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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Maid no Miaden#24 - Cardina eve

2005.06.19 12:39

T.S Akai 조회 수:166

-아델라이드력 679년 5월 27일-



“으…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온몸에 무언가가 덮혀있는듯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생각하는걸 관두자. 지금 내가 신경쓰고 있는 것은…지금 온몸이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보다더 놀란건…

난 아직도 살아있었다.

눈을 떠보니 자그만한 오두막이였다. 침대가 딱딱한걸 보니 그렇게 좋은 집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벽을 나무로 대충 지어졌고, 천정 역시 비를 피할만큼만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 집안에는, 나 말고의 인기척이──

“아──”

──있었다.
그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지만, 온몸이 다시한번 비명을 지르기에 제대로 목소리의 주인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건, 그 아이가 아직 어린아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여긴 어디지? 그리고 넌 누구니?”

내 물음에 어린아이…아직 소년인 아이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아직 소년의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몸이 너무나도 아파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이렇게 괴로운거구나.

“아, 저, 저기…그러니까 짐의 이름은…아, 그, 그래. 카디나 이브! 카디나 이브라고 한다!”
“카디나…이브?”

이상한 느낌을 감추지 못하고 그렇게 물어본다. 확실히, 말하자면 그 이름은 이상했다. 베레니스에서도, 프랑크에서도 들어본적이 없는 그 이름은 어쩌면 아멜리안이라거나 우다무르트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내가 그렇게 먼곳까지 이 아픈몸으로 여행해 온것일까? 내게는 그런 기억따윈 없다.

“그렇다! 카디나 이브!”

…뭐, 그것보다는.
이녀석 어린애 주제에 이 말투부터 어떻게 해야될 것 같다.

“저기…그럼 어떻게 불러야 하지? 카디나…카디나라고 불러야 하나?”
“무엄……! 아, 아니…그대 좋을대로 부르도록 하라…”

뭔가 꺼림칙 하다.
이 소년, 말을 더듬는 것이라거나 말투가 굉장히 맘에 안드는 것이라거나, 괴엥장히 수상하고 꺼림칙 하다. 아무래도 거짓말을 잘 못하거나 순진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 보이니 일단은 한번 떠보자.

“너…아니, 카디나. 여긴 어디지?”
“아…이곳은 아무래도 베레니스인 것 같다.”

흐음.
의외로 순순히 말해주네. 베레니스라… 그세에 이곳까지 옮겨진건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베레니스와 프랑크, 그리고 고대사막의 국경인 곳이다.”
“아-, 그럼 이 집에는 카디나 혼자 살어?”
“집주인인 ‘고르’는 일이 있어서 잠시 나갔다. 이곳은 그대와 짐 혼자 뿐이다”

‘짐’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맘에 걸리지만 일단은 물어볼것 부터 물어보자.

“저기…카디나? 난 어디서 발견했니?”
“그대를 발견한건 짐이 아니라 ‘고르’다. 그가 그대를 데리고 이곳까지 왔다.”
“그럼 그 ‘고르씨’라는 사람은 어디서 날 봤다고 했지?”
“프랑크에 간다고 했는데다가 돌아오면서 그대를 데리고 왔으니 프랑크에서 그대를 데리고 왔겠지. 왔을때는 짐도 놀랐다. 엄청난 상처였으니까.”

어렵게 어렵게, 옆구리에 손을 대자 그곳에는 붕대가 아주 꼼꼼하게 감겨있었다. 그나저나 이녀석, 생각보다 잘 대답해주네…아직 얼굴을 모르지만──

“그러고보니……”

알몸이다……


“꺄악!!”
“왜, 왜그러느냐!!”

남아있는 온 힘을 다해 이불을 끌어 안는다. 그리고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는 평범한 오두막의 풍경. 위험하게 생긴 벽난로가 있고 방문이 있다. 그리고 나는 침대에서 앉아 힘껏 소년을 노려봤다.

“다, 다봤지!?”
“무, 뭣을!?”
“내 알몸 말이야!”
“무, 무, 무─────────”

얼굴이 빨개진다.
녀석도 빨개진다.
녀석은 아무런 대답도 안하고 얼굴을 붉힌채 뒤로 한걸음 물러선다. 아, 당황했다. 저녀석, 당황했다. 완벽하게 허를 찔린거야. 그런데, 그러고보니……


“……금발?”

