떨림이,

 “이 곳에서 일어나는 문제,”

 이 알 수 없는 위화감이,

 “그 안에 그……, 누님이 있다는…….”

 단지 누님에게 이런 말을 전하느라 생겨버렸다는 착각을 하게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어머? 그건 혹시,”

 내 말에 누님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간다.

 “제가 이 천국을 지키기 위해,”

 누님의 시선이 돌아간다.

 “허수 차장을,”

 그 시선의 끝에 있는 것은,

 “해치기라도 한다는 건가요?”

 눈앞에 떠오른 녹색의 광구는,

 “위험해요! 허수씨!”

 

 


 “크윽……. 과, 과장님. 어째서…….”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무릎을 굽힌 채 겨우 버티고 있는 허수를 향해 달려간다.

 다행히 급소는 피한 것 같았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는지 몸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누님! 어째서?”

 허수의 상태를 살펴보며 외치듯이 묻는다.

 하지만 답을 기다린 것은 아니었다.

 이미 답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 했으니, 미얄이 오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요?”

 초록 누님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랬다.

 미얄은 틀리지 않은 것이다.

 “대, 대체, 어째서…….”

 하지만 나와는 달리 허수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했다.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초록 누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초록 누님은 그런 허수씨를,

 “아직도, 모르겠나요? 차장?”

 비웃듯이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그 초록색의 광구를 쏘아냈다.

 일렁이는 녹색의 치마에서 솟아나온 광구는 모두 세 개.

 그 것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허수를 향해 쏘아졌다.

 “…… 잇!”

 하지만 이번에는 허수도 가만히 당하지만은 않았다.

 내 몸을 그대로 밀쳐내는가 싶더니 몸을 비틀어 녹색의 광구를 피하고, 어느샌가 야전삽을 꺼내들어 누님과 대치한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과장님!”

 대치는 하고 있다지만 허수에게 공격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현재 상황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이겠지.

 하지만 지금의 누님에게 그런 허수의 상황을 봐줄 생각 따위는 없겠지.

 그 것은 굳이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정말로, 모르는 건가요? 허수 차장?”

 누님은 한심하다는 듯이 허수를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당신이 지금 나의 천국을 부수려 하잖아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허수는 아직 알 수 없겠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과장님.”

 그렇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렇게 되묻는 것 밖에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허수는 긴장을 풀지 않은 채 물었고, 그런 허수에게 초록 누님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네요. 바보 같은 사람.”

 “과장님.”

 “하지만, 곧 알게 될 거에요. 그러니까…….”

 허수의 말을 무시하며 손을 내민다.

 하지만 허수는 그 손을 힐끔 바라 보았을 뿐, 여전히 누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초록 누님.”

 옆에서 누님을 부른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미얄의 말대로라면, 이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지.

 그렇지만, 혹시나 하는 심정에 말을 건네본다.

 “여긴 천국이 아니에요. 천국은 따로 있잖아요.”

 내 말에 누님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진다.

 “민오씨도 차암~ 여기가 천국이 아니면 대체 어디가 천국이라는 거죠?”

 누님은 그렇게 말하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대답을 종용하는 눈빛. 그 말에 다시 한 번 우리들의 천국을 떠올린다.

 비록 작지만,

 특출난 곳 하나 없는 곳이지만,

 가끔 보일러가 고장나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그 곳은 틀림없는,

 “어머?”

 하지만, 누님은 그런 내 말에…….

 “아직도 그런 지옥 같은 곳에 미련이 있는 건가요?”

 그런 말을 되돌려 주었다.

 지옥.

 그 말이 신호였다. 나는 겨우 깨달았다.

 “누님.”

 소리 내어 불러봤지만, 누님은 답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녀는 누님이 아니다.

 “과장님.”

 허수가 그렇게 불렀지만, 과장님은 답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녀는 과장님이 아니다.

 크게 한숨을 쉰다.

 모든 것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렘리나.”

 나는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당신을 쓰러트리겠어요. 쓰러트려서 나의 누님을, 허수씨의 과장님을 되찾겠어요!”

 

 

 

 “쓰러트리겠다고?”

 놀란 목소리로 되물어온 것은 허수였다.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저기에 있는 것은 누님이 아니에요. 그저 엉터리 같은 천국에 홀린 그렘리나일 뿐이라고요. 그녀를 쓰러트리겠어요.”

 “네게는 무리다. 훈련도 받지 않은 민간인이 추천사의 간부요원과 대적할 수는 없다.”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고개를 돌린다.

 미얄은 없었다.

 아마 도청기로 다 듣고 있겠지만, 이전에 했던 약속대로 미얄은 오지 않겠지.

 즉, 지금 이 일은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미얄과 그런 약속을 했었나?”

 허수가 묻는다. 그런 허수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얄뿐만이 아니에요. 허수 씨와도 약속했잖아요? 반드시 누님을 구출하겠다고.”

 허수는 신음을 냈다. 고통 때문에 낸 것만은 아닌 듯 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지만 곧 평소의 냉정한 빛으로 돌아와 나를 직시했다.

 “알겠다. 그렇다면 나도 돕겠다.”

 

 

 

 
 좁은 자취방 안에 들어오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몸을 겨우 눕힐 수 있었다.

 정말로, 천국 같은 느낌이었다.

 “천국인가…….”

 가볍게 중얼거리며 오늘 있던 일을 되새겨본다.

 아망파츠, 그 한 남자의 꿈이 만들어낸 희대의 발명품.

 그리고 그에 홀려…….

 “칫.”

 가볍게 혀를 차며 몸을 일으켰다.

 어쩐지 기분이 나빠진 것을 느끼며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어 들이킨다.

 머리가 아파올 때까지 차가운 물을 목 안으로 넘긴다.

 “누님…….”

 허수의 부축을 받으며 멀어져가던 초록 누님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마지막에, 날 보고 입을 달싹거리던 누님의 모습도 이어 떠오른다.

 누님은 과연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모르겠다.”

