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사계절의 방패 사계절의 방패 8

azelight 2008.08.11 00:33 조회 수 : 1300

애드가 오빠는 안개 낀 숲의 정경이 보이기 시작하자 성표를 꺼내고 단죄의 처녀께 비는 짧은 기도문을 외웠어요. 그러자 안개 속의 독소를 제거하는 성스러운 빛이 반구가 되어 넓게 둘러쳐졌답니다.

 

“이 반구에서 벗어나시면 안 됩니다. 정화의 효과를 받는 곳은 이 내부뿐이니까요. 그리고 제 집중이 깨지면 마법이 풀릴 수 있으니 보호해 주셔야 합니다.”

 

“맡겨둬.”

 

갠 아저씨가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어요. 그리고 도끼를 들고 언제라도 휘두를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지요. 우리도 마찬가지로 자세를 잡았답니다. 이제부터 뭐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이미 적의 뱃속에 들어와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인지 모두 잡담 하나 없이 조용합니다.

 

“으음. 이거 안 좋은데.”

 

한참의 정적을 깨고 오톡스씨가 입을 열었어요.

 

“포위당했다.”

 

“포위당했다고?”

 

갠 아저씨가 놀라서 말했어요. 물론 저도 깜짝 놀랐지요. 시야도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벌써 포위당해 있다니 말이에요.

 

“그래... 아무래도 이제야 반응하는 것으로 봐서는 예고의 목걸이 범위 밖에서부터 포위해 들어오고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겠는 걸.”

 

우리는 난감해 하며 애드가 오빠를 중심에 세우고 빙 둘러 섰어요. 물론 저도 중간에 있었죠. 그러면서 라니아 언니와 저는 주문을 외워 발락 아저씨와 갠 아저씨, 애던 오빠에게 마법의 가호를 이끌어 줬어요. 오톡스씨는 여전히 왼손에 예고의 목걸리를 들고 오른 손에는 단검을 꺼내들고 경계했죠.

 

“가깝다. 곧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발락 아저씨가 낮은 소리로 경고해줬어요. 과연 안개 너머에서 희미한 암회색빛 그림자들이 보이기 시작했죠. 저는 저의 정령인 엘자를 불러냈어요. 저의 양 손바닥 사이에 열린 차원의 문 틈으로 오직 날개로만 만들어진 기묘한 생물이 모습을 드러냈죠. 바로 저의 바람의 정령 엘자가요.

 

“엘자. 안개를 걷어줘.”

 

엘자는 제 부탁들 듣자 강한 바람을 일으켜 주변의 안개를 걷어 나갔어요. 일시적이기 하지만 적의 정체를 파악하기에는 이 보다 좋은 방법이 없어 보였죠.

충분히 안개가 벗겨져 나갔을 때 우리는 포위했던 적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어요. 동시에 모두들 숨을 죽였어요. 안개 속에 나타난 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형적인 것이었기 때문이었죠. 뒤틀린 짐승 혹은 인간의 형상을 한 나무껍질을 뒤집어 쓴 동물도 식물도 아닌 무언가가 인면창을 그 껍질들 위에 입고 어슬렁거리며 압박해 들어오고 있었죠.

 

“하아. 이거 처음부터 감당 안 되는 것들인데.”

 

베이커드가 스크롤을 꺼내들며 말했어요. 동시에 그것들은 자글거리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죠. 아까부터 들려오던 불길한 소리. 그것과 너무나도 같은 소리였어요.

 

“이거 영 기분 나쁜 놈들인데...”

 

발락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는 찰나...

 

“우오오오오!”

 

애던 오빠가 갑자기 뛰쳐나갔어요. ‘침묵 시키는 자’를 앞세운 빠른 찌르기였죠.

 

“애던!”

 

라니아 언니가 당황해서 외쳤지만 말리진 못했어요. 대신 말없이 발락 아저씨가 뒤쳐나갔죠. 물론 갠 아저씨에게 “부탁하네.”라는 말을 남기면서요. 갠 아저씨는 짧게 끄덕이고는 애드가 오빠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던 원을 보다 좁게 만들었어요.

