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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흑사병의 잔해>

2005.09.22 08:02

고쿠 더 히트 조회 수:322 추천:1

화르르륵 화르르륵

불길에 무언가가 타오르고 있다. 깊은 밤, 달은 이미 중천에 있고 고철덩어리 같은 것들만이 뜨거운 화염에의해 달궈지면서 그 색을 변화시키고 있다.
어찌보면 거대 비행선같이 생긴것도 같은 잔해. 그리고 주변에는 팔, 다리, 몸통등등의 모양처럼 생긴 고철들이 있다. 다 합쳐서 사람모양으로 치면 약 20m는 될듯보이는 고철들이...
이곳저곳에는 약간 빨간 물감같은 것들이 뿌려져 있고, 그 주변엔 당연한듯 군복을 입은 사람시체가 이미 그 형체를 유지시키지 못한채 태워지고 있다.

"하아..하아...크으으으으윽!"

고철더미속에서 누군가 한사람이 힘겹게 자기 위에 놓여진 철판을 밀어낸다. 색깔은 그럴지라도 매우 뜨겁게 달궈져있던터라, 그의 손은 심한 화상을 입고말았다.
오른팔로 피가 터져나오는 왼팔을 잡고, 한쪽다리를 질질 끌면서 그는 걸어가기 시작한다.

"헉..헉.."

깊은 숨을 몰아내쉬며, 이마에 흐르는 피는 딲을 생각도 하지 않은채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비행선과 로봇같은 것의 잔해, 그리고 군복을 입은채 하반신과 상반신이 따로노는등의 시체들..한쪽눈을 뜨지 못한채 그는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보았다.
멍하니 초점을 흐린채 바라보던 그는 눈을 질끈감은채 고개를 돌린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아..하아..이..이런 곳에서 내가 죽을줄알아.."

터벅 질질질 터벅 질질질

"사..살아남은 이상 반드시..반드시..."

털썩

가는 도중 그는 결국 심한 화상과 출혈로 인해서 쓰러졌다. 약간씩 신음소리를 내면서 그는 이번엔 기어가기 시작한다. 구호물자같이 생긴, 적십자가 새겨져있는 상자에 기어가곤 그는 그것을 잡고선 힘겹게 다시 일어섰다. 씩씩거리던 호흡은 이제 잘 들리지도 않는다. 호흡할 힘조차도 거의 남아있지 않아보이는 그는 그런대도 불구하고 소리쳐보였다.

"살아남게된 이상..반드시..반드시..반드시!!"

달빛이 환하게 그를 비추고, 그로인해 생긴 검은 그림자는 그의 모습을 다 가려버린다. 그렇게 홀로 어둠속에서, 아니 활활 타오르는 불길부근에서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반드시 되보이고 말겠어!! 그 사람의..그 사람의 길에서!!!!"










<흑사병의 잔해>










마을. 마을이 있다. 턱보기에도 마을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작은 마을이 하나있다. 주위는 산으로 둘러쌓여있고, 만일의 태세에 대비했는지 성벽같은것을 쫙 쌓아놓은 작은 마을이 있다.
성벽위에는 사람들이 총을 들고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흔들며 이리저리 서성거린다. 아래쪽 부근에는 주포를 높이든 탱크들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 점검이 되고있다.

"특별한 이상은 있나요?"
"아, 김현수씨군요."
"아, 현수씨."
"뭐 인사는 됐고요, 어떻습니까?"
"뭐 아직까진 아무일도 안 일어났어요."

몇몇 보초서는 걸로 보이는 사람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서로 얘기를 나눈다. 금색 단발머리에 호리호리한 키, 그리고 새하얀 얼굴을 가진 이 남자의 이름은 김현수. 25살정도로 현재 이 뗌뼁【?뭐라고 해야할까, 수비대장정도로 치면 되는 권리를 가지고있다. 근육질 몸매로 보아서 아마 꽤나 한가닥 할것으로 생겨보이나, 밝은 표정을 많이 짓고, 다른 사람들또한 그에게 별 무리없이 대하는 걸로 보아선 꽤나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후우 몇일전에 다른 마을이 파괴당했으니...여기도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겠죠?"
"아마도요. 저쪽에게 종속되지 않는한 전멸당하겠죠."
"저..전멸이요?"
"쿨럭."
"당연하죠. 저쪽은 한 국가라고요. 국가의 체면상 자신들의 요구를 거절했는데 가만 내비둘순 없죠."
"그..그렇다고.."
"증거가 결코 남아선 안되니까요."
"후우.."
"..."
"뭐..싸우기로 한 이상.."
"그것도 그렇죠.."
"전쟁을 통해서 난민이 되기로 결정한건 우리니.."
"다시 국가에게 당하기만 하는건 싫다고요."
"이봐 김현수!"

한숨쉬며 얘기하던 세 남자들의 이야기를 끊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짧은 검은 머리에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한명 달려오면서 김현수의 이름을 부른다.

