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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의 부속물 01

2008.04.20 21:16

코드 조회 수:261

2008. 4. 20 초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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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른팔에 10발의 탄환을 장전한다."

"그 탄환은 마음을 베는 검, 감정을 막는 방패, 감각을 가르는 화살."

"맹세하노니, 지키고픈 바를 이루고 신에게 경배드릴것을."

...
...
...


"경해...저거..."
진하가 부른다.
"뭔데?"
비오는 날이었다. 많이 오는 날이었다. 얼마나 많이 왔냐하면-공기중의 그 찌든 먼지와 냄새들을 모두 씻어내리고, 우리의 몸도 씻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오던 날 이었다.
"사람...이지?"
진하가 가르킨 곳엔 무언가 서 있었다. 많은 비에 흐릿하게 보이긴 했지만, 분명 사람인것 같았다. 그것도 우리 또래의 어린 아이.
"가보자!"
"어이!"
나는 위험하다고 느꼈지만, 진하가 먼저 움직였다.
역시 사람이었다. 여자아이. 굉장히 이국적이며-예쁜 아이었다. 금발에 초록색 눈동자. 처음 보는 외국의 색깔이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하늘도 대기도 어둡게 물든 날 이었지만, 그 빛깔만은 아직도 기억속에 분명히 남아있다.
"너흰...누구?"
여자아이가 말했다.
"난 강진하! 이쪽은 김경해. 너는?"
진하가, 아무렇지도않게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여자아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누구...?"
누구인지 모르는 소녀를 만나고-그건 우리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으음..."
눈을 떴다. 트럭이 덜컥거린다. 꿈을 꾼것 같다. 기분 좋은 꿈. 어딘가 그립고.
하지만 그런 감상은 곧 지워진다. 트럭 짐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어느새 목적지가 다가와가는게 보인다.

누구나 살아가며 중한것을 한번씩은 잃게 마련이다. 그 소중한것이 무엇이고, 소중한 정도가 다를 수는 있지만.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솔직히...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것이 소중한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아니, 분명 소중한것은 맞았다만-지금 와서 어쩔 수 있는것은 아니다. 뭐-그때 있었고 잃어버렸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것이지, 라고 생각도 한다. 어쨌든 나는 자주 그때를 생각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할 일 없고 배 곯으며 사는건 마찬가지니까.

트럭에서 내린다.
"고마워요."
"그래! 여기까진 태워다줬지만, 이젠 나도 어떻게 못해줘. 잘 해보라고."
사람 좋게 생긴 노인이 운전석에서 말한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이지만, 목적지가 같아 태워달라고 부탁한것이다.
"아저씨도 조심해서 가세요."
"오냐."
트럭이 털털거리며 관문 안으로 들어간다.

"몇년만이냐, 여기도."
날이 꽤나 쌀쌀해졌다. 옷을 세겹 껴입고 있지만 하나 하나가 얇기에, 별로 보온효과는 크지않다. 곧 이 옷들도 추워질 것이다. 어디서 장만을 해야할텐데...비교적 북쪽에 위치한 지역이라 겨울이 길고 춥다.
"그래도-다시 여기까지 왔구나, 나도..."
나는 결국 다시 이곳으로 왔다.
오른손을 들어 모자 챙처럼 얼굴을 가린다. 팔까지 이어진 손등의 흉터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10년이 넘게 걸려서-소중한 것의 하나를 찾기위해.
찾는다고 무엇이 어떻게 될거라 생각되진 않지만-그래도.
'친구'를 찾기위해...



'그곳'. 그것은 내가 그 나라의 이름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쪽 나라의 이름도 모른다. 그저 다른 나라라는걸 알고있을 뿐. 두 나라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기억속에서 '지웠다'. 말 하라면 말 할 수 있겠지만, 그저 잊고 살기로 했다.

본론을 말하자면, 나는 '그곳' 출신이다. 쉽게말해 슬럼가. 아니, 슬럼국가. 빈부의 격차가 극과 극을 달리는 나라이다. 그 나라의 부의 90%이상은 200여명도 안되는 권력층이 모두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물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황당무개한 헛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사는것은 힘들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그저 살기위해. 먹을것을 구하는것만을 목표로 필사적으로 살았다. 필사적-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위를 경계하며 살아갔다. 먹을것을 구했다면-입에 넣어 삼키기 전까진 안심해선 안됐다.
물론 처음부터 그 나라가 그런 상황인건 아니었다. 어느날인가-국가에선 사람들에게 말도안되는 양의 세금을 거둬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거리로 몰렸다. 사람들은 반기를 들고 무기를 집어 국가에 저항했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정부에서 군을 일으킨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끝났다. 사람들은 죽고 건물들은 무너졌으며, 그에따라 더 많은 빈민들이 생겨났다. 무언가 강한 병기를 제작했기때문이다-라는 소문도 들렸지만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이런 얘기를 내가 직접 봤기에 정확히 기억하는건 아니다. 음-말하자면 경험한건 맞지만, 그땐 난 고작 3, 4살밖에 안됐었다. 섬광이나 폭발등 외엔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얘기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것이다.