 답이 나오지 않는 물음을 뒤로 한 채 그대로 다시 자리에 누워버린다. 정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이대로 자 버리고 싶…….

 “아차!”

 재빨리 몸을 일으킨다.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 했군.

 자리에서 일어나 미얄에게 받아온 주사기를 꺼내어 든다. 한 대에 일억 짜리 주사액, 통칭 언드림 이라고 불리는 꿈을 죽이는 약. 그리고 날 미얄의 노예로 만들어버린 바로 그 것.

 그러고보니 슬슬 지난번에 주사했던 약효가 떨어질 때가 되었지.

 팔을 걷어 올리고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주사를 놓는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팔에 주사 바늘을 찔러 넣는 것은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후아.”

 이것으로 완료. 주사바늘을 정리한 뒤 잠시 지혈을 하다가 그대로 누워버린다.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미얄도, 초록누님도, 허수도, 아망파츠도.

 그저 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잠들고 싶을 뿐이었다.

 그만큼 머릿속이 복잡했다.

 

 

 

 
 등이 아름다운 소녀였다.

 다른 어떤 신체부위보다, 등의 아름다움은 각별하다. 목덜미에서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아찔한 곡선은 장인의 손으로 빚어진 도자기를 연상케 한다. 그것은 아무리 옷이나 머리카락으로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매우 낯익은, 그리고 낯익고 싶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무한한 어둠이 시야에 드리워져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 그 소녀는,

 등이 아름다운 소녀였다.

 ‘거짓말…….’

 나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소리는 소녀한테, 그리고 꿈 안의 나한테는 닿지 않았다. 그 사이에도 꿈은 멋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등을 보고 있었다.

 눈길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수정체에 림프액 대신 접착제라도 들어있는지, 나의 시선은 오로지 그녀만을, 그녀의 등만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그녀의 등을 향해 다가갔다.

 필사적으로 자리에 멈추려고 했다. 하지만, 발걸음은 내 의지를 따르지 않았다. 굶주린 짐승이 무방비한 사냥감을 노리는 것처럼, 나는 그녀에게 군침을 삼키며 다가갔다.

 그녀의 등이 호흡하고 있었다.

 ‘난 분명히…….’

 그때, 그녀가 뒤를 돌아보려 했다.

 이제부터 벌어지는 일이 얼마나 그릇된 일인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일직선으로 낙하하던 검은 머릿결이 파도처럼 부서졌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얼굴이, 내 쪽을 향해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만일 그녀가 돌아본다면, 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면, 내 안에 있던 추악한 욕망을 모조리 간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꿈을 꿀 리가 없는데…….’

 그녀의, 등을.

 ‘그릇됐다!’

 나는 안간힘을 다해 소리가 허락되지 않는 그 공간에 소리를 퍼트리려 했다. 하지만, 그 것은 헛수고였다. 내가 아무리 바란다 한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그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릇된 것은 이 꿈이 아니라, 나 자신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이번에도 그녀의 등에 다가가 그녀를…… 그녀의 등을…….

 “어리석기는.”

 그때였다.

 “그릇됐다고 생각하면.”

 마치, 꿈속의 꿈 같은 목소리였다.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

 무척이나 낯선, 동시에 그리운, 목소리였다.

 눈꺼풀이 깜박였다. 발걸음이 정지했다. 감각이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돌아보려던 그녀의 얼굴이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자유로워진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하얀 그림자 하나가 서 있었다.

 어깨너머까지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카락, 소복처럼 온몸을 감싸는 하얀 트렌치코트, 그리고 이 세상 사람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아름다운 얼굴.

 다시 한 번, 한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려던 날 막아낸 사람이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 보고 싶었던 나의 하얀 마님이 그 곳에 서 있었다.

 “미……얄.”

 “그래. 아직 치매에 걸리지는 않은 모양이군, 노예.”

 그렇게 말하며 미얄은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신의 꿈을 막아준 미얄에 대한 감사함보다 더 큰 궁금증은 잠시간의 유예도 두지 않은 채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어떻게 된 거야?”

 “무엇을 말인가?”

 내 질문에 미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되물었다.

 “이 꿈 말이야! 어떻게 된 거냐고!”

 그 말에 소리를 지르듯이 답한다. 멈추어 있는 꿈의 풍경을 가리키며 소리를 지른다. 미얄은 귀가 아픈 것처럼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가 입을 열었다.

 “아아, 그 것 말인가?”

 “그래, 바로 이 꿈. 분명히 언드림을 주사했다고! 그런데 왜?”

 왜 나는 다시 저 소녀의 등을…….

 “당연한 것 아닌가? 그 약이 가짜였던거다.”

 하지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튀어나왔다.

 “뭐?”

 “머리는 생각하는데 쓰는 거다.”

 백년을 고민해 봐도 네 생각은 알 수 없을거다!

 “여전히 시끄러운 노예군.”

 미얄은 가볍게 투덜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미얄은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중얼거리는 듯이 말했다.

 “별 것 아니다. 단지 담소를 좀 나누어 볼까 하고 말이지.”

 “담소라니?”

 뜬금없는 미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는다. 하지만 미얄은 그런 날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기억 못하는 것인가?”

 애시당초 그 이전에 네가 나와 담소를 나누려 할 리가 없잖냐.

 “아쉽군. 치매 보험이라도 들어놓았다면 좋았을 것을.”

 내 나이에 가입이 될 리가 없는 보험의 항목을 거론하며 미얄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미얄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 내 시선을 피하는 듯한 태도. 머리가 조금 식는 듯하자 문득 그런 미얄의 태도에 대한 의아함이 떠올랐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조금은 걱정이 되…….

 아니, 방금 전 것은 실언이었다. 걱정할 사람이 아무리 없어도 그렇지 저 흉흉한 여중생을 내가 걱정할 리가…….

 “대체 무슨 일이야?”

 머릿속에 맴도는 이상한 생각을 떨쳐내려는 듯이 묻는다. 미얄은 고개를 돌려 내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이거 참, 괜히 왔군. 기억도 못하는 것을.”

