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사계절의 방패 사계절의 방패 11

azelight 2008.08.13 18:32 조회 수 : 1360

이케다의 신전 1층

 

베이커드의 빛의 완드를 든 오톡스씨를 앞세워 우리는 이케다의 신전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어요. 오톡스씨와 우리는 묵묵히 복도를 걸었지요. 갈림길 하나 없이 일직선으로 쭉 이어진 복도. 주변에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사인의 석상만이 불길하게 우릴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길군.”

 

라니아 언니가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거의 10분을 넘게 걷고 있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했지요.

 

“오히려 이러면 더 불안한데.”

 

한 명이 입을 열자 다음 사람이 말하듯 우리는 차례차례 침묵을 깼어요. 그래도 소란스럽지 않게 속삭이듯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죠. 하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는 나오지 못했어요. 애초에 이케다라는 신의 존재도 너무 알려진 것이 적었기 때문이죠.

 

“꼭 이러면 뭔가 숨겨진 위협 같은 것이 있는데 말이지.”

 

“불길한 소리를 삼가도록 합시다.”

 

네린 언니가 말하자 애드가 오빠가 핀잔을 줬죠. 하지만 분명히 숨겨진 뭔가가 존재해요. 저는 그것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죠. 부디 아무 일 없기를 바랄 수밖에요. 그러던 중 저희는 거대한 방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오톡스씨의 세심한 조사 끝에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을 있었죠. 입구의 정면에 뱀의 형상이 양각으로 새겨진 출구가 있고 각 귀퉁이마다 뱀의 석상이 있는 방이었죠.

 

“잠시 여기서 기다려. 함정이 있는지 살펴보고 오지.”

 

오톡스씨가 그렇게 말했기에 우리는 일단 멈춰 섰어요. 오톡스씨는 문의 정면 바닥을 꼼곰하게 살피고 다음으로 문을 살피기 시작했죠. 그 순간이었어요.

 

“모두 방에서 벗어나!”

 

애던 오빠가 소리쳤어요.

 

“에?”

 

저는 깜짝 놀래서 즉시 반응하지 못했죠. 하지만 발락 아저씨가 저를 뒤로 집어 던졌어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날려갔죠. 그리고 엉덩이부터 떨어져 바닥을 굴렀어요.

 

“아야야야.”

 

고개를 드니 방 밖이었어요. 뒤 이어 라니아 언니가 뛰쳐나오고 있었죠. 라니아 언니에게 가려 그 이상 방의 광경은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곧 자색 전광이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죠.

 

“흐아. 간발의 차!”

 

라니아 언니가 그렇게 외치며 몸을 돌렸어요. 저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죠. 그러고 방안을 살피니 유일하게 멀쩡한 애던 오빠가 덮쳐오는 거대한 뱀을 상대로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어요. 발락 한 마리는 다른 한 마리에게 몸을 물려 내동댕이쳐졌고 갠 아저씨는 경련을 일으키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도끼를 휘둘렀죠. 네리아 언니와 베이커드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애드가 오빠는 무릎을 꿇은 체 힘겹게 방패로 뱀의 돌진을 박았어요. 모두 4마리의 뱀. 방안의 각 구석에 서 있던 뱀의 석상이었죠.

“엘자아!”

 

제가 부르자 저의 정령 엘자는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 날려 보냈지만 워낙 덩치가 커서 큰 효과를 내지 못했어요. 저는 조급해 졌죠. 하지만 먼저 라니아 언니가 뛰어 들었어요. 난장판의 공간으로요. 그때 또 한 번 전광이 내려쳤답니다.

 

“크아아아악!”

 

“윽.”

 

갠아저씨와 애드가 오빠의 비명이 울려 퍼졌죠. 다행히 노르위펜인 발락 아저씨와 마법적인 힘에 저항력을 가진 애던 오빠는 버티고 있었지만 그 외 사람들은 견디지 못했어요.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된 건지. 저는 그 중에서 오톡스씨가 또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눈치 챘어요. 설마...

아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에요. 어떻게든 지금 애던 오빠들을 구해야 하니까요.

 

“힘을 빌려줘, 엘자.”

 

저는 엘자의 힘을 빌어 대기의 원소계로 통하는 문을 열었어요. 당연히 짙은 대기의 정수가 세계로 쏟아져 들어왔지요. 저는 그것들의 흐름을 붙잡아 필사적으로 끌어 모아 양손에 모았어요. 손끝에 태풍과도 같은 선풍이 일고 힘의 집적에 의해 전광이 일 때까지요.

 

“가라아아앗!”

