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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4. 10 1차 수정본
*기존 13편은 삭제했습니다.
*역시 시험상대를 다섯명→세명으로 줄였습니다.
*유리네를 삭제하고, 다른 상대를 넣었습니다.
*후기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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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함.
혹은 긴장감이라 불러도 좋다. 그것이 싫다면 살기라는 말로도 표현이 가능하다.
딱히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살기를 내뿜는것은 아니다. 그저 너무도 강한 자들이 맞붙고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숨도 쉬기 힘든 공기가 만들어지고 있는것뿐.
하지만 그렇다고 이 긴장감이 양쪽으로 고르게 당겨지고 있는건 아니다.
코야마 카미루는 식은땀이 흐르는것을 느꼈다.

상대-코야마 스테너와 검을 맞부딛쳐 느낀것으론 상대는 자신과 거의 호각. 그것 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정도 차이는 죽을 각오로 죽기위해 달려들면 넘을 수 있으므로.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적은 넷. 모두 같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스테너로 분장하여 서 있거나, 하는 장난이 아니다.
유사혈체.
혈해의 힘을 이용하여 피로 자신과 유사한 몸체를 만들어 전술로 이용하는 기술. 하지만 이 기술은 유사혈체를 조종하기위해 자신의 정신 일부를 그 조종에 이용하여야 하여 한번에 한체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있었다.

"체얏!"
스테너의 기합소리가 들리고, 한명의 스테너가 달려온다. 혈해를 비스듬히 올려쥐고 카미루를 향해.
맞부딛치면 위험하다. 일단 지금은 몸을 피해 다음 녀석들의 공격을 대비하는게 우선.
카미루는 그렇게 생각하며 첫번째 스테너가 달려오길 기다렸다. 첫번째 스테너가 달려와 카미루에게 검을 휘두르자, 카미루는 땅을 박차고 뒤쪽으로 물러나며 아슬아슬한 거리로 검을 피했다. 몸을 피하며 첫번째 스테너의 뒤를 보니, 이미 나머지 세명의 스테너도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역시!'
카미루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쉬익,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고, 카미루의 왼쪽에서 두번째 스테너가 나타나 베었다. 이번엔 오른쪽 뒤로 몸을 빼며, 역시 카미루는 그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오감을 모두 사용하여 다음 공격을 예측한다.
"이얏,"
등 뒤에서 나타난 세번째 스테너의 공격을 피하며, 발을 굴러 힘차게 도약했다. 공중에서 몸을 돌리며 세 스테너에게서 멀어져 착지한다.
"그리고, 이쪽이다!"
마지막 남은 네번째 스테너는 카미루의 움직임에 따라 공중에서 나타난뒤 검을 당겼다.
칭-하는 맑은 소리와, 두 혈해가 부딛쳤다.
"굉장하군."
"무슨 말씀을."
카미루와 스테너는 미소를 주고 받았다. 스테너는 검을 물려 바닥으로 착지했다.
"솔직히 말해서 한번에 끝날줄 알았다. 그런데 한번에는 고사하고, 이렇게 멋지게 막아내다니."
네명의 스테너는 모두 만족하다는 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카미루를 보았다.
"칭찬 감사합니다. 전 그것보다, 선조님의 유사혈체가 더 대단하군요. 한번에 세체라니."
"아까도 말했듯이 생전엔 다섯체까지도 가능했어. 무엇보다 내가 창시해낸 기술이기도 하고."
"그렇군요. 하지만-유사혈체를 쓰지 못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제 능력으로!"

