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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방패 사계절의 방패 12

azelight 2008.08.15 01:16 조회 수 : 1401

“후... 후후후... 이거 예상대로 전부 당하지 않아서 아쉽네요.”

 

마법의 불빛과 함께 상박을 벗은 근육질의 대머리 남자와 오톡스, 그리고 검은 옷에 하얀색으로 하고 지저분하게 머리를 기른 여성이 나타났어요. 당연히 갠 아저씨가 가장 먼저 으르렁 거렸죠.

 

“오톡스... 네놈이...”

 

하지만 오톡스씨는 대답 하지 않았죠. 애초에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듯. 저도 조금 욱할 것 같았죠. 그때 애던 오빠가 갠 아저씨의 어께를 잡았어요.

 

“소용없어. 저건 죽은 거다.”

 

“죽은 거라고?”

 

갠 아저씨가 놀라서 돌아보았어요. 그러자 여 마법사가 깔깔 거리며 박수를 쳤어요.

 

“맞아, 맞아, 맞아. 이미 죽었지. 이미. 방해를 받아서 말이야. 화가 나서 말이야. 처분해 버렸지마안. 크크큭. 하지만 특제로 부활시켜 줬으니 감사받아도 되겠는 걸. 물론 너희들도 미리 감사해두는 것이 좋을 거야. 이제 네 녀석들도 똑 같이 만들어 줄테니까 기대하도록 해. 깔깔깔깔.”

 

허리를 젖혀 웃으며 여마법사는 손짓을 했어요. 그리고 뒷말을 이었죠.

 

“해치워, 리골.”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근육질의 남자와 오톡스씨, 아니 오톡스씨의 시체가 움직이기 달려들기 시작했어요.

 

“크으.”

 

갠 아저씨가 마비가 되어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죠. 하지만 발락 아저씨와 애던 오빠가 더 빨랐어요. 그나마 정상인 두 사람이니까요. 발락 아저씨가 방패로 리골이라는 거한의 두 도끼를 방패로 막아냈죠. 그리고 애던 오빠는 오톡스씨를 상대했어요. 검격이 오가고 방패와 도끼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히 울렸죠. 그런데 발락 아저씨는 무기도 없이 방패만으로 싸우는 데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걱정을 갠 아저씨가 끝내줬죠.

 

“발락. 내 도끼를 받아라. 너라면 한 손으로도 충분히 다룰 수 있겠지!”

 

“음!”

 

리골의 공격을 방패로 막으며 발락 아저씨는 새까맣게 탄 오른 손을 뻗어 도끼를 쥐었어요. 그리고 신속하게 반격을 시작했죠. 하지만 그랬다가는 갠 아저씨는 맨 손으로 저 여마법사에게 맞서야 하는데... 하지만 갠 아저씨는 전혀 두렵지 않은 듯 죽은 오톡스씨와 리골을 지나쳐 여마법사에게로 다가갔어요.

 

“갠 아저씨?”

 

저는 아저씨를 불러보았지만 아저씨는 대답하지 않았죠. 여마법사는 맨 손으로 걸어 들어오는 갠 아저씨를 비웃었어요.

 

“무기도 없이 덤빌 생각이라니 짐승같이 생긴 주제에 지능도 짐승인가?”

 

명백한 도발이었죠. 갠 아저씨가 그로우이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무기인 강한 턱과 손톱이 있다곤 하지만 마법사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갠 아저씨는 그런 것 따윈 상관없다는 듯 으르렁거림이 섞인 위협적이고 낮은 목소리로 여마법사에게 말했죠.

 

“너, 전장에서 그로우를 본 적이 없나 보군.”

 

“훗. 내가 너희같은 짐승새끼들을 일일이 지벼봐줄 이유가 있겠어? 그보다 빨랑빨랑 죽어줬으면 하는데 말이야. 너라면 훌륭한 방패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후후후. 우선 내 귀여운 아이들처럼 만들어주지.”

 

여마법사가 그렇게 말하면 뭐가를 던졌어요. 제가 있는 곳에는 잘 보이지 않았죠. 하지만 익숙치 않은 도끼를 들고 싸우느라 생각보다 고전하는 발락 아저씨와 생전 살아있을 때와 마찬가지의 전투능력을 보여주는 오톡스씨의 시체의 뜬금없을 만큼 어이없는 기습과 술책을 체력적 한계에 짓눌리면서도 침착하게 깨뜨려나가는 애던 오빠의 모습보다도 갠 아저씨의 분노가 더욱 신경 쓰였어요.

 

“그어어.”

 

칼날들이 부딪치는 소리들 속에서 이상한 신응소리가 들여왔지요. 그리고 나타난 것은 마치 시체조각들을 이어 만든 듯한 기묘한 인간들이었어요.

 

“나는 사령술사. 특기는 꼭두각시. 무기도 없는 놈을 상대하기에는 거창한 것이지만 자 나의 귀여운 아이들의 손에 걸레가 되렴. 남은 시체조각은 내가 꿰메어 줄테니. 히히히히히.”

 

“닥쳐라. 이제 곧 네 년의 더러운 입을 찢어주지. 잘 보라고. 네년 따윌 부수는데는 무기 따윈 필요 없다. 무기는 전사를 상대하기 위한 것. 너 따위는 이 몸뚱이로도 충분하다.”

 

불룩하고 갠 아저씨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갠 아저씨는 갑옷을 벗으며 계속 말을 이었죠. 동시에 상체의 근육이 부풀고 팔도 더 굵어졌죠. 발락 아저씨보다도 덩치가 커졌어요.

