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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화 Give & Take - 자매 (3)



"이 바보야아! 어찌되도 난 몰라아!"

수아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마인 파라르와 대치하고 있는 광현에게서 눈을 돌려 김 영훈을 쏘아보았다.

"안내해. 지금 당장."

그 눈에 담긴 감정은 분노. 아니,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초조함이었다.
안내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그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당신을 죽이겠다.' 라는 감정이 그녀의 두 눈동자에 선명히 드러나있었다.

"...칫.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그 대신 나중에 이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가르쳐주는겁니다!"

그 말과 함께 영훈이 달려나갔다.
그에 대답할 틈도 없이 나머지 세 사람도 그 뒤를 따라 달렸다.
싸늘하게 죽은 밤거리의 끝 없이 펼쳐지는 어둠의 평원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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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묘하게도 놈은 내 도발을 깨끗이 무시하고 느닷없이 서쪽을 응시했다.
잠시간을 그렇게 서쪽의 일점을 응시하던 그는 이내 피식 웃으며 내게 등을 보였다.

"큿... 오늘은 흥이 깨졌다. 소환해놓고 뒈질 셈인가. 이런이런, 어처구니없는 술사로군. 나보고 뭘 어쩌라고."

그 뭔가에 진절머리가 났다는 듯한 태도. 이미 나에 대한 흥미따윈 눈꼽만치도 없다는 듯, 나를 무시하고 그대로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기다려! 도망칠 셈이냐?"

내 말에 그는 이쪽을 슬쩍 돌아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킥... 도망? 애송이놈. 강신의 주식을 쓰면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나?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어중간한 힘가지고 뭘 하겠다는 건지."

"뭐... 뭐라고!"

"지금은 나 따위한테 정신팔고 있을때가 아닐텐데?"

그렇게 말하고 그는 서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너의 허~니가 위험하다고~ 크키키키키..."

허, 허니?!

"야 이... 어...?"

그 잠깐 사이에 녀석의 모습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제길 대체 어디로...

[도련님! 지금은 파라르 보다 유라를!]

칫. 그보다도 막연하게 서쪽이라고 해도 나는 그게 어딘지 모른다고!

[그렇다고 여기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으려고? 책임감 없는 남자는 딱 질색이야.]

책임감 없어서 미안하네요. 아무튼 서쪽으로 내달리면 되겠지?

[아마도.]

어이. 아마도가 아니잖아!

[가끔은 스스로 생각해보셔. 도련님. 그럼 난 이만.]

우우웅...

귀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내 손에 들려있던 르 브란이 허공에 녹아들듯 사라져버렸다.
저 아줌씨가. 지 귀찮은 일은 안하겠다 이거지?
제길... 이럴때가 아니지. 서두르지 않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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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붉은 빛을 내고 있던 마법진의 빛은 사그라들고 없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유라를 문득 돌아보며 쥬라는 슬픈얼굴로 말했다.

"...유라. 너는 너무 착해. 그게 너의 연약함. 약점이야."

유라는 산산히 부서져 바닥에 산란해 있는 그녀의 애검 하이페리온을 보았다. 쥬라를 죽이겠다는 결의의 증표이기도 한 그 검은 끝내 쥬라를 상대로 검을 휘두를 수 없었던 그녀의 나약한 의지를 반영하듯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곧, 이 광현이 이곳으로 오겠지. 그 때까지 연회의 준비를 끝내야 해..."

"...연회?"

유라의 질문에 쥬라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의 존재를 없애고, 이 세계를 없애기 위한 연회지..."

유라는 이해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누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의 누이가 광현을 해하려 하는 것.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광현은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
마지막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그녀들 자매들에게 최후라는 두 글자를 선사해 준 그가.

"그만 둬요... 언니. 이젠 끝내요. 저주 받은 이 생을. 우리들 자매의 손으로."

그말과 함께 유라는 다시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와 함께 주위의 공기가 이질적인 것으로 변해갔다.

"heshiruda ahderude demendero tsurahgerede ru shia."

"설마... 유라, 너...?"

"Asphi...riah!"

