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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륙의 문화가 생성되고 언어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 이 대륙의 시발점이였다. 여신 프리스카는 이 땅에 축복을 내렸고, 인간을 만들어 주셨다. 숲을 만들고, 강을 만들었다. 산은 솟아 오르고, 동식물 역시 춤추었다.
만들어진날. 아델라이드력 1년. 대륙의 시발점은 그곳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역시, 대지의 여신마저 태어나게 되었다.


-아델라이드력 193년 가을 ‘피오른 마을’-

대륙이 만들어지고나서의 193년 후의 일이였다. 어느 달밤. 그곳은 베레니스의 작은 마을이였다. 중앙 사막으로부터 점점 먹혀들어가는 이 마을은, 곧 죽을 운명에 처해있었다. 그런 마을에서도, 어쩔수 없는 생명을 태어나기 마련이였다.

「아주 예쁜 따님입니다…」

이웃집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남자는 기뻐했다. 아무래도 그 남자는 방금 갓 태어난 여자아이의 아버지겠지. 그 소식에 아버지는 입을 크게하여 외쳤다.

「아, 안부인은!」
「산모도 무사합니다.」

이웃집 아주머니의 한마디로, 남자는 더욱 크게 웃을수 있었다. 시골에서 자라나 아무것도 모르고 자랐던 이 남자에게, 자신의 아이가 부인의 뱃속에 잉태하게 된 것은 물론이오, 태어난것 역시 너무나도 신기한 일이였을 것이다.
남자는 기쁨에 사로잡혀 산모가 누워있는 방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온몸을 땀으로 샤워한듯한 한 여성과, 그 여성의 품에 담긴 조그만한 생명을 볼수 있었다. 남자는 더욱, 더욱 더 신기해져만 갔다.

「여보!」

남자는 자신의 부인을 불렀다. 그러자, 부인역시 웃으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여보. 우리아이에요. 참, 귀엽죠?」

남자는 기쁨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연신 말했다. ‘수고했어’. 끝까지. ‘수고했어’.
이말만은 되풀이 하며, 남자는 부인의 손을 잡고서 잠들었다. 밤새 걱정한 탓이겠지. 자신의 부인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샌 까닭일 것이다. 그래, 그 노고의 보상은…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이였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꺄아아아아아악───!!」

───비명소리.
그 비명소리는 한두명의 것이 아니였다. 마을 전체의 비명소리. 그것은 대체로 여자의 것이였으며, 어른의 것이였다. 울먹이는 목소리. 탄생의 기쁨과도 너무나도 대조되는 집 밖의 비명소리. 울고있는 눈앞의 딸자식. 어쩔줄 몰라 당황하는 아내. 그리고 바깥에서는 끊이지 않는 탄식의 비명소리가……

「피터!」

그것은 남자의 이름이였다.
방금 갓 딸아이의 얼굴을 본 남자의 이름. 그는 등 뒤에서 불려진 절친한 친구를 돌려 보았다.

「왜그런가? 그리고 이 비명소리는!」
「피터…」

남자의 친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흐느끼고 있었다. 무릎이 풀린다. 그것은 나사를 빼낸 경첩처럼, 나사가 빠진 무릎은 힘없이 무너진다. 다리도. 팔도. 손가락 마디 전체가. 그리고, 의식을 지탱하고 있던 인내심 조차도.

「──가 죽었어…」
「뭐라고? 론! 다시 말해봐!」

론이라고 한…피터의 친구는 나사가 빠진 얼굴을 하고서, 나사가 빠진 목소리로 외쳤다.

「내 아이가 죽었다고!! 피터─!!」

쿵.
그것은 말 그대로 쿵이였다. 해머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 정신이 아늑해진다. 왜일까. 내 아이도 아닌데. 그래도 가장 절친한 친구의 아이가 죽었는데. 그리고, 이같이 기쁜 날인데──

「론! 무슨일이야? 정말이야? 론!!」
「한둘이 아니야…! 들리잖아. 비명소리. 내 아내의 것도! 이웃집 앤의 것도! 그 옆에 4살짜리 애를 키우고 있는 존도! …모두가 비명을 지르고 있어. 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거야! 분명해!」
「정신차리게 론!! 정신을 차리고…똑바로 말해보게!」
「피터! 자네같으면 정신 차리게 생겼나!?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죽었어. 눈앞에서. 죽어버렸다고!」

론이라는 남자의 증오섞인 오열은 방 전체에 퍼져나갔다. 아이는 운다. 어머니는 걱정한다. 아버지는 놀란다. 그리고 이 사건이 바로, 후세에도 남겨질…’피오른 마을 유아 집단 요절사건’이였다.