 하아?

 “하긴, 네 녀석의 모자 걸이로 밖에 쓸 수 없을 것 같은 머리로는 뜬금없는 소리겠지.”

 실례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미얄이었다..

 “정말 기억이 안 나는가? 노예?”

 “날 리가 없잖아.”

 애시당초 미얄이 나와 담소를 나눈다는 일 자체가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차라리 명령이라면 모르겠지만.

 “명령이라, 그것도 나름 괜찮기는 하군.”

 순간 미얄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불안하다. 이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 지금까지 미얄과 함께 해왔던 시간들이 내게 경고를 날려대고 있었다. 즉각 대피하라는 경고를.

 하지만, 이곳에서 내가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행여나 피한다고 해도 미얄이라면 분명히 쫓아올 것이었다.

 즉, 난 지금 이 곳에서…….

 “벗어라. 노예.”

 …… 뭐?

 “벗으라고 했다.”

 강압적으로 들리는 미얄의 한 마디 말. 분명히 잘못 들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기, 미얄?”

 “이해가 안 가는 것인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미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기세에 밀려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긴 했지만 미얄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좀 더 알기 쉽게 이야기 해 줘야 하는건가?”

 물러난다고 했지만 미얄과의 사이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미얄의 말, 그리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미얄의 얼굴.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네 옷을 벗으라고 한 것이다. 노예. 전라가 싫다면 바지만 내려도 상관은 없다만.”

 사악한 웃음과 함께 미얄의 고개가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간다. 굳이 그 시선을 따라가지 않아도 미얄이 보고 있는 것이 어디인지는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아, 아니…….”

 “역시 혼자서가 아니면 못하는 것인가?”

 미얄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아타셰케이스를 내려놓았다. 아니, 떨어트렸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퉁, 하는 소리와 함께 아타셰케이스가 미얄의 다리 옆으로 떨어졌다.

 “귀찮게 하는 노예로군.”

 그렇게 말하며 미얄은 손을 들어 내 허리띠에 손을 대었다. 짤깍 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자, 잠깐! 미얄! 지금 뭐하는 거야?”

 황급히 미얄의 손을 잡으며 그녀를 말린다. 하지만 미얄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내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 반항하는 것인가, 노예?”

 아니, 그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만.

 “걱정 마라. 자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

 듣기만 해도 살벌해지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것은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여중생이었다.

 “못 알아듣겠다면 네 연령대에 맞추어 명령하지. 만세.”

 이래뵈도 대학생이다! ……가 아니잖아! 지금은!

 “미, 미얄. 대체 왜 그러는거야?”

 갑작스러운 미얄의 태도에 말조차 더듬고 있었다. 미얄의 갑작스러운 말 한 마디만으로도 몸은 이미 반응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애써 숨겨보려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해보려 하지만  그런 내 심정 따위는 알 바 없다는 듯이 미얄은 손을 뻗는다.

 “그만 하라니까!”

 더 이상 미얄을 놓아두었다가는 큰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소리를 지른다. 재빨리 미얄의 손을 낚아채며 외쳤다.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이야! 갑자기 왜 그러는건데?”

 소리를 지르며 미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하지만 미얄은 전혀 주눅들지 않은 태도로 무덤덤하게 답했다.

 “약속을 지키려는거다.”

 뭐?

 “잊은건가?”

 미얄의 말에 기억을 더듬어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내가 미얄과 이런 약속을 한 기억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애시당초 상상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 것을 가지고 약속을 했을 리가…….

 “역시, 그 머리는 어깨 위가 허전해서 올려놓은 물건이었나 보군.”

 미얄의 말에 반박할 기분조차 들지 않았다. 당황 속에서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아보려 했지만 미얄은 저항할 힘조차 내지 못하는 내 팔을 밀쳐내며 다시 손을 바지에 가져갈 뿐이었다.

 “내기하지 않았나? 너와 담소를 나누고 베드신을 찍어주겠다고.”

 내……기?

 미얄의 말에 그제서야 이전에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탑에서 나누었던 대화. 분명히 그런 말이 들어있기는 했었지만 그 것은 분명히…….


 ‘지금부터 우리는 그 방에 돌아갈 것이다. 만일 문을 열었을 때 두 사람이 그저 오붓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베드신을 찍고 있다면, 나도 너와 오붓하게 담소를 나누고 베드신을 찍어주겠다. 하지만, 만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이 내 가정과 들어맞는다면, 그때는, 나는 나서지 않겠다. 네가 온힘을 다해 그 아가씨를 막아라.’


 그리고, 그 때 결과는 미얄의 말 그대로였다. 초록 누님은 아망 파츠가 보여주는 천국에 취해있었고, 결국 허수를 상처입혔다. 다시 말해, 그 내기는 미얄의 승리. 그리고 그 대가로 난 미얄의 도움 없이 초록 누님, 아니, 그렘리나와 싸워야만 했었다.

 그런데 대체…….

 “이해가 안 가는가 보군.”

 어느샌가 허리띠를 풀어버린 뒤 바지의 후크에 손을 대고 있던 미얄이 고개를 들었다. 내 눈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난 그 때 분명히 ‘문을 열었을 때 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면’ 이라는 조건을 걸었을텐데? 그렇기에 그 내기는 네가 이긴 것이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 그건…….”

 틀리다.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 때 미얄의 예상은 분명히 맞아 떨어졌고, 그렇기에 그 내기는…….

 “크읏!”

 하지만 그 이상 내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당황함 속에 생각하는 것이 너무 길어졌던 것일까? 어느샌가 미얄의 손은 내 몸의 일부를 잡아채고 있었다.

 조금은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깨끗한 느낌을 전해주는 손이 몸에 닿는 순간 ‘찌릿!’ 하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킨다.

 “이런, 벌써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

 내 반응이 즐거운 것일까? 미얄은 쿡쿡 웃으며 조금 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릿한 느낌 속에 한 번 더 그 손 안에 있는 것이 꿈틀거린다.

 “미, 미얄…….”