"유..윤희아.."
"너 뭐하는 거야?! 분명히 말했잖아. 페이즈를 다시 가동시킬거라고!"
"아..무..물론 알지..하..하지만 순찰도 있고.."
"순찰은 얼어죽을 순찰! 처음부터 다 봤다고!"
"하하하. 이거원 빨리 안가면 우리 현수씨 죽겠군요."
"아마 사지가 찣어지게 혼나겠죠."
"농담으로라도 그러지 마세요. 그럼 저 갈께요."
"빨리 내려와!"
"네. 네."

슬금슬금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웃음을 짓고 있는 김현수. 그리고 그를 부르는 이 여성의 이름은 한윤희. 둘은 나이차이는 많이나지만 동생오빠관계로 잘 지내고있다. 현수가 내려오자마자 그녀는 그의 팔을 홱하니 잡곤 바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이..이봐이봐. 좀 천천히 가자고."
"무슨 소리야, 언제 공격이 시작될지 모르는데!"
"뭐 그것도 그렇지만 너무 급한것도.."
"그래갖곤 녀석들에게..."

쾅 쾅 쾅 쾅!!

그녀의 말이 끊나기도 전에 성 외곽벽 한쪽이 포탄에 의해 무참히 박살이 나버린다. 둘은 깜짝놀라면서 소리가 난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멀리서 모래연기를 내뿜으며 탱크가..아니 전차가..아니 '전차형 로봇'몇대가 그들의 캐터펄트(맞나?)를 힘차게 돌리며 다가오고 있다. 윤희와 현수는 표정이 굳어졌다. 이번엔 현수가 먼저 달려 윤희를 끌고가면서 소리쳤다.

"페이즈는 어디에?!!"
"15번 창고쪽에. 하지만 아직 발칸포를 달지 않았어."
"젠장.."

둘은 계속 달렸다.

'버..벌써...벌써...여기서...여기서 끝날 순 없어!!'






"아아, 들리나. 그쪽에 난민들. 들리는가?"

전차형 로봇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위쪽의 뚜껑을 열고 한 군복을 입은 남자가 마이크를 손에 든채 대강대강 중얼거리고있다.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것이 이 대화조차도 귀찮다는 것을 의미하는듯하다.

"우리 녹스제국에서는 그대들에게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었다. 그러나 그대들은 그것을 거절함과 동시에 우리들에게 선전포고를 가해왔다. 하지만 우리 제국은 관대하다. 지금도 그대들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는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하라. 지금 항복하면 모든 것을 잊어준채 우리의 국적을 주고 그대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
"우..웃기지마!"
"이런 짓을 해놓고 우리가 가만히 있을것 같냐!"
"탱크는 뭐하는 거야! 당장 쏴버려!!"

와와거리는 함성들. 그리고 몇발 발사된 포탄. 이것을 지켜본후 마이크를 들었던 청년은 귀찮은듯 하품을 한번한뒤 다시 중얼거렸다.

"지금의 행동은 우리의 제의에 대한 거절 및 공격으로 알고 이제 우리도 합당하게 대처하겠다."

달칵 쿵

뚜껑을 닫고 그 청년이 들어가자 바로 전차형로봇들이 다시 공격을 가해왔다. 난민들이라 불렸던 자들도 총을 쏘고 탱크로 공격을 해온다. 하지만 난민은 난민일뿐, 거리가 꽤 되자 그들의 포탄은 근처에도 닿지 못한채 엉뚱한 곳만 폭발시킬뿐이었다. 이에비해 녹스군의 전차형로봇은 컴퓨터로 정확하게 계산을 한뒤 한발한발 그들을 가지고 노는듯 마을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이제 모두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한다. 단 몇대가 자신들을 짓밟고 있다. 자신들을 죽이고 있다. 자신들의 친구, 가족, 모든것을 부수고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들에겐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발버둥치기만 할뿐, 그들에게 죽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두려움을 만들어내면서 좌절로 그들을 이끌고 있다. 슬금슬금 다리가 뒤로 도망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죽는다. 사지가 분열되든, 피가 튀기든, 머리가 굴러떨어지든, 팔다리가 나무가지에 박혀있든간에 죽는다.
지옥으로만 보이는 이곳에서 두 남녀는 계속 뛰고 있었다.

"제길 멀기도 하는군."
"다..다왔어.."
"저긴가..."

한 창고에 두 남녀는 선다. 윤희와 현수, 둘은 15라고 크게 써져있는 창고에서 문옆의 스위치를 눌렀다.

키리리링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철제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안에는 로봇이 있었다. '페이즈'라 불리는 인간형로봇이 말이다.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인자세로 있는 페이즈. 서면 한 20m쯤 될듯보이고 겉보기엔 무장은 아무것도 하지않은듯한 페이즈가 있다. 현수는 윤희에게 말했다.

"좋아. 에너지나 그밖에건 다 되있겠지?"
"응. 떼어낸 발칸포만 달지 않았을뿐, 그 외엔 거의 완벽할꺼야."
"이거 외엔 길이 없는걸까..."

