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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 습작 - 돌멩이(1)

2008.04.21 22:11

비렌 조회 수:217

단편 습작 - 돌멩이



그녀는 우리 집 마당에 앉아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허무한 일상의 고리를 느끼지 않는 시간이 되었지만, 별로 기쁜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들어오던 말던, 그냥 무심하게 우리 집의 싸구려 슬레이트 지붕 처마 끝을 보고 있었다. 아니, 눈의 방향이 그쪽에 있을 뿐, 그것을 바라보고 싶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 같았지만, 난 으레 하듯이 맥주 캔 하나를 따 들고 그녀 앞에 앉았다.

서로 아무 말도 없다.
하고 싶은 말도 없다.
듣고 싶은 말도 없다.

그저 혼잣 말을 시작한다.

"저 하늘에는 별들이 다니는 길이 있데."

"..."

"웃기지 않아? 저 우주에는 그냥 광활한 진공일 뿐이잖아. 그런데에 길을 만들어 놓다니, 아마 엄청난 공간의 낭비일거야."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멍청한 표정으로 계속 똑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뿐이다.
으레 하던대로, 뺨을 쓰다듬는다. 몸이 움직이지만, 내가 쓰다듬어서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떠밀리듯 몸이 기울어 진 것 뿐이다.

"내가 처음으로 너한테 물어봤던게 뭐였는지 알아?"

"..."

"이름이 뭐야?"

나는 웃었다.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웃으면 그녀가 따라 웃을 것 같아서 웃어 보았다. 하지만 역시 그녀의 얼굴은 차가운 조각처럼, 멍하게 굳어있었다.

이래서 나의 혼잣말은 대화가 될 수 없다.

대화의 기본 조건은 서로의 상호작용이다.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언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왠지 화가 나서, 그녀의 얼굴을 끌어당겨서 어루만지던 볼에 가볍게 입맞췄다.
따듯하지는 않은 말랑 말랑한 감촉에 입술에 닿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동작도 없다.

"... 화라도 내라 좀."

가슴에 갑작스럽게 응어리 진 화는 잘 풀리지 않아서, 난 나도 모르게 그녀를 밀쳐버리고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다음날에도 그녀는, 내가 밀쳐버린 모습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고개를 돌려 봤는데, 부드러운 눈망울은 여전히 나를 비추고 있었다. 밤새도록 추운 마당에서 이러고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

왠지 미안한 마음에 꽉 끌어안아 봤다.
두근 하고 가슴이 뛴 것 같았지만, 내 가슴에서 느껴진 감촉이 분명했다. 내 가슴이 무척이나 뛰고 있었다.

처음으로 그녀를 집 안으로 가져왔다.



"..."

난 소스라치게 놀라 버렸다.
침대에서 1분 1초라도 더 누워있고 싶어하던 나를 깨운 것은, 여전히 무표정하지만 움직이고 있는 그녀였다.

그녀는 두눈을 깜빡 깜빡하다가, 고개를 숙여서 내 볼에 입술을 갖다 댔다.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볼을 어루만져 봤을때, 난 가슴 가득차는 희망이 터져나오듯이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볼이 따듯했다.

"..."

그녀는 내 표정을 보더니

나를 따라 웃었다.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녀에게 말을 하게 하고 싶었다, 입을 벙긋 벙긋 거리며 날 따라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견딜 수 없었다.

몇번이나 키스하고, 껴안았다.

그녀는 언제나 날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언제나 나에게 그렇게 하고 싶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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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는 나중에~

천로를 쓰는거다 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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