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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3. 27 초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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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야마 카미루는 긴장감에 차 있었다. 아니, 기대감이랄까? 드디어 그 날이기 때문이다.
이미 교실엔 전학생이 온다는 소문이 돌고있었다. 카미루에 이어 이 반에만 두 명째 전학생이다(소문의 다른 내용으론, 전학생이 굳이 이 반을 지목했다는 얘기도 있다).
조회를 위하여 담임선생님이 들어왔다.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고
"다들 이미 알고있는것 같지만, 전학생이 하나 왔다."
교실은 약간 들떠있다. 다들 어떤 학생일지 궁금한 것이다.
"전학생이랄까... 뭐 정확히는 아닌게-이 학교 학생이었는데 사정상 학교를 거의 못나오고 지금 다시 편입해 들어오는거다. 아는 녀석은...아마 없겠지?"
그리고 선생님은 문 밖으로 들어와-라고 말했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은색 단추가 반짝이는 차이나칼라 재킷. 차분히 내린, 조금 긴 머리칼은 교복과 잘 어울리는 검정색이었다. 조금 어두운 느낌도 있었지만.
그리고 미형의 얼굴. 정말 미남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외모였다. 갸름한 얼굴에 애수에 찬 듯한 눈동자. 부드러움과 차가움을 동시에 내 보이는, 다가가기 힘든듯한 아름다움.
"안녕하세요. 리겔 아마츠 라고 합니다."
리겔이 교탁 앞에서 인사를 했다. 학생들은 할 말을 잃은듯 싶었다. 그때,
"에에에에에엣?!"
교실에서 한 여학생이 소리쳤다.
"다, 당신! 코야마양의 남자친구!!!"
잠시간의 정적.
그리고 터져나오는 함성.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교실의 분위기는 세가지로 나눠져있었다.
하나. 리겔 아마츠를 추궁하는 여학생 무리들.
둘. 왠지 암울하게 구석에 뭉쳐있는 남학생 무리들.
셋. '다가오지 마세요' 라는 오오라를 펼치고있는 코야마 카미루.
그 중엔 다른 반 학생들도 다수 섞여있는건 신경쓰지 말도록하자.
"어떤 관계인가요?"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요?"
"무슨 생각으로 학교에 온겁니까?"
여학생들이, 리겔에게 질문을 퍼붓는다.
리겔은 난처하다는듯이 카미루를 쳐다보니, 그녀는 분명 웃고있었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절대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약혼 한 사이라고 말하면 가만 안놔둘거에요♡)"
리겔은 그녀에게서, 평소엔 절대 느끼지 못했던 험악함을 느꼈다.
"저...그냥, 집에 얹혀사는 사이입니다."
"동거입니까?!"
여학생들은 외치고, 구석의 남학생들의 분위기는 더 다운되었다.
'알겠습니다! 지난번 카미루씨가 학교에서 어떤 일을 당하셨다고 하신건지, 똑똑히 깨달았습니다!'
리겔은 속으로 울었다.