 단지 손으로 잡았을 뿐인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전에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넌 내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노예라고. 네게 인권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여전히 입가에 웃음을 지우지 않으며 미얄은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미얄의 손이 쓰다듬는 부분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분명 자그마한 어떤 감각일 뿐이었지만 그 것은 내 몸 전체를 마비시키는 힘이 있었다.

 “으읏…….”

 “그래, 그 소리다.”

 입술을 깨물어 보지만 별다른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그런 내 반응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미얄은 미소를 지으며 집게손가락만을 움직여 끝 부분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조금은 날카로우면서도 서늘한 느낌에 머리카락이 삐죽 서는 것 같았다.

 “네게 선택권이란 것은 없다. 누워라.”

 미얄은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강압적으로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따를 뻔 했지만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한 줄기의 이성이 흔들리는 자신을 억누른다.

 “아니, 이제 그만해, 미얄. 더 이상은…….”

 “그릇된 일인가?”

 내 말을 끊으며 미얄은 부드럽게 웃었다.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표정. 얼마 가지 않아 그 표정은 사라졌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보인 미소는 내 마지막 장벽을 허물기에 충분했다.

 “노예.”

 그런 내 생각을 하는지, 미얄은 느릿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무엇을 망설이는 것이지?”

 어쩐지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의 목소리. 날카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건드리면 휘어질 것 같은 모습의 무언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것은 너의 꿈이다. 알다시피.”

 그 말과 함께 미얄은 다시 한 번 손으로 내 것을 쓰다듬었다.

 “걸릴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 어차피 하룻밤, 네가 어찌할 수 없는 꿈인 것을.”

 “그, 그건…….”

 “신경 쓰지 마라.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사라질 신기루 따위에.”

 그렇게 말하며 미얄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 아름다운 미소는, 평소와 달리 나긋나긋하게 까지 느껴지는 미얄의 태도는 분명히 꿈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니, 지금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은 그릇된 일이 아니다.”

 짧은 한 마디의 말. 절대적인 힘을 지닌 선고. 그 한 마디의 말에 저항하려던 내 마음은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누워라. 노예.”

 

 


 
 미얄의 말을 따른다.

 자리에 누워, 바지를 조금 더 내린다.

 기세 좋게 수직으로 튀어오르는 내 것을 본 미얄은 피식 하고 웃더니 손가락으로 톡 하고 그 것을 건드렸다.

 “역시 버터스틱인가? 바게트 빵이야 처음부터 기대도 안했지만.”

 “이봐…….”

 어쩐지 남자의 자존심을 마구 짓밟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미얄이었다.

 “하지만 말이다.”

 미얄은 피식 하고 웃으며 부드럽게 그 것을 감싸쥐었다. 가볍게 손으로 문지르듯 만지며 말했다.

 “버터스틱도 괜찮지 않나? 난 좋아하는데?”

 찌릿찌릿한 느낌이 미얄의 말을 등에 업은 채 내 온 몸을 휘감아온다.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대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미얄의 그 말은 세상 어떤 음담패설보다도 내게 강렬한 느낌을 전해주는 한 마디였다.

 “뭐, 좋아.”

 그렇게 잠시 내 물건을 만지던 미얄은 몸을 일으켰다. 끝 부분에서 전해지던 서늘한 느낌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던 내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트렌치코트의 앞섶을 열어젖힌다.

 안에 입고 있는 것은 푸른색의 교복. 미얄은 잠시 가슴 부분에 손을 대었다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다 댄다.

 “미……얄.”

 “이런 순간은 말없이 기다려주는 것이 예의다.”

 눈앞에 있는 것이 과연 중학생이 맞는 것인지 의심해 볼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며 미얄은 가볍게 몸을 굽혔다. 치마 아래로 자그마한 속옷이 미얄의 손에 잡혀 아래로 내려온다.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속옷을 빼낸다. 그렇게 미얄은 자신의 새하얀 다리 한 쪽에 속옷을 걸쳐놓은 채 천천히 내 몸 위로 자신의 몸을 옮겼다.

 “…….”

 자신도 모르게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분명히 겉보기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미얄의 모습. 하지만 다리 한 쪽에 걸쳐있는 작은 천 조각 하나 만으로 미얄의 모습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준비 되었나? 노예?”

 미얄은 천천히 무릎을 꿇어 몸을 낮추며 물었다. 미얄의 그 말에 대답은 차마 하지 못한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본 미얄은 씨익 하고 웃으며 무릎을 세워 내 허벅지 위로 몸을 옮겼다.

 “으…….”

 미얄의 맨살이 내 몸에 닿는다. 자신의 몸과는 확연하게 다른 여자의 몸. 그 것은 단순히 부드럽다는 말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것은 닿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성을 하얗게 태워버릴 수 있는 마력을 지닌 무언가였다.

 입술을 깨문다. 하지만 입 안에서는 참을 수 없는 신음이 새어나온다.
 나의 물건 끝 부분에 맞닿아 있는 미얄의 몸에서 전해지는 느낌.

 “노예.”

 가볍게 떨리는 내 가슴 위에 손을 짚은 채 미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다.”

 “미얄……. 그게…….”

 미얄의 말에 조심스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미얄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을 이을 뿐이었다.

 “이 꿈이 깨는데 까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말을 잇는 미얄. 그 눈이 과연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으, 응…….”

 그녀의 알 수 없는 변화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그래.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내기의 마무리를.”

 미얄은 그렇게 말하며 내 쪽으로 기울였던 몸을 일으켰다. 한 손을 뒤 쪽으로 옮겨 고개를 쳐들고 있는 내 물건을 부드럽게 잡는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몸을 내려 서로의 것이 맞닿게 만든다.

 그 끝에 와 닿는 피부의 느낌. 그 느낌은 분명히 미약했지만, 그 뒤에 이어질 경험해 본 적 없는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숨을 죽인 채, 조심스럽게 침을 삼키며, 그저 미얄의 행동만을 기다릴 뿐.

 “아, 미리 말해두지.”

