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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방패 사계절으 방패 10

azelight 2008.08.13 14:10 조회 수 : 1241


더위가 저를 녹이고 있습니다.

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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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울트의 계곡은 머지않은 곳에 있었어요. 한참 경사를 타고 오르자 점차 나무가 줄어들고 바위로 이루어진 지형이 나타났죠. 그나마 잡목림이 없어져 걷기에는 한결 편해졌지만 그 만큼 불안감도 늘어났어요. 이해자로서의 영성이 주는 직관이 아까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불길한 뭔가가 제가 서 있는 이 계곡의 아래에 있다고 경고해주고 있었죠.

하지만 당장은 아무 일도 겪지 않고 게울트의 계곡까지 올라올 수 있었어요. 오히려 그래서 더욱 불길했죠. 비록 소란 속이라고 해도 소리 없이 오톡스씨 정도 되는 사람을 납치할 수 있는 자들이 이토록 조용한 이유를 알 수 없었으니까요.

 

“여긴 안개가 안 끼어 있네.”

 

네린 언니가 이제 선명히 보이기 시작하는 계곡의 광경을 보며 말했어요. 아래에는 여전히 안개가 꿀렁거리며 숲을 메우고 있었죠. 하지만 그 안개가 한결 옅어 졌다는 것은 알 수 있었어요. 어쩌면 그 괴물을 해치웠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괴물의 존재야말로 이 리딘 숲을 덮은 안개의 근원이었던 걸지도 모르죠.

 

“이제 본격적으로 녀석들을 영역에 들어온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화의 이적을 일으키기 위해 맺고 있던 인을 푼 애드가 오빠는 등에서 방패를 꺼내 왼팔에 차고 검을 꺼내 쥐었어요. 우리는 안개 낀 숲을 건너던 때 이상으로 긴장하며 게울트의 계곡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갔죠.

안으로 들어가자 흥미로운 흔적들을 우린 볼 수 있었어요.

 

“음. 이건.”

 

말 없이 멈춰선 애던과는 달리 발락 아저씨는 턱을 쓰다듬으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죠. 라니아 언니도 흥미롭다는 표정이었어요.

 

“전설의 흔적이네.”

 

그렇게 말하며 유심히 살폈죠. 불타서 무너진 집터와 3구의 유골. 훼손이 심해서 거의 원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지만요.

 

“죽은 성직자와 전사로군요.”

 

라니아 언니는 고개를 “응.”하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마지막으로 마법사만이 살아 돌아왔지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누구도 모르지. 하지만 이렇게 흔적이 남아있다니 놀라운데. 벌써 30년이 지났는데 말이야.”

 

“여긴 동물들이 살지 않는 것 같으니까요. 시간의 풍파만 제외하면 말이에요.”

 

“그렇지.”

 

“그렇지.”라고 말함ㄴ 목소리는 라니아 언니가 아니었어요. 그것은...

 

“오톡스!”

 

갠 아저씨가 먼저 소리쳤죠. 목소리가 들린 방향에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검은 가죽갑옷으로 무장한 하라드가 한 명 서 있었어요. 바로 오톡스씨였죠.

 

“어디 갔었던 겁니까. 걱정했지 않습니까.”

 

애드가 오빠도 네린 언니도 모두 오톡스씨가 무사한 것을 보고 반가워하며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오톡스씨는 미안하다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죠.

 

“아까 습격을 당할 때 그 괴물들을 조종하던 것 같던 녀석을 발견했었네. 그래서 그 녀석을 쫓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지. 미안하게 되었네. 대신에 좋은 소식을 가져왔으니 용서해주게.”

 

“좋은 소식?”

 

좋은 소식이라는 말에 우리들은 귀가 솔깃해 졌죠.

 

“아주 좋은 소식이지. 녀석들이 숨어있는 곳을 알아냈네. 계곡 아래 골짜기의 틈새에 말이네. 길이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어서 얼핏 봐서는 알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더군.”

 

오톡스씨는 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그곳은 물소리가 들려오는 골짜기였지요.

 

“저기에 길이 있다고?”

 

네린 언니는 골짜기 근처로 다가갔어요. 물론 저와 다른 일행들도 뒤 따라갔죠. 그렇게 골짜기를 내려다보니 까마득한 아래에 계곡물이 안개가 끼어 있었죠. 그 아래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요.

 

“거기가 아니네. 일단 따라오게.”

 

오톡스씨가 우리를 이끌고 앞장서서 걸어갔어요. 좀 더 계곡 깊숙이 들어가자 절벽이 나왔죠. 더 이상 길이 없어 보이는 곳이었어요. 하지만 오톡스 씨는 절벽의 경사를 타더니 교묘하게 옆으로 걸어 들어갔죠.

“어?”

 

모두 오톡스씨가 사라지자 깜짝 놀랐어요. 마치 허공을 짚고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다만 우리는 오톡스씨처럼 넘어갈 생각은 못하고 머뭇머뭇 다가가 살필 뿐이었죠. 그때 오톡스씨가 절벽의 틈 사이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어요.

 

“안심하고 오게. 내가 디딘 자리로 숨겨진 발판이 있네. 따라오게.”

 

오톡스씨의 재촉에 가장 긴 무기를 지닌 네린 언니가 창을 찔러 발판을 확인하고는 발을 디뎠어요.

