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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한... 인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현실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특이한 단어. 하지만 그 어떤 것 보다도 한기가 느껴지는 단어이기도 한 특별한 한 글자.

 

 "한... 이라... 대체 어떤 한 이길래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저도 그 것을 알고 싶습니다만..."

 

 고개를 갸웃하는 선배님께 힘 없이 대꾸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뭘 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해 줬다면 좋겠지만 그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지금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래도, 이건 그냥 지켜 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말꼬리가 저절로 흐려진다. 그도 그럴 것이, 선배님의 말에 반박할 만한 거리가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어요. 이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마고 후배님 뿐. 하늘비 선생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오늘 수업 할 때 분위기로 봐서는 특별히 무언가 눈치채고 있는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그 분이 그런 것을 내색할 분도 아니지만요."

 

 "그렇긴해요. 하지만 일단 하늘비 선생님에 대한 것은 잠시 미뤄 놓고 이야기 하기로 해요. 마고 후배님의 말에 따르면 일단 이 일은 마고 후배님이 한 일이 아니라는 거겠지요?"

 

 "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마고씨가 이 일을 벌인 것이라면 해결 방법도 참 간단해서 좋았을 것이다. 태려씨, 부탁해요.
 
 하지만 아쉽게도 마고씨가 한 일이 아니었고 - 덤으로 멍청이 라는 말을 태려씨 한테 듣기까지 했고 - 상황은 더더욱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어버렸다.

 

 "마고 후배님을 제외하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게 문제겠지요."

 

 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지만 학원 내의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이런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범인이 아니다...

 

 "대체, 여자의 한 이라는게 뭘까요?"

 

 결국 실타래의 끝은 마고씨가 툭 하고 던져준 한 마디. 그 끝을 잡고 조금이나마 엉킨 것을 풀어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조금은 곤란하다는 듯, 쓴 웃음을 짓는 선배님.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개념이니까요. 아무래도 마고의 주술 만큼이나 강한 능력을 내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엄청난 것 같지만요."

 

 "풍월한테 충고할 거리가 늘어난 느낌이네요."

 

 입을 가리고 자그맣게 웃는 선배님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 보면, 영웅씨가 알고 있던 사람들 중에 원래부터 여자였던 사람들은 누구누구 인가요?"

 

 "네? 아, 그러고 보니... 음... 선배님부터 시작해서, 마고씨, 태려씨, 진산, 쌍둥이, 하늘비 선생님..."

 

 손을 꼽아가며 한 명 한 명 세어나가 본다.

 

 "그 중에서 '한'이라는 것을 가질 만한 사람은요?"

 

 여전히 이름들을 나열하는 사이에 선배님의 말이 끼어들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끼어들만큼 - 그 선배님이! - 신경을 많이 쓰시게 한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 너무 많아서 말이죠. 지금까지 문제 없었던 일이기도 하고."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수 많은 문제들. 그리고 그 문제들 하나하나가 어쩌면 '한'이라는 말로 이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역시 답이 될 수 없는 것은,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내왔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겠지.

 

 "역시, 그러면 결론은 하나 뿐이네요. 기다리세요."

 

 한숨을 쉬며 어깨를 늘어뜨리는 내게, 선배님은 딱 잘라 말했다.

 

 "... 선배님 답지 않은 대답이네요."

 

 "그렇죠? 하지만 별 수 없어요. 뾰족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마고 후배님이 그렇게 말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둘 중 하나겠지요. 마고 후배님이 해결을 해 준다거나,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해결이 되는 문제이거나."

 

 그렇게 말하며 선배님은 잔을 들어 주스를 단번에 비워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역시 속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선배님 성격이라면 분명히 그럴만도 하겠지.

 

 그리고, 아쉽게도 내 성격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기도 하다.

 

 "그래도 일단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 보려구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실 선배님께서 그런 표정 지으실 필요는 없을거에요. 지금 이상한 것은 저 혼자 뿐이니까. 제가 알아서 해 볼께요."

 

 "하지만, 이상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잖아요. 그렇다면...."

 

 "그러니까, 해 볼만큼 해 본다는 거지요. 그게 상황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해도 말이죠."

 

 씨익 하고 웃어보인다. 그제야 굳어있던 선배님 얼굴에 작게 미소가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영웅 후배님 다운 행동이에요."

 

 "그런가요?"

 

 "네, 그런 점이 매력적이라니까요."

 

 빙긋 웃으며 건네는 선배님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눈길을 돌린다. 그러고보니 선배님은 저런 말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는 분이셨지. 자신이 한 말이 어떤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핏기가 몰리는 얼굴을 재빨리 문지르며 숨을 고른다. 특별한 의미가 담긴건 아니야. 그렇게 몇 번이고 중얼거리며 자신을 타이른다.

 

 정말, 요즘 들어 불의의 습격을 당하는 일이 꽤 늘어난 것 같다. 어떤 의미로든 건강에 상당히 해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 콰앙!

 

 

 그리고, 정말로 습격을 당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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