최후의 금구와 함께 그녀의 몸이 밝은 빛에 휩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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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의 안내에 따라 일행이 당도한 곳은 일전의 좀비 사건 이후에 거의 폐허가 되어버린 한 오피스 건물내였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류와 집기들이 어지럽게 흐트러진 사무실 안의 탁자 하나만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그 위에는 자그마한 상자가 놓여져 있었다.
유라가 사 갔던 반지가 들어있는 상자였다.

"......당했군요. 그녀는 이미 이 반지에 제가 걸어놓은 추적 마법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크림슨 울프가 그 탁자로 다가가선 반지 상자를 열고는 안에서 쪽지를 꺼냈다.

[광현에게 이것을 전해주세요. 그리고,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죽을 셈인가."

그 쪽지를 읽은 크림슨 울프가 눈을 질끈 감고 중얼거렸다.
그것도 잠시 뿐, 이내 그 반지를 주머니에 넣고는 돌아섰다.

"허나, 이 반지는 광현에게는 전해 줄 수 없다. 미안하다는 말도다."

"???"

크림슨 울프의 말에 주위에 있던 모두가 의아해 했다.
전해 줄 수 없다면, 대체 그걸 어찌하겠다는 셈인가?
그에 대한 해답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크림슨 울프는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잠시 망연히 그의 뒤를 바라보고 있던 일행이었으나, 이내 황급히 그의 뒤를 쫓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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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서쪽에 유라가 있다고 그 악마는 가르쳐줬다.
하지만, 어떻게해서 그녀가 있는 곳을 파악해야 하는지 지금의 나로선 감조차 오지 않았다.
마나를 느낄 수도 없을 뿐더러, 그 영악한 쥬라가 자신의 마나가 새어나가게 할 리가 없다.
그렇게 저번의 소동으로 집중적으로 파괴되어, 수복자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폐허 속을 아무런 단서도 없이 달리던 내 눈에 근처의 건물에서 순간적으로 빛이 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카메라의 플래쉬가 작렬하는 것 같은 빛이.
틀림없다. 저곳에 유라가 있다.
그렇게 확신한 내 몸은 어느새 건물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그 건물의 일실에 들어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철저하게 파괴된 실내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
바깥의 가로등 불빛에 그 거대한 실루엣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침흑 빛의, 갑각류나 갑충을 연상시키는 외골격.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나는 붉은 눈동자. 거대한 검을 연상시키는 송곳니.
그러면서도 표범과도 같은 우아함과 날렵함, 힘을 느끼게 하는 폴름을 갖춘 그것은 마치 전신에 갑옷을 두른 흑표같이 보였다.
그것은 막 바닥에 힘없이 늘어져 있는 인물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손을 멈추고 새로이 난입해 온 침입자,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포효.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 압도적인 존재감. 그것은 이내 바닥에 힘없이 늘어진 인형, 쥬라에게 흥미를 잃은 듯 그녀를 앞발로 툭 차서 구석으로 몰아넣고는 이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것이 네 발로 지면을 박차는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그것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유......라."

그와 동시에 천지가 뒤집혔다. 아니, 정확히는 돌진해온 그것, 유라에게 들이받힌 내 몸이 허공에 뜬 채로 반전된 것이다.
그것은 분명 유라였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유라가 아니었다.
단순한 파괴 충동에 빠진 맹수였다.

"......!"

비명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유라는 허공에 뜬 내 몸뚱아리를 그대로 그 거대한 송곳니로 두동강을 낼 셈이다.
그걸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상반신에 새겨진 주식이 녹색 빛과 붉은 빛을 발했다. 그와 동시에 충격으로 인해 막혀있던 호흡도 돌아온다.

[막는다로는 부족하다. 필살의 각오로 임해라.]

별로 떠올리기 싫은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놈이 했던대로, 아래를 향해, 나를 막 물어뜯으려는 유라를 향해 주먹을 내 뻗었다.

콰쾅!!!