 

“잘 봐라. 그로우가 최강의 전투력을 지녔다고 불리우는 이유를... 크후우.”

 

거대해진 갠 아저씨가 달려드는 순간 애던 오빠의 전투에도 이상이 생겼어요. 검에 베이지도 않았는데 오톡스씨의 시체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넘어져 버렸죠. 그리고 곧바로 리골이라는 거한에게로 뛰어들었어요. 리골은 바로 왼손에 든 도끼를 들어 애던 오빠의 공격을 막았지만 이상하게 그대로 애던 오빠의 검에 베이고 말았어요. 분명 막은 듯이 보였는데 말이죠.

 

“헉.”

 

짧게 경악의 소리를 토해넨 리골은 그 자리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죠. 반면 애던 오빠도 그 자리에 주저앉았어요. 거의 한계에 다다른 듯 보였죠. 저는 서둘러 다가가 애던 오빠의 체력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힘을 끌어 모았죠.

발락 아저씨가 쓰러진 리골의 몸을 옆으로 치우더니 애던 오빠의 곁으로 와서 물었어요.

 

“결국 쓴 거냐? 그거.”

 

“아.”

 

애던 오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답하고는 다시 몸을 일으켰죠. 아무리봐도 무리하는 것으로 보여 저는 막으려고 했지만 애던 오빠는 손을 들어 저의 행동을 제지 했어요.

 

“괜찮아. 그걸 로도 충분하다. 그보다 문제는 갠이군.”

 

“아아. 흥분한 그로우를 진정시키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닌데 말이야.”

 

“네?”

 

저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두 사람이 입에 담았죠. 그에 애던 오빠는 말로 할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들어 갠 아저씨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어요.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저는 ‘과연’ 하고 이해할 수 있었죠. 해골병사들의 칼날조차 팅겨내는 근육, 이성을 잠식하는 분노와 광기. 여마법사는 당황하며 끊임없이 그녀의 인형들을 불러냈지만 소용없었죠. 마치 성난 멧돼지와 같은 저동성으로 갠 아저씨는 부수고부수고 또 부술 뿐이엇어요.

 

“역시 상당한 전사라서 그런지 광포화한 후에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군. 이래서야 정말 이길 자신이 없는데.”

 

발락 아저씨가 방패를 고쳐 쥐며 말했죠. 저는 알 수 없어서 물었어요.

 

“설마 저 여마법사를 쓰러뜨리고 나면 갠 아저씨가 저흴 공격해 올 거라는 건가요?”

 

“분명히. 저건 말 그대로 그로우가 가진 특유의 파괴충동에 몸을 맡기는 것이라서. 힘도 체력도 대폭 강화되는 대신 이성을 상실하지. 돌진력도 상당한 편이고... 솔직히 말해서 이런 곳에선 민첩함보다는 힘겨루기가 되는 만큼 이길 자신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저들도 저 상태를 좋아하진 않지. 무엇보다 저걸 반복할수록 자제력이 약해지고 이성이 없는 짐승이 되어가기 때문이야. 죽을 때까지 변신하지 않는 자들도 있지. 하지만 갠의 분노는 그 거부감조차 누른 모양이군.”

 

드물게 애던 오빠까지 발락 아저씨의 뒤를 이어 저에게 해설을 해줬어요. 그런 비장의 봉인을 풀었다는 것은 그 만큼 갠 아저씨가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 분노가 갠 아저씨에겐 지금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에요. 서글픈 이야기였어요.

 

“이럴 수가! 말도 안돼! 이 내가... 이 내가아!”

 

여마법사가 비통하게 외치며 보호의 마법을 외웠어요. 하지만 압도적인 힘과 분노가 그 조차도 극복해 냈지요. 마법에 의해 육체가 삭아들어도, 날카로운 공격에 피부가 찢어져도 단단한 근육과 상상할 수도 없는 강인함, 명정상태와도 같은 정순한 분노의 힘이 그 모든 것을 극복해 냈어요. 피를 얼어붙게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의 포효와 함께요.

 

“아악! 사르마스!”

 

결국 마녀는 단말마를 외치고 갠 아저씨의 손톱에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지요. 그와 함께 베이커드 아저씨와 애던 오빠가 싸울 준비를 갖췄어요.

 

“루시엔. 혹시 갠의 감정에 간섭할 수 있겠니?”

 

발락 아저씨가 제게 물어 보았죠. 하지만 저는 고개를 저었어요. 저런 정순하고 강인한 분노에 제가 끼어들 틈 따윌 느낄 수 없었죠. 저는 이해자이며 그들 중에서도 접촉자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 접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갠 아저씨는 제가 접촉한다고 해서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제가 휩쓰려 나갈 따름일 정도였죠.

 

“그래? 그럼 끓어오른 피를 식혀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군. 자. 애던 가지.”

 

“아.”

발락 아저씨와 애던 오빠가 각오를 다지듯 걸어 갔어요. 여차하면 쓰러뜨릴 각오였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라면 절대 저런 모습을 한 갠 아저씨와 맞서고 싶지 않을 텐데. 하지만 그런다고 뭔가 해결되는 것도 없으니 저는 잠자코 두 사람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어요.

 

“크윽!”

 

“크르르렁!”

 

“흡.”

 

세 사람의 기합과 으르렁거림이 들여왔죠. 차마 아는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은 보기 힘들어 눈을 돌렸답니다. 갠 아저씨가 원래대로 돌아올 때 까지요.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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