소년은 놀랍게도.
금발이였다.
그것은, 발렌타인의 남매와도 같은─────

“그, 그렇다…금발이 뭐가 어때서?”

소년의 물음에 나는 답할 수가 없었다.
금발, 기억속에 남은 금발, 놀랍게도 저 소년은…내 기억속에 남은 ‘그녀석’의 어린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했다──뭐, 이녀석쪽이 더 약간은 곱슬인거는 어쩔수 없지만──.

“아, 아니…미안. 옛날 친구중에서 금발인 아이가 있어서. 나 방금 네 얼굴 처음 봤거든.”

이불을 끌어 잡아 당겨 안으며 나는 말했다. 아직도 얼굴이 빨갛다. 녀석도 얼굴이 빨갛다. 아무래도 나는 지금 이 이불과, 상처를 뒤덮은 붕대만이 모두겠지. 그 말에 ‘그러냐’하고 납득해 버리는 소년.
도대체, 이녀석은 뭐란 말인가? 아델라이드 대륙 전체에도 금발이라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데…….

“그러고보니, 그대의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군. 그대의 이름은 뭔가?”

아.
그러고보니 잊고 있었다.
죠젯트가 말했지. 처음만났을때 이름을 물을대는 자기의 이름을 먼저 말하는게 예의라고. 정말, 이제와서……

“아, 미안. 내 이름은 아네스, 아네스야.”

베냐민에게 당한 옆구리가 아직도 아파오는 것을 참고, 난 그렇게 말했다.









-로텐부르크 저택-

정숙한 시종들의 식사시간을 마치고, 지금쯤이면 아무래도 자유시간일 것이다. 아가씨도 방에 틀어박혀서 도통 나오질 않고, 레아씨도 이런저런 잡무가 많아서 방에서 전혀 나올생각을 하질 않았다.
덕분에 오늘의 점심은 밀렌과 쎄실,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맞았는데……

이 두녀석.
왜 점심을 마치고 난 이 낮시간에 나를 쫓아오는 것일까.

“저기, 밀렌.”
“네?”
“할일 없어? 왜자꾸 따라와…”
“아니, 그게…”

당황한다.
뭔가 못할 말이라도 한것일까, 조용히 생각해본다.

“…할일 없구나.”
“…네…”

솔직하게 토로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할게 없다. 그래서 이레저레 마을 산책이나 해볼까…생각 중이였는데 이렇게 두사람이 따라오면 조금 뭔가가 걸리기도 한다.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때도 있는데…

“아, 그렇지! 밀렌!”

드디어 생각난.
밀렌 떼어내기 대작전, 그 방안 대책 1.

“아직 설거지 안했잖아? 즉시 즉시 안해놓으면 아가씨한테 혼난다고.”
“아! 그러고보니!”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손뼉을 짝, 치며 밀렌은 놀란다. 아니, 왠지 과장적인 리액션인 것 같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대충 넘어가자…

“그래그래, 설거지 다하고 오면 놀아줄게.”
“네! 그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민씨!”

그렇게 외친 밀렌은, 금방 식당으로 뛰쳐 들어간다. 하아, 드디어 한명은 떼어 놓았고. 하지만 밀렌보다 더 문제인 사람은…

“………”

이녀석.
이 꼬마애, 쎄실이란 것이다. 무표정으로 날 올려다 보고있는 이 아이는 첫만남부터 굉장히 화려하게 등장했던 아이. 흑발을 길게 늘어뜨린 이 아이의 얼굴은 정말로 할말없이 굳어있었다.

“저기…쎄실?”
“………”

아무런 대답도 안한다.
저번의 그 이미지 매치가 안되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밀렌을 따라가 줄래…?그러니까, 나는 오늘 혼자 할일이 있어서…”
“………”

묵비권 행사.
거기다가 움직이지도 않는다.

큰일이다. 전혀 내말을 안들을 것 같아. 일단은 저택을 나가보자. 그렇다면 따라오던가, 아니면 여기에 가만히 있겠지…
…하고 발걸음을 옮겼을 때, 이 아이는 아주 잘 맞춰서 내 발걸음을 따라오고 있었다.

“…읏!”