마나의 폭발. 강렬한 충격과 함께 내 몸은 휴지조각 처럼 반대편의 벽까지 날려가 부딪혔다.
그러나 별다른 고통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느낄 틈조차 없다.
순간적으로 내 공격에 바닥에 내리 꽂힌 듯 했던 유라가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 잡고는 다시금 맹렬한 스피드로 돌진해 왔다.
나는 그것을 끝까지 응시하다 몸에 닿기 직전에 유라의 아래로 슬라이딩 하듯 파고 들어선 그 목덜미를 붙잡아 복부를 걷어 올리며 몸을 일으키며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뒤이어 바닥에 그녀의 몸이 완전히 처박히기 전에 그녀의 몸통을 발로 걷어차 올렸다.
나의 혼신의 힘을 기울인 그 공격에 나보다 세배는 큰 그 거체가 허공에 떠버렸다.
거기에 호흡을 넣을 틈도 없이 곧바로 올려차기를 넣는다.
여전히 적개감에 불타는 붉은 눈동자가 빛나는 안면에 킥이 들어가는 순간에 그 안면을 발 디딤대로 크게 도약하여 천정에 닿을까 말까 한 높이까지 도달해선,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내리꽂았다.

"유라아아아아아아아아!!!!!"

일대의 마나가 일점에 순간적으로 집중, 대폭발이 일어났다.
일전에 크림슨 울프와 싸웠을 때 이상의 폭발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때와 같은 오버 히트는 일어나지 않았다.
뿌연 먼지가 실내를 가득 채우고 강렬한 진동이 건물을 뒤 흔들었다.
그리고, 먼지가 걷히고 진동이 멎었을 때, 폭발의 진원지에는 나체의 소녀가 길게 누워 있었다.

"유라......"

마치 방금전의 초인적인 힘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 처럼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털썩.

나는 그 자리에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전신에 힘이 빠지고 손발이 떨려왔다.
그러나 나는 네발로 기어서 유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떨리는 두 손으로 그녀의 상반신을 안아 일으켰다.

"유라...! 유라!"

내 목소리에 마치 잠에서 막 깬듯 편안한 얼굴을 한 유라가 눈을 뜨고는 그 붉은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러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섞인듯한 미소.
첫 만남때 이상으로 아름다운 그 미소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런 날 보며 그녀가 말했다.

"광현... 당신이 이렇게 웃어보이는 건 처음이에요."

고작 몇 시간 전에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말투, 분위기. 한층 인간적인,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뭔가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만 같은 그 모습에 나는 뭔가 감동과도 비슷한 것을 느꼈다.
그녀의 몸을 안은채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방 구석에 쓰러져 있는 쥬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미 유라에 의해서 전투력을 상실한 상태로 나와 유라의 싸움의 여파에 휩쓸려, 그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하반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른쪽 팔부터 오른쪽 가슴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없었다.
오른쪽에 심장이 있는 유라의 전례를 보아 신체적으로 거의 동일한 쥬라역시 심장은 오른쪽에 있을 터였다.
그 심장을 잃고도, 쥬라는 아직도 살아있었다.
쥬라가 힘없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증오 따위는 비춰져 있지 않았다.
피로감에 가득한 눈 빛. 그러면서도 달성감이 있는 눈 빛. 그리고, 애정이 담긴 눈 빛.
그녀의 앞에 유라를 내려 놓고 상의를 벗어 그녀의 등에 걸쳐줬다. 그리고, 나는 한 발짝 물러섰다.
자매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내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나는 그저 뒤에서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유라는 피투성이의 손을 뻗어 하나 밖에 남지 않은 누이의 손을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조금씩이긴 하나, 쥬라의 잃어버린 사지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유라의 몸에 난 상처는 조금씩 커져 가는 것이었다.
자신의 잃은 사지를 접촉한 존재의 생명력을 흡수해서 재생하는 악마의 특성이었다.
그것을 본 쥬라는 유라의 손을 뿌리치고는 상의에 들어있던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유라에게 넘겼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걸...... 가져가..."

손을 들려진 단검을 잠시간 바라보던 유라는 단검을 자신의 목쪽으로 향했다.
뒤에 서 있던 내가 채 반응하기도 전의 그녀의 손은 빠르게 움직였다.