카미루가 외치며 달려나간다. 먼저 스테너들의 위치를 확인한다. 네명이 마름모꼴로 서 있다. 누가 본체인지는 구분이 가진 않지만, 그런건 금방 알아낼 수 있을것이다.
"하앗!"
카미루는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린 혈해를 가장 앞에 있는 스테너를 향해 베어내린다. 그 스테너는 카미루의 검을 간단히 받아내지만-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뒤로 다른 스테너를 향해 피의 검기가 날아갔다.
"칫,"
재빨리 몸을 틀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그 스테너는 다리를 베었다. 옷은 찢어졌지만 상처는 이내 액체가 뭉치듯 아무렇지도않게 붙어버렸다.
'저쪽은 가짜인가.'
카미루는 눈 앞의 스테너와 나머지 두 스테너에게 정신을 옮긴다. 어느새 두 스테너는 등 뒤쪽에서 동시에 베어오려 하고 있었다.
"훗!"
카미루는 예상했다는듯이 등 뒤로 힘을 모은다. 그곳엔 피로 된 붉은 날개가 생겨, 카미루에게 오는 두 스테너를 쳐냈다. 그리고 오른팔에 집중한다.
스테너와 맞대고있는 검에 힘이 실린다. 오른팔의 유사혈체에 피가 집중되는 것이다. 외형으로는 별 다를게 없지만, 오른팔을 이루는 피의 밀도는 이미 평상시의 세배를 넘었다.
"크, 윽!"
스테너가 뒤로 밀렸다. 강화를 했다고 해도 인간의 팔이 그 힘을 당해낼 순 없었다.
"각오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카미루가 외치며 날개를 한번 더 퍼덕이자, 스테너는 완전히 밀려났다. 카미루는 그 틈을 노려 눈 앞의 스테너를 베고, 다시 급회전하여 등 뒤로 날아간 두 스테너에게 피의 검기를 날렸다.
"크아악!"
거의 동시라고 느낄 정도로 짧은 순간. 세명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첫번째가 유사혈체였고, 나머지 세명을 동시에 베었으니, 분명 본체에 타격을 입혔을 것이다.
"후우. 괜찮군."

"방심은 금물이라네."
"?!"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고, 카미루는 놀라며 도약하였다. 등 뒤엔, 첫번째에 다리를 베었던 스테너가 검을 위로 베어올렸다.
"크윽,"
등 뒤에 날카로운 감촉과 고통이 느껴졌다. 깊진 않지만, 확실히 베였다.
"뭐, 뭐지?!"
"훌륭해. 아무리 내가 생전의 힘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고 해도, 유사혈체까지 넷을 동시에 상대하다니. 정말, 아주 감동했어."
스테너는 정말 멋진 표정으로 웃고있었다. 황혼의 붉은 빛을 받은 금발은 밀밭처럼 반짝였다.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이군. 간단해. 네가 처음에 벤 내가, 본체이다. 다리는 네 팔처럼 베인 순간 유사혈체로 임시복구 시킨것 뿐이야. 못느꼈나? 등 뒤로 달려든 두 유사혈체가 너무나 간단히 당한걸."
확실히.
진짜 스테너는 고사하고, 유사혈체도 팔에 온 힘을 집중해야 밀어낼 수 있었다. 그에비해 등 뒤로 왔던 녀석들은 피의 날개 한번에 너무 간단히 나가떨어졌다. 필시 스테너가 다리에 유사혈체를 새로 만드냐고 그 강도가 떨어진게 분명하다.
'그정도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카미루는 이를 뿌득 갈았다. 등의 상처는 이미 통증은 없었다. 완치되려면 조금 더 걸리겠지만, 일단 피는 멈추고 외견상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렇게 화 낼 일도 아니야."
스테너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이런 잔재주는 실전을 많이 겪으면서 터득하는거지. 그것도 강한 적들과 많이 붙어보면 좋아. 하지만 내가 보기에...너는 실전 경험은 어느정도 되지만, 정말 '강한' 자들과는 제대로 싸워본 적은 거의 없는것 같구나."
정확했다. 카미루는 어렸을적엔 집안에서 토우야, 유리네에게 훈련받고 대련 상대라봐야 미즈루 밖에 없었다. 어느정도 크게나서 마물등을 퇴치하려 다닐때에도 힘들게 싸운 적은 없었다. 그만큼 코야마가의 힘이 강대하다는 뜻도 되지만, 스테너는 그 이상의 적들도 분명 있다는것을 말하고 있다.

