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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8. 4 초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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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화된 마을. 건물들은 부숴지고 우물은 발랐다. 초목은 불에 타 말라버리고 살아있는 생명이라곤 없다. 쥐새끼나 벌레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너져버린 집들 중 그나마 어느정도 형태를 유지하고있는 곳의 테이블 위. 낡은 보자기에 쌓인채.
아이는 버려졌다. 부모가 사라져버린것.
아직 어머니의 젖도 한번밖에 물어보지 못한 아이.
부모의 의도는 알 수 없었다. 부모가 버린것인지, 아니면 죽어버린것인지. 어쨌든 결과적으로 아이는 버려지고 얼마 안있어 죽을 상황이었을것이다.

밤이 되었다. 새카만 하늘은 무수히 많은 별들이 수놓았다. 오염되지않은 공기 아래에서의 별하늘은 그 빛만으로도 세계를 환하게 밝힐 정도로 찬란했다.
그 수많은 별빛들중 하나가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 빛은 황폐한 마을의 한 건물 지붕 틈새로 내려갔고, 그 안에서 울다 지쳐 잠든 아이의 곁으로 내려앉았다.
"가엽게도..."
별빛은 말했다. 그리고 그 차가운 빛으로 아이를 따스하게 감싸안아주었다. 자신이 안아준다고 해서 이 아이가 어떻게 되진 않을텐데.
하지만 별빛은 결심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것. 대단한 것은 할 수 없지만.
"그래. 나도 오래 살았지."
별빛은 결심했다. 이 아이에게 살아갈 힘을 주자. 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금 이런곳에서 죽지 않도록.
나의 이름을 주자.
"이제부터 너는..."
별빛이 아이의 귓가에 자신의 이름을 속삭이고, 그 이름은 아직 자라지 못한 아이의 가슴 깊은 곳에 새겨졌다.

그 뒤로 아이가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자랐는지는 모른다. 다만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얘기로는, 한동안 그 무너진 마을에 밤마다 하늘에서 거대한 하얀 동물이 헤엄쳐 내려왔다는것.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소년은 "알고있었다."
누군가 가르쳐준것이 아니다. 글도, 숫자도, 검술도.
애초에 그런것을 알고있기엔 너무나도 어렸다. 열살 남짓한 소년이 마을의 학자보다 많이 알고있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아이들과의 싸움에서도 간단히 때려눕혔다.
그렇기에 소년은 외로웠다. 사람들은 자신을 무서워하며, 괴롭히며, 피했다. 언제나 혼자 지내며, 별빛만을 보고 살았다.
그리고 소년의 앞에 남자가 나타났다.
은색의 머리칼과 은빛의 눈동자를 가진 남자.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소년은 대답하지 않으려 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 싫었다.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두가지 였으니까.
거짓말이라며 비웃거나. 공포에 질려 도망가거나.
하지만. 거역할 수 없었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그 물음에 소년은 거역할 수 없었다. 무섭다거나, 위압감에 눌렸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어딘가 저 깊은곳, 유전자보다 더 깊은곳부터 거역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년은 대답했다.
리겔.
호오.
남자는 비웃지도 공포에 도망가지도 않았다. 다만 즐겁다는듯한 눈매로,
따라와라.
역시 리겔은 거역할 수 없었다.

도착한 곳은 저택. 리겔을 이끌고 온 남자와 20명 남짓의 일족들이 사는 저택.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은색의 머리칼과 은빛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눈치챘다. 이들이 '왕'의 일족이라 불리는 자들 이라는 것을.
그곳에서 리겔은, 한 소녀를 봤다.
자신을 데려온 남자의 딸. 소녀의 이름은 아이.
정교하게 뽑아낸 은사를 길게 늘어뜨린듯한 머릿결. 그리고 수은을 한방울 떨어뜨린듯 빠져들것같은 눈동자. 다른 사람들도 은색이지만, 이 소녀만은 다르다. 다르다고 느꼈다.
그리고 리겔은,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
그것이 그에게 내려진 저주의 시작이라는것도 알지 못한채.

리겔에게 맡겨진 일은 아이의 보좌 및 호위. 아이는 리겔보다 3살 어린 10살. 리겔 역시 어리지만 그를 데려온 '왕'의 일족의 눈은 정확했다. 리겔의 일처리는 웬만한 어른 못지않게 꼼꼼하고, 정확하고, 또한 강했다. 또래의 아이가 자신의 딸을 돌봐주면 더 정서적으로 좋을거라고 생각했던것. 완전히 '왕'으로 각성하고나면 호위같은것, 필요없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기에.
그리고 리겔도 강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를 위해서.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자신은 버려질 것이란걸 모른채.

