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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모두들 우산없이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는데도..

어째서인지 내위에만은 먹구름만이 잔뜩낀채 비를 끊임없이 퍼부어주고 있다.

그렇다..그날 이후..내게는 계속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잊혀져야할 추억..그것은..






memories off~그것은 잊혀져야할 추억-1화 사막의 무법자







"후우."

사막을 횡단하는 한 여행자가 있다. 건너편 도시까지의 거리는 꽤나 남은듯 망원경을 끼고 바라보아도 오로지 황금빛 모래만이 반짝반짝 추악스럽게 그의 눈에 비춰지고 있다. 고된 여행자는 물통을 꺼내서 입술을 적시었다.

"음.."

꿀꺽꿀꺽

포기를 했는지 입술만을 적시는데 사용한 물을 벌컥 다 들이켜버렸다. 비어버린 물통에서 한방울이라도 더 얻어마시려는듯 흔들어버리지만 부질없는 짓. 그대로 앞에다 내던져버리고 양팔을 쭉뻗어 하늘을 올려다 본다. 쨍쨍 내리쬐는 태양은 수증기로 인해서 더욱 흐리게 보였다.

"흐음.."
"으엑?! 다 마셔버리면 어떡해!!"

갑자기 나타난 조그만 소녀가 불쑥 참견을 한다. 요정같이 매우 조그만..마치 단발머리의 인형으로 보이는 것이 말을 하고 있었다. 크기가 한 20cm정도인게 아무튼 절대로 인간으로 보이진 않았다.

"여기서부터 다음 도시까지의 거리를 몰라서 그래?"
"후우 어차피 죽을거면 실컷 마시다 죽고싶다고 유에."
"토모야도 참..언제나 그렇게 행동을 하니까 이모양 아니야. 도대체가 아주 오래전에 핵전쟁으로 인해서 지구의 환경은 알 수가 없다고 분명히 말해줬잖아!"
"난 머리가 나빠서 그런거 기억못해. 분명 내가 살던곳은 숲만 울창했어. 이렇게 몇일 걸었는데 그 울창한 숲에서 모래뿐인 사막이 나올줄이야.."
"그러니까 공부 좀 해. 대체 몇십몇백년전 얘기를 왜 지금까지 해줘야하는거야!"
"유에니까."
"우우..날 놀리는 거지!"
"아니아니 그럴리가 있나. 이렇게 작고 귀여운 '사역마'같은 존재를 말이야."
"사역마라니!"
"취소. 요정."
"헤헤헤헤. 당연하지."
"...바보냐?"
"에엑?!?! 왜 유에가 바보야!!"

단순해 보이고 자칭 '요정'이라고 하는 이 소녀의 이름은 이마사카 유에. 그리고 망또를 두른채 햇빛을 가리고 털썩 누워있는 검은 머리의 청년은 미카미 토모야. 다음 도시까지의 거리는 지도로 봤을때 이틀은 더 걸어야한다.
토모야는 한숨을 다시 쉬고 몸을 들어올렸다. 망또를 다시 머리까지 덮고난뒤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의 손목을 유에가 갑자기 턱 잡는다. 예상밖의 행동에 토모야는 깜짝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유에?"
"토모야.."
"왜그래, 유에."
"토모야...."

작은 요정은 겁먹은 표정으로 손가락을 들었다. 키크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지고 있을듯 보이는 망또를 두른 청년은 그녀가 가리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모래연기가 내뿜어져나오고 있다. 그것도 매우 크게 내뿜어져 나오고있다. 폭탄이라도 터진듯 모래연기는 이곳저곳에서 펑펑 터져나온다. 눈에 힘을주며 째려보는 토모야, 그리고 그는 무언가를 보았다. 그의 눈은 동그랗게 커졌고 동시에 유에를 향해 고개를 돌리곤 그는 크게 소리친다.

"유에!!"
"으..으응!!"

청년은 망또를 벗어던졌다. 푸른 양복을 입은듯한 모습에 하얀 와이셔츠는 바지밖으로 빠져나와있었다. 그는 허리춤에 달려있던 기다란 라이플의 한종류로 보이는 총을 한손에 빼들곤 위로 뛰어오른다.
그동안 두손을 가슴쪽으로 모은뒤 눈을 감고있던 유에. 새하얀 빛이 그녀의 손을 향해 모여들더니 어느순간, 그녀는 감았던 눈을 치켜뜨고 양손을 토모야를 향해 뻗었다.