 

모든 힘을 모아서 쏜 일격이 낸 후폭풍에 말려 저는 도 다시 나동그라지고 말았어요. 하지만 귀로는 콰앙하고 뭔가가 깨지며 날리는 소리가 들려왔죠. 하지만 여전히 칼 소리와 마법이 이는 소리는 끊기지 않았어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니 방 내부의 사정이 눈에 들어왔죠. 아마도 제가 파괴한 듯이 산산 조각나 반만 남은 석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띄였어요. 그리고 그 옆에 발락 아저씨가 방패와 맨주먹으로 맞서고 있었죠. 그 옆을 라니아 언니가 돕고 있었고요. 애던 오빠는 막 자광이 뻗친 ‘침묵 시키는 자’로 석상의 목을 가르고 있었어요. 터프한 갠씨는 간신히 움직이는 애드가 오빠의 도움을 받으며 네린 언니와 베이커드를 지키듯이요. 거기에 막 자신의 적을 쓰러뜨린 애던 오빠가 갠 아저씨와 애드가 오빠를 돕기 위해 움직였어요. 저 역시 황급히 뛰어들려고 했을 때 또 하번 전광이 번뜩였지요.

 

“큭.”

 

이번에는 저 역시 충격을 받아 넘어지고 말았어요. 얼얼한 머리를 흔들고 일어났을 때 왠지 몸에서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죠. 상처는 없었어요. 하지만 방 안의 사정은 절망 적이었죠. 이제는 갠 아저씨마저 무릎을 꿇고 말았어요. 애드가 오빠는 힘없이 쓰러지더니 일어나지 못했죠. 몸이 마비된 듯 움직임이 느려진 라니아 언니는 뱀 석상의 꼬리에 맞고 나가떨어지더니 움직이지 못했어요. 발락 아저씨도 힘겨워 보였죠. 그때 애던 오빠가 외쳤어요.

 

“갠! 일단 쓰러진 자들을 데리고 방에서 빠져나가.”

 

“자네는?”

갠 아저씨의 물음에 애던 오빠는 “봐서 알잖아. 어서.”

 

라고 소리쳤지요. 그러면서 애던 오빠는 또 다시 뱀석상의 몸통을 절단하는 데 성공했어요. 동시에 저도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죠. 그리고 기절한 라니아 언니의 양 다리를 잡고 신전의 안쪽으로 향하는 방으로 질질 끌고 갔답니다. 그러고 있는 와중에도 왼쪽에서는 한창 전투를 벌이며 병장기와 바위가 부딪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어요.

저는 그 소리에 신경쓰지 않고 라니아 언니를 끌고 나가는 데 온힘을 집중했지요. 곧 라니아 언니를 끌고 방을 나온 순간 또 한 번 자색 빛이 번뜩였어요.

 

“크, 루시엔, 너는 여기서 다른 이들을 돌보고 있어라. 내가 마저 데려오겠다.”

 

갠 아저씨가 도끼를 내려놓고 안으로 다시 달려 들어갔죠. 하지만 평소에 비하면 훨씬 느리고 위태한 걸음이었어요. 아무래도 이 자색 전광은 맞은 대상에게 충격과 함께 마비효과를 주는 것 같았죠. 갠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베이커드와 네린 언니를 데리고 나오려는 순간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발락 아저씨의 방패에 완전히 깨어져 나가는 뱀의 머리를 볼 수 있었어요.

 

“도와주지.”

 

발락 아저씨가 네린 언니를 챙겨들더니 갠 아저씨와 함께 빠져나왔죠. 애던 오빠도요.

 

“헉헉. 위험했군.”

 

갠 아저씨가 헐떡이며 말했어요.

 

“으음. 내가 태어난 종족에 감사해 보기는 처음이군. 아무래도 이건 피와 살을 가진 자들에게만 치명적인 효과를 내는 것 같아.”

 

그나마 가장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이 발락 아저씨였어요. 저도 약한 마비기운이 있어 온몸이 얼얼했고 마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가장 맹렬히 싸운 애던 오빠는 숨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어요. 말 그대로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고 있었죠.

 

“크. 하지만 오톡스가 배신한 건가? 아니면 다른 뭔가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 지금 상황은.”

 

“그건 알 수가 없다만... 다만 중요한 것은 지금 성물을 훔쳐간 놈들이 덤벼든다면 끝장이라는 사실은 말 할 수 있겠군.”

 

갠 아저씨와 발락 아저씨는 현 상황이 걱정되는지 그렇게 말했어요. 설마 시작부터 애드가 오빠와 라니아 언니, 네린 언니, 베이커드가 한 번에 기절해 버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요. 저는 그래도 그들이 입은 손상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보았지만 기절한 그들은 깨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들을 쓰러뜨린 방은 여전히 자색 전광을 번뜩이고 있었죠.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상황은 결코 좋게 흘러가지 않았어요.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복도 저편에서부터 들려왔답니다.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