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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 거리는 발소리 그리고 그 뒤에서 이어지는 발소리와 연신 들려오는
총성, 아스팔트가 깍여들어가는 소리, 그리고 날아오르는 파편.
팔목에서 부터 이어지는 붉은 실의 짙은 향기...
거리는 상당히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로 그 모습을 투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연신 입에서 흘러나오는 거친 숨결은 눈가를 자욱하게 가리면서 흩어져갔다.
다리의 피로감, 입안이 끈적하게 말라붙는 감촉과 폐속 깊숙한 곳에서 느껴
지는 피맛, 그리고 후각을 자극하는 자신의 피의 향기.
손 목에 피는 그리 쉽게 멈추지를 않았다. 아직도 피가 흐로고 있는지 팔목
언저리가 시리듯 차가웠다. 뼈속 까지 얼어붙는 기분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격어 보지 못한 시련중 하나였다. 너무 나도 고통스러운 감각에 눈물이도는
것을 억지로 참는 것도 나름대로 고통이었다.
아파죽겠어. 서혜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코트자락으로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냈다.
정말 아파죽을것 같았다. 물론 아프다고 멈춰서 버린다면 정말 죽을 지도
모를일이지만. 그녀가 달리고있는 4차선 도로가 4번째 교차로를 만날 때
또 다시 총성이 들려왔다. 3발의 총성. 서혜는 오른발을 축으로 뒤로 돌아
도약했다. 그 허공에 떠서 탄환의 괴적을 보았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그녀를 노렸다고 보기엔 상당히 틀어진 방향으로 날아
가고있었다. 하지만 세번째 탄환은 그녀를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판단하고 세번째 탄환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서혜의 탄환을 정확히 그 세번쨰 탄환에 명중하여서 그 탄환을 아스팔트를
깍아내렸다. 몸이 중력에 의해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착지 준비를 하고 다시 도약하려는 순간 차랑하게 울리는 쇳소리 그리고
땅에 착지한 왼발을 무언가가 근육의 가운데로 거칠게 들어왔다.
도탄..! 그런것을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피하는 것은 이미 늦은 상태였다.
이미 탄환은 살깣을 찢고 은빛의 몸을 붉게 물들이며 그녀의 피부속 깊숙히
파고들었다.
근육이 하나하나 끊어지며 발목의 힘이 순식간에 빠지는게 눈에 보일정도로
세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힘을 잃은 왼발은 그대로 꺽여버렸고,
관성의 법칙의해서 그녀의 몸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그녀의 몸을 아스팔트
위로 내팽겨 쳐졌다.
검은색 실타레가 붉은 실을 아스팔트위에 수놓으며, 서혜의 시아
는 모든것이 원을 그리는 것 처럼 보였다. 그녀의 몸을 계속 구르다가
뒤 통수가 인도가에 있던 소화전에 부딫히면서 멈추었다. 뒤통수에 매다
꽂히는 통각에 서혜의 표정은 저절로 찌푸려 져버렸다.

"아야야...."
"아프겠군."

서혜의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몸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오른손이 그대로 상대의 머리와 같은 높이로 움직이고, 눈이 저격점을
확인한다.
그리고 검지 손가락을 당기려는 순간.
아무것도 자신의 손에는 쥐어지지 않았었다.
그저 검지는 공허한 공간을 움켜잡았을 뿐. 그녀의 시아에서 총은 거리
저편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은 총을 들어서 그녀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체크 메이트.

"여, 이제야 멈췄군. 나참 총알을 얼마나 낭비했는지 말야."
"...."
"자, 체크 메이트다. 이제 어쩔거지?"

그는 약간 거칠어진 숨을 하얗게 뱉어내면서 웃고있었다. 분명히 상당한
거리를 두고 도망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따라잡히고 말았다.
분명히 이곳은 빌딩으로 둘러쌓인 도시의 중심가이고, 자신은 몇번이나
그의 시아 밖으로... 그때 끈적이는 촉감이 서혜의 뇌리를 스쳐갔다.
아직도 손목을 타고 흐르면서 바닦을 물들이는 붉은 색의 액체..

'피의 냄새로 추적했구나.'

피는 상당히 강하고 독특한 향을 갖고있다. 게다가 쉽게 지워지지 않고
한 자리에 무겁게 머무는 경향까지 있다. 인간의 약한 후각도 피의 향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물며 그보다 몇 배의 후각을 갖고있는 흡혈귀가
그 향을 놓칠리가 없다. 게다가 '한 번 맛을 봤던 피'의 향기를 놓칠리는
더더욱 없다. 왠지 아까보다 머리가 차가워진 느낌이었다. 조금은 냉정해진
머리로 차분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처한 상황을 분석한다.
머리위에는 총, 앞에는 적, 가로등 마저 고장나버린 모양인지, 주변은 빛 조차
없는 조용한 거리.

"후각이 좋으신가 보군요."
"흠. 후각하면 나는 바티칸에서 최고지."
"부럽네요. 전 후각이 안좋거든요."

무언가 의도를 알수없는 말로 그의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서혜는 왼손 소매
부분을 손가락으로 긁었다. 소매부분에 걸리는 직경 2Cm 정도의 둥근 무언
가가 손가락에 잡혔다. 손톱으로 그대로 잡아 뜯으면서 바닦으로 손을 내리
쳤다. 동시에 퍼지는 섬광, 쏟아지는 빛속에서 서혜는 침착하게 눈을 가리
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직도 도로에 떨어져 있는 총을 줏어들면서
다시 빌딩사이로 도약했다.