 

“정말이네. 여기 발판이 있어.”

 

신기한 듯 네린 언니는 발판을 몇 번 밟아 보더니 절벽 사이로 사라졌어요. 우리는 차례로 그 뒤를 따랐죠. 보이지 않는 발판을 따라 우리는 계곡의 위에서는 볼 수 없게 안쪽으로 숨겨진 경사로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아마도 이곳이...

 

“비밀 통로로군요.”

 

저는 경사로를 둘러보며 말했어요. 아래에는 안개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있었죠. 왠지 조금 다른 세상과 같은 느낌이 나는 장소처럼 여겨졌답니다. 무엇보다 경사로를 내려갈수록 뱀을 표현한 문장과 석상들이 늘어났죠. 라니아 언니는 나는 매우 관심있다 라는 표정을 지으며 석상들과 상징을 유심히 살폈어요. 특히 사람의 팔이 달린 사인 형상의 석상들에 관심을 보였죠.

 

“뱀신을 섬기는 비밀 신전 같은 느낌이야. 하지만 이런 곳에 위치해 있었다니... 어쩌면 그 게울트란 자는 이 신전을 사람들로부터 숨기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과연 어떤 교단일까? 어지간한 악신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비밀 교단을 세울 리가 없는데...”

 

라니아 언니가 석상을 만져 보고 있는데 애드가 오빠가 입을 열었어요. 매우 심각한 얼굴이었죠.

 

“어지간한 악신이 아닙니다. 이곳의 신은... 아마도 이케다라고 생각됩니다만... 그는 아주 오래된 고신으로 별의 보는 자의 손에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세계를 몰살하려던 검은 육신과 신들의 전쟁이 있던 바로 그시기에 말입니다. 적어도 이 교단의 신도들은 모든 교단의 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 몸을 숨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단지 애드가 오빠의 표정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위험한 신인지 알 수 있었어요. 애드가 오빠의 표정은 경계심이 가득해 보였으니까요. 그가 그런 표정을 보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죠. 동시에 저는 그 오랜 신이 가진 위협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알 수 있었지요. 아마도 제가 지금까지 계속 느끼고 있던 불안감의 정체가 바로 이것일 테니까요.

 

“흠, 그렇다면 성물을 훔친 범인은 그 이케다라는 신의 신도쯤 되는 거라고 상상할 수 있겠군. 성물의 손실은 곧 교세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거니까 말이지.”

 

갠 아저씨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죠. 라니아 언니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다만 이런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네린 언니는 고개를 갸웃 거렸죠.

 

“그러니까 성물이란 것은 교단의 힘의 상징이에요. 신의 권능을 물질로 화했다고 보면 되는 거죠. 이런 성물들 중에서 하라스티아는 전신(戰神)이기에 그 힘이 검과 방패의 형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은 그야말로 교단의 힘을 상징하는 물품인 것이에요. 신의 힘의 현신이니까요. 그런 것을 훔쳐서 빼돌리거나 파괴한다면 하라스티아 교단의 교세 자체를 줄일 수 있는 거죠.”

 

“흐음, 그렇구나.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까먹다시피한 신전에서 왜 그런 짓을 하는지도 궁금해.”

 

“그건 저도 궁금해요. 어째서 그런 것일까요.”

 

확실히 알 수 없는 일이었어요. 이미 그 힘이 남아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은 신을 위해 단죄의 처녀의 성물을 훔치다니 이해할 수 없는 행위였죠. 비밀리에 힘을 키워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눈에 띄는 짓을 하다니 말이에요.

 

“면상을 맞대고 나면 알 수 있겠지. 언제나처럼 말이야. 주먹으로 좀 대화하다보면 알아서 말해줄거니 너무 고민하진 말게.”

 

갠 아저씨가 혼전적으로 말을 할 때쯤 우리는 이 신전으로 추정되는 장소의 입구에 도착하게 되었죠. 신전의 입구는 육중한 돌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양 에애 마치 문을 수호하는 듯한 두 사인의 석상이 서있었죠. 거기에 문에는 뱀을 찬양하는 듯한 그림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어요. 압도적인 감각이... 그리고 지독할 만큼의 불길함이 느껴지는 문이었죠.

 

“....”

 

알 수 없는 속삭임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어요. 저는 흠칫 놀라 한 걸음 물러섰어요.

 

“괜찮아?”

 

뒤에서 네린 언니 저를 받아줬죠. 의아해 하는 얼굴로 말이죠. 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네린 언니에게 물었어요.

 

“이상한 소리 못 들었나요?”

 

“아니.”

 

둘러보니 아무도 이상한 소리 같은 것은 듣지 못한 것 같았어요. 어째서 저만...

제가 고민하는 사이 오톡스씨는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죠.

 

“이 문을 열려면 특수한 암호가 필요하네. 그개 사람 목으로 내기 참 힘든 소리라는 게 문제지만... 음... 음...”

 

오톡스씨가 목을 가다듬더니 문을 향해서 말했어요. 그것은 저에게 들려온 속삭임과 같이 강렬하고 음습한 목소리 였지요. 마치 뱀이 쉬쉬거리는 것 같은 소리였어요. 차마 우리말로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요.

그리고 이케다의 신정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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