 그렇게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보며 미얄은 짧게 말했다.

 “움직이지 마라. 절대로.”

 미얄은 그렇게 말하며,

 “손 끝 하나라도 말이야.”

 천천히 자신의 몸을 내리기 시작했다.

 “으……읏.”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킨다.

 끝에 맞닿아 있는 미얄의 살결. 그 것은 조금씩 밀려들어가 미얄의 몸에 잠겨간다.

 “으…….”

 잘 들리지 않는 작은 신음 소리. 내 목소리와는 분명히 다른 가느다란 신음에 고개를 들어 미얄의 얼굴을 바라본다.

 살짝 일그러진 얼굴. 하지만 입술은 굳게 닫혀있다. 그 안에서 자그맣게 새어나오는 신음은 틀림없이 미얄이 억지스럽게 참아내고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미얄?”

 “괜……찮다.”

 미얄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하지만 미얄은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할 뿐이었다.

 “그…….”

 “말하지 마라. 노예.”

 미얄에게 말을 걸어보려 하지만 미얄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내게 말했다. 그저 억지로 인상을 펴며 가볍게 숨을 삼킬 뿐이었다.

 “크…… 으.”

 미얄이 다시 신음을 흘린다. 조금 더 아래로 몸을 내려보지만 그 뿐이었다. 여전히 내 것은 미얄의 몸에 끝 부분만을 조금 묻은 채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얄은 고집스럽게도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었다. 그 행동에 내게도 아릿한 통증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 그만해. 미얄.”

 한층 더 일그러지는 그녀의 얼굴을 더 이상 보기 힘들었다. 미얄이 무어라 하기도 전에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잡아 위로 밀어 올린다. 그녀의 몸이 살짝 들리며 아래쪽에서 느껴지던 아릿한 통증이 사라진다.

 “크, 무, 무슨 짓을?”

 내 행동에 미얄은 짐짓 화가 난 투로 물었다. 하지만 그런 미얄에게 가볍게 고개를 저어주며 답했다.

 “안 돼. 이대로는.”

 “뭐가 말인가?”

 내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묻는 미얄. 그 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잇는다.

 “그, 그게…….”

 아무리 지금 이런 자세로, 이런 행위를 하고 있다지만,

 “말해라.”

 솔직히…….

 “그, 저, 젖어있지 않……으면, 할 수 없…….”

 무지하게 부끄러웠다.

 평소의 미얄에게라면, 아니, 세상 그 누구에게도 못할 말을 내던진 나는 더 이상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무리 꿈속이라지만 난 지금 중학생에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냐! 라고 생각하자 얼굴이 한층 더 붉게 달아오른다.

 “그, 런거냐?”

 내 말에 미얄은 살짝 당황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되물었다.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자 미얄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그 쪽은 생각하지 못했나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미얄?”

 “뭐, 뭐냐? 노예.”

 혹시나 해서 물어보지만…….

 “내가, 그…… 네 몸을 만지는 것, 허락하지 않겠지?”

 최소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조금 전에 느꼈던 통증만이 가득한, 그런 행위가 될 듯 하니까. 하지만 미얄이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옷 한 겹 벗지 않고 있는 미얄이라면, 내게 그런 것을 허락할 리가…….

 “그야 당연하지. 어디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냐, 노예. 아니, 그 이전에 손끝 하나라도 움직이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말은 너무나 예상대로의 말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미얄도 알았겠지만 이대로라면 더 이상의 진행은 힘들었다. 방금 전, 그렇게 약간 닿아있는 것만으로도 인상을 찌푸리던 미얄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물며 그 이상이라면…….

 조금은 머리가 식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기, 미얄?”

 내 부름에 미얄이 고개를 숙인다. 가늘게 뜬 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 그럼 차라리 이쯤에서…….”

 “재고할 가치도 없군.”

 하지만 그 말은 미얄의 단 한 마디에 막혀버린다.

 “이미 여기까지 와 놓고 도망가는 것인가?”

 미얄의 말에 답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말에 수긍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으로 내가 이성을 붙잡고 있을 수 있는 마지노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이상 지체했다가는 아마도 그만둘 수가 없겠지.

 “글세, 내가 보기에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

 그렇지만 미얄은 여전히 그만 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이런 것은 어떨까?”

 미얄은 쓰게 웃으며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내 눈 앞에서 손가락을 자신의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입술이 움직인다. 가볍게 턱이 흔들린다. 끈적한 소리가 귓가를 채운다. 미얄의 행동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하는 내게 그녀는 말없이 손을 빼내어 다시 한 번 내 물건은 감싸며 천천히 움직였다.

 “으읏…….”

 조금 전 미얄이 만지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미끈한 타액의 느낌에 감각은 한층 더 곤두선다.

 “흐음…….”

 콧소리를 내며 미얄은 내 반응을 즐기듯 가만히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의 손을 입으로 물었다가 빼내어 내 것을 잡는다. 손가락을 가만히 움직이며 천천히 내 물건에 자신의 타액을 칠해간다.

 “역시, 버터 스틱과는 조금 다른 맛이군.”

 평소와 다름없는 미얄의 말투.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말은 정신을 놓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요염했다. 조금 전에 미얄이 했던 경고가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몸을 움직여 버리게 만들 정도로.

 “크…….”

 살짝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죽여 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는다. 몇 번이고 내 물건을 어루만지는 미얄의 손길은 도저히 참아낼 수 있는 느낌의 것이 아니었다.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탄 채로 몇 번이고 그런 행동을 계속하던 미얄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기분 좋은가, 노예?”

 “그……건…….”

 지나칠 정도다.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처음으로 느껴보는 생소한 감각,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미얄의 모습, 15살 이라는 깨끗한 소녀의 몸을 접하게 된다는 일종의 부도덕함, 꿈속의 장면이라는 마지막 장벽의 허물어짐 까지.

 그 모든 요인들이 내 감각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 표정, 마음에 든다.”

 미얄은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무릎을 세웠다.