"무엇때문에 힘을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너라면 옳게 쓸것같단 마음이 드는구나. 하지만-그렇다고 봐줄 수는 없지."
스테너가 달려온다. 이번엔 네명이 모두 달려온다. 모두 비스듬히 검을 쥐고 카미루를 향해 달려온다.
"이겨내라."
첫번째 스테너가 카미루에게 혈해를 휘두르며 말한다. 카미루는 그 검을 튕겨내고 몸을 돌린다.
"나는 너를 응원한다."
두번째 스테너가 찌르듯 들어온다. 카미루는 그것을 피해 아래로 쳐 내린다.
"이게 진짜 내가 아닌 내 기억이라 할지라도."
세번째 스테너가 검 손잡이로 찍듯이 주먹을 내리친다. 카미루는 주저없이 그 손목 채로 베어버린다. 푸슉-하는 소리가 났지만, 신경쓸 겨를이 없다.
네번째 스테너가 공중에서 뛰어내리며 카미루를 베려 한다. 카미루는 오히려 그 안으로 파고들어가 바닥으로 내려오기 직전 스테너의 배를 팔꿈치로 가격한다.
"컥."
짧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오고, 카미루는 몸을 웅크려 혈해를 바닥-피의 바다에 꽂는다. 그러자 그녀를 중심으로 피로 된 둥근 벽이 생겼다. 카미루는 그 안에서 몸을 최대한 낮추어 피의 벽의 아래부분을 둥글게 벤다. 그러자 피의 벽은 파문처럼 사방으로 퍼지며 스테너들을 공격했다.
슈우욱-하는 소리가 잠시간 들리고, 카미루는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나가, 줄었군."
"아아. 혈해가 몸체와 많이 떨어지게 되면 사라지지. 뭐-더 만들 수는 있지만 그러지 않을거니 걱정마."
어느새 코야마 스테너의 수는 셋으로 줄어있었다. 카미루의 공격에 의해 혈해를 든 손목이 잘린 유사혈체가 소멸된 것이다.
"그렇다면 더 볼것도 없죠. 빨리 끝내겠습니다!"
카미루의 피의 날개가 크게 펼쳐진다.
'공중에서 승부를 걸어보자.'
지금까지 싸움으로 봐서, 스테너는 지상전 위주인것 같았다. 검기등의 사용이 적고, 유사혈체를 이용하여 적을 혼란시키는 전술들을 대부분 사용한다.

혈해의 공간 안의 하늘 역시 끝없이 펼쳐져있다. 카미루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피처럼 붉은 빛의 하늘이다. 스테너들의 모습은 조금씩 작아지지만 분명히 구분이 간다. 예상대로, 스테너들은 하늘로 올라가버린 그녀를 따라가지 못하고 지상에 남아있었다.
이런곳에서 검기를 날려봤자 쉽게 피할것이다. 예측 못할 방향으로 최대한 빠르게 날아가 기습을 하는것. 카미루는 세 스테너 모두를 시야에서 놓치지않기위해 눈을 부릅떴다.
적당한 높이까지 올라갔다. 이렇게 하늘로 올라가도, 이 이계의 공간엔 바람 한점 없다. 공기가 희박해지지도 않는다. 아래의 스테너들은 이제 손가락 정도 크기밖에 되어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도 카미루를 놓치진 않았을터. 그래도,
'해보자!'
카미루는 마음을 먹고 다시한번 날개를 크게 퍼덕였다.
돌풍이 휘몰아쳤다. 피의 날개에서부터.
수평 방향으로 엄청난 속도로 돌진한 카미루는, 지상으로 방향을 꺾기 시작했다. 속도때문에 앞쪽에선 엄청난 풍압이 느껴지지만, 신경쓸 겨를따윈 없다. 천천히 몸을 튼다.
스테너들의 시야에서 카미루가 사라졌다. 큰 소리가 들리고, 바람 불리 없는 혈해의 공간에 약한 바람이 불었다. 그때,
"이런!"
한 스테너가 외치고, 그와 마주보고있던 다른 스테너가 뒤를 돌아본다. 그곳엔 뒤집혀진 모습으로 날아오는 카미루가 있었다.
"하아아아앗!!!"
카미루가 외치며 혈해를 당겨쥔다. 스테너는 막기위해 오른팔을 들지만-
사악, 하는 소리. 그리고 물풍선이 터지는듯한 소리.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카미루는, 그 공격을 막으려는 스테너의 팔을 어깨죽지 채로 잘라버리고 피의 바다로 돌진해 첨벙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그 안으로 빠져버렸다. 팔이 잘린 스테너는 이내 녹듯이 사라졌다.
"아, 야야야야..."
딱딱한 바닥은 아니었지만 그정도 속도였다면 수면에 부딛치는것 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이 온다.
"어쨌든, 성공...이제 둘 남았군요."
카미루가 기세등등한 미소를 지으며 피의 바다 안에서 기어나왔다.