"그래도 이전에 다녀서 그런건지, 학교 구조 자체가 익숙하게 느껴지네요."
방과후, 리겔은 카미루와함께 교내를 거닐며 말했다.
"머리로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이 기억하고 있는걸까요?"
결국 그날의 분위기는 끝까지 범상치 않았다. 학생들은 쉬는시간마다 리겔의 주위로 몰려들었고(카미루는 계속해서 '오지마세요' 라는 오오라를 뿜고있었다), 수업시간에도 그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방과후에도 그 추궁은 계속되다가, 카미루가 겨우 끌고 나오고 나서야 도망칠 수 있었다.
"왠지 이쪽으로 가면 음악실이."
"가 아니에요. 과학실이랍니다."
카미루는 리겔을 안내해주며 즐거운듯이 웃었다. 그녀의 발걸음 한걸음 한걸음이 가벼웠다.
어느새 그들은 정원으로 나왔다. 이 학교는 口자 모양의 건물 형태를 하고있다. 口자의 앞쪽은 운동장이며, 오른쪽은 실내 수영장. 왼쪽엔 강당 및 실내 체육관이 있고 뒷쪽엔 커다란 정원이 있다. 원예부에서 사용하는 온실도 있는, 상당히 큰 정원...이라기 보다 하나의 작은 숲이다. 학교 부지 전체의 넓이만 보자면, 작은 성터 하나 정도의 크기는 될것이다.
"응? 어디로 가세요? 그쪽은 길이 없을텐데?"
갑자기 리겔이 풀숲 사이로 들어가자, 카미루가 말했다.
"글쎄요. 왠지 발걸음이 이쪽으로 이어지네요."
카미루는 식물들을 최대한 밟거나 해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리겔의 뒤를 따라갔다.
"이거...뭘까요?"
학교 벽엔 거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다양한 기하학적 무늬와 알아볼 수 없는 문자들이, 또 하나의 기하학적 모양을 나타내고 있었다.
나무들과 풀숲에 가려진 곳. 원예부도 이곳까진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
"글쎄요. 뭘까요 이게?"
나무 그늘에 햇빛이 가려져 어두운 느낌을 주는 곳. 그냥 그것뿐이라면 평화롭고 조용한 느낌이겠지만, 이상한 문양과 함께 있으니 굉장히 스산하고 으스스한 느낌이다.
아니, 저 문양이 그런 느낌을 펼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랄까, 기분...나쁘네요, 이거. 그만 돌아가요."
그리고 카미루는 리겔의 팔을 끌었다.


"리겔씨가 기억을 잃기 전...어떤 생활을 했는지 확실히 알것같아요."
카미루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 하하하..."
리겔도 그저 웃을 뿐이다.
"도대체가-편입해온지 얼마나 됐다고 아침부터 내내 잠만 자요? 요즘은 아침에 깨워도 잘 일어나지도 않고!"
그 말 그대로이다.
리겔이 학교에 다시 다니기 시작하고 약 2주 후. 그는 매일 잠만 자는 상황이다. 아침에 카미루가 깨워도 잘 일어나지 못한다. 아침도 먹지않고 겨우 겨우 학교로 와선 다시 다운. 그대로 방과후까지 논스톱으로 자버린다. 그때도 카미루가 한참 깨워야 겨우 일어난다.
"계속 이러면 앞으론 방과후에도 안깨워주고 미즈루한텐 저녁도 주지 말라고 그럴거에요."
"미, 미안해요. 안그러도록 할게요."
"휴우...도대체 한밤중에 뭘 하길래..."

이것.
리겔은 한밤중에 무언가를 하고있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않도록 하는것.
이전-미즈루의 목을 문 이후로 갈증은 멎은듯 싶었다. 그런데 학교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을 즈음부터 갈증도 다시 심해졌다. 한번은 커다란 물통에 물을 가득 받아놓고 갈증이 날때 벌컥 벌컥 마셨지만, 전혀 가시지 않았다. 잠을...전혀 잘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리겔은 저번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까봐 감히 방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방 안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밤을 꼬박 새고, 카미루가 깨우러 오기 30~40분 전에야 겨우 잠이 든다. 매일이 그런 상황이다.
물론 리겔은...그 사실을 말 할 수 있을리 없었다.

