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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님이요? 오늘 안오셨는데요?'
 
 주술 동아리 '이끌림'에도 마고씨는 없었다. 있던 것이라고는 마고씨를 찾는 날 묘한 눈으로 바라보던 여학생 한 명 뿐. 괜시리 쓸데없는 질문을 받기 싫어 서둘러 나오긴 했지만, 이쯤되면 그 것도 슬슬 후회되기 시작한다.

 

 잊어버릴래야 잊어버릴 수 없는 익숙한 검은색이 보이지 않는다.

 

 마고씨가 있을 만한 곳은 대부분 찾아가 봤다고 생각했지만 어디에서도 마고씨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정말... 이 작은 아가씨는 찾지 않을 때는 어디선가 툭툭 잘도 튀어나오면서, 꼭 이럴 때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후..."

 

 한숨을 쉬며 벤치에 앉아 슬슬 아파오는 다리를 주무른다. 새파란 하늘은 이런 내 속을 알지도 못하면서 파랗기만 하구나... 라고 쓸데없이 투덜거려본다.

 

 "뭔가 세상 근심을 다 떠안고 있는 표정이네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그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듣는 순간, 몸에 통증이 사라지고 새로운 힘이 불어넣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깨끗한, 티 하나 없이 맑은 목소리. 그 모습만큼이나 새하얀 목소리의 주인공이 싱긋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태, 태, 태, 태, 태려씨!"

 

 "제 이름은 그렇게 길지 않아요."

 

 이 세상 사람들이 전부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되어 있더라도 이 한 사람만 남아있다면 용서가 될 것이다. 평범한 이 세상의 물건으로는 가치를 매길 수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미소가 날 향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이렇게 좋은 날씨인데, 영웅씨 얼굴에서만 비가 내리고 있네요."

 

 당신의 미소와 관심을 얻을 수 있다면 비가 아니라 폭풍, 해일, 운석 충돌에 UFO의 공습까지 일어나도 상관 없습니다! 라는 말이 목까지 차오르는 것을 간신히 삼킨다. 물론 그 뒤에 닥쳐올 후폭풍, 특히나 검은빛의 후폭풍이 두렵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있는 남자가 있을리도 없지 않은가!

 

 ... 어라?

 

 "그, 그러고보니 마고씨는요?"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했더니, 당연히 있어야 할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어찌된 이유에서이건 수명이 줄어들지 않게 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기는 하나...

 

 하필이면 난 지금 바로 그 '있어야 할 누군가'를 열심히 찾고 있던 중이었다.

 

 ... 이걸 무슨 법칙이라고 했더라?

 

 "음... 글쎄요."

 

 떠오르지 않는 한 단어를 기억해내려 끙끙대는 동안 태려씨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작게 미소지었다.

 

 "알려주기 싫은데요?"

 

 "네? 그게..."

 

 "소녀를 대하는 것이 너무 딱딱하지 않나요? 영웅씨는?"

 

 태려씨는 싱긋 웃으며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 허벅지가 맞닿을 정도로 가깝게 자리를 잡는 태려씨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하고 삼킨다.

 

 "'마고씨'가 아니라 '마고' 라고 하면 알려드릴께요."

 

 "네? 아, 아니요. 그.. 그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태려씨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손을 내젓는다. 무엇이라고 대꾸해야 저 미소지은 얼굴에 만족스러운 기분을 안겨줄 수 있을까? 그렇다고 단순하게 바로 긍정할 수도 없는 그런 노릇이었으니...

 

 

 [먀고 파앙~☆]

 

 

 순간, 무언가 알 수 없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본 적도 없는, 아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마고씨의 모습. '뀨우웅~' 하는 귀여운 소리와 함께, 반쯤 풀려버린 졸린 듯한 눈으로 내게 안겨오는 그런...

 

 고개를 젓는다. 무언가 상당히 위험한 상상을 해 버린 것 같다. 어째서 그런 모습이 떠올랐는지는 몰라도 그 당사자 분께서 앞에 계시다면 병원에 실려가는 정도로 적당한 수준에서 끝날만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에, 역시 그건..."

 

 "힘드신가요? 아직도?"

 

 태려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마고씨와 좀 더 편하게, 좀 더 가깝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 것이야 말로 거짓말이겠지만...

 

 하지만 태려씨는 내 말에 더 이상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저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다.

 

 "사실 마고가 지금 어디 있는지는 저도 몰라요."

 

 태려씨의 말에 고개를 들자 태려씨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사과할 필요 없다는 말에 고개를 저으며 태려씨는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알려드릴 수도 있었는데... 조금 장난을 쳐 본다는게 이렇게 되었네요."

 

 "아, 아뇨... 그런걸 가지고 그렇게까지.."

 

 오히려 태려씨의 장난이라면 몇 번이고 받아드릴 용의가 있으니까요... 라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지만.

 

 "그럼 이 쯤에서 마고가 한 말을 전해드릴께요."

 

 "네?"

 

 태려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는 내게 태려씨는 여느때와 같은 미소로 답했다.

 

 "사실은 마고가 아침에 어디론가 사라지면서 남긴 말이 있어요. 영웅씨에게 전해달라고 하면서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잠시나마 잊고 있던 자신의 진짜 목적을 기억해냈다.
 
 동시에 놀라기는 커녕, 역시나 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음... 우선은요... '틀려. 멍청이.' 래요."

 

 "....."

 

 뭐랄까... 부처님 위에 손바닥 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건가.. 하고 몸소 체험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여자의 한을 풀어줄 자신이 없다면 그냥 가만히 있어.' 라고도 했었어요."

 

 "... 그런가요?"

 

 "제 방식대로 조금 순화 시킨 표현이지만 따지자면 그런 의미일 거에요."

 

 ... 조금 순화군요.

 

 "이상이에요."

 

 끝을 알리는 듯한 백만불짜리 미소와 함께 태려씨는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리며 살포시 고개 숙여 인사했다. 평소라면 그 완벽할 정도로 세련된 움직임에 몇 번이고 박수와 앙코르를 보냈겠지만...

 

 어쩐지 머릿속이 한층 복잡해 진 듯한 느낌에 그저 한숨만 내 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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