사인은 모른다.
갓 태어난 유아부터, 약 9세까지의 어린 아이들이 모두 요절해 버린 사건이였다. 그것은 너무나도 기괴했다. 원인도 모른다. 결과 역시 기괴했다. 요절해버린 아이들은 모두…아무런 걱정없이 건강하게 지내던 아이들이였다. 그런 아이들이…갑작스레 숨이 막혀 죽었다. 어쩌면 신종 바이러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당시의 사람들은 몰랐다. 그래, 무지한 사람들은 몰랐다. 그저.
그 땅에서 태어난 대지여신의 저주라고 생각했을뿐. 아니면, 무엇일까?



장례식장.
죽어버린 수많은 아이들의 단체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식장은 엄숙했다. 다만, 어머니들의 오열과 한탄만이 없었더라면…더욱 더 엄숙했을 것이다. 지르던 목소리는 눈물에 의해 삼켜진다. 하지만, 또다시 흘러나온다. 끊임없는 탄식. 아이들을 잏어버린 어머니의 마음. 모든 아이들의 어머니가 슬픔에 젖어 있을 때…한 어머니만이 살아남은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녀는 장례식장에 참가해 있었다.

「뻔뻔스럽게」

한 어머니가 그렇게 읊조렸다.
그런 목소리를, 피터의 아내 엘은 어쩔수 없이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지 않아요? 피터씨네 아이만 살아있다니…」
「그렇죠? 이번 사건 뭔가 냄새나지 않아요?」
「그래요 그래요. 뭔가 있을거에요. 분명, 이렇게 갑자기 죽을리가 없잖아요!」

어머니들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엘 부인이…」
「그거 알고있어요? 엘 부인. 원래는 외부사람이였잖아요.」
「아아, 그랬지! 피터씨가 잠시 마을 밖으로 나간 사이에 데리고 온 여자잖아요!」
「그래그래! 수상해. 수상해!」

어머니들의 속삭임.
하지만, 엘 부인은 이미 장례식장을 나간 뒤였다.




-아델라이드력 679년 봄 로텐부르크 저택 뒷뜰-

“마스터에게는 허락도 받았겠다…”

민을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솔직히 레아나 밀렌이 갈수도 있지만…그 둘은 아무래도 바쁜 것 같다. 레아의 경우에는 의자집무가 엄청 쌓여있는 것 같고, 밀렌의 경우에는 마스터의 식사를 만들어야 하니까…어차피 한가한 내가 갈수밖에 없게 된건가.
이 뒷뜰은 그때 마나를 흘려져 있었던 곳. 하루가 지났는데도…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농도가 엄청 짙은가 보군. 이래서는 쫓아가기가 좋지.

밤이였다.
보름달이 뜬 밤. 지난번의 비로인해 구름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횃불 같은 그 동그란 밤하늘의 달은 반해버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러고보니, 내가 태어난것도 밤이였지.”

나는 베레니스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무것도 부러울 것 없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서, 이렇게 살아왔다. 아니, 확실히 말하자면 나의 부모는 날 처음으로 낳아준 그 두사람만이 아니다. 여신 프리스카가 날 ‘존재할수 있게’만들어 주었고, 그 이후로 나는 줄곧 ‘존재한다’라고만 했지, 실제로 지상에 나타난적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지상에 나타나게 해준것인 나의 부모…너무나도 행복해 보이는 부부였다.

“존재한다고 한지…600년은 됐나?’

혼잣말을 읊는다. 어느센가 도심으로 온 나는, 그렇게나 혼자서 생각에 빠져 있었나…하고 생각한다.
나의 본명은 ‘엘 쎄실리아[El Cecillia]’. 그것이 나를 이 세상에 낳아준 아버지와 어머니가 지어주신 이름. 하지만 그것은, 신의 이름……


“───마블 윗치[Marvel Witch]”

그것은 생전 처음들어보는 목소리였다. 그래, 날카로운 남자의 목소리. 온몸을 타고 올라와 목을 물어버릴듯한 뱀의 목소리. 그것은, 마녀를 사냥하는 사냥꾼의 목소리!

“읏─!”
“이제와서 모습을 나타내다니. 무슨 생각이냐?”

등 뒤에는 남자가 있었다.
그저 가벼운 세검을 하나 들고있을뿐.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남자였다…아니, 방금 그 말은 취소한다. 분명히 남자는 셔츠와 바지만 입고, 그저 세검을 들고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머리칼은…푸른빛이 도는 은발. 그리고 세련된 얼굴과 날카로운 눈. 그저 로텐부르크의 저택에만 틀어박혀 살았던 600년먹은 마녀 조차도…그가 누군지 정도는 알수 있었다.

“볼프강 드 브르타뉴 남작…전문 마녀사냥꾼이로군.”
“호오, 신에게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이계마녀[Marvel Witch]가 내 이름을 알고있다니…이거 의외인데?”
“이래뵈도, 이쪽 세계에선 유명하니까.”

