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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방패 사계절의 방패 13

azelight 2008.08.15 19:59 조회 수 : 1467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누군가가 제 어께를 건드리기 전까지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앉아 있었지요. 누군가 어게를 건드리는 감촉에 돌아보니 피투성이의 갠 아저씨가 씨익 웃으며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갠 아저씨.”

 

“응, 그래. 무섭게 해서 미안하다.”

 

툭툭 어께를 친 다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갠 아저씨에게 저는 “괜찮아요.”라고 대답했어요. 너머에 보니 죽을 듯이 축 늘어진 애던 오빠와 그 옆에 앉은 발락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죠. 다행히 두 사람다 무사한 것 같았어요. 애던 오빠는 좀 위태하게 보이긴 했지만요.

우리는 일단 모두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어요. 또 다시 다가올지 모를 적에 대비하면서요. 적어도 이게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었죠. 무엇보다 애드가 오빠의 설명에 의하면 성물을 훔친 도적은 3명이었고 말이에요. 적어도 한 명의 남아있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지금 우리의 상태로는 그 남은 한명을 이길 수 있을이지 알 수 없었죠.

애던 오빠는 거의 한계까지 지쳐있었고 발락 아저씨는 문기도 없고 갠 아저씨도 강화의 후유증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저는 정신력을 거의 다 소모해 버렸고요. 어떻게든 쉴 필요가 있었죠. 다행히 더 이상의 기습은 없었고 저희는 모두가 깨어날 때까지의 시간을 벌 수 있었어요. 어째서 이곳에 그(혹은 그들)이 공격하러 오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었죠. 다만 애드가 오빠를 시작으로 모두가 깨어나는 동안 우리는 오톡스씨의 죽음과 배신에 대해서 해명해야만 했어요.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우울한 일이었죠. 갠 아저씨는 침묵을 지켰고 대부분 발락 아저씨가 설명을 했는데 애드가 오빠는 정말 침통해하며 괴로워했어요. 기절하기 전까지 그를 의심했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요.

 

“그럼 가지.”

 

충분히 모두가 자신을 추슬렀다고 생각될 즈음, 애던 오빠가 일어났어요. 말없이 모두 애던 오빠를 따라 일어났죠. 모두 조용했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어요. 다들 너무 허무하게 당했다는 사실이 화가 나고, 또 동료의 죽음에 분노하고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보다 더 두려운 것.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의 기척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시간 감각조차 잃어버리고 두려움을 떨치려 노력하는 동안 우리는 이 복도의 끝 마지막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전 알 수 있었죠. 이 방에 제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무언가가 비켜나간 공간의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너희들이 이 곳에 왔다는 것은 라네스와 리골이 당했다는 것이로군.”

 

회색후드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등불을 내려놓으며 말했어요. 깊게 쉰 목소리와 노란빛으로 번뜩이는 안광을 가진 거무죽죽한 회색빛 피부를 가진 자였지요. 보는 이들이 두려움에 빠지게 만드는 뒤틀린 매력을 지닌 자.

 

“그렇다. 그대가 성물을 훔쳐간 발칙한 자인가?”

 

애드가 오빠가 앞장서서 나와 물었어요. 분노를 누르듯 힘이 들어간 목소리였어요.

 

“그걸 묻는 것을 보니 네가 하라스티아의 성기사인가보군. 뭐,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야할까? 그대들이 곧바로 쳐들어와주지 않은 덕에 나는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 라스나가 당해 예정이 비틀어졌지만 그 납득가지 않는 주저함. 감사해야겠군. 그런 뜻에서 순순히 나에 대해 말해 주지. 그렇다. 네가 태양과도 같은 빛의 성물을 훔친 자. 이름은 사르마스다”

 

“그런가. 나는 정의의 검을 지니신 분의 기사. 앨번의 아들 애드가다. 그대 성물을 훔친 죄. 그리고 내 동료의 죽음을 농락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방패를 세우며 말하는 애드가 오빠를 보며 사르마스라고 자처한 자는 웃었어요.

 

“하하하. 뭐, 좋지. 하지만 그대가 원하는 바대로 되지 않을 지어다. 그대의 피로 성물을 더렵혀 나의 신을 부활시키기 위한 제물로 삼을 것이다.”

