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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방패 사계절의 방패 15

azelight 2008.08.18 19:48 조회 수 : 1463

“뭐지?”

 

엘드라린인 라니아 언니와 노르위펜인 발락 아저씨가 가장 먼저 이변을 눈치 챘어요. 하긴 그들은 가장 정령에 가까운 종족들. 세계의 이변에 당연 민감하겠지요. 그리고 다음으로 마법적인 이 현상에 예민한 애던 오빠가 경계 자세를 취했어요. 하지만 그래서 무슨 소용이 있죠? 이미 제 손바닥 안인데 말이에요.

“뭘까요?”

 

그렇게 말하고 저는 제 내면의 악몽. 제게 잠식된 이케다의 형상의 일부를 꺼냈어요. 이제부터 저는 이제 단순히 꿈을 걷는 자가 아닌 경계를 허무는 자.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자신의 내면의 존재를 현세에 푸는 자로서, 그리고 꿈을 먹는 자로서 제 힘을 사용했죠.

“루시엔!”

 

애드가 오빠가 제 이름을 부르며 달려들었어요. 어떤 면에서 그는 가장 쉽게 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자였죠. 신을 추종하고 이해하기 위해 쌓은 영성이 주는 직관은 저에게서 위협을 읽어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애드가 오빠는 차마 검으로 저를 공격하지 못하고 방패의 면으로 저를 공격해 왔어요. 충분히 힘이 실리긴 했지만 저에게 타격을 주긴 한참 낮은 수준의 공격이었죠.

 

“왜요?”

 

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애드가 오빠의 방패를 받아냈죠. 그리고 양으로 잡은 후 방패를 양옆으로 찢어 버렸어요. 강철로 만들어진 방패가 종잇장을 찢듯이 찢어졌죠. 눈 앞에서 애드가 오빠는 “맙소사.”하고 경악을 토했고 반면 저는 바닥에서 사람 허벅지만한 굵직한 덩굴을 꺼내서 애드가 오빠를 쳐 날려 버렸어요. 애드가 오빠는 아직 침식이 덜 되어 여전히 어둔 석실로 된 장소에 떨어졌어요. 반면 저는 햇살이 비치는 숲에서 모두를 바라보았답니다.

 

“대체 이건 뭐야.”

 

베이커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어요. 머리를 부여잡고 실성한 것 처럼요. 마치 방금 전의 각오는 날려먹은 사람같이 말이에요. 하긴 마법사에게 있어 이 광경은 조금 벅찰지도 모르겠네요.

 

“세계를 침식하는 능력이라니.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베이커드가 혼자 경악하는 사이에 라니아 언니가 달려 들어왔어요. 애던 오빠와 갠 아저씨와 함께 말이에요. 제가 덩굴을 움직여 셋을 떨쳐내려 하자. 갠 아저씨의 도끼가 덩굴을 갈랐죠. 하지만 곧이어 주변의 나무들이 눈을 뜨고 입을 벌리며 라니아 언니들을 막아섰어요.

 

“좀 더 큰 걸로 가볼까요? 저도 이 현세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요. 이것저것 시험해보죠.”

 

그렇게 말하는 중에 머리를 찌르는 듯한 충격이 덮쳐 왔어요. 네린 언니였죠. 이런 재주를 가진 사람은 라셰일림 족인 그녀뿐이니까요. 제가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고 정신파가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네린 언니는 재차 정신파를 사용해왔어요. 정신채찍과 분열은 확실히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이케다의 정신체 조차 먹어치울 만큼 거대한 저의 영역에는 그저 겉면에 파문을 일으키는 정도에 불가한 공격이었죠.

 

“신조차도 먹어치운 저에게 이런 것은 가려울 뿐이에요. 네린 언니.”

 

곧장 네린 언니에게로 오소리 한 마리가 사납게 달려들었어요. 네린 언니는 깜짝 놀라면서도 반사적으로 반응해 남은 창대로 오소리를 후려쳤지요. 그 사이에 제가 보내 나무들을 뚫은 갠 아저씨가 주먹을 뻗어왔어요.

 

“아프겠지만 참아라!”

 

“맞을 생각은 아예 없어요. 갠 아저씨.”

 

주먹을 내지르며 외친 갠 아저씨의 말에 저는 대답해주며 저는 주먹이 오는 속도에 맞춰 그대로 뒤로 물러났어요.

 

“루시엔 정신 차려!”

 

재빠른 루시엔 언니가 물러나는 저를 따라잡았죠. 하지만 저는 그녀의 위치를 옮겨 애던 오빠를 향하도록 했어요. “쿠당!”하고 라니아 언니와 얽혀 요란하게 넘어지는 애던 오빠의 모습이 보였어요.