 다시 한 번 손으로 내 물건을 잡으며 자신의 아래에 가져간다.

 “이번에는, 준비 되었나?”

 “그, 그건……. 흐읏!”

 미얄의 말에 답해보려 하지만 내 입은 열리지 않는다. 미얄의 타액으로 젖어있는 끝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정신이 흩어진다.

 “하……으…….”

 미얄의 손에 이끌려 움직이는 그 것. 자신의 아래 부분에 그 끝을 슬슬 문지르며 미얄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미……얄.”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하지만 미얄은 대답하지 않은 채, 입가에서 그 요염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읏.”

 “크으…….”

 천천히 자신의 몸을 내렸다.

 조금 전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었다.

 틀림없이 저항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약한 것.

 조금씩, 부드럽게 내 것은 미얄의 안을 파고들고 있었다.

 “으…….”

 입을 열지 못한 채 흘러나오는 신음을 참는다.

 눈앞에 살짝 입술을 깨문 채 인상을 찌푸리는 미얄의 모습이 보인다.

 강하게 내 것을 삼켜 들어가는 미얄의 몸.

 그 안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단순히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으읏…….”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내 물건을 잡고 있던 미얄의 손대신 다른 무언가가 내 것을 감싼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느낌은 ‘물고 있다’에서 ‘감싸고 있다’라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감각 역시 굉장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것은 한층 더 강했다.

 따뜻하게 내 것을 잡고 있는, 손과는 달리 한치의 빈틈도 없이 나의 물건을 삼키고 있는 미얄의 몸.

 그 지독한 쾌락의 감각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어…… 떤가? 노, 예……?”

 내 가슴 쪽에 손을 짚은 채 미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내 얼굴을 간지럽힌다.

 살짝 숨이 가쁜 듯 말소리가 끊겨 나온다.

 아픈 것을 참기 힘든 듯 고운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었다.

 그리고, 조금은 부끄러운 것인지 얼굴에는 미약한 홍조가 서려 있었다.

 “미……얄.”

 그 물음에 겨우 그렇게 답할 수 있었다. 이미 하얗게 타버린 머릿속에서는 어떠한 답도 꺼내올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거면 됐다.”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웃었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붉은 입술이 살짝 미소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럼.”

 미얄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나온다. 가볍게 숨을 들이킨 미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올려 미얄의 허리를 잡아보려 했지만 미얄은 고개를 저었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그…….”

 미얄의 말에 반박해 보려 하지만 미얄은 여전히 허락하지 않는다.

 “내기에 이긴 것은……, 너다.”

 여전히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그러면서도 평소의 당당함을 잃지 않는 듯한 미얄. 그녀는 그렇게 내 몸을 막았다.

 “그러니 넌…… 즐겨라.”

 그렇게 말한 미얄은 내 가슴에 손을 짚은 채로 허리를 약간 들어올렸다. 미얄의 아래가 내 것을 문 채로 위쪽으로 움직인다. 그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강하게 압박해오는 안에서 그 것이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으읏…….”

 그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킨다.

 미얄은 거의 빠져나갈 것처럼 허리를 들어올린다. 조금 전까지의 따뜻한 느낌이 사라지는 대신 위쪽을 강하게 물고 있는 감각이 다시 돌아온다.

 “크…….”

 그리고, 미얄은 작은 신음을 내뱉으며 다시 허리를 내렸다.

 안쪽의 벽을 타고 내려오며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아래쪽의 느낌이 한층 더 고양된다. 살짝 입술을 깨무는 미얄의 모습을 눈에 들어온다. 맨 처음보다는 조금 부드럽게 안으로 들어가며 다시 한 번 내 것을 가득 감싸 안는 미얄의 몸이 느껴졌다.

 “하아…….”

 미얄은 고개를 숙인 채 가볍게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힘든 것 같아 보인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미얄의 행동을 말리고 싶었지만 미얄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며 허리를 들어 올렸다.

 강하게, 내 것을 물고 위로 올라간다.

 “으읏…….”

 숨이 막힌다. 하고 싶던 말이 다시 목 아래로 들어간다. 짜릿한 전류가 등을 타고 올라와 내 머리를 치는 것 같았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듯이 아래로 내려온다.

 미얄의 움직임은 한층 더 부드러워져 있었다. 처음에 느껴지던 저항감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미끈한 벽이 내 아래를 감싸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었다.

 “흐…… 그으…….”

 꿈속의 공간에 미얄의 목소리가 작게 울려 퍼진다.

 허리를 들어 올리고 나서야 겨우 숨을 들이마신다.

 살짝 입술에 힘을 주고 숨을 참은 채 허리를 천천히 내린다. 작은 신음이 흘러나온다.

 완전히 허리를 내린 뒤에야 굳어있는 몸에 힘이 빠지며 숨을 내쉰다.

 “크으으…….”

 새어나오는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는다.

 미얄의 몸이 올라갈 때마다 서늘한 느낌이 찾아온다. 위쪽만을 물고 있는 느낌은 날카로웠다.

 미얄이 몸이 내려올 때마다 뜨거운 느낌이 전해진다. 전체를 감싸고 있는 느낌은 부드러웠다.

 “하으으…….”

 다시 한 번 미얄이 신음을 흘린다. 고집스럽게도 입술을 깨물 듯 꼭 닫은 채 흘러나오는 신음을 겨우 막아내고 있었다.

 “그으…….”

 다시 한 번 내 입에서 쾌락에 젖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억지로 참아보려 하지만 작게나마 흘러나오는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저 최대한, 실낱같은 이성으로 참아보려 시도해 볼 뿐.

 미얄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내 정신은 하나씩 흩어져간다.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느낌이 아래쪽의 국부에서 시작되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미약하게 남아있는 이성만이 마지막 방파제가 되어 쾌락의 물결에서 날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 방파제가 무너진다면 난…….

 “하아…….”

 미얄이 숨을 내쉰다. 한껏 긴장 되어 있던 몸을 내 몸에 기대듯이 늘어트린다. 땀으로 인해 뺨에 달라붙은 검은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 넘기며 천천히 몸을 숙였다. 살짝 젖어있는 미얄의 얼굴이 내 눈 앞으로 다가온다.