나도 모르게 입안에서 그런 비명소리가 흘러나온다. 한방 먹었다. 정말로 따라올 작정이다.
쳇, 이젠 모른다. 따라오던가 여기 있던가 알아서 해. 어쨌든 난 갈 테니까──

발걸음을 옮겼을 때, 쎄실 역시 내 발걸음에 맞춰 따라온다. 내가 멈추면 멈추고, 내가 걸으면 걷는다. 이거이거, 왠지 어미 오리를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 같잖아. 옛날에 읽은 동화책의 내용이 괜시리 떠오른다.

그렇게 나, 아니…우리는 로텐부르크의 저택을 나섰다.


-마을 외곽-

그곳은 마을 주위를 둘러싸는 언덕. 푸른 언덕이였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마을과 시장이 있었고, 저쪽 다른 언덕에는 로텐부르크의 저택이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어렴풋히 보이는 저 성은 내 기억에는──
──발렌타인의 성.

지금쯤이면 아무래도 다른 귀족의 손에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보다는…

“쎄실…”

이녀석.
여기까지 따라왔다.

“응?”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대답하는 이 자그만한 소녀에게부터 놀랐다.

“어…? 말할수 있는거야?”
“…그럼 말 못할거라고 생각한거야?”

하긴.
말을 못한다면 밀렌과는 이야기도 못하겠지. 하지만 놀랐다. 이 목소리는 처음 만났을때의 목소리가 아니라, 영락없는 소녀의 목소리. 그 건방지긴 하지만 간질간질한 목소리는 확실한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그런데…여긴 거기잖아.”

쎄실이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서는 무감정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응, 이라고 대답했다. 아아, 이곳은 그곳이다. 약 3주만인가? 날짜로 따지자면 얼마 안지났는데…왠지 30년은 지난것만 같은 느낌.

그래.
다왔다.

언덕은 너무나도 넓었다. 그 넓은 언덕에…수많은 돌조각들이 박혀져 있었다. 그 돌조각 앞에는 낡은 돌판이 깔려있었고, 그곳에는 무수한 글자들이 씌여져 있었다.

『망자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발렌타인 소공작.』

한 유령이 그렇게 말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곳은 묘지였다. 죽은자들이 모이는 곳. 푸른 언덕의 묘지. 바람은 시원하게 불고, 하늘은 정말로 맑았다. 태양은 보이지 않았다. 태양이 있었다면 분명히 더웠겠지. 하지만…지금 그 태양은 새하얀 구름에 가려져 우리들에게 따끔한 열기를 주지 못했다.

그것만으로, 족하다.

나는 천천히 걸었다. 기억나는 그곳으로, 한 돌조각…비석의 주인 앞으로. 그리고, 이곳이라도 단정 지었을 때.

“나왔어, 엘자”

조용히 읊었다.
Elsa de valetine이라는 그 이름을.

하늘이 굉장히 맑다.
그것은 왠지, 일요일 오후의 산들바람과도 같았다.

“3주밖에 안지났는데, 굉장히 오래 걸린 것 같다.”

연인에게 이야기 하는 것 같이, 난 그렇게 말했다. 비록, 나는 이 아이에게 해준 것은 없지만… 이제와서야 해줄 것을 찾은것이다. 난 이렇게… 가끔씩 이녀석을 찾아와서 이녀석의 외로움을 덜어내 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가, 이곳에 올려고…”

밀렌과 나를 떼어낼려고 했구나.
쎄실은 그 말을 다 잇지 못햇지만 나는 그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알수 있었다. 그래, 다른 사람에게는…절대로 이런모습 보여주기 싫으니까. 왠지 궁상같다.

“민.”

쎄실의 목소리가 들렸다.

“죽은 사람은 잊어주지 않으면 안돼. 잊어주지 않으면 저승에 가지 못해. 이곳에 남아서 유령이 될 뿐이야.”
“알고있어…”

그래.
죽은사람을 붙잡아 봤자, 유령이 될 뿐이다. 유령은…이 세계에 미련이 있어 남는 것이니까.
묘지의 유령이 목덜미를 쓰다듬는 것을 느낀다. 어째서인지, 그 ‘칠흑의 검’을 받은 후부터 유령같은 것이 자주 보이는 것 같다. 가끔 오싹해지기도 하지만…지금은 어느정도 익숙해졌다랄까나.

“가자.”

이정도면 됐다.
그래, 이정도면…

나는 천천히, 바람이 부는 푸른 언덕 묘지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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