 

“쳇, 신경 거슬리게 하는 소리로군.”

 

어떤 방식으로 나는 것인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이 자글거림에 갠 아저씨는 짜증이 나는 지 그렇게 말했어요. 그리고 덮쳐 오는 괴물들을 상대했죠. 갠 아저씨의 도끼가 개처럼 생긴 괴물의 돌격을 찍어 눌렀어요. 쩍하고 도끼가 머리를 반쯤베어 들어갔죠. 그것으로 괴물은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어요.

 

“의외로 별거 아닌 건가?”

 

라니아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저는 엘자의 힘을 이끌어 내 안개를 물러나게 하느라 언니 쪽으로 돌아볼 여력이 없었지요. 저는 충분히 안개를 몰아낸 후 대기의 흐름의 가닥을 잡아 더 이상 안개가 접근활 수 없도록 커다란 소용돌이를 만들어 장벽을 세웠어요.

 

“엘자. 장벽의 유지를 부탁할게.”

 

그리고 저는 대지의 원소력이 담긴 수정을 꺼내 바닥에 떨어뜨렸어요. 이것은 저 번 탑에서 얻어낸 대지의 원소령의 정수를 특수하게 가공하여 보존한 것이에요. 이 수정을 땅에 닿게 하고 그 힘을 해방시킴에 따라 원하는 순간 원소령을 불러낼 수 있지요.

 

“일어나라!”

 

저의 의지에 의해 대지의 원소령이 잡초와 잡목으로 가득한 대지를 머리에 이고 일어났어요.

 

“돌격!”

 

제가 명령을 내리자 아직 아무도 상대하지 않는 그 괴생물체를 향해 대지의 원소령이 쿵쾅 거리며 걸어갔어요. 그리고 그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어요. 그러자 단번에 괴물은 쓰러졌죠. 확실히 너무 쉽긴 해요. 그 이상할 만큼의 불길함에 비하면. 그런 생각을 하는 중 애드가 오빠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죠.

 

“모두 그 곳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어서요!”

 

다급한 외침에 저는 확인이고 뭐고 없이 원소령을 불러 들였어요. 물론 갠 아저씨도 뒤로 뛰어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죠.

 

“갑자기 왜그래?”

 

네린 언니와 라니아 언니의 의문 섞인 목소리도 등 뒤에서 들려왔어요.

 

“보십쇼. 저기 아까 갠에게 당한 놈의 상처를...”

 

애드가 오빠가 지적한 곳을 보자 그 곳에서부터 이상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세어 나와 바닥에 깔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저것이 바로 그 불길함의 근원이었어요. 자글거리는 벌레소리 같은 기묘한 소리를 내며 땅을 기는 혼탁한 그것은 불꽃처럼 일렁이면서 하나로 뭉치더니 거대한 장막이 되어 일어났어요. 무엇보다 혐오스럽고 보기 괴로운 광경이었어요.

 

“뭐지 저건. 원령 같은 건가?”

 

갠 아저씨는 신중히 거리를 재듯 자세를 잡으며 말했어요. 하지만 누구도 답을 낼 수 없었죠. 저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말이에요. 물론,

 

“비슷한 거라고 하더군.”

 

발락 아저씨를 제외한 곤 말이에요. 베이커드가 발락 아저씨에게 물었어요.

 

“어, 아는 건가? 저건 나의 상당한 마법적 지식으로도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데.”

 

“애던이 알더군.”

 

“그런데 애던 오빠는요?”

 

문득 애던 오빠가 보이지 않기에 저는 발락 아저씨에게 물었어요. 발락 아저씨는 방패를 세워 갠 아저씨의 옆에 서며 대답해 주었어요.

 

“녀석은 혼자서 상대할 수 있다고 해서 이쪽으로 온거다. 고집 세고 무모한 녀석이긴 하지만 믿을 구석은 있으니... 어쨌든 당장 이 놈을 쓰러뜨리고 애던을 구하러 가자.”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