그리고 3년이 흐른 후. 아이의 아버지는 기쁨에 취해있었다. 지금껏 별 징조 없던 아이가, 이제야 조금씩 '왕'의 능력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왕'으로 각성한다. 그렇게되면 보좌같은건 필요없어진다. 쓸만한 녀석이었지만, '왕'의 일족에겐 그런건 필요 없다. 아이는 그녀석이 좋은듯한 눈치였지만 '왕'의 일족은 같은 일족 내의 근친혼만이 허용된다. 그리고 그 일그러진 기쁨 사이에, 잿빛의 기운이 끼어들어왔다.

 
리겔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지하실에서 식품들을 정리하고 있었기에 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올라와보니 이미 저택은 불바다. 리겔은 불길을 헤치며 달려갔다. 소녀, 아이의 방으로.
없다. 그러고보니, 사람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큰 저택에비해 사는 사람은 20여명으로 많지않지만 단 한명도 보이지 않고, 기척조차 없다니. 이상하다. 설마 모두 벌써 불에...
리겔은 고개를 흔들어 불길한 생각을 지우고 달렸다. 방문을 하나씩 열어 확인하며 달렸다. 그리고 한 방을 열었을때 발견한 것은 참혹한 광경. 일족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곳에서 죽어있었다. 한명한명 확인해보지만 모두 숨이 끊어져 있었다.
리겔은 놀라움과 공포를 안고 현관으로 달려갔다. 쓰러져있는 사람이 한명. 리겔은 그가 아이의 아버지라는것을 알았다. 그는 가슴에 베인듯한 큰 상처를 입고있었다.
리겔이냐. 남자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내가 모두를 불행하게 했구나."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의료도구를 가져올게요."
"아니다. 난 늦었다. 넌 어서 가서 아이를 구해줘."
"안됩니다. 상처부터 치료해야해요."
이상하구나. 네게 '왕'의 명령이 통하지 않다니.
하지만 남자는 마지막 말을 다 하지 못한채 숨이 끊어졌다. 리겔은 그의 시체를 저택 밖으로 끌어낸 뒤 다시 불바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앞엔, 은색의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녀의 은색 머리칼은 더이상 은색만이 아니었다. 붉은 액체가 묻어 얼룩져 있었다. 그것은 소녀의 눈 아래로도 흘러 마치 피눈물과같은 모습이었다.
리겔.
아이...
소녀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피묻은 검. 그것이 의미하는것.
"리겔. 난 리겔이 좋아요."
리겔은?
리겔은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긍정의 표현. 말은 하지 않아도 전해졌다. 그리고 아이가 웃었다.
"리겔 날 사랑하지 말아요. 그럼 리겔은 분명 불행해질거에요."
하지만 그럴 수 있을리가 없다.
"어째서... 리겔은 거역하는거죠? 이건 '왕'의 명령인데..."
'왕'의 일족. 그들의 명령은 절대적.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그 생각과 마음마저 유전자 수준에서부터 이끌어버리는 거역할 수 없는 각인. 하지만 리겔은 그 명령에 거역하고있다.
그렇다면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 우리에게 내려진 저주. 하지만, 리겔을 괴롭게 하진 않을게요.
조용한 목소리로. 끊어질듯이 위태롭게, 아이가 말한다.
리겔의 품 안으로 안기듯 달려오는 아이. 푹.
"사랑해요. 리겔."
리겔의 등 뒤로 튀어나온것은 검이라 불리는 것의 날.
마지막으로 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 그리고 리겔은 그 마지막의 순간 보았다.
저 뒤에서 웃고있는 잿빛의 존재. 거대한 낫의 날과 불길하게 빛나는 그 붉은 눈동자를.

...
...
...