스테너는 약간 넋이 나간듯한 표정을 지었다.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이 똑같이 이상한 표정을 짓고있으니 약간 우스운 느낌도 든다.
"하, 하하..."
그래고 한 스테너가 웃는다.
"뭐야. 이거, 아무리 기억으로 복원된 힘이라고 하지만. 상대가 안되잖아."
그리고 그는 오른팔을 휘둘러, 옆의 스테너-유사혈체를 베어버렸다. 베어진 유사혈체는 녹듯이 사라졌다.
"카미루. 분명 너는 나보다 강해. 이제 코야마가 세번째 최강자의 이름은 반납할때가 됐을지도 몰라. 하지만..."
스테너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래도,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이네. 끝까지-최선을 다하겠어. 생전의 난, 그런 남자였으니까."
그리고 다시 얼굴을 들어올린 스테너는, 웃고있었다.
정말 어떤 황금보다도 값지게 생각되는, 멋진 웃음이었다.

"하아아앗!!!"
스테너가 혈해를 비스듬히 들고 달려온다.
"이야앗!!"
카미루도 같은 포즈로 혈해를 들고 달려온다.
챙-두 혈해가 부딛힌다. 마주보고 검을 맞대는 두 사람.
힘에서 밀린 카미루는, 어쩔 수 없이 검을 비끼듯 튕겨내고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위에서 내려오는 묵직한 공격. 횡으로 검을 들어 막아내지만, 그 무게에 한번에 무너졌다. 스테너는 바로 검을 고쳐쥐고 자세가 무너진 카미루에게 다음 일격을 가했다. 하지만 카미루도, 요행인지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 더욱 쓰러져 가까스로 그 공격을 비껴갔다.
"큿."
쓰러지며 몸을 굴려 스테너의 뒤로 가 일어났다.
"크아아앗!"
스테너가 함성을 지르고 몸을 뒤로 돌리며 가로로 베었다. 카미루는 검을 세워 공격을 막았지만, 완전히 받아내지못하고 뒤로 날라갔다.
"꺄악!"
안정된 자세로 착지는 했지만 몇미터나 날아갔다. 그만큼 스테너의 공격은
'하나 하나가, 빠르고, 강해...'
"뭐하는거야. 아까완 전혀 다르잖아. 이래서야 금방 당해버린다고?"
스테너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자신의 검술만으로 싸우는데, 제가 그런 것을 쓸 수는 없죠."
카미루는 웃음으로 대답한다.
"나 참..."
그리고 스테너도 어이가 없다는듯이 웃었다.
"하지만 나도 네 그런 점은 마음에 든다. 서로 남김없이-최선을 다 하자고."


금속이 울려 퍼지는 소리.
정확히 말하자면 울려 퍼지진 않는다. 끝이 없는 공간이기에, 소리가 울리진 않는다.
카미루와 스테너가, 검술만으로 혈해를 처음 맞부딛치고 이미 수십합이 지났다. 하지만 상대가 나지 않는다.
처음엔 카미루가 밀리는듯 싶었지만, 이내 힘에서 밀리는 부분을 보충할 방법을 찾아 스테너와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지쳤지만, 상처 하나 없다. 한대라도 맞는다면 진다는것을, 직감으로 서로 느끼고 있었다.
카미루는 기다리고 있다. 스테너의 공격은 대체로 파악했다. 파악했다고 다 극복할 수 있는것은 아니지만, 노리고 있는 수가 있다. 그것만 온다면...
그리고-스테너가 허리춤부터 검을 강하게 돌려 베어온다.
'이거다!'
힘과 무게로 가해오는 무거운 공격. 직접 받아내지 말고, 그 검날을 막으면서도 미끄러지듯 흐름을 읽어 오히려 스테너의 등 뒤로 돌아갔다.
"이, 것, 으, 로!"
카미루는 혈해를 높이 들어 스테너의 등을-베었다.
"크-아악!"
스테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깨에서 옆구리까지, 깊은 상처가 남았다. 카미루는 약간의 죄책감도 느꼈지만, 스테너의 말로 마음이 풀어졌다.
"코야마, 카미루. 내 후손이여. 죽고나서도 이렇게 멋진 대결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네가 바라는것을 꼭 이루길. 나는, 네 편이다."

스테너의 몸이 무너지듯 사라졌고, 그곳엔 코야마 타쿠미가 서 있었다.