녀석의 이름, 똑똑히 알고있다. 이제까지 국왕에게 바친 마녀와 마법사들의 목만 해도 세자릿수. 어린 나이에 대륙전쟁에서 수많은 마녀와 마법사들의 목을 가져갔다는 인물. 전설의 옥시타니아 대공과는 비교조차 될수없는 녀석이지만…적어도 그 전쟁에서 공로만으로도 충분히 프랑크의 공작작위에 오를수 있는 인물.

“그래. 그런 유명인사분께서 오밤중에 한낱 꼬마 여자애한테 무슨 용무지?”

말을 그렇게 하지만 긴장한다. 녀석은 프로다. 여차하면 영창을 외기도 전에 내 목이 날아가 버린다. 저 남자가 들고있는 세검의 정보는 없다. 마주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프랑크의 공작인 그가 베레니스에 사는 나와 마주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전혀 틀린것이다. 베냐민의 사건 덕분에…이곳에 있는동안 그를 까맣게 잊고있었다!

“유명하다며? 그럼 내가 무슨일을 하는지도 알고있잖아? 그리고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도 알고있고.”

그것은 왠지.
여동생을 달래는 오빠의 목소리였다.

“미안하군 남작…난 지금 바빠. 상대는 다음에 해줄 테니…이만 날 놓아주지 않겠어?”
“다음에? 다음에라고 해놓구선 다시 베레니스로 도망칠려고?”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도망은 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단 한마디라도 더 하면 변명이 되어버린다. 비웃겠지. 너희가 이계마녀[Marvel Witch]라고 부르는 신급 마녀를…녀석들은 비웃겠지.

“───알았다. 덤벼라 남작.”
“싹싹한 여자로군. 맘에 드는 성격이야!”

휘익!
눈 깜빡할 사이. 남작은 도약을 시작했다. 동시에 남자의 칼 끝은 내 가슴을 노린다. 하지만, 세검은 그저 튕겨나갈뿐.

“윽!”

베리어 정도는.
전투시에는 자동전개 되게 되어있다.

“무슨일인가 남작. 나를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 베리어도.
얼마가지 못할 것.

“재밌는 재주를 가지고 있군!”

또다시 도약해 뛰어오는 남작. 이번엔 베기다! 순식간에 영창의 주문을 압축해 읊는다. 동결. 동결마법은 전문분야가 아니지만 일단은 시동은 된다!

찌익-

하지만, 질주하는 칼날은 멈추지 않는다!

“무슨!”
“단순함 검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마녀!”

쉬익!
간신히 피한다. 옷가지와 머리카락만이 찢겨져 날라가고, 만원은 그런 두사람의 모습을 보고 비웃고 있다. 춤을 춰라. 더욱 더 즐겁게. 더욱 더 아름다운 춤을 춰라, 광대들아!

‘저 검은 모든 마나능력을 무효화 시키는것인가!’

잘은 모르지만, 방금의 마법이 무효화 되었다. 그렇다면 그정도의 능력이 있을터. 젠장! 검에 직접 마법시전을 하는건 무의미한가!

“뭘 그리 생각하나. 600년이라는 세월은 헛으로 살아왔나? 한두번 싸워본것도 아니고. 모든것은 몸이 기억해야 할 것을!”

이번에는 점이 되어 달려온다. 찌른다. 찌르고 찢고 발긴다.

‘왕국검술! 쳇, 이대로는 안되겠군!’

시간의 촉박.
아침이 오면 더 이상의 진행은 불가능하다. 아침이 되기전…인간들이 모두 깨기전에 베냐민을 확인하고 데리고 오는 것이 임무. 여차하면, 그 붉은머리 녀석과도 싸울수도 있으니!

“어떻게 된건가 마녀! 이계마녀에 맞는 능력을 보여달라고!”

아직.
그런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할정도로 한가하진 않다. 어쨌든 지금은 후퇴를……

“윽!”

크게 도약을 시작함과 동시에, 녀석이 세검이 내 종아리를 찢는다! 새하얀 롱삭스에 피가 베여져 흘러나오고…조그만한 검은 구두는 피로인해 붉게 빛난다. 다리에 마력을 불어넣는다. 그럼과 동시에 더욱 더 크게 도약할수 있게된 나는…순식간에 건물의 옥상 위로 올라선다.

“네놈! 도망치기냐!”
“미안 미안! 언니는 오늘 쫌 바빠서 말이야!”

증오의 눈으로 올려다 보는 은발의 남작. 하지만 이내 그는 검을 거두고 한숨을 쉴 뿐이였다.

“흐음, 내가 아무리 대단하다 대단하다 하더라고…거기까지 도약하는건 무리겠지.”

혼자서 납득하는 남작. 하지만 그런 남작을 지켜볼 시간따윈 없다. 난 그저 조용히, 그에게 손을 흔들고 옥상과 옥상 위를 뛰어 날아갈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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