"도대체, 왜..."
그날 밤도 리겔은, 갈증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물통에 떠다놓은 물은 이미 다 마셨다. 하지만 역시 갈증은 가시지 않는다.
"도대체, 왜..."
똑똑.
그때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리겔씨, 깨어있죠? 들어가도 되나요?"
카미루였다. 자신이 깨어있다는걸 어떻게 알았을까. 말소리가 밖까지 들렸을까. 하지만 들킨 이상 모른척 할 수도 없다.
"네. 열려있어요."
방 문이 열리고 카미루가 들어왔다.
"이 시간까지 뭐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매일 학교에서 그렇게 잠만 자죠."
카미루가 말하며 들어온다. 어둠 속이지만 창 밖에서 은은히 들어오는 별빛에 그녀의 표정이 보인다. 조금 화가 난 듯 하다.
"아뇨, 자려고 하지만..."
확실히 이렇게 불을 꺼 두면 무언가 할 수도 없을것이다. 카미루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리겔도 몸을 일으켰다.
"정말...내일도 또 내내 잠만 자면 안깨워주고 저만 갈거에요?"
카미루가 졸린듯한 표정으로 말을 한다. 가까이 그녀의 머리에선 좋은 향기가 난다. 하얀 피부는 밤 자연의 빛을 받아 더욱 투명하게 보인다. 껴안으면 부서질듯 가늘어 보이면서도, 절대 깨어지지 않는 다는 강한 존재감.
카미루가 온 뒤로 리겔의 머리는 더 멍해졌다. 알 수 없는 공허감. 부족하다는 느낌. 미칠듯한 갈증.
리겔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녀에게 접근했다.
"리겔, 씨?"
리겔은 카미루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끌어당겼다. 마치-키스를 하듯이. 가까이 다가온 카미루의 얼굴. 하지만 리겔의 얼굴은 그보다 더 내려갔다. 그리고 그녀의 목덜미에 살며시 입을 대었다.
"......"
카미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적의 시간.
잠시 후, 리겔은 카미루의 목덜미에서 입을 떼었다.
"...!!!"
입 안 가득 퍼지는 비릿한 피의 향기. 역겨울게 당연한 그 향을 자신은, '맛있다'라고 느끼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맛있다라기 보다, 무언가 부족한게 채워지고 어긋나던것이 돌아가는듯한 좋은 느낌.
"욱, 우욱,"
구역질이 올라왔다. 피의 맛이 싫은것이 아니다. 그 맛이 좋다고 느끼는, 자신에게 역겨움을 느끼는 것이다.
"욱, 끄어억..."
리겔은 쓰레기통을 잡고 헛구역질을 하지만 입안에선 침만 떨어질 뿐이다. 이미 위로 넘어간 피는 다시 나올 생각을 하지않고 입 안에 비릿한 향을 풍길 뿐이다.
"하, 하아..."
한참을 그러고서야 겨우 고개를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카미루는 정신을 잃은것 같다. 이번엔 그녀의 방으로 옮겨주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에 리겔은 바닥에서 일어났다.
휘청.
갑자기 덮쳐오는 현기증.
아니, 갑자기 몰려온 정보의 양을 순간적으로 뇌가 처리하지 못한것이다. 리겔은 성급히 일어나지않고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지난번 미즈루때와 같이, 머리속에 기억이 몰려들어온다.
-석양이 물든 교실. 카미루와 마주보고있다.
-그녀가 무언가를 들고있고... 나는 돌려달라며 외치고있다.
-카미루가 도망가고... 나는 따라간다.
-미즈루가 나타나고, 싸운다.
......
그리고 그 외의 무수한 기억들. 그중엔 현대라고 생각되지 않는 옛날의 기억도 있다.
은빛의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진 소녀.
잿빛, 이라는 느낌의 남자.
절규. 증오. 슬픔.
인간의 싸움이 아닌 싸움.
처음에 자신이 카미루와 미즈루의 은인이라고 하여 이 집에서 지내게 됐는데, 사실 자신은 그저 저 둘과 싸우다 다친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굳이 그들을 집 앞으로 옮겨놓은것도 이상하다.
'아니, 내가 옮겨놓은게 아닐 수도 있어.'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신은 든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빨리 움직이고 싶다.
하지만-잠이 온다. 이 시간에 졸음이 오는건 오랜만이다.
일단 카미루를 방으로 옮겨놔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어나 침대에 쓰러진 그녀를 옮겨주기위해 다가갔다.
졸음이 심하다. 단순히 졸음이라기보다, 굉장한 피로감.
그리고 리겔은-그대로 카미루 옆에 쓰러졌다.


