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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이야기.
-인형을 만드는 청년-
어두침침하다고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밤... 그것도 아마 3시는 훌쩍 넘겨 이미 깊고 깊게 잠들어버린 시간... 하지만 나는 백열전구를 하나 둔 체 책상 위의 부품을 손질하고 있다. ‘인형(人形)’의 부품인 그것을 말이다.
‘인형술사’라고 불리 우는 ‘마법사’의 제자로서 들어간 나는 그의 공방에서 인형을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인형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모두 ‘인형’일 뿐...
인형은 인간이 낳은 또 다른 인간... ‘진정한 인간의 형태’. ‘인간의 틀’ ‘인간의 모습.’ 나는 그것을 인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완벽한 인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인형술사의 일이라고 스승님에게 들었다. 마법사총연합회 소속 마법사인 스승 밑으로 들어 온 것이 약 3개월 전. 그 때까지 나는 총회에서 설립한 마법사 육성학원에 다녔다. 육성학원 졸업 후 진로는 각각 어느 마법 학파의 계보를 잊기 위해 마법사의 직계제자가 되어 그의 업적 선대의 업적을 이어나가는 일이다. 중세 마녀사냥 이 후 급속도로 줄어버린 마법사들은 사회의 눈을 피해 지하로 숨어 이런 단체를 만들고 ‘마법’이라는 걸 이어 나가고 있다는 걸 현대의 사람들이 알면 어떨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웃음이 나온다. 어찌 되었든 수많은 마법의 계보 중에 인형술사가 될 것을 선택했다. 재능을 보이면 그 이름을 이어 수대에 걸쳐 이룩한 지식을 전수 받아 다음대의 인형술사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인형을 만들고 있다...
조용히 책상 옆의 선반을 돌아보니 그곳에는 한 여인의 얼굴이 있다. 단아하게 감긴 눈. 정교한 속눈썹과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얼굴선. 푸른색으로 웨이브 진 긴 머리카락. 붉은색의 아름다운 입술... 오똑한 콧날. 지금이라도 눈을 뜰 것 같은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이 그곳에 있다. 하지만 그것은 ‘머리’뿐이라 조금 기분 나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최고의 인형... 내 기술을 모두 쏟아 부어 만들고 있는 진정한 인형...
인형술에 속하는 마법과 정교한 기술.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인형술사이며 인형사의 인형인 것... 나는 인형술사가 되기 위해 이것을 만들고 있다.
왜 이렇게 인형에 매혹 되는 지...
왜 이렇게 인형을 만드는 걸 놓을 수 없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묘한 매력...
살아있는 듯 죽은 듯...
죽어 있는 듯 살아있는 진정한 이질과 모순... 그리고 완전무결과 순결의 더럽혀지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나는 인형을 만드는 것에서 찾는 건지도 모른다.  
이름은 아직 지어주지 못 했다. 아마 완성 된다면 인간처럼 말하고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처럼 배우고 인격을 형성하겠지... 진정한 인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인형술사. 그렇기에 마법사의 인형은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조용히 책상에서 일어나 인형의 뺨에 손을 대었다. 아무런 온기도... 그렇다고 냉기도 느껴지지 않는 단지 그곳에 있는 인형의 얼굴...
살아있는 듯...
죽은 듯...
오로지 그 존재감만을 나타내는 나의 피조물을...
“엘드님 아직 주무시지 않는 건가요?”
작업실문이 열리며 새하얀 얼굴의 청년이 나타났다. 검은색의 잘 빼입은 턱시도. 하늘하늘 거리는 무결한 금발. 남자인 내가 봐도 반해버릴 듯한 존재. 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 내 스승이 만든 인형인 ‘제르’라는 인형이다.
“제르야 말로 아직 자지 않는군. 피곤 할 텐데.”
웃기는 이야기지만 인형도 피로를 느낀다. 무엇보다 ‘인간과 가깝게’. 그것이 인형술사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잠도 자고 먹기도 한다. 소화기관이 있고 그것을 소화하여 에너지를 삼는다. 소형이긴 해도 개중에 ‘성장하는 인형’도 있지만 그것은 아직 기술이 부족해서 완벽히 인간과 같게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한다.
“아뇨 이것이 제 일이니까요. 그나저나 엘드씨 그것이 당신이 만드는 인형입니까?”