한 참후 주위를 둘러싸던 섬광이 겆히자, 그는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그는 단지 그녀가 뛰어간 방향을 무감각 하게 보더니 돌연히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어.. 라고 중얼거린 다음 주변의 공기를 깊게 들여마셨다.
피의 향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은체 그 자리에 맴돌고 있었다.
왠지 재밌겠어,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총을 들었다.
그에게 있었서는 아직도 이 임무는 장난 반, 진담 반이었다.
그러므로 훤히 보이는 그런 속임수도 그에게 있어서는 재미거리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러했었다.



물이 필요해 되도록이면 많이.. 서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거리에는 급수대 정도는 있었지만 대부분 동파를 염려해서인지
몸을 씯을 수있을 정도의 물을 구할수는 없었다. 아직도 피는 흐르고 있었다.
붉은 끈은 아직도 끊어지지 않은체 추척자의 손에 잡혀있다. 상당한 출혈
탓인지 온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점점 속도가 느려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들리는 총성, 파편이만든 먼지가 안개처럼 퍼진다. 눈을 가리면서
뒤로 돌았다. 허공에 떠있는 상대에게 다시 사격 3발의 총성은 거의 한 순간
에 거리를 울려퍼졌다. 하지만 한발도 적중하지 못했다.
옷깃도 스치지 못한체 날아가는 탄환. 분명히 정확한 사격임에도 불구하고
한 발도 맞지않았다. 아까부터 지금까지도.
다시 총을 들고 저격. 총과 저격점 그리고 표적이 일치하는 순간ㅡ 날카로운
감각, 마치 칼날 같은 서늘함이 서혜의 오감을 파고들었다. 마치 뱀의 시선에
굳어버린 개구리 처럼 서혜는 압도적이 공포감에 무의식적으로 그 상대의
시선에 자신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 눈은 그녀가 잡고있는 총도, 그 저격
점도 아닌 그녀의 눈을 보고있었다. 총을 조준하는 것은 총이 아니다.
총을 상대방에게 조준 하는것은 사람의 눈과 정신.

-총을 내리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

서혜는 그 눈과 정신을 지배당하고 있었다. 시신경을 통해서 들어오는 이질
적인 감각. 마치 의미를 갖고있는 듯한 시선이 저항 할수없는 서혜의 시신경
을 통해서 의식을 점령해 가고있었다. 서서히 총구가 땅을 향하고 다리를
지탱하던 근육들이 뇌의 명령에 의해 풀려가기 시작했다. 서서히 가라앉는
그녀의 몸 , 그리고 무릎을 꿇기 직전.
그녀의 코트 주머니에 들어있던 무언가가 반응했다.
한순간 모든게 멈춘듯한 마치 시간이 멎은 듯한 그 순간.
검은색의 유려한 모습의 몸을 갖은 무언가는 그녀의 의식을 각성 시키기
시작했다.

'일어나. 한서혜, 여기서 멈출 생각이야? 날 잊지않겠다고 약속했잖아.'

정신을 차렸을 때, 서혜의 왼손은 코트주머니에 들어가있었고, 그 자리에
있던 무언가의 손잡이를 강하게 잡고있었다. 그 앞에는 그녀의 적이 서있었다.
이제 다 지배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무방비의 상태였다.

"이제 끝난것 같군. 어떻게야 할까나? 에펠은 죽이지는 말라고 했는데."
"그럴걱정은 없겠네요."

동시에 가슴에 닿는 총구, 아까와는 다른 검은 총신에 금장이 세겨져있는
구형의 장식총. 그가 그렇게 자신에 시각에 들어온 정보를 인식했을때, 총구
는 불을 내뿜었다. 총알은 그대로 그의 코트를 뚫고 어느정도의 파열음을 내며
등뒤로 빠져나갔다. 좌악 퍼지는 붉은 향.
그는 그 순간 몸을 틀어서 급소는 면했지만 상처는 치명적이었다.
아직도 서있는 상대 그리고 다시 총을 겨누기 위해서 손을 드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서혜도 예상했던 것이었다. 그대로 다리를 후리면서, 몸을세차게 밀었다.
비틀거리면서 꼴 사납게 쓰러지는 그를 확인하면서 오른발로 도약했다.
이런 저런 충격에 몽롱해져 가는 의식속에 보이는 옅은 파란색의 하늘 그리고
날아오르는 검은 날개.
그는 바닦에 대자로 뻗은 체, 다시 도망치는 그녀를 그는 공허한 눈으로 어이
없게 쳐다보았다.

"쳇, 뭐야? 강하잖아."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고있었다. 마치 기쁘다는 듯.
몸의 먼지를 털면서 다시 일어났다. 이미 출혈은 멎은 상태였다.
몸에 묻은 피를 보면서 쯧, 하는 소리를 내더니 다시 그녀가 도망친 방향을
확인한다. 그는 생각을 하고있는지 한참 동안이나 그 자리에 서있다가, 마침네
지도를 펴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이어지는 추격극, 아직 용산까지는 12Km 정도의 긴거리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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