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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8. 01 초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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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보는 자. 가지고 있는 것은 홍옥보다도 빛나는 붉은 눈동자. 내보이는 것은 악의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표정.
내려다보이는 자. 가지고 있는 것은 뜨거운 열기를 지닌 피. 내보이는 것은 되찾겠다는 의지.
 
가로막는 자들. 데스와 미즈루.
나아가려는 자들. 리겔과 카미루.
 

"미즈루!!"
카미루가 여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간다.
"카미루씨."
하지만 리겔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막는다. 신중함이라 할 수 있는 행동. 아직은 미즈루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다.
"데스가 있습니다. 미즈루씨도 아직..."
하지만 그의 목소리엔 희미한 두려움도 섞여있다.
"즐거워. 즐겁다고."
데스는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루했던 참에 즐거운 놀이감을 발견한듯.
"수백년동안 이 [세계]에서 무료하게 지냈던게 의미없게 져버리지 않게되잖아. 정말, 즐거워."
그리고 자신이 앉아있는 낫에서 일어났다. 거대한, 위 아래 모두 날이 달려있는. 데스는 공중에서 살며시 미즈루의 곁으로 내려온다. 그것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 다가가는듯한 부드러움.
데스는 미즈루를 뒤에서 껴안듯 다가가 거대한 낫의 날을 그녀의 목에 대었다.
"데스!!"
"아아, 그만두라고. 사랑스러운 여동생의 목이-"
그런 상황에서도 미즈루의 눈엔 생기가 없다.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돼서 말이지. 일단 이쪽이랑..."
데스는 미즈루의 뺨에 키스를 할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 뒤에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자... 두 사람을 죽일 정도로 열심히 해보세요. 그가, 레지가 보고있을거에요."
깜짝 놀란듯, 미즈루가 눈을 크게 뜨더니,
"응. 레지. 나..."
대답했다.
"레지가 원한다면..."
생기없는 목소리로 미즈루가 대답하자 데스가 날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그럼..."
데스가 다시 공중으로 몸을 날리려 하지만, 리겔이 막았다.
"보낼까보냐. 미즈루씨를, 원래대로 풀어줘!"
하지만 그것은 낡고 녹슬고 이가 나간 검. 데스는 간단히 한 손만으로-그것도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닌, 발톱과 같은 손이지만-잡아냈다.
"리겔공.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그 손에 힘을 주자, 건조한 소리와 함께 염혈의 낡은 날은 나뭇가지처럼 간단히 부러졌다.
"아직 잘 가지고 있어.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고 말이지."
이번엔 제대로 공중으로 올라가며 잿빛의 날개로 자신을 감싼다.
"그러니, 찾으러 오라고..."
마지막으로 데스는, 눈동자보다도 더 붉고 참혹한 미소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아이...칫,"
리겔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지금은 눈 앞의 문제가 더 시급하다. 카미루와 리겔의 사이에서 생기없는 눈동자로 허공만을 쳐다보는 미즈루. 그 시선의 끝은 데스가 사라진 곳.
"레지..."
미즈루가 중얼거린다. 그것은 데스의 본명. 하지만 리겔도 카미루도, 그것에 신경을 쓰진 않는다.
그리고 드디어 조금 움직인 미즈루. 그녀의 손이 주머니로 들어가, 무언가를 꺼낸다. 주머니 속에서 나온 것은 작고 붉은 구슬. 한쪽은 뾰족하고 한쪽은 둥근 물방울 모양. 그 빨려들듯이 깊고 진한 빛은 마치 막 흘러나온 선혈과 같았다.
"나..."
리겔은 경계했다. 이미 염혈은 붉은 날을 만들어냈고, 등 뒤에선 피의 날개가 끊임없이 붉은 액체를 뿜어내고 있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 카미루도 사랑하는 여동생의 이질적인 모습에 긴장하며 무의식적으로 혈해를 꽉 쥐었다.
"나..."
붉은 구슬이 요동친다. 중심에서부터 일어난 파문은 구슬이 마치 액체였다는양, 소용돌이치며 사라졌다.
"혈해."
그리고 미즈루의 손에 쥐어진 것은 독특한 모양의 검. 일본도의 굽은 날을 가지고 있으면서 손잡이와 장식은 서양검의 것이다.
"어...?"
카미루는 놀랐다. 자신의 손에 있었던, 있어야 했던 혈해가 어느새 미즈루의 손에 잡혀있다. 빼앗긴 느낌도 없었고, 미즈루가 움직인 기척도 없었다.
그리고,
"언니, 도망쳐...!!!!!"
감정이 담긴. 슬픔과 공포가 담긴 목소리로 미즈루가 외쳤다.
 