제르는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내 앞의 인형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푸른 눈동자의 인형이 조용히  내 인형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훌륭하군요... 이 정도의 완성도라니 인형인 제가 봐도 인형인 지 사람인 지 잘 모르겠어요.”
“칭찬이야? 조금 이상한 비유군.”
“그런가요? 하핫.”
조금 웃고 나서 제르는 다시 나를 발라보았다.
“엘드씨. 만약 당신이 다음 대의 인형술사가 된다면 저의 마스터는 물러나시게 됩니다. 그 후에도 저는 마스터가 돌아가실 때까지 함께하겠죠. 그것이 운명. 인형술사가 되기 위해 처음으로 만든 ‘인형’과 함께 생을 마감하는 것이 인형술사의 의무니까요. 그리고 그런 마스터의 뒤를 따르는 것도 저희들의 의무죠.”
제르는 그렇게 말했다. 인형술사들은 처음 인형사에서 인형술사가 될 때 인간과 같은 인형을 만든다. 그리고 그 인형과 함께 평생을 함께한다. 그 후 인형술사가 죽으면 그 인형의 의사에 따라 가동을 중지시키거나 또는 가동을 계속하며 총회에 머문다. 하지만 마스터를 잃은 인형들은 모두 하나같이 가동을 중지당한 체 마스터와 함께 묻히기를 원한다. 무한한 삶을 살 수 있는 인형과... 그렇지 못 한 창조주... 어떤 의미로 우리 인간 쪽이 열등한 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제르?”
나는 다시 그렇게 물었다 제르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저는 마스터가 죽는 다는 것을 생각 할 수 없습니다. 창조주. 어떤 의미로는 신인 그 분이 죽는 다는 걸 말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 분도 돌아가시겠죠. 하지만... 그 후에 저는 어쩌면 좋죠?”
제르는 그렇게 물어왔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의 돌(DOOL)을 바라보았다. 인형도 생각하고 학습한다. 그렇기에 그런 고민을 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네 좋을 대로 하면 되잖아? 마스터가 죽은 후의 인형은 자유야. 인간처럼 의지도 있고 인간처럼 생각하며 인간처럼 학습도 가능한 존재. 다만 ‘만들어 졌다.’와 ‘태어났다.’의 차이... 수명의 차이 그 이외의 몇 가지 차이를 빼면 인간과 같은 존재니까. 우리 인형술사의 인형은...특히 자유의사를 총회에서도 인정하고 있어. 넌 어쩌고 싶지 제르?”
제르는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무엇도 보일 리 없는 어두운 천장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 수 없습니다. 창조주가 죽는 다는 것도... 그 후의 저도. 단지 생각할수록 불안해저서 고민만을 반복할 뿐이지요. ‘인형’은 어리석은 존재입니다. 비록 인간처럼 생각하고 배워 나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무언가 인간에게 있지만 저희들에게 없는 것이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요. 엘드씨.”
제르는 인형일까? 아니면 인간일까? 마치 신을 잃은 인간이 방황하는 듯한 그 모습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눈 앞의 존재는 ‘인형’이다...
“제르. 인간도 말이지. 신에 의해 만들어 졌다고 해. 하느님이라는 신에 의해서. 하지만 말이야 인간은 신을 잃고 방황하지 않아. 오히려 지금에 와서는 그 신을 얕보지. 너는 그래 살아남아 보는 건 어때? 역대 인형들은 모두 마스터와 함께 잠드는 걸 택했으니까. 너는 살아남아서 보는 건 어때?”
나는 조금 경솔하게 눈앞의 아름다운 인형청년에게 그렇게 말했다. 살아남아 보는 것. 그러나 제르는 조금 슬픈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역시 마스터가 없는 세상 따위는 생각 할 수 없어요 엘드씨. 저희는 결국 인형인 걸까요?”
제르는 그렇게 말해왔다. 아무리 생각는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형은 인형일까? 하지만 제르의 생각도 조금 이해가 간다. 자신을 만들어 준 누구보다 소중한 크고 소중한 존재를 잃었을 때... 인간도 딛고 일어나기 힘들다. 하물며 인형이 마스터를 잃는다면 어떨까? 말로 형용하는 것도 바보 같은 일이다. 살아남을 의지 같은 게 남아 있을 리 없다.