친구라는 존재는 소중하다.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적어도 나한텐 그렇다. 아니, 그랬다-라는 과거형이 맞을것이다. 지난 13년간 친구라는 존재는 가져본적이 없다. 서로 이익을 위해, 본심을 숨기고 함께 손만 맞잡는 존재들. 속이고, 속으면서.
그래도-그렇다는건 그 이전엔 친구라는게 있었다는 뜻이다. 어렸을적-소중하다고 느낀 두명의 친구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있는것이다.

진하와는 언제부터 함께했는지 모르겠다. 나라가 무너진 뒤(완전히 무너진건 아니지만)에 만난건 확실하지만, 어떻게 만났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처음부터 죽이 잘 맞는 녀석이었다. 생각하는게 비슷했다랄까. 그저 지금 기억으로는-멋진 녀석이었다, 라는게 제일 먼저 떠오른다. 시작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둘은 언제나 함께했다. 먹을 것이 생기면 나눠먹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내가 머리를 쓰고 재빠른 진하가 움직였다. 그렇게 위험한 상황을 빠져나간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서로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되어주며, 어렸지만-진정으로 마음을 나눈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날. 우린 지선을 만났다.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던 날. 꾀죄제한 우리의 땟국물도 씻어줄 정도로 많은 비가 오던 날. 나와 진하는 보물을 발견한 듯 했다. 아니, 보물 그 자체였다.
금실을 이어놓은듯한 머리칼.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초록빛 눈동자.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아이에게, 나와 진하는 고민끝에 지선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지선 본인도 마음에 들어서, 몇번이고 그 이름을 되내이던게 기억난다.
이런 아이라면 인간시장에 내다팔아도 꽤나 받겠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적어도-나와 진하 뿐만 아니라 우리 또래의 아이들은 그랬다. 아무리 처음 보고 마음에 안드는, 적이라 인식되는 아이라도. 그 아이를 때려눕혀 자기 부하로 써먹는 일은 있어도, 그 아이를 어른들에게 팔진 않았다.

그랬기에, 아이들은 괜찮았지만-문제는 어른들. 아이들은 어른들의 공격대상이었다. 시장에다 내다 팔 수 있는 아이들도 있었고, 아이들을 써 먹는 편이 먹을걸 구하는데 쉬웠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금발벽안이라는 지선의 외모는 너무 눈에 띄었다. 쉽게 공격대상이 될것이다. 그래서 나와 진하는 지선의 머리칼을 단발로 자르고, 넓은 천을 구해 후드처럼 씌워주었다. 머리칼은 팔고 그걸로 먹을것을 사왔다.

지선이 들어오고 나서는 오히려 더 좋았다. 지선은 내 장점과 진하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내가 생각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고, 진하가 빠져나가지 못한 것을 해결했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것처럼, 많은 기억들이 없었지만-그런건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애들이었기 때문에 그랬고,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배우는것도 빨라, 내가 글을 가르쳐주자 진하를 추월해 더 빨리 익혔다. 생각해보면 그땐 딱히 읽고 쓸만한게 없었는데, 단순히 내가 진하보다 더 먼저 그런게 가능했다는걸 뽐내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선은, 진하는 물론 나마저 추월해 우리중 가장 글을 잘 일고 쓸줄 알게 되었다.

세명은 언제나 함께였다.
먹을것을 구해오면 언제나 나눠먹었다. 나와 진하는 자신의 몫을 더 잘라 지선에게 주려고 했지만, 지선이 굳이 굳이 말려 정확히 삼등분 해서 먹곤 했다. 놀때도 언제나 함께. 도망갈때도, 잘때도 함께였다.
"그래서 말이지, 이 바보녀석이..."
"아? 그건 진하, 네가 잘못한거잖아!"
"아하하."
즐거운 나날이었다.

