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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깊었다.
아무도 거리를 나다니지 않는다. 한마리의 고양이도, 쥐도, 개미도. 심지어는 바람 한점 없는 수도 외곽의 도시. 메룬은 죽은듯이 조용했다.
그것에 이유는 있었다. 그래, 단순한 도시사람들의 두려움. 밤이되면 나타나는 마녀의 움직임. 그리고 그 그림자를 뒤쫓는 마녀 사냥꾼[Witch hunter]들의 움직임. 자칫해 말려들면, 살해당하는건 시간문제다.

평범한 시민들의 뇌리속에 꽂혀있는 마녀들의 선입견은 이랬다.

검은색 일색으로 맞춘 모자와 옷. 메부리코에 흐트러진 머리카락. 얼굴을 쭈그러질데로 쭈그러지고 몸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풍겨져 나온다. 품속에는 언제나 검은 고양이가 한마리. 벌려진 입속에서는 빠진 이빨사이로 쇳소리와도 같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마녀는 ‘도깨비’와도 같은 이미지를 주고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젊은이들의 이야기였다. 현명한 노인들은 그것만이 마녀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전쟁에서 마녀를 본 사람이라면───



“내가 본 마녀는 그렇지 않았어!”

덜컹!
나무의자에 온몸을 기대고서 눈앞의 어린 아이들을 보고있는 노인은 지팡이를 흔들며 소리쳤다.

“지, 진정하세요 아버지.”

그런 노인의 아들이라고 생각되는 30대 후반의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질책을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구요. 전쟁때의 마녀와는 다르니까요. 지금의 마녀는 충분히 인육을 먹고도 남는다구요.”
“아니야 아니야. 내가 전쟁때 본 두사람의 마녀는 정말로 멋졌어! 붉은머리와 은빛머리를 아름답게 흩날리며 싸우고 있었지. 그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고대의 사막 위에서!”
“아버지, 하지만 지금은───”
“마녀들이 그런짓을 할리가 없어! 저주를 내릴지 언정 사람을 죽이는것도 모자라 그 고기를 먹다니!”

노인은 분개하고 있었다.
자신이 믿는 마녀를 떠오르며, 절대적으로 지금의 마녀를 부정하고 있었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알수없는 이 상황에서───

“암! 그런짓을 할리가 없지.”
“아버지! 아무리 그래도 이 밤중에 나가는 것은…”
“난 그녀들을 믿어. 애비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아무래도 노인은.
이 밤중에 볼일이 있어 나갈작정이였는가 보다.






[하아, 하아, 하아────]

시계가 흔들린다. 붉게 물든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목소리는 흘러나오지 않는다. 그저, 눈앞의 따스함속에서 ‘그것’은 잠들기 원한다.
밤, 밤의 거리. 아무도 거닐지 않는 밤의 거리.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비명소리가 아니라, 쇳소리와도 같은 숨소리였다.

[하아, 하아, 하아────]

찌이이이이이익───

핏덩어리.
‘그것’의 손에 흥건히 묻혀져 있는 것은 홍혈(紅血)이였다. 울타리의 페인트같이 바닥을 완벽하게 메워버린 그 붉은 핏방울들은…이내 곳 ‘그것’의 입가마저 붉게 물들였다.

[[이게 아니야────]]

‘그것’은 외쳤다.
하지만 목소리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더 이상 이러지 말아줘────]]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아니, 그것은 더 이상 자신이 아니였다.
그것은 그저… ‘그것’이였다.

[[나는────]]

‘인육을 먹는 마녀’.
그렇게 불리고 싶지 않아.

그런데도.



“────!!”

인기척.
그것하나만으로도.

휘익.

주우우우우우욱──, 하고.
‘그것’의 몸에 늘러붙어있던 핏덩어리들이 늘어져 간다.

허공으로 떠오른 ‘그것’은 선혈과도 함께다.
허공으로 떠오른 ‘그것’은 짐승과도 함께다.

그것은 곧 자신의 손톱을 치켜세워, 눈앞의 먹이를 먹어치운다. 그것은 ‘마녀’다. ‘마녀’가 만들어낸 ‘마녀’인 것이다. 저주에 걸려버린… ‘인육을 먹는 마녀’


[하아, 하아, 하아────]

단말마의 비명소리도 없다.
달 아래. 그것은 소리도 없이. 그것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후후후……]]

‘그것’은 미소지었다.

[[조금 늙은 고기지만…어쩔수 없지──]]


밤은 깊어져만 간다.








“나는 어떤 마녀를 쫓고있어.”

침대위에 앉아 조용히 파자마를 똑바로 입고있는 여자를 쳐다본다.
그녀의 머리카락과도 같은 피는 이미 멈춘지 오래인 것 같다. 이정도면 됐겠지.

“어떤 마녀라뇨?”

붕대를 찾느라고 어지러진 찬장을 정리하며, 나는 물었다.

“그게…쫌 심하게 악취미인 녀석이야. 내가알기로는 현재 프랑크에서만 확인된 마녀는 약 5명. 그중 한명이지. 거기다가 미안하게도 아까 네가본 마법처럼 나 역시 마녀야. 마법사와는 다르다는것정돈 알고있겠지?”
“아, 네.”

그녀는 조심히, 침대에 온몸을 눕혔다.

“녀석은…그래. 도를 지나쳤다고 해야할까. 마녀로써는…아니, 인간으로써는 도저히 할수없닌 짓을 밥먹듯이 할수 있는 녀석이지. 아니, 솔직히 밥먹듯이 하면 이 세계가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거기까진 아니고……”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내 얼굴을 확인하고서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녀석이 있어. 그녀석을 잡아야 해. 그렇지않으면 헌터들의 움직임도 거세질거야. 내가…또다른 마녀들이 위험해져.”

아무리 일류의 마녀라고는 해도, 그 마녀 사냥꾼이라는 녀석들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뭐, 그나저나 이렇게 된 이상…피곤하지 않아?”

그녀는 침대의 이불속으로 뭉기적 거리며 들어가놓고서는 얼굴만 빼곡하게 내밀어놓으며 말했다. 그 모습이 영낙없는 어린애다.

“그러고보니 조금 피곤한것도…”

라고 말했을 때.
난 또다시 말실수를 한 것을…순식간에 알아채게 되었다.

“그럼, 같이 잘래?”

아무래도 이 백작부인 마녀께서는.
한동안 혼자서 사시느라 외로우셨나보다.






덜컹.

커다란 문소리.
한밤중의 그 소리는 너무나도 커서, 휠체어에 몸을 기대고 잠들어있는 소년을 깨우기에는 충분했다.

“……응?”

그저 그렇게 의문을 가져본다.
깊은 밤.

‘그것’은 찾아왔다.

“안느!”

소년은 휠체어를 최대한 끌어, 문을 열고 들어온 소녀에게 달려간다.
소녀는 피투성이였다. 입가에서부터, 옷, 그리고 손───뭔가 이상해.

“안느…또───”

착한 소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오늘도 수고했어…안느.”

그저 그렇게 말하며, 소년은 초점없는 소녀를 끌어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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