“인형과 인간... 그 차이가 뭘까 제르?”
“저에게 물으셔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마스터를 신뢰하고 따르고 있어요. 저희 인형들은 그렇습니다. 당신이 만들고 계시는 DOOL도 아마 그렇겠죠. 저희들은 인형. 아무리 인간과 같게 만들어 졌다고 해도....”
제르는 쓰게 웃었다. 인간의 고뇌가 느껴지는 그런 웃음... 나는 조금 슬프다고 생각했다. 인간과 같은... 그러나 인간이 아닌... 그런 존재. 우리 인형술사는 죄를 짓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런 존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인형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제르...”
“예?”
“네 마스터가 왜 너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단순히 인형술사가 되고 싶어서 였을까? 어떨 거라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말이지... 정말 어리석지. 합리도 이론도 통용 되지 않는 가치관을 가지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짓도 저지르곤 해. 그것이 인간이지. 난 말이야. 조금 바보 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 만들고 있는 이 아이를 ‘사랑해’.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아. 아무런 표정도 보여주지 않아. 하지만 이 아이가 완성 되서 내게 말을 걸어주겠지. 내게 웃어 줄지도 몰라. 내가 내 손으로 창조한 인간을 목표로 만든 인형이 말이야. 그것은 보람일 수도 있고...”
나는 조금 숨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 무겁게...
“광기 일지도 몰라. 하지만 말이야. 나는 인형을 좋아해. 그리고 그 인형이 좀 더 인관과 교류하길 바래. 말벗이 되 주고 항상 함께 해주고 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존재. 그것을 기대하고 나는 지금 이 아이를 만들고 있어. 인형술사들은 대부분 그런 지도 몰라. 특히 인형술사가 되기 위해 만드는 인간을 목표로 만든 인형은 말이야. 네 마스터도 여성이잖아? 이성으로써 건 자식으로 서 건 널 사랑해 주고 있겠지.”
제르는 조금 얼굴이 붉게 되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느꼈다.
“뭐 부끄러워 할 것 없어. 너도 네 마스터를 좋아하잖아?”
나는 밝게 웃으며 제르의 어깨를 탁탁하고 쳐주었다.
“요는 그거야 인간과 인형이 서로 교류하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사 오케이. 뒷일을  일일이 생각해 봐야 어려울 뿐 이지.”
“하... 하아...”
무슨 소린 지 모르겠다는 듯 제르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네 마스터가 돌아가시려면 아직 멀었어. 벌써부터 걱정하는 건 바보 같지 않아 제르? 자자 밤이 깊었으니 자로 가도록 해 나도 곧 잘 거니까.”
나는 웃는 낯으로 그렇게 말하며 제르를 작업실에서 내보냈다.
탕!
문이 닫히자 다시 방안에 정적이 쌓인다. 오로지 나 혼자 뿐인... 아니 나와 인형뿐인 방... 조금 생각해 본다. 인형과 인간... 모순과 이질... 우리들 인형술사는 정말이지 죄를 짓고 있다. 제르와 같은 인형을 만들고 있는 것 자체가. 하지만 우리가 인형사인 이상 궁극의... 이상의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인형사의 최대의 목적은 ‘완전무결한 인형’ 완전무결한 인간의 형태. 그것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겠지... 그래서 인형을 만든다.
그 사람도 아닌...
인형도 아닌...
모순과 이질의 존재를...
하지만 그들은 우리들 손에 만들어진 인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우리와 동등한 존재다. 스스로 사고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학습하며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들이 인간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다시 내가 만들고 있는 인형을 바라본다.
“너라면 내 물음에 답해 줄 수 있을까?”
눈을 감은 체... 마치 대답이라도 해 줄 듯 한 그 인형은... 아직 ‘미완성’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이 아이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인형을 사랑하고만 인간은 오로지 인형을 만드는 것만을 반복한다.
달그락 달그락...
밤은 깊고 나는 손을 움직인다. 오로지... 인형을 만들기 위해서...

천천히 흐른다고 생각하는 시간...
무한한 듯 유한한 시간이 흐른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흘러나가는 그 시간 끝에 나는 도달했다... 내 손으로 만들어 냈다. 나의 인형을...