 

“그렀게 될 것 같으냐!”

 

애드가 오빠가 사납게 외치며 달려들려고 할 때 애던 오빠가 애드가 오빠를 말렸어요. 애던 오빠는 “묻고 싶은 게 있다.”라고 말했죠.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뭐 좋다. 어차피 둘 중 하나가 죽는 법. 누가 죽을지 모르니 서로 궁금증 정도는 푸는 것이 좋겠지. 내가 알고자 하는 바는 없으니 그저 질문하려면 해보라.”

 

사르마스가 주문을 외우기 위해 들어 올리던 손을 내리고 애던 오빠에게 말했어요.

 

“흠, 후하게 대해줘서 감사하군. 그래, 어둔 황혼 결사인가? 너는?”

 

“음?”

 

오빠의 질문과 동시에 사르마스의 표정이 굳었어요. 마치 커다란 비밀을 애던 오빠가 말한 듯 급격한 변화였죠. 하지만 저는 처음 들어 보는 조직이었어요. 심지어 직접적인 피해자인 애드가 오빠도 모르는 것 같았어요.

 

“어둔 황혼 결사?”

 

거기에 우리들 중 가장 박식하다고 할 수 있는 라니아 언니조차 모르는 모양이었죠. 저는 혹시나 싶어 발락 아저씨를 보았지만 발락 아저씨도 모르는 듯 했어요. 그나마 애던 오빠가 발락 아저씨에게만은 어느 정도 정보교환을 하는 듯 했기에 혹시나하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하나 봐요.

그 사이에 사르마스는 굳은 표정으로 애던 오빠에게 질문했어요.

 

“너 어디서 그에 대해서 들었나? 아니, 그건 상관없지. 어디서든 눈치채는 자들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했던 일. 다만 이렇게 된 이상 나는 너와 네 동료들을 목숨을 걸고 몰살시켜야하게 되었다. 대화는 끝이나. 일어나라! 이케다의 아이들이여! 침입자를 배체하라!”

 

이번에도 방에서 있던 뱀인간의 석상들이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까처럼 감당할 수 없는 함정은 발동하지 않았죠. 하지만 리딘 숲에서 보았던 독 안개가 다시 퍼지기 시작했어요. 사르마스를 중심으로 말이에요.

 

“설마 이 안개는...”

 

발락 아저씨가 곤란하다는 듯 외치면서 사르마스에게로 뛰어 들려고 했어요. 마법을 방해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곧 사인들에게 가로 막혔죠.

 

“크하하. 나의 특기는 바로 독.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으라.”

 

사르마스가 광소를 뿜으며 손을 들었어요. 녹광이 빛나는 손을 들고 초인적인 움직임으로 달려들며 애드가 오빠를 후려치려했죠. 서둘러 애드가 오빠는 방패로 막았지만 동시에 방패로부터 “치이이익.”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윽?”

 

서둘러 애드가 오빠가 방패를 물렸어요. 하지만 저는 더 이상 애드가 오빠 쪽을 신경쓸 수 없었어요. 사인이 저에게도 달려들어왔으니까요.

 

“엘자!”

 

엘자를 불러내며 저는 방어행동을 취했어요. 단번에 토지의 정의 힘을 끌어낸 것이죠. 이 불길하고 꺼림칙한 신전의 땅에도 뒤틀리긴 했지만 원소령들의 힘이 남아 있어 간신히 할 수 있었어요. 솟아오른 바위턱이 제게 돌진해오던 사인을 후려쳤죠. 그러만 사인의 돌진력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해서 사인은 제 위로 떨어지려고 했죠. 하지만 엘자가 강풍을 일게해 쓰러지는 사인의 몸을 제가 있는 위치에서 비켜내주었어요.

 

“고마워, 엘자.”

 

저는 엘자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일행들을 돕기 위해 움직였어요. 현재 도리어 우리가 수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에 유리했지만 안개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조금씩 힘이 빠져나가는 것 역시 느끼고 있었죠.

 

“엘자. 아까 숲에서 안개를 몰아내던 때처럼 부탁해.”