공기의 요동. 급격한 움직임에 대기가 한층 늦게 반응하여 바람이 날린다.
카미루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빠른 움직임이 보이긴 했지만, 그것에 반응 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그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 앞에 있는 것은 리겔의 등. 피의 날개는 방어벽처럼 앞쪽을 향해 펼쳐놓았다. 그리고 왼쪽 어깨를 뚫고 나오는 은빛의 차가운 금속. 혈해의 날은 방어용으로 펼친 리겔의 피의 날개들을 모두 뚫어버리고 리겔의 어깨에 명중. 떨리는 날은 그대로 리겔을 베어버릴듯 했지만 염혈이 가까스로 그것을 막고있었다. 이윽고 포기했는지 쑥 빠져나가는 혈해의 날.
생이 돌아온 표정으로 미즈루가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미즈루의 주위에 나타난 것은 붉은 띄. 예복에 걸칠듯한 그것은, 미즈루의 양 팔을 감싸고 등 뒤로 휘날리고 있었다.
"곡도(曲刀)는 찌르는 용도가 아닐텐데 말이지."
리겔이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얕본것은 아니다. 그래도 당했다. 그정도로 미즈루는 빨랐다. 저 휘날리는 붉은 띄가 무슨 용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정도 속도가 계속된다면 반응하는 것만도 벅찰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조금만 버티면 된다.'
마련해둔 수는 있다. 다만, 아직 준비가 덜 됐을뿐.
다시 미즈루가 달려온다. 역시 눈으로 쫓아가기도 힘들 정도의 속도. 이번엔 리겔에게 직접 온다.
피하기보단, 막는다. 빠른 공격이지만 공격 가능한 수단은 많지 않다. 방금 깊게 찔린 어깨가 살짝 불편하긴 하지만 카미루를 지키는게 아닌 자신을 향한 공격이라면 염혈과 10개의 피의 날개로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미즈루. 혈해로 위로 한번, 옆으로 한번, 아래로 한번, 세번 베어내는 공격. 역시 움직였는지 알기도 힘들 정도의 빠른 공격이다.
그래도 리겔은 모두 막아냈다. 그리고 다음 공격에 대비하지만,
리겔의 팔과 가슴팍에 상처가 생겼다. 세로로 두개, 가로로 한개. 미즈루가 혈해로 벤 공격의 연장선상에 있는 상처였다. 팔의 상처는 팔을 가슴팍으로 들어올리면 가슴의 상처와 하나처럼 이어졌다.
'뭐지?'
깊은 상처는 아니다. 상처 회복도 빠르기에 어느새 흔적밖에 보이지 않는 수준. 하지만 정확히 막아냈다고 생각한 공격에 데미지를 입었다.
그러나 깊이 생각을 하기도 전, 다시 미즈루가 움직였다. 약간 변화된 외모. 등 뒤에서 팔을 감고있던 붉은 띄. 지금은 손 주변에 옷소매와같이 붉은것이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달려드는 미즈루. 검을 들어올려 소매가 흔들리며 이는 미약한 바람. 혈해는 미즈루의 머리 위에서부터 크게 내려베어졌다. 리겔은 몸을 빼면서 피하고, 보았다. 검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붉은 궤적. 그 흔적에서 약간 앞쪽으로, 작은 초승달 모양의 붉은 궤적이 나타나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리겔의 몸을 베었다.
"으음..."
역시 심한 상처는 아니지만, 방금 전보다는 깊어졌다.
"잔월(棧月)이라고 하던가."
리겔이 중얼거리자,
"아, 조금은 달라요."
카미루가 대답했다.
"효과는 같지만 잔월은 검이 지나간 자리의 기운, 말하자면 검풍이나 검기랄까. 그런 것으로 나타나지만. 꺄악!"
설명을 하던중에도 리겔과 미즈루의 싸움은 그치지 않는다.
"계속 얘기해주세요."
리겔은 미즈루의 속도를 가까스로 따라가면서도 카미루의 말을 듣는다.
"아, 예. 미즈루가 쓰는것은, 정확히 이름은 없지만-그것에 피를 이용해 실체를 부과해요. 좀 더 확실한 타격과 깊은 상처를 노리는 용도로... 공격이 더해갈수록 더 깊은 피해를 입혀요."
"고맙습니다."
미즈루의 모습은 조금 더 변해있었다. 옷소매같은것은 팔꿈치까지 덮여있었고 허리춤에도 붉은색 짧은 치마같은것이 휘날리고 있었다. 미즈루와 여러번 더 검을 부딪히면서 리겔은 분명히 느꼈다. 잔월을 응용한 저 공격,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점점 더 날카로워진다. 계속해서 맞붙는다면 큰 데미지를 입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빨리...!!!'
'성'쪽에서 하고있는 일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치잇...아까 싸움에서 무의식적으로 발동시키지만 않았으면...'
물론,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움직일 힘조차 없었겠지만, 이라며 리겔은 덧붙여 생각한다.