조용하다. 말파스가 얘기를 잠시 중단하자 카미루도 미즈루도 모두 집중하고있던 모습 그대로 멈추었다.
"그 뒤로 수많은 [세계]가 스러지고 다시 시작하며 주군과 아가씨 또한 수많은 [세계]에서 다시 만나고, 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주군은 아가씨를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 없었기에 매 [세계]마다 아가씨의 손에 살해당하셨지요. 저주의 반절만이. 실현된겁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아스모데우스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떤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아가씨가 말씀하셨습니다. '더이상 죽지 말아요.' 라고..."
노파처럼 쉰 목소리이지만 말파스와는 다르게 어딘가 편안한 느낌도 주는 목소리이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데스의 공격이 있었습니다. 데스는 아이 아가씨의 영혼을 빼앗아가버렸고, 주군은 그 영혼을 되찾기위해 지금껏 싸우고 있는것입니다."
숫자로는 표현 할 수 없다. 이 우주가 지금부터 멸망할때까지의 시간. 그리고 그 무(無)의 상태에서 다시 새로운 우주가 태어나 그들이 태어날 시대가 돌아올 때까지. 그것을 수없이. 반복.
그 세월동안 리겔은 단 한사람, 사랑하는 한 사람을 되찾기 위해.
거기에 카미루는, 느껴버렸다. 자신이 리겔을 좋아하는 감정. 리겔이 자신을 좋아했던-한때 기억을 잃었을때 였지만-감정. 그것은, 지금껏 그가 한 소녀를 보아온 세월과 마음에 비하면 너무나도 별것 아닌. 한순간의 환상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는걸.
허무하다. 자신에게 한심함마저 느낀다. 별로... 그런걸 느낄만한 일은 아닌데...
그리고,
"어이. 이제 가자고."
리겔이 돌아갈 준비를 마친 후 내려오며 말했다. 그다지 오래걸릴건 없었을텐데. 마치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렸던것처럼.
말파스와 아스모데우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크프리트도 곧 도착할거에요."
응. 고개를 끄덕이는 리겔. 그리고 카미루와 미즈루를 향해 돌아섰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잇기 어려운 어색한 분위기. 미즈루도 가만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을뿐.
"다시... 못보는건가요?"
카미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길 빌겠습니다."
그리고 리겔의 비정한 대답. 다시 만나봐야 서로 괴로워질 뿐. 말없이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 잠시간 그러고 있은 후, 리겔이 발길을 돌렸다. 미즈루는 배웅나가려고 했지만 카미루가 움직이지않고 서있자 곁에 있기로 하였다.
익숙한 코야마가의 긴 복도를 따라 현관 밖으로 나가니, 그곳엔 거대한 용이 한마리. 서양 전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동물이 실제로 넓은 날개를 접고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목 부근에서 말을 타듯이 익숙한 자세로 고삐를 잡고있는 기사. 신관장 지크프리트.
"타십시오, 주군."
"나도 한심하군. 너희 힘을 빌리지 않으면 성에 돌아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나 되고..."
리겔은 능숙하게 지크프리트의 등 뒤에 올라탔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럼, 가겠습니다. 꽉 잡으세요."
거대한 용이 날개를 펼치고, 지면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코야마가의 넓은 정원에 새찬 돌풍이 일어나며 나무들이 흔들리며 풀들이 휘날렸다.
"우리도 가자고."
말파스가 말하며 어디서 나타난건지 헬멧과같은 커다란 가면을 꺼내 얼굴에 썼다. 등 뒤에 나타난 까마귀같이 새카만 날개. 한손으로 아스모데우스의 허리를 껴안고 날아올랐다.

코야마가의 부엌엔 리겔들이 떠나고 카미루와 미즈루만이 남았다.
카미루는 여전히 그곳에 서 있은채, 미즈루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난... 역시 납득할 수 없어요..."
 

 
"오셨습니까."
방의 문이 닫히며 안쪽에서 들려온 목소리. 군대의 제복같은것을 입은 남자가 걸어나오며 말했다.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같은 눈초리를 가진 날카로운 남자. 신수관 아누비스.
"네 신관들에게 부탁한다. 지금부터 나는 모든 활동을 정지하고 성의 복원과 데스의 탐지에 집중한다."
리겔은 옥좌의 방-그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의자에 앉으며 명령했다.
"데스가 밖에서 무슨 짓을 벌이든, 지금은 신경 쓸 여유가 없어. 그걸 일일이 막으며 힘을 소비하기 보다는, 완전히 회복한 후 완전히-끝낸다. 이 악연을."
네 신관들-신인관 말파스, 신도관 아스모데우스, 신수관 아누비스, 신관장 지크프리트-는 리겔의 앞에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주군이 원하신다면."
그리고 영체화. 작은 힘도 낭비할 여유는 없다. 이 성을. 리겔의 힘과 직접 연결된 이곳을 다시 복원시키는게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리겔도 옥좌에서 잠들듯 눈을 감았다.
하늘을 떠다니는 거대한 성-지금은 최상층밖에 남지 않았지만-은 조금씩 조금씩, 하지만 전보다 빠르게 그 모습을 되찾아가며 살아나고 있었다.

 

한밤중의 황량한 묘지. 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새카만 밤하늘. 그곳 어딘가에서 잿빛의 존재가 웃고있어다. 평소와는 다르게, 그 붉은 눈을 감은채. 밤하늘에 뭍혀 사라질듯한 잿빛의 망토가 바람에 휘날린다.