서걱.

천조각이 잘려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하늘색의 바람이 허공에 춤을 췄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그 길고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손에 들려진 단검에 의해 잘려, 바깥에서 불어오는 희미한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녀는 그 머리카락을 쥬라의 손에 들려주었다.
그런 유라의 얼굴은 쥬라와 완전히 같은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던 쥬라는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고통스러운 듯한, 그렇지만 정말로 즐거운 듯한 웃음을.

"아하하... 바보같으니... 똑같은 얼굴이 두개가 되었을 뿐이잖아. 뭐...... 그래도 저승길 선물로는 최고의 선물일지도... 네 그런 표정을 보고 갈 수 있으니까."

그 말에 유라가 답했다.

"이 머리카락에는 언니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새겨져 있으니까요.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이것 뿐이에요..."

유라의 뒤에 서 있는 나로서는 유라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문득 쥬라가 유라의 뒤에 서 있는 나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한 가지... 약속해 줘."

당돌한 말. 나는 틀림없이 나에 대한 저주의 말이 쏟아져 나올거라 생각했었기에 그 말은 더욱 더 당돌하게 느껴졌다.

"나한테서 유라를 빼앗아 간 대신, 무슨 일이 있어도 유라를 지켜 줘. 이 애가 더 이상 부서지지 않게, 오늘처럼. 이 애를 지켜 줘."

나를 보며 그런 말을 하는 그녀의 얼굴은 요전에 봤을 때의 증오에 가득찬 그런 얼굴이 아닌, 유라를 인형취급하던 그런 그녀가 아닌, 진심으로 하나뿐인 동생을 걱정하는 누이의 얼굴이었다.

"...약속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어떤 것이 와도 반드시."

그 말을 듣고 그녀는 안심 한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비록 마나를 느낄 수 없게 된 나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확실히 느꼈다.
하나의 생명이 흩어져 나가는 것을.
유라도 그것을 느낀 듯, 쥬라의 손을 들어선 쥬라의 품에 살포시 내려 놓았다.
그와 거의 동시에, 쥬라의 몸은 부스러지듯 회색 빛 모래가 되어서 흩어져 갔다.
그곳에 쥬라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마치 거짓말이라도 되는 양, 그곳에는 회색 빛 모래 만이 남았다.
유라는 그것을 못 박힌 듯,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그 뒷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몇분이나 지났을까,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입구쪽에서 나보다 먼저 여기에 와야 했을 크림슨 울프 일행이 도착했다.
그러나 나는 굳이 그들이 늦게 온 것에 대해 책망하지 않았다. 그들이 먼저 왔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을 테니까.
잠시간을 입구에서 얼어붙은 듯 이쪽을 보던 일행이었으나, 곧 크림슨 울프가 성큼성큼 유라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뭔가를 그녀에게 건네줬다. 그리고는 그는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걸 놈에게 전해주는 건 내가 아니다."

그것만을 말한 그는 그대로 뒤로 돌아선 건물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런 그에게 수아는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만, 그는 아무런 말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 답다고 생각하며 그 뒷모습을 보던 내게 어느새 몸을 일으킨 유라가 뭔가를 내밀었다.
반지 상자다. 그걸 본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나는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서 그녀가 든 것과 똑같은 상자를 꺼내 보였다.
그것을 본 그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제 2 화 Give & Take - 完 -

제 3 화 천사들의 눈물에서 계속...


매우 오랫만에 연재.
카루나의 DG 재연재에 맞춰서(?) 반년 전에 쓰다 말았던 것을 이어서 써서 올립니다.
그 동안 르시아의 설정이 이것저것 많이 바뀌어 버린 관계로 쓰면서 혼란 상태에 빠졌습니다(...)
예전 설정을 다시 떠올리면서 다시 쓰자니 이것도 큰 일이군요...
설정으로만 따진다면 지금 쓰고 있는 이 르시아도 이미 '舊' 르시아.(...)
다음 연재는 앞으로 반년 후?[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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