 

저의 부탁에 엘자가 방 내부의 공기를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이 신전의 습기들을 모아 작은 물의 원소령들을 만들어 냈지요. 그리고 이 물의 원소령들에게 안개를 흡수하라고 명했어요. 넓은 곳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좁은 곳에서 엘자의 힘으로 안개를 모아주면 흡수가 용이하기 때문이었죠. 그러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밧줄을 이용해 사인을 쓰러뜨리고 도망치고 있는 베이커드의 모습이 보였죠. 그는 간발의 차로 스크롤을 찢어 화염의 화살을 발사했지만 사인을 완전히 파괴하진 못했어요. 그러나 봄체의 절반이 날아갔음에도 바위로 만들어진 사인은 베이커드를 죽이기 위해 움직였죠. 저는 물의 기운을 모아 만든 수탄을 쏘아 사인을 물러나게 했어요.

 

“괜찮아. 베이커드.”

 

“아. 괜찮네. 그 보다 물러서.”

 

베이커드가 그렇게 말하며 저를 밀로 자신도 뛰었어요. 도 하나의 사인이었죠. 뒤를 따라 라니아 언니가 뛰어들어 레이피어를 휘둘렀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인은 여전히 날뛰었어요. 하지만 신속한 언니의 검격은 사인의 팔 한쪽을 떨어뜨리게 하는 데 충분했죠. 저는 그런 사인의 곁을 스쳐지나갔어요. 그때 사르마스의 외침이 들려왔죠.

 

“이건? 내 안개가!”

 

쌤통이다라고 속으로 외쳤어요. 뒤이어 발락 아저씨의 노성과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흥분에 찬 갠 아저씨의 목소리가 연이어 들여왔죠.

 

“이 놈들 끝이 없어. 설마 이 안까지 들어오는 동안 봤던 모든 석상들이 이렇게 변한 건 아니겠지.”

 

그 말을 듣고 설마해서 입구를 살피니 복도로부터 기어들어오고 있는 사인의 모습이 보였어요. 어쩌면 갠 아저씨의 말이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함이 들었죠. 그리고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그렇게 많은 사인들을 감당할 수는 없었어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보았죠. 그리고 입구를 막아야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하지만 사인들의 힘도 워낙 강력하니 저는 의식을 집중해야할 필요를 느꼈죠. 보다 많은 존재들로부터 힘을 빌리기 위해서 말이에요.

 

“도와줘요!”

 

저는 절박함을 담아 외치며 도움을 요청했어요. 제 정신력의 대부분을 그들을 위한 대가로 치워야했지만 신전의 외벽이 변화에 문을 막았죠.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위험한 행동이기도 했어요. 많은 힘을 끌어들여 한 번에 쓴 대가로 사르마스가 저의 존재를 눈치 챘으니까요.

 

“네년이구나! 네 안개를 무효화시키고 있는 것이!”

 

“루시엔! 도망쳐!”

 

애드가 오빠의 외침이 이어 들렸지만 이미 도망칠 곳은 없었어요. 도망칠 구멍은 제 손을 막았으니까요. 사르마스가 제게 달려왔죠. 그 앞을 발락 아저씨가 막아섰지만 사르마스는 그 육체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힘으로 발락 아저씨를 들어 내던졌어요. 그 옆을 네린 언니의 창이 찔러 들어왔지만 네린 언니의 창을 피한 사르마스가 창대를 붙잡자 창대는 힘없이 녹아 부러졌지요. 반대 방향에서 찔러 들어오는 라니아 언니의 공격을 상관없다는 듯 몸으로 받고 사르마스는 제 앞에 서서 주먹으로 저를 후려쳤어요. 엘자의 방어행동보다 앞서서요 . 저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들어 몸을 방어했지만 둔탁한 충격과 함께 몸이 떠올랐죠. 그 순간 팔에서부터 끔직한 고통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히익!”

 

숨쉬기도 괴로울 만큼의 격통이 저를 지배했죠. 뇌를 태워버리는 것만 같았어요.

아아! 살려줘요. 부디.

괴롭게 내뱉어지지 않는 호소가 목궁멍에 걸려 나아가지 않았어요. 그리고 어둠이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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