“마스터는 몸이 편찮으셔서 제가 대리로 왔습니다. 엘드씨. 완성되었다면서요?”
빛이 충만한 넓은 거실 의자 위에 한 여성이 앉아 있다. 푸른색의 웨이브 진 긴 머리카락... 어깨가 들어난 푸른색 원피스 새하얀 피부... 더 할 나위 없는 존재감과 미. 인간의 형상이나 인간이 아닌 존재... 내가 내 손으로 만든 인형...
“이름은 정하셨나요?”
제르는 생긋 웃으며 물어왔다. 이름. 인형에게 이름은 매우 중요한 것. 창조주가 내려주는 이름인 것 부모가 내리는 이름인 것. 그렇기에 인형은 이름을 중요시 한다.
“으음 그게 말이지 아직 생각해 두지 않았다고 할까?”
“어쩔 수 없는 마스터군요 엘드씨도.”
제르는 쓴 웃을 지었다. 하지만 생각해두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 두지 못 했다고 할까? 만든다는 행위에 빠진 체로 이 아이의 이름을 짓는 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에 무슨 이름이 좋을까?”
“저에게 물으셔도 말이죠... 뭐 예쁜 아이니까 그에 맞는 귀여운 이름이 좋지 않을까요?”
“으음...”
조금 고민했다 아니 조금 생각했다고 할까? 하지만 그럴 듯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끝에 나는 입을 열었다.
“라이아...라는 건 어때?”
“라이아입니까? 좋은 이름이군요. 무슨 뜻인가요?”
제르는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물어왔다.
“뜻 같은 건 없어. 그냥 이름이야.”
“에? 하지만 저희들에게 있어서 마스터가 내린 이름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충...”
“뜻이라면 없다. 그러니까 ‘그 무엇도 아니다.’라는 거야 뜻이 있지?”
“하...하아...”
제르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이 그렇게 대꾸했다. 이해하지 못 하는 편이 좋다...
인간도 아닌...
인형도 아닌...
그 무엇도 아닌 존재...
그러나 결국은 인형인 나의 피조물 나는 그 존재를 나타내고 싶었다.
“라이아. 일어나.”
나는 이름이 정해지자마자 그 아이를 불렀다. 마력이 깃든 인형의 마스터로써의 처음으로 내리는 명령... 그리고 앞으로 나와 함께 할 존재를 부르는 의식...
“우왓 갑자기 그렇게 명령을 내리시는 법이 어디 있어요?!”
“음...”
제르는 놀라서 소리쳤지만 나는 그렇게 호들갑 떨 여유가 없었다.
‘움직이지 않는다.’
어째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다. 한 사람의 인형사로서 나와 영원히 함께 할 동반자를 만드는 일을... 하지만 실패...했나?
정적이 돈다. 제르가 진지하게 라이아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실패...한 듯 하 군요. 엘드씨. 유감입니다.”
“그러게 나 인형사로서 실격인가?”
나는 침중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인형을 만드는 건 원래 많은 실패가 있는 법이다. 거기다가 ‘인간을 목표로 만든 인형.’은 중간에 가동을 시험해 볼 수도 없는 법이다. 실패를 각오하고 만드는 것이다...
“노력은 제가 보고 있어서 압니다. ‘인형술사’는 될 수 없더라도 인형사로서는 일류입니다 엘드씨 자신을 가지세요.”
“고마워 제르.”
나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전부였다. 위로가 되지 못 한다. 나는 실패했다. 나의 동반자를 만드는 것도...
인형술사가 되는 것도...
결국 나는 무엇을 만들고 있었을까? 조금... 화가 났지만 인형에게 화풀이하는 것도 바보 같지... 내가 만든 건 결국... ‘인형’이었으니까...
“힘없는 목소리네...”
그 때 갑자기 의자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곳의 나의 인형 라이아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반쯤 뜨인 푸른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착각이 들만큼 천천히... 라이아는 눈을 떴다.
“너... 너?”
나는 놀라서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말문이 막혀버린 것이다.
“뭐 그리 놀라는 거야? 그냥 뭐랄까 마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서 눈을 뜨려 했는데... 저기 저 금발 남자가 뚫어지게 보는 통에 눈도 못 뜨고 있었어.”