 
싸움은 코야마가의 공중으로 이어져갔다.
'저건 비행 능력까지 가지고 있는것인가...'
리겔은 미즈루의 이미 거의 한벌 옷처럼 되어가는 붉은 천들을 보며 생각했다. 등 뒤에서 감싼 붉은 띄부터 양 다리와 양 팔. 그리고 가슴께까지. 그것은 허리춤으로 조금씩 그 면적을 넓히고 있었고 그것이 늘어남에 따라
'점점...빨라지고 있다...'
리겔은 상처투성이었다. 겉으로 봐선 자잘한 상처들 뿐. 하지만 모두 리겔의 상처회복이 빠르기에 금방 그렇게 된것이다. 잔월을 응용한 공격. 조금씩 데미지를 늘려간 그것은 이제 확실히 한번 한번 리겔에게 타격을 주고있었다.
'따라가기도 벅찬데... 칫.'
아니, 분명 싸울 마음이 제대로 있었다면 더 확실히 피하며 타격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싸움에서 이기는게 목적이 아니다. 미즈루를 구해야 한다. 상처입히려는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한심하다. 자신이 한심하다 생각했다.
눈 앞의 사랑하던 사람도-잠시간의 다른 기억이지만-지키지 못해서야.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해주지 못해서야.
어떻게. 어떻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랑해 모든것을 바친 사람을
"구한다는것이냐!!"
무리를 해도 좋다. 성같은것, 무너지면 다시 만들어주마. 아이를 구하고 싶지만, 구해야하지만 지금은 눈 앞의 사람을 생각하자.
이겨내자. 이겨내자. 이겨내자. 이겨내자. 이겨내자.
이미 붉은 바람이라고밖에 볼 수 없던 리겔과 미즈루. 인간의 눈으로 따라가기 힘든 정도의 속도에서, 리겔이 갑자기 멈췄다.

운명이라면 이겨내주마.
무리라면 뛰어넘어주마.
"염혈! 퍼벌라이징 엣지(pulverizing edge)!"
변화한것은 등 뒤의 날개. 열장의 피의 날개들이 멎고, 형태가 일그러지며 사라졌다. 산산히 가루처럼 변화한 구조물은 리겔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검, 염혈의 손잡이와 같은 모양으로 등 뒤에 생겨났다.
"거친 방법이지만."
-성같은것, 무너지면 다시 만들어주마. 확실히 마음먹었다.
등뒤의 열장의 피의 날개-열자루의 염혈-에서 피의 날개-칼날-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리겔이 움직였다.
지금까지도 숨막힐 정도로 빨랐던 속도. 거기에 리겔은,
"거짓말..."
카미루는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리겔이 강할거라고는 생각했다. 그 거대한 성을 만들어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도...
혈해와 함께라면 그를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자신의 힘만으론 이길 수 없을때를 대비해 선조-타쿠미-의 힘을 빌리려고도 했다.
그래도 저걸 보면...
미즈루가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방금전까지만해도 미즈루의 속도를 리겔이 겨우겨우 따라가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역전됐다. 아니, 그정도 수준이 아니다.
'잔상도 따라가기가 힘들잖아...'
말도 안된다. 저래서야 어떻게 상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만약 저것을 썼다면, 혈해의 공간 안에서의 타쿠미와의 싸움도 상대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등 뒤의 열장의 피의 날개-열장의 염혈과 연계한 공격들. 베어오는 혈해를 막아내고 잔월 공격은 타격이 오기전에 움직여 피한다. 염혈을 피로 된 붉은 옷의 넓은 소매에 찔러 넣고 다른 염혈로 팔다리의 움직임을 막는다. 미즈루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했다. 왼손에서 피의 실들이 뻗어나와 미즈루의 몸 이곳저곳을 꿰뚫는다.

억지라면 관철시켜주마.
───저주라면 부숴버려주마.