 

평온이라는것은 이런 생활을 나타내는 것일까. 카미루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1년 이상 지났다. 리겔이 떠나가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 정말로. 아무런. 일도.
그 뒤로도 끊임없이 조사하고, 탐색했다. 하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다. 코야마가의 고용인들이 단체로 죽은 것은 가스누출 사건으로 일단락 지어졌고, 그 뒤 1년간은 원인불명의 사망사건도, 리겔이나 데스의 흔적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걸로 괜찮은 것인가. 만약 이미 리겔이 데스를 찾아내어 아이의 영혼을 되찾았다면 싸움은 끝났을 것이다. 데스가 그에대한 보복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건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것. 혹은 이번 [세계]에서도 리겔은 아이의 영혼을 되찾지 못하고 끝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데스가 활개를 치고 다닐거라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그렇기에 역시.
'둘은, 아직도 싸움의 준비를...'
카미루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두운 그곳엔 비춰지는건 거대한 성의 그림자. 눈으론 보이지만, 기척도 전혀 느낄 수 없으며 하늘로 날아가면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마음 허전하다. 구멍이 뚤렸다는 정도가 아니라. 거대하게 도려나갔다는 느낌. 무엇이 이렇게 슬프게 만드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리겔을...'
하지만,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편이 마음이 편하다.
내일은 휴일이다. 다시한번 그들을 찾아보자... 카미루는 마음먹었다.
 

꿈을 꾸었다.
두가지 꿈을. 두가지 꿈을. 두개의 꿈이 화면이 동시에 머리 속으로 밀려들어와 어느게 어느것인지 잘 구분이 안가기도 했지만, 두가지 이야기 모두 알 수 있었다.
하나의 꿈은. 저주받은 남자의 이야기. 사랑하는 연인을 죽여야하며, 연인에게 죽어야하는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는 그 저주를 깨기위해 나아간다.
하나의 꿈은. 여린 남자의 이야기. 어딘가 유별나지만 웃는 모습이 부드러운 소년. 하지만 [세계]는 소년의 삶을 부수고, 혼돈을 요구했다. 그리고 잿빛으로 바래버린 머리칼.
그리고 카미루는 깨달았다.
이 두가지 이야기 모두에, 자신은 들어있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만이 이 두 이야기와 가장 관련없는 인물임을.
인정할 수 없다. 인정하고싶지 않다. 인정할 수 있을리 없다.
그래서 카미루는, 소리죽여 눈물을 머금었다.
 

눈을 떴을땐 이미 한밤중. 감상에 취해있던건지, 어느새 책상앞에서 잠들어 있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물을 마시며 정신을 다시 잡는다.
리겔이 떠나고 1년이 조금 넘은 날. 밤하늘에 달이 떠있지않은 삭(朔)의 밤. 하지만 그 덕분에 별빛은 더욱 밝다.
그 힘은. 이런 날일수록, 이런 날이기에-더욱 찬란하게 발한다.
쿠우우우웅......
무엇인가 무거운것이 떨어지는듯한 감각. 대기를 짓누르는듯한 느낌. 이 감각. 이 중압감. 카미루는 분명 느껴본적 있다.
'리겔...!!'
카미루는, 잠시 정신을 잃은듯한 느낌이었다. 몸에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고,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정신없이 어둡고 긴 돌계단을 걸어내려가 혈해를 집어들었다. 거대하고 둥근 돌문 앞에 멈춰서서야 숨을 골랐다.
"하아..."
혈해의 공간.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이곳으로 오면 된다고 느꼈다. 그리고 카미루는 돌문으로 자신의 피를 뿌렸다. 무거운 문이 천천히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리고, 카미루는 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피의 바다. 아찔한 붉은 색이 펼쳐진 곳에서 카미루는 외쳤다.
"타쿠미!!"
퍼지기만 할 뿐, 울리지 않는 공간.
"타쿠미!!"
다시한번 외치지만, 대상은 응답이 없었다.
"타쿠미!! 어서 나와!!"
세번째 외치고서야 코야마가의 초대 당주가 나타났다.
"여어. 나의 후손. 카미루여."
여전히. 날카롭게 세운 칼날과 같은 눈빛으로 쳐다본다.
"타쿠미. 너라면, 너라면 가능하지?"
무엇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타쿠미는 대답했다.
"물론. 그러기위해 너는 여기에 다시 온것이잖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역시 당연하다는듯이 대답했다.
"이쪽 준비는 끝이야. 너만 되면 언제라도 할 수 있지."
응. 고개를 끄덕이는 카미루.
"나를 그 성으로... 리겔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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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허접한 글을 가지고 찾아뵌 코드입니다.
[그녀]의 이야기 : n번째 세계-코야마가 19번째 입니다.

리겔의 과거얘기가 나왔습니다.
현재까지 등장이 없었던 진히로인(!!) 아이도 드디어 나왔습니다.
...회상이지만요.

역시 글을 쓰면서 자꾸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더 좋은 글을 많이 읽어보고, 더 많은 글을 써봐야겠습니다.

그럼 언젠가 완성될 n번째 세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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