슈아아아아앙

갑자기 커다란 바람이 불더니 토모야를 더 멀리 날려보내준다. 바람을 타고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토모야. 비틀어진 몸은 불안해보이면서도 그의 눈은 좀전과는달리 매처럼 날카롭게 빛을 내고 있었다.
굉장히 먼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동자에는 정확히 그 연기가 펄펄 나는 곳이 포착되고 있었다. 몇십명의 사람들. 총을 들고 있으나 그의 눈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가 노리는것은 바로 그 주변에는 이상한 괴물들뿐.
갈색피부에 2m정도 되어보이는 덩치, 몸 이곳저곳에 나와있는 뿔, 그리고 커다란 송곳니. 거대한 팔을 들어 사람을 향해 내리치자 큰 모래연기가 내뿜어져나오고 그 인간은 단숨에 납작하게 변하고는 이상하게 뒤엉켜있는 팔과 다리가 꿈틀꿈틀 거릴뿐이었다. 엉겨붙어진 몸에서 얼굴쪽엔, 안구가 튀어나오고는 매마른 사막에 시원스럽게 빨간 피를 토해낸다. 어긋나 있는 다리쪽에 튀어나온 뼈는 징그럽게만 비춰지고 있다. 두려움에 떠는 인간들, 도대체 이게 무슨일이란 말인가.

타다다다다당

느닷없이 하늘에서 토모야는 커다란 장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수십발정도의 탄환들이 연사되어서 한 괴물에게 정확히 명중, 머리를 터뜨려 빨간 피를 쉴새없이 뿜어져 나오게 만든다. 시체는 쿠웅하고 쓰러지고 주변의 동료들은 이것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꾸에에에에엑!"
"크르르르르."
"키이이이익."
"뭐..뭐지?"
"무슨일이야?"

사람들과 괴물들 모두 놀라 어리둥절하고 있다.



그리고 그 두무리의 경계점에 토모야는 무릎을 꿇곤 착지한다. 꽤나 빠른속도로, 꽤나 높은 곳에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세를 유지한채 조용히 몸을 일으키고 빠르게 탄창을 갈아끼었다.
양손으로 다시 총을 잡아서 괴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눈채 손가락을 방아쇠에 가볍게 갖다댄다. 붉은 빛을 띄는 그의 눈. 그리고 그 한가운데 금빛을 발하는 눈동자. 같은 사람들에게도 공포를 가져다 주는 그의 눈빛은 좀전의 사막을 걸었을때의 반짝거리던 파란 눈동자가 아니었다. 이들 무리의 바깥쪽에서는 자칭 요정이라고 말한 작은 인형정도 크기의 여성 유에가 헐레벌떡 등뒤의 날개를 연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아..하아..역시 힘이 너무드네..."

심호흡을 가다듬으며 그는 토모야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결국..또 한건가..토모야.."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이마사카 유에.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붉은자위에 금색 눈빛을 더욱 밝게내는 미카미 토모야. 그는 조용히 홀로 중얼거렸다.

"큭큭큭. 왔구나, 나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자들이야. 잊혀져야만하는 기억을 남겨주고 잊혀질수 없는 기억을 나에게 남겨준 종족들이여. 그대들의 피로 나는 나의 길을 빨갛게 물들일것이며 나또한 빨갛게 물들일지어다. 그렇다..우린 모두 죽는거다. 승자따윈, 사는것따윈, 애초에 존재도 하지 않는거다! 크크크큭. 크하하하하하하하."


memories off.....그것은 잊혀져야만 하는 추억.....그 추억의 여행이 지금 당신들에게 펼쳐진다.







늘 서있기만하는 이 길위에서 나는 천사를 만났었지.

거울을 든채 꽃을 하나 들고있는 하얀 여자를 한명 만났었지.

바람으로 나를 적셔주던 그녀, 상처있던 손을 어루만져주던 그녀.

그녀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나도 그녀에게 변화를 하나 안겨다 주었지.

빨갛게 빨갛게 그녀를 물들어버렷지. 그녀의 피로말이야.

크크큭. 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끝없이 끝없이 나는 웃고만 있었지. 피로 물들어진 내 손을 보고서...

나는 오늘도 울고만 있겠지..




memories off~그것은 잊혀져야할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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