그 것 이 내 가 걸 어 온 길 이 니 까

"그 모든 것들, 별을 잇는 자. 나 리겔의 이름으로!"
-나의 이 두 손. 힘이여, 깃들어라.
"해방."
엣지 브레이크(edge break).
리겔의 볼에 무언가의 문양이 생겼다. 혈해의 공간 안에서도 생겼던 문양. 별의 이름을 잇는 자. 리겔을 나타내는 문양. 옷에 가려져 보이진 않지만 온 몸으로 기하학적 문양과 선들이 함께 퍼져있었다.
손에서 염혈이 깨져버리듯 사라졌다. 미즈루를 구속한 피의 날개들-또 다른 염혈들도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은 방출된 순수한 붉은 액체. 마치 날개와 같은 모습으로.
그리고 그와 함께 사방으로 퍼지는 독기. 저주. 평범한 인간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순식간에 미쳐버릴지도 모를 정도의 저주. 그 내용은 별것 아니지만, 인간이 감당해낼 수 없는 수준의 신의 저주. 카미루는 혈해의 공간 안에서 그것을 느껴봤지만, 그때와 농도가 다르다.
"우욱..."
구역질이 날것 같았지만, 리겔과 미즈루의 모습을 지켜본다.
리겔의 손엔 붉은 기운. 길게 피어오른 핏빛 연기와 같은 그것을 리겔은 검처럼 들고, 미즈루를 벤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 미즈루의 몸을 감싸고 있던 피의 옷들도 사라지고 미즈루가 허공에서 떨어진다. 리겔은 추락하는 미즈루를 따라가 받쳐들고, 천천히 지상으로, 카미루의 앞으로 내려왔다.
미즈루는 정신을 잃은것일까. 리겔은 카미루 앞에 그녀를 조심스럽게 눞여놓는다.
"아마...이제 괜찮을겁니다."
온 몸에 펼쳐진 붉은 분양. 인간으로선 조금만 접해도 미쳐버릴 정도의 신의 저주를 내뿜는 몸. 이미 이 세상의 것을 보지 않는듯한 눈. 하지만 카미루는 말했다.
"고마워요, 리겔씨. 미즈루를, 구해줘서."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이거, 환영 고맙습니다."
"아뇨... 차 정도인데요 뭘..."
카미루가, 조금은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미즈루는 테이블 앞에 앉아서 수상하다는 눈길을 조금도 숨기지 않은채 맞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 이 사람들 누구야? 아니, 사람이 맞긴 한거야?"
"그게, 저..."
"정확히 보셨네요. 신도관 아스모데우스라고 합니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두 사람중 한명-여성이 대답했다. 구리빛의 윤기있는 피부와 매끄러운 머릿결. 볼륨감있는 몸매와 그걸 전혀 감추지않는 대담하고 노출도 많은 옷. 하지만 그 목소리만은 외모와 어울리지않게 쉰 노파와 같이 거칠었다.
"신인관 말파스라고 합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코야마의 아가씨."
동물에 비유하자면 까마귀.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분위기가 나는 남자가 말했다. 검은 옷에 온 몸을 보석들로 치장한 미청년이었다.
"신도관? 신인관...?"
미즈루가 더욱 수상하다는듯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미즈루. 너무 그러지마. 일단은 우릴 도와주셨던 분들이니까."
카미루도 앉으며 얘기했다.
"그런데 두분은 어쩐 일로...?"
"말씀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말파스가 대답했다.
"주군의 과거를."

 

이야기는 옛날.
몇년, 몇십년, 몇백년, 몇천년으로 얘기 할 수 있는 수준의 과거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몇번이나 이전 [세계]의 이야기. 하나의 [세계]가 무너지고, 다시 시작되며 우주가 생겨나고 별이, 행성이, 생명체가, 문명이, 역사가 생겨나며 다시 사라져가길 몇번이나.