그리고-붕괴는 그것이었을까.
어느날-후드가 달린 셔츠를 주웠다. 낡고 약간 헤지긴 했지만,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그건 지선에게 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낡은 천조각을 머리에 두르고 다닌것보다 훨씬 나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선은 천조각을 풀고 우리에게 뒤 돌아 입고있던 옷을 벗었다. 그리고 그 등엔-
"응? 지선아, 그거 뭐야?"
"뭐가?"
그 등엔 무언가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무늬랄까-그림이랄까. 번개처럼 삐죽삐죽한 모양의 그림. 지선도 그것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했다. 나와 진하는-단순히 그런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신기해 보였고, 조금 더 지선을 대단하게 보게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찾아왔다. 적들이. '어른들'. 그들은 찾고있었다. 금발에 등에 이상한 그림이 그려진 여자아이를. 달리 누가 있었겠나. 조건이 너무 구체적이다.
위험하다는것을 직감했다. 잡혀가면...안된다. 도망갔다. 나와, 진하와, 지선은. 그 외에 지선에대해 알고있던 아이들은, 공동채라는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른들을 싫어했기에 우리를 도와주었다. 도망갔다.
다시...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거기까지.
더이상 우리는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가로막은것은 검은 양복의 남자들. 건장한 체구를 하고, 총도 들고있었다. 어린아이 셋이선 도저히 당할 수 없다. 어른들은 점점 모여 우리 뒤쪽까지 길을 막았다. 옆쪽은 가파른 비탈. 내려 갈 수는 있지만 쓰레기등이 쌓여있어 위험하다.
비가 추적 추적 오는 기분 나쁜 날씨.
"꼬마들. 그 아이를 넘겨라."
나와 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서. 우리도 너흴 다치게 하고싶진 않다. 그 아이만 넘기면 조용히 가마."
한명이 다가왔다. 나와 진하는 지선을 사이에 두고 등지고 섰다.
"줄까보냐..."
진하가 말했다.
"너희 어른들 따위한테 지선이를 넘겨줄까보냐!!"
퍽.
"진하!"
진하가 날아갔다. 잘 먹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들 주먹 한번에 날아갈 정도로 가벼웠던 것이다. 하지만 진하는 일어섰다.
"경해! 지선이 데리고 도망쳐! 이 빌어먹을 것들은 내가 처리하고 따라갈게!"
나는 그 말을 듣고 지선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진하는 저렇게 말했지만, 겨우 8살 정도밖에 되지않은 어른들을 상대할 수 있을리가 없다.
"아악!!"
뒤에서 진하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타격음. 비 오는 중에도 들렸다. 그래도-도망치기로 했다. 진하가 저렇게 힘써주고 있으니. 절대 지선이를 빼앗길 수 없었다. 그러나.
"자아. 너도 저렇게 되긴 싫지? 어서 그 여자아이를 우리에게 넘기렴."
앞쪽에도 이미 다른 사람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경해!"
"크윽!"
나는 지선의 손을 놓지안고 비탈로 달려갔다. 위험하지만-지금은 어쩔 수 없다. 저 아래로라도 도망쳐야 한다. 비탈 코 앞까지 와서 지선과 함께 뛰어내리려고, 발을 지상에서 떼는 순간, 몸이 무언가에 막혔다. 뒤쪽에서 당기는 힘에 중심을 잃었다.
"아악!"
겨우 비탈에 메달려서 보니, 내 손을 잡은 지선의 반대쪽 손을 이미 다른 남자가 잡고있었던 것이다.
"잡았다."
"어이! 애 죽일 일 있냐. 목표는 잡았으니 이제 그만 해라."
다른 사람이 말을 하고, 그제서야 구타 소리가 사라졌다.
"꼬마야. 이제 끝났어. 어차피 이 애는 우리가 데려갈거니까, 네 목숨이라도 구해야지. 자-잡아줄 테니까 이 애 손은 그만 놓으렴."
다른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절대...지선의 손을 놓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난 남자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남자의 손이 내 손을 꽉 붙잡았다고 생각된 순간, 어째서인지 몸에서 힘이 빠졌다. 기운이 축 빠졌을때,
"아, 손이 미끄러졌네?"
낙하감. 기분나쁘게 '웃는' 남자의 손에서 내 손이 빠져나가고, 몸에서 힘을 뺀 나머지 지선의 손을 잡고있던 반대쪽 손도 미끄러졌다.
"경해!!!!"
하지만, 죽을까보냐-라고 생각했다. 그때의 감정은 지금도 똑똑히 기억난다. 죽을까보냐-반드시 구해줄게, 지선. 진하, 괜찮은거지?
그리고 정신을 잃었던것 같다.