온몸에 극심한 피로가 달린다. 이런것을 앞으로 네번이나 더 해야한다니.
"수고했어."
타쿠미가 박수를 치자, 피들이 카미루의 몸 주위로 감싸졌다.
"아..."
등의 상처가 낫는 느낌이 났고, 온몸의 피로가 한순간에 풀렸다.
"실제 전장이라면 이런 친절은 없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힘들게 갈 것 없으니까."
타쿠미가 바닥-피의 바다 위에 앉으며 말했다.
"코야마 스테너는 일찍 죽었지."
타쿠미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존심처럼 하찮은 것을 위해 싸우다가, 적과 함께 죽어버렸어."
가늘게 웃는 그의 입가엔, 비웃음이 담겨있었다.
"......"
카미루는 말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카미루는 생전의 코야마 스테너를 모른다. 하지만 그의 기억과 싸우면서 느낀 바로는, 그는 굉장히 멋지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타쿠미는 스테너의 마음을 '하찮은 자존심' 이라며 비하하고 있다. 그래서 카미루는, 타쿠미가 조금 싫어졌다.
"다음, 시험은?"
카미루는 단조롭게 말했다. 그가 싫어진 카미루는 어느새 경어를 쓰지않고 있었지만, 타쿠미는 신경쓰지 않았다.
"아아. 이번엔 더 힘들거다."
순간, 카미루는 시야가 일렁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뭐지, 라고 생각했지만, 기분탓이겠거니 하고 무시했다.
"적색의 구미호. 들어봤지?"
"코야마, 키츠!"
코야마 키츠. 지금까지 혈해의 사용자들 중 최악이라 불린 존재.
혈해를 처음 사용했을때 폭주하여 집안 사람들 수십명을 죽이고, 너무나 강력하여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해 10년이 넘도록 혈해의 공간 안에 감금시켜놨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외의 것은, 카미루도 알지 못한다. 남아있는 기록이 극단적으로 적어 알 수 없었다.
"원래 이름은 코야마 키츠네 이지만. 정말 강했지. 지금 그녀의 기억으로 복원해내는 힘은 생전의 10분지 1도 되지 않을테지만. 키츠네 혼자만이 쓸 수 있었던 그 기술을, 내 기억으론 복원할 수 없어."
"......"
카미루는, 긴장됐지만 현실감은 느끼지 못했다. 스테너의 경우는 현재의 검술과 유사혈체라는 기술을 창시할 정도의 능력자라는 느낌이 있었지만, 키츠에 대해선 그저 막연히 '강하다'라는 말만 남아있고, 구체적인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깐.
다시 카미루의 시야가 일렁였다.
"?!"
기분탓이 아니었다. 아까전의 것도, 지금 것도. 모두 타쿠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다. 정확히는, 타쿠미가 내뿜고있는 '코야마 키츠의 기운'이다.
'이거, 위험할지도...'
카미루는 무심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을 버렸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질 생각을 해선, 글러먹은 것이다.
"그럼 다시 가보자고."
타쿠미가 미소짓고, 피가 그를 감싸듯 올라왔다. 모습을 완전히 덮은 피는, 다시 녹아내리듯 사라지고, 그 안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12~3세 정도로 보이는 소녀. 피처럼 새빨간 머리칼과 눈동자가 매우 이질적이다. 하얀 치하야와 붉은 하카마. 전형적이지만, 어딘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무녀복. 머리에 달린 방울 장식은 가끔 '딸랑' 하는 소리를 낸다.
"안녕? 카미루."
방울 굴러가는듯 예쁜 목소리. 맑고 순수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미소짓게 만드는 투명한 눈동자. 표정. 그리고
"그럼 지금부터 죽일게."
키츠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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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한심하게 날려버린뒤의 후기
...안녕하세요, 코드입니다.
전편부터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만, 어쨌든 n번째 세계-코야마가 13번째 이야기 입니다.
분량이 조금 적은 편입니다.
사실 12편에 카미루가 스테너를 쓰러트리는 부분까지 넣고싶었습니다만, 어쩌다보니 이번으로 넘어왔습니다.
그것도 어중간하게 끝내버렸군요.
...
다음 상대는 사실 유리네였습니다만, 사정상 잘랐습니다.
게다가 5명이던 시험상대도 세명으로 줄이고...
덕분에 키츠가 금방 나온건 저로선 좋지만.
유리네의 전투장면을  쓰고 싶었지만 그건 나중에 번외 정도로 생각해야겠군요.
[...
뭐 그거야 어쨌든.
12편까지 분량을 확인했더니 200자 원고지로 약 484매정도가 나오더군요.
와아-원래는 라이트노벨 한권 분량인 600~900장 정도로 맞추려고 했는데
현재 남은 스토리 양 등으로 생각했을땐 목표를 1500장 정도로 수정해야할것 같습니다.
나름 행복한 고민이군요, 이건.

뭐...이번엔 후기가 또 길어졌군요.
그런고로 이만 줄이겠습니다.
주)전투씬은 미치도록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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