 

“크윽.”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갠 아저씨가 재차 주먹을 날려 왔죠. 저는 그런 갠 아저씨의 발을 걸어 넘어지게 한 다음 덮쳐오는 베이커드의 밧줄을 잡았어요. 그리곤 그 밧줄을 뱀으로 바꿔서 베이커드에게로 돌려줬죠. 요란하게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저는 그곳에 계속 신경 쓸 순 없었어요. 왜냐하면 아까 나가 떨어졌던 애드가 오빠가 뛰어들어 왔으니까요. 이번에는 그 검을 저를 정확하게 노리고요.

 

“저항할수록 좋아요. 현신한 제 힘을 시험해볼 수 있으니까요. 자! 받아보시죠. 일어나라. 이제 나이 권속이 된 것들아.”

 

제가 명령하자 저의 그림자가 확장되더니 그로부터 이케다의 아이들이 일어났어요. 검은 그림자와도 같은 뱀의 아이들은 요란스럽게 움직이며 각자의 상대를 향해 움직였지요. 일부러 숫자도 딱 맞춰서 불러냈으니 어찌 보면 적절하다고 할 수 있었죠. 물론 저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저는 일단 라니아 언니를 노리고 움직였죠.

자유를 구가하는 방랑자의 꿈에 대해 저는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언니!”

 

재빛 광익을 펼친 저는 공간을 움직여 언니를 제 정면으로 끌어왔어요.

 

“어라?”

 

이케다의 아이와 대적하려던 언니는 놀라서 저에게로 레이피어를 휘둘렀지만 저는 ‘탁’하고 레이피어를 붙잡았지요. 라니아 언니는 레이피어를 빼내려고 한 번 잡아당겨 보더니 소용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레이피어를 놓고 뒤로 굴러 거리를 벌렸어요.

 

“상황 판단이 빠르네요. 하지만 얌전히 언니의 꿈을 제게 주도록 하세요. 비록 육체는 빈 껍질이 될 테지만 그 꿈은 저의 일부로 영원할 테니까요.”

 

“너라면 주겠냐!”

 

라니아 언니가 저의 말에 기가막힌 듯 외쳤어요. 저는 물론,

 

“당연히 안 주겠죠.”

 

“그럼 나도 안 줄란다. 그보다 제정신이야.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저는 충분히 제정신이에요. 함부로 의심하다니 너무 한걸요.”

 

“웃기지마. 갑자기 사람이 돌변하더니 공격하는게 제성신일 리가 있어!”

 

“갑자기 기회가 왔으니 별 수 없잖아요. 경계를 허무는 일도 쉬운 것이 아니라고요.”

 

저는 라니아 언니에게 그렇게 대답하고 날개를 광익을 펼쳤어요. 그리고 라니아 언니를 붙잡아 바닥에 패대기쳤지요. 물론 죽어버리면 꿈을 먹을 수 없기 적당히 힘 조절을 했어요.

 

“컥!”

 

라니아 언니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어요. 괴로운지 일어서지도 못하고 고통만 호소했죠. 저는 라니아 언니의 목을 잡고는 바닥에서 들어 올렸어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저는 광익을 라니아 언니의 몸에 박아넣었죠. 광익은 비물질이지만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무는 저의 능력을 전달하는 기능하고 있어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대상의 꿈을 드러내게 할 수 있었죠. 그렇게 모든 기껏 모든 준비를 다 마쳤을 때 격렬한 충격이 저를 덮쳤어요.

 

“우.”

식사의 기대감에 방심한 대가인지 저는 라니아 언니를 놓치고 멀리 날려가 버리고 말았어요. 뭔가 싶어 고개를 드니 발락 아저씨가 서있었죠. 아무래도 저 타워쉴드로 저를 후려친 것 같아요.

 

“놀랬잖아요.”

 

맞은 부위를 주무르며 저는 말했답니다. 반면 발락 아저씨는 그저 놀란 표정을 지을 뿐이었죠. 그러고보니 제가 각성한 이후로 이 사람들은 계속 놀라고만 있네요. 재밌어라.

 

“그걸 맞고도 멀쩡해?”

 

“멀쩡하고말고요. 이곳은 저의 세계. 제가 상처 입을 것 같나요. 그보다 저와 같은 일을 한 번 당해보시죠.”

저는 내면에서 형상화한 발락 아저씨를 꺼냈어요.

 

“가세요. 그리고 싸우세요.”

 

“이런 말도 안 되는...”

 

발락 아저씨가 자신이 튀어나오자 어이가 그야말로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어요. 발락 아저씨가 저렇게 표정을 강하게 짓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인 듯하네요. 자 그럼 먹으려다가 실패한 것을 섭취해 볼까요.

저는 방패 만으로 버겁게 자신과 다투는 발락 아저씨를 내버려두고 간신히 의식만 유지하고 있는 라니아 언니에게로 다가갔어요.

 

“자, 그럼 이번에야말로...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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