눈을 떴을때 보인건 친구의 자는 얼굴. 하지만 잘못 봤으면 진하가 아닌줄 알았을뻔했다. 이곳저곳 심하게 맞아서 멍이 들고 찢어진 상태. 그리고 오른팔에 찾아온 극심한 격통.
"아악!"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때문에 진하도 깜짝 놀라 깨어버렸다.
"경해...깬거야?"
진하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입술도 터져있었다.
"지선, 이는?"
"......"
진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미안...나, 지키지 못했어..."
진하가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아니. 진하가 그렇게까지 해줬는데, 나도..."
만난지 얼마 안된 친구이지만. 신비롭고 아름답고, 어딘가 우리와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느껴진 아이였지만. 다른 아이들이 잡혀가는건 얼마든지 봤지만.
지선을 잃고나서 우리는 진심으로, 정말 큰 상실감을 어린 나이에 느끼며 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그들이 찾아와서 지선이를 빼앗아 가려고 했겠다 싶었지만, 어렸을적엔 우리가 그 등의 무늬를 보지않았다면 그럴일이 없었을거라고 생각했다. 바보같지만.

"아으윽..."
오른팔의 상처는 심했다. 진하의 말로는 떨어지면서 쓰레기 더미에 있던 큰 유리조각에 찔린채 미끄러져 찢어진것 같다고 했다. 셋째, 넷째 손가락에서부터 시작해 팔꿈치까지 이어진 큰 상처. 손목근처부턴 너무 심하게 찢어져 상처가 하나로 합쳐졌다. 이 상처때문에 꼬박 한달정도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은신처에 숨어지냈다.
진하가 얻어오는 음식을 먹으며. 진하는 그때 생긴 상처는 다 나았지만, 혼자 다니면서 아무래도 위험한 상황이 많아져 자잘한 상처를 날마다 늘려왔다.
"미안...너도 힘들텐데 나 때문에..."
"아니. 네가 잘못한게 아니잖아."
그때 진하의 눈은, 어린 나이에 보기에도 강하고 굳은 무언가를 담고있었다.

그리고 또 몇달간의 시간이 지난 후.
한 아이가 우리 앞에 편지 한통을 가지고 왔다. 이런 빈민촌, 슬럼가에 편지를 이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 더군다나 이렇게 예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편지봉투라니. 그 아이는 그저 어떤 남자에게 약간의 돈과 함께 우리, 경해와 진하에게 전해주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른 편지를 열어보았다. 편지봉투처럼, 이런곳에선 절대 구할 수 없는, 예쁜 꽃무늬가 그려진 편지지. 희미한 향수 냄새가 났다고 생각되는건 내 착각일까.
잊을 수 있을리 없는 글씨체. 우리 셋 중 가장 나중에 글을 배웠으면서도 가장 빨리 배우고, 가장 잘 썼다. 지선에게서 온 편지였다.

이곳을 떠난 뒤의 이야기. 처음엔 우리가 없어서 싫었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유복한 사람들 밑에서 보살핌 받으며 살고있다는것. 우리를 만나고 싶다는것. 지금은 나올 수 없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는것.
그런데-
......-케이진으로부터
케이진?
나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편지 보낸 사람은 지선일텐데. 분명 이 글씨체도 기억하고. 그런데-케이진이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진하는 달랐다.
"경해. 나는, 지선이를 찾으러 가겠어."
강하게 얼굴을 굳힌 진하. 그 표정이, 조금은 무섭다고도 생각했다.
"찾으러 간다니...어떻게?"
"몰라. 하지만 가야해. 이런건 지선이가 아니야. 우리와 만나기 전에 어떤 생활을 했는지는 몰라도, 이런건 적어도 우리가 알고있던 지선이가 아니야."
난 진하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그래도 진하보다 머리가 조금 더 좋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어느새인가 진하가 나를 뛰어넘어간 느낌이었다.
"팔...더 이상 간병 못해줄것 같아. 미안해."
오른팔은, 이미 다 나아있었다. 통증은 가끔 있었지만, 그래도 움직이는데 이상이 없었기에 상관없었다.
"진하..."
그리고 진하도 떠나갔다.



지금은 혼자이다.
진하는 그로부터 몇년 후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린 아이 혼자의 힘으로...어찌 할 수 없었으리라. 나는 그 지옥에서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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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코드입니다.
오늘도 더운 날씨입니다.
안녕하세요?

시험기간이 1주일도 안남았다만, 신의 부속물을 다시 쓰고있군요.
...뭐 괜찮습니다.

1편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수정본이 아닌, 아예 처음부터 다시 쓰는겁니다.
내용도 바뀌고, 길이도 길어졌습니다. 그냥 읽어주세요.

문체가 많이 난잡합니다. 제가 1인칭 시점을 잘 쓰지 못하기 때문일겁니다.
용서해주세요.

이번에 무엇보다 크게 바뀐점은,
주인공 이름이 경해로 바뀐점.
어렸을적 친구에 진하가 함께하게된 점.
진하는 n번째 세계에서 삭제하고 이쪽으로 오게됐습니다.
그럼...그냥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n번째 세계도, 이쪽도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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