 “노예.”

 붉게 달아올라 있는 얼굴. 새어나오는 뜨거운 입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미얄의 체취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그런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운 듯 미얄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손가락을 들어 내 얼굴을 쓸어내렸다.

 “망설이지 마라. 그저 끝까지 가 버리면 되는거다.”

 “미……얄.”

 은근하게 달래듯 말을 거는 미얄. 그 요염하게만 보이는 말투에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되뇌인다. 그런 내 태도가 마음에 드는 것인지, 미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이것은 꿈이다. 무엇을 참고 있는거지?”

 그 것은…….

 “아니면, 나로서는 부족한 것인가?”

 조금은 씁쓸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 그건…….”

 그 말에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망설이는 사이, 미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답했다.

 “상대가, 너이기에……, 그런 말도 안 되는 내기까지 한 내 체면을 생각해 주는 것은 어떤가?”

 미얄이 건넨 한 마디. 그 말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구할 수가 없었다.

 “말이 길었군.”

 미얄은 피식 하고 웃으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내 가슴에 손을 댄 채로 물었다.

 “난 이제 좀 익숙해진 느낌인데, 노예는 아직 멀었나? 불능은 아닌 것 같은데.”

 쿡 하는 소리와 함께 웃는다. 그리고 내 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크으…….”

 다시 전해져 오는 쾌락의 감각. 새어나오는 신음을 막아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는 일이었다.

 조금 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미얄의 안은 부드러웠다. 이전에 느껴지던 저항감은 거의 줄어들었다. 강하게 내 것을 감싸 안는 다는 느낌은 여전했지만, 조금 전의 통증과도 같은 느낌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따뜻한 것을 넘어 뜨겁게까지 느껴지는 몸 안에서, 몇 번이고 안쪽의 벽을 긁는다. 그럴 때마다 나의 것은 환희에 찬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듯이 꿈틀거렸다.

 “하으읏…….”

 그리고, 미얄 역시 조금 전과는 달리 자신을 억누르지 않고 있었다.

 미얄의 자그마한 입에서 색기 넘치는 신음이 흘러나온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에 맞추어 새어나오는 음률. 지금까지 보아왔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뜨겁게 타오르는 듯한 미얄의 모습이 내 눈 앞에 있었다.

 “우으, 크…… 하…….”

 눈앞에 펼쳐지는 자극적인 광경, 아래에서부터 시작되는 짜릿한 감각, 귓가에 와 닿는 붉은 신음. 그 앞에서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느새 자신 역시 굳게 다물고 있던 입술을 연 채, 본능이 토해내는 소리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허벅지 위에서 느껴지는 둔중한 무게감. 동시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결의 움직임. 매끄러운 그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미얄의 몸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허리만 움직이던 이전과는 달리 조금씩이나마 그 움직임이 커진다. 그와 동시에 미얄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신음 역시 조금씩 커져간다.

 “으응, 흐으읏. 하으으…….”

 미얄의 움직임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내 몸에 전해지는 느낌 역시 커져만 갔다. 갈수록 빨라지는 미얄의 움직임. 그에 맞추어 커져가는 쾌감의 파도. 내 것을 감싸 안는 힘은 강해지고, 한층 달아오른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려는 듯 강하게 움켜잡아 당기다가,

 모든 것을 안으려는 듯 부드럽게 놓아주며 받아들인다.

 “흐윽, 하, 하아앗!”

 귓가에 들려오는 것은 더 이상 신음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는 한 여성의 교성. 그 원색적인 소리를 접하고 있는 지금, 더 이상 망설이고 있을 것은 없었다.

 아니, 자신은 스스로의 마음을 감추고 있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사실은 이렇게 되는 것을 바라고 있던 것이 아닐까? 미얄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사실은 거부하지 않았던 시점에서부터.

 가쁜 숨을 내쉬는 미얄의 몸을 잡는다. 가느다란 허리. 하지만 미얄은 조금 전과는 달리 그 것을 막지 않는다.

 “후, 후으…….”

 작게 신음을 내뱉으며 그녀의 몸을 움직인다. 그에 맞추어 내 호흡 역시 빨라진다. 가쁜 숨을 내쉬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는다. 점차 커져만 가는 감각이 아래쪽에서부터 가득히 차올라온다.

 미얄의 몸을 들어올린다. 내 허리를 최대한 낮춘다. 숨을 들이 마신다.

 미얄의 몸을 아래로 잡아당긴다. 허리를 밀어 올리며 서로의 것을 마주대한다. 할 수 있는 한 깊숙하게 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동시에 미얄의 피부가 말려 들어가며 표현해 낼 수 없는 원색적인 음악을 연주해낸다. 둘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뜨거운 교성이 튀어나온다.

 저릿한 쾌감은 단지 아래쪽에 머무르지 않는다. 하복부를 타고 올라오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내 몸을 태울 것처럼 전신에 흘러넘친다.

 “흐으윽, 으응, 하으읏.”

 “으읏, 크.”

 행동을 반복할수록 이성은 희미해져간다. 자신도 모르게 거칠어진 움직임. 본능에 맞추어 자신에게 전해지는 쾌락을 찾아 몸을 움직인다. 조금 더 강하게, 조금 더 빠르게, 조금만, 조금만 더!

 “그, 으으아, 이, 이이…….”

 미얄의 몸이 한껏 뒤로 젖혀진다. 고개를 높게 들고 하늘 위로 거친 숨을 뿜어낸다. 몇 번이고 숨을 쉬지 못하고 꺽꺽 거리는 소리를 낸다. 하지만 더 이상 내 몸은 그런 것에 행위를 멈추려 하지 않고있었다.

 “크, 으으아.”

 점차 고양되어가는 느낌. 온 몸을 감싸던 쾌감은 차츰 하복부로 모여들고 있었다. 거칠게 숨을 쉬며 허리를 흔들 때마다 그 감각은 커져만 간다. 그럴수록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었다.