그 [세계]들 중 하나. 전쟁이 있었다.
자신들의 힘을 가지고 약탈과 파괴, 쾌락을 일삼은 군대. 그들은 자신들을 셰도우 나이츠라고 불렀다.
그들을 무찌르기위해 '신'이라 불린 자의 아래에 힘을 모은 군대. 세상의 각지에서 모인 그들은 특별한 명칭은 없었다.
전쟁은 약탈하는 쪽-셰도우 나이츠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들의 대장들은 너무나도 강했고, 그들 중 한명만으로도  수많은 '신'의 군대를 쓰러트렸다. 하지만 '신'의 군대가 쉽게 무너지지 않은건 그 숫자 덕분. 약탈당한 자들은 자신들의 분노와 슬픔을 셰도우 나이츠를 쓰러트리기 위해 사용했다.
그리고 여전사들. '신'을 모시는 사제였던 그녀들의 술법은 셰도우 나이츠에게 치명적이었다. 그 미묘한 균형 덕분에 이 전쟁은 어느 한쪽의 승리로 쉽게 끝나지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잠깐,"
미즈루가 이야기를 끊었다.
"그거, 내가 알고있는것과 달라."
"예? 무슨 뜻이죠?"
"내가 데스한테 습격당했을때, 데스가 이 일의 배경이 된 과거라며 어떤 이야기를 내 기억속에 강제로 주입했는데... 이것하고 달라. 거기엔 전쟁같은건 없었다고."
"글쎄요... 데스가 당신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쪽이 주군-리겔의 과거에요."
"흐음..."
미즈루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갸웃거렸다.
"아무튼, 계속하겠습니다."

그러던 중 셰도우 나이츠는 계획을 세웠다.
'신'의 딸을 납치한다.
'신'을 모시는 여전사들은 '신'의 딸이라 불리는 한 소녀를 보호하며 그녀를 신과 같은 존재로 받들고 있었다. 엄중한 경비와 보호를 받고있는 그녀지만, 납치를 성공한다면 분명 여전사들을 제압할 수 있을것이다, 라고.
그리고 계획이 실행되었다.
전투력이라면 셰도우 나이츠가 압도적으로 유리했을테지만 상성의 문제가 컸다. 침투도 하지 못하고 양쪽 모두 피해만 늘려갔다.
그러던중, 한 대장 셰도우 나이트가 활로를 뚫으며 다수의 대장들이 침투. '신'의 딸을 납치하는데 성공했지만, 함정이었다. '신'의 딸을 납치한 자는 무사히 탈출했지만 그 외의 대장들은 자폭을 무릅쓴 여전사들의 공격에 대부분 사망. 양쪽 모두 크나큰 손실이었다.
여기서, '신'의 딸을 납치한 자가 제대로 셰도우 나이츠에게 귀환했다면 전쟁은 확실히 셰도우 나이츠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않았다.
대장 셰도우 나이츠는 납치한 '신'의 딸과 사랑에 빠지고, 셰도우 나이츠와 '신'의 군대 양쪽 모두의 눈을 피하며 그녀를 데리고 도망친것이다.
전쟁은 '신'의 군대가 '신'의 딸을 납치당했다는것에 슬퍼하며 분노한 여전사들을 앞세워, 대부분의 대장들이 사망한 셰도우 나이츠를 조금씩 몰아내며 끝났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갈 무렵, 도망친 셰도우 나이트와 '신'의 딸에게 저주가 내려졌다.
자신들을 패배하게 한 배신자 전사에대한 동료들의 저주.
'신'을 버리고 사랑을 쫓아간 딸에대한 '신'의 저주.

동료들에게 내려진 저주는
"너희들의 자식은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죽일것이다."
'신'에게 내려진 저주는
"너희들의 자식은 사랑하는 연인의 손에 죽임을 당할것이다."

두가지 저주가 엮이는 가운데 도망친 두 사람의 사이에 한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그게 혹시..."
"네.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저희의 주군, 리겔입니다."

"어이, 누가 멋대로 얘기하랬어."
문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겔이 아직 불편한 움직임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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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제발 이녀석이 쓴다고 끄적이는게 소설이 아니길

안녕하세요, 코드입니다.
이번에도 [그녀]의 이야기 : n번째 세계-코야마가 18편을 가지고 찾아뵙습니다.
...점점 글 쓰기가 싫어지는군요.
싫어지는 이유가, 예전엔 글을 쓰면 막 제 자신이 글을 잘 쓰는것같고 쓰는것만으로 즐겁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게 없네요.
내용도 별볼일 없고 문체도 한심하고...
하지만, 이런걸 깨달았다는것도 제가 좀 더 성장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려나요.
그러니, 포기하지않고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중간에 셰도우 나이츠와 셰도우 나이트의 부분.
셰도우 나이츠(Shadow Knights)는 셰도우 나이트(Shadow Knight) 여러명, 혹은 그들 전체를 나타내는 복수형입니다. '나이트들'이라고 쓸지 '나이츠'라고 쓸지 고민하다가 이렇게 썼습니다.

아무튼, 미즈루에 관해서 슬쩍 떡밥을 던져놓기도 하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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