"죽는 것 외엔 없는다는게 더 나은 표현이겠지."

"!"
"!"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둘은 깜짝놀라며 몸을 뒤로 돌린다. 창고 문쪽엔 한 남자가 벽에 기댄채로 삐딱거리면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짧은 은발머리에 키는 180cm정도로 보이고 오른쪽눈엔 약간 긴 상처자국이 있는 남자였다.  너덜한 모포같은 것을 망또로 사용하는듯 몸에 두르고 있고, 안의 옷또한 꽤나 낡아보였다. 현수는 급히 오른쪽 허리에 있던 권총을 빼들어 그에게 겨눴다.

"당신은 누구야?"
"그런건 알 필요없고, 지금 중요한건 다른것일텐데?"
"당신은 누구죠? 신원을 밝히지 않는다면 쏘겠어요."

윤희또한 권총을 그에게 겨누며 말했다. 두 사람의 완강한 태도를 보자 그는 피식 웃곤 손가락을 하나 들어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휘파람같은 이상한 소리를 낸다.

"피이이이잉."
"무슨 뜻이죠?"
"피이이이이..."
"당장 신원을 밝혀!"
"이이이이잉!"

그가 갑자기 손가락을 그들을 향해 내렸다.

쾅!!

갑자기 포탄이 하나 떨어지곤 둘은 폭발했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둘을 바라보면서 그는 다시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펑."
"크으으윽.."
"우..우우..."
"어라? 둘다 살아있네? 이거 운이 좋은 놈들인걸?"
"너...너어.."
"다..당신은..저...적?"
"호오,  사내새끼보다 여자가 훨씬 났잖아? 일어서기까지 하는군. 이거 운이 정말로 좋은 녀석들이네."

둘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현수는 몸을 부들부들떨며 피를 흘릴뿐이었고 윤희또한 한쪽눈을 뜨지 못한채 어기적어기적 일어서며 그에게 권총을 겨누려했다.

"이런이런, 안타깝게도 난 아직 죽을 순 없지."

그 남자는 윤희의 손에서 권총을 빼앗곤 자기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그리곤 이불대신으로 사용한것으로 추정되는 망또를 던진뒤 페이즈를 향해올라갔다.

"뭐...뭘할 작정이지...그 기체엔 안타깝게도 무기도 없어..."
"응?"
"발칸포...벌써 떼어버렸지. 그걸 타고 뭘 어떡할건데..?"
"이거 기체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군."
"뭐?"
"잘 봐두라고. 너흴 위해서 특별히 공짜로 싸워줄테니 말이야."
"무슨 소릴하는거야?"

기이이잉

옆의 사다리를 발로차버리곤, 능숙하게 이곳저곳을 발판으로 삼아서 올라간 남자는 바깥의 어느 버튼을 눌러서 조종석을 열어재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곤 다시 문을 닫는다.

파지지직

로봇주위에 정신융합이 일어나는 현상으로 추정되는 자기장이 생성되고 끼릭끼릭 움직이더니 이윽고 로봇은 일어서기 시작한다. 삐걱삐걱거리는 그 모습은 웬지모르게 불안정해보였다. 윤희는 그 모습에 남은 한쪽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고 있었다.

"어..어떻게 움직이는거지..어떻게..아직 한명밖에 성공을 하지 못한 고철에 불과한데..그것도 저렇게 빠르게 움직인단말이야?!!"

끼리리릭 끼리리릭

조종석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그 이상한 사나이는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숨소리가 거칠게 변하더니 이내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또한 그것을 느꼈는지 스스로 손을 잡곤 한숨을 길게 쉬었다.

몸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하아..하아..하아..크...크크큭. 그래..바로 이거야. 바로이거. 이 두려움..이게 바로 내 삶의 원동력."

슈우우우웅

레버를 당기자 등뒤의 부스터에 엔진이 점화되기 시작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 그곳이 바로 내 삶의 원동력. 나또한..나또한..."

덜덜덜덜 몸이 떨기 시작한다. 이제는 다리가 요동을 치면서 이내 손또한 붙잡은 조종관을 떼지 못하게 굳어버렸다.

"나또한 다시 악마가 되어보는 거다. 이..이...시라노가 반드시 되어보이는거다!"

부아아아앙! 콰아아앙!

"악마가 되어서 그 사람을...그 사람을 따라가는거다!! 세상을 잡아보이는거다!!"














가끔씩 말이지. 커피를 마시면서 밤하늘을 볼때가 있어.

아무생각도 안하면서 그냥 쳐다만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결과적으론 망상가가 될뿐이야.

그저 내가 천재인양 생각해보는거야. 이것저것말이지.

그리고 이제 다시 창밖을 쳐다봐. 그럼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어.

그렇게..매일 일상이 끝나가만가..

그렇게..내 삶이 끝나가만가..아무것도 하지않은채..망상만한채..

나는 죽어가고 있는거야...

-그림은 눌러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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