라이아는 그렇게 말하며 척하고 제르를 가르쳤다. 제르는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예? 아 저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음... 그러고보니 언어기관은 문제없이 동작하는가보군요. 마스터에 대한 존칭이 아닌 건 조금 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제르는 라이아의 말에 화재를 돌리면서도 라이아를 흥미 있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원래 인형술사의 인형이 자신과 같은 존재를 보는 건 거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형술사는 처음 만든 인형을 인간으로서 고쳐나가지 새로 만드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 이외의 인형을 보는 일은 별로 없다.
“흐음... 그런데 당신은 누구야?”
“에 저는 제르라고 합니다. 당신과 같은 인형입니다.”
“흐음... 그럼 내 선배라고 해야겠네. 잘 부탁해 제르선배.”
“예... 예 잘 부탁드립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하는 인사에 제르 쪽이 당황한 모양이다. 라이아는 조용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오....
꽈당!
아... 쓰러졌다.
“아야야... 왜 이렇게 생각처럼 안 움직이지?”
라이아는 주저앉은 체로 그렇게 투덜거렸다. 나는 쓰게 웃으며 라이아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처음에 당연하지 익숙치 않은 거니까. 그건 네가 배우면 되. 너는 그것이 가능하니까.”
“매정한 마스터네 이정도 미세 조정은 알아서 해줘야 할 것 아니야? 보행능력 정도는 해줬어야지...”
“아? 그런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라이아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 존재감은 더욱 강해져있었다.
“어쨌는 소개하지. 내가 너를 만든 마스터 ‘엘드 리페즈.’ 앞으로 잘 부탁해 라이아.”
“나는 라이아. 마스터가 붙인 이름이니까 잘 알겠지? 나도 잘 부탁해.”
웃는 얼굴로 손을 들어 인사하는 라이아를 바라보며 나는 미소 짓는다. 내가 해냈다는 보람과 기쁨. 그리고 내가 만든 인형에 대한 죄책감. 나는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라이아 나는 지금부터 엘드라고 불러도 되. 특별히 허락하지.”
“엘드씨 지금 충분히 라이아씨는 마스터에게 반말하고 있다고요. 그런데 이름으로 부르는 것까지 허락하다니...”
제르가 조금 놀랐다는 듯 말했다. 마스터라는 단어와 존칭은 인형이 창조주이며 주인에게 보이는 예의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으니 제르가 놀라는 것도 당연하겠지. 하지만 나에게 라이아는... 인형이 아니다. 그래 인간도 아닌 인형도 아닌 그 무엇도 아닌 존재. 나는 그렇게 라이아를 받아들이기로 했으니까.
“어쨌든... 어때 제르? 나에게 ‘인형술사’가 어울리나?”
“마스터에게 보고해 두겠습니다. 아마 괜찮을 겁니다. 인형사로서 이정도의 인형을 만들 수 있다니 충분히 인형술사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르는 그렇게 말하며 웃어보였다. 라이아를 만들 동안 여러모로 도와 준 제르. 지금에 와서는 우정 같은 것도 느끼고 있다.
“아아~ 남자끼리 칙칙하게 뭐 그리 생글거리는 거야? 엘드는 내 마스터니까 나랑 놀아 달라구.”
“에에?”
“자자 안내해 줘. 네가 기본적으로 내게 가르쳐 준 지식 이외에 나한테 이곳은 미지니까. 자자자~”
“자...잠깐 인형술사님께 보고를...”
“그건 제게 맡겨 주십시오. 엘드씨. 라이아에게 이 세상을 보여주세요.”
제르는 그렇게 말하며 생긋 웃는다. 라이아도 내 팔을 끈 체 밝게 웃고 있다. 그래 이것도 좋겠지. 고민하고 싶지도 않고 고민할 이유도 없어. 그래 나는 누가 뭐라고 한다 해도 만들 것이다. 인간을 목표로 하는 인형을... 인간도 인형도 아닌 라이아(그 무엇도 아니다.)를 인간으로 만들겠다.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라이아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눈부신 햇살이 나를 비추어준다. 따스한 햇살이 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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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리기는 참으로 오랜만인 듯 합니다.
옴리버스식으로 나갈 소설입니다.
눈이 아프시다고 여기시는 분은 꾸욱 참고 봐주세요...
제가 워드프로세서에서 작업하고 붙여 넣다보니...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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