 젖어있는 살과 살이 맞닿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부드러운 살결이 몸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감각은 이미 치사량. 폭발하는 밀려오는 감각의 폭풍 속에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듯 외쳤다.

 “미, 미얄! 그, 나, 나온…….”

 “크읏, 하으으읏!”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미얄. 그 가녀린 몸을 바싹 내 몸에 붙이면서 강하게 허리를 밀어 올린다. 터져 나오는 사정감. 미얄의 안에 쌓여있던 쾌락의 하얀 물결을 토해낸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토해낸다.

 꿈틀대며 자신의 모든 욕망을 토해낸다. 숨을 고르며 늘어지듯 내 가슴 위에 손을 얹고 몸을 기울이는 미얄의 몸을 잡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인다.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짜내듯이 몸을 움직인다.

 “하아아…….”

 “후으으…….”

 미얄이 긴 한숨을 토해낸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 역시 길게 숨을 토해냈다. 세차게 뛰는 가슴 한 켠에 충족된 본능에 대한 쾌락이 자리 잡는다. 그 충실감을 어떻게 표현해 낼 수 없었다. 기분 좋은 만족감에 눈을 감은 채 사정의 여운을 즐긴다.

 “하아? 뭐야……. 이렇게 할 수 있었잖아. 노예.”

 그리고, 그 여운에 취해있는 내 귀에 미얄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얄?”

 어쩐지 여유있는 목소리. 아직도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나와는 달리 미얄은 평소와 다름없는 편안한 목소리였다. 방금 전까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그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미얄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가볍게 다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것도 조금 뿐이었다.

 미얄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하얀 액. 그 것을 보자 방금 전 자신이 했던 행위가 떠올라 갑작스럽게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멍청한 얼굴이로군. 노예.”

 그리고, 그 위로 미얄의 독설이 떨어졌다.

 “에?”

 “뭘 그렇게 보고 있는건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누워있는 날 내려다보는 미얄. 그 모습을 보며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갑작스럽게 변한 미얄의 태도에 당황해하고 있는 사이 미얄은 말을 이었다.

 “어때, 이제 만족했나?”

 “미……얄, 너?”

 쿡, 하고 웃는 미얄. 그 모습을 보자 머릿속이 싸늘하게 식는 것 같았다.

 “설마…….”

 “뭐, 내기에 대한 약속은 지켰다.”

 그렇게 말하며 미얄은 내 눈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끈적한 액이 묻어있는 채로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내 물건을 손가락으로 톡 하고 치더니 바지 주머니를 뒤져 안에 있는 손수건을 꺼냈다. 그 것으로 자신의 아랫도리를 훔치고는 다시 몸을 일으킨다.

 “너…….”

 머릿속이 복잡했다. 방금 전에 보았던 미얄의 색기 넘치는 모습. 그 모습이 지닌 의미가 순식간에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미얄에게 있어 방금 전의 일은, 단순히 자신이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을. 지금까지 해 왔던 그 어떤 이야기에도 미얄의 진심 따위는 없었다는 것을. 방금 전 보여주었던 모든 행동과 말은 미얄의 연극이었다는 것을.

 “할 말이 많은 모양이군, 노예.”

 미얄의 얼굴을 노려보는 내게 미얄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몸을 굽혀 속옷을 다시 올려 입고, 트렌치코트의 앞섶을 여미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대체 넌 뭘 바랬던거냐?”

 “그, 그건…….”

 미얄의 물음에 말문이 막힌다. 답을 하지 못한 채 망설이는 내 모습을 보며 미얄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뭐, 나야 만족 했다만.”

 “……뭐?”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미얄을 바라본다. 하지만 미얄은,

 “기대한 그대로의 반응이로군.”

 이라고 말하며 주머니에서 검은 물체를 꺼내었다.

 “그건…….”

 틀림없이 저 것은 미얄의 스톱 워치다. 녹음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초콜릿 크림빵 같은 네 행태를 잘 저장시켜 놓았으니, 한 밤의 유흥거리로는 쓸만하겠지.”

 그렇게 말하며 미얄은 웃었다.

 초콜릿 크림빵.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시커먼 사람을 가리키는 미얄의 은어.

 그 말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인다. 사실 내가 보인 행동은 분명히 미얄의 비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으으…….”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미얄의 시선을 피한다. 그런 날 보며 미얄은 사악하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미얄은 옷매무새의 정리가 끝난 것인지 탁탁 하고 코트를 털어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만 불청객은 사라지도록 하지.”

 “……그래.”

 미얄의 그 말에 힘없이 답한다. 이미 더 이상 이야기 할만한 의지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어쩐지,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리고, 미얄은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다시 꿈의 어둠 속으로,

 “아, 그러고보니.”

 사라지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미얄의 말에 고개를 들어올린다.

 미얄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내게 등을 돌린 채로 서 있었다.

 “내가 너와 만나는 날은, 2일에 한 번 이었지.”

 그리고, 그렇게 일 수 없는 말을 꺼냈다.

 미얄과 만나는 것, 언드림의 약효가 다하는 2일 간격으로 한 번씩. 미얄은 지금 갑작스레 그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그…… 그렇긴 한데?”

 그 말에 수긍하며 되묻는다. 도무지 미얄이 이야기를 꺼낸 의도를 알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사이,


 “그럼, 내일 꿀 꿈은 어떻게 할거냐?”


 미얄은 그런 말을 꺼냈다.

 “뭐?”

 그제서야, 미얄이 한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미얄이 내게 줬던 언드림은 가짜, 게다가 미얄과 만나기 위해서는 하룻밤을 더 보내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 때 내가 꾸게 될 꿈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얄!”

 황급히 미얄의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미얄은 그에 답하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돌려 내 쪽을 힐끗 보고는,

 

 작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을 뿐.

 

 “…….”

 그리고, 내 말을 기다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미얄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가볍게 한 손을 흔들어 보이며.

 그렇게, 긴 꿈이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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