아침식사를 하는 중. 미즈루는 싱글벙글 웃으며 밥을 먹고있었다.
"벌써 동침이라니... 아무리 결혼할 사이라고 해도 너무 빠른것 아니야? 일단 둘다 학생인데."
카미루를 깨우러 가던 미즈루는, 그녀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바로 리겔의 방에서. 얼른 뛰어가보니 카미루는 리겔의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어있었다. 그리고 리겔은 그 옆에서 자고있었다.
카미루의 말을 들어보니, 리겔이 자지않고 있자 카미루가 왔고, 둘이 얘기를 하다 그대로 잠들어 버린것 같다. 물론 리겔이 무언가를 한 것 같진 않지만.
그건 그렇고-리겔은 아직도 얼어나지 않았다. 카미루가 비명을 질렀을때도, 카미루가 흔들어 깨울때도, 미즈루가 '두들길'때도.
결국 포기하고 그들끼리 밥을 먹고 있는것이다.
"리겔씨, 요즘 왜 저러는걸까..."
카미루의 목소리엔 걱정하는 투가 역력하다.
"글쎄요. 학교 생활이 피곤...할 리는 없죠. 매일 잠만 잔댔으니까요."
미즈루도 한숨을 쉰다.
"어쨌든 오늘은 언니 혼자 가세요. 리겔씨 일어나면 늦게라도 학교 보낼테니까요."
"응..."
그리고 카미루는 아쉽다는듯이 대답했다.


우웅, 우~~~웅,
쉬는 시간의 교실에 작은 진동소리가 들린다. 카미루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느껴졌기에 핸드폰을 꺼냈다. 작은 폴더 핸드폰의 외부 액정엔 '미즈루' 라는 이름이 써 있었다.
'무슨 일이지?'
카미루는 폴더를 열어 스피커를 귀에 댄다.
"응 미즈루, 나야. 무슨 일이야?"
[언니, 큰일! 리겔씨가 떠나가버렸어!]
미즈루가 긴박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방금 방에 가보니-책상 위에 편지 남겨놓고 가버렸어!]
카미루도 무언가 느껴서일까. 가방도 놔두고 교실에서 뛰쳐나가며 한 학생에게 말했다.
"미안! 나 급한 일이 있어서, 선생님한테 오늘 조퇴좀 한다고 말씀드려줘!"
그리고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무슨! 미즈루, 좀더 자세히 말해봐!"
[잘 모르겠어. 리겔씨, 계속 안일어나길래 그냥 내방에서 할 일 하다가 좀 전에 방에 가보니 리겔씨는 없고 편지만 남아있어.]
"편지 내용은?"
[별거 없어. '갑자기 떠나게되어 미안합니다. 이제까지 고마웠습니다.' 이게 고작이야.]
"크윽,"
카미루는 이를 깨문다. 화가 났다. 제멋대로인 리겔에게 화가 났다. 한편으론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리겔은 그런 장난을 치지않는 성격이기도 하고, 장난이라고 하기엔 지나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정말 떠나야 한다면-아직 작별인사도 하지 못했는데.
"미즈루. 난 밖에서 리겔씨 찾아볼테니까 넌 '공간'으로 찾아봐줘."
[응. 찾으면 연락할게.]
그 말을 남기고 전화가 끊어졌다


카미루는 달렸다. 리겔이 갈 만한 곳을 찾아서.
솔직히 그가 갈 만한 곳이라고 떠오르는 곳은 없었다. 그래도 일단 달렸다.
상점가를 비롯해 여러곳을 달렸다.
하지만 리겔은 커녕, 그 비슷한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카미루는 속으로 외쳤다.
미웠다. 리겔이 미웠다. 아직...제대로 자신의 마음을 얘기하지도 못했는데.
그때,
다시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미즈루? 찾았어?"
[응. 좀 더 번화가로 나아가. 거기 어떤 건물 옥상에 있어. 위치는 그쪽으로 가면 자세히 알려줄게.]
미즈루의 지시를 따라 간 곳은 평범한 빌딩이었다.
카미루는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하지만-내려오는걸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옆의 계단을 향해 뛰었다.
10개짜리 계단을 한번에 한번씩. 20층 높이의 건물을 2분여 만에 돌파해 올라갔다.
옥상으로 나가는 철문. 카미루는 발로 차듯이 문을 열고 나갔다. 그곳엔,
달이 없는 하늘. 도심에선 별빛마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건물 아래의 번화가들의 인공적 불빛만이 비출뿐.
"어떻게, 여기에..."
리겔은 놀란 표정으로 카미루를 바라보았다.
"......"
카미루는 말 없이 리겔에게 다가왔다.
찰싹.
카미루가 리겔의 뺨을 쳤다.
찰싹.
리겔이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리자 카미루는 그의 뺨을 한대 더 쳤다.
"바보!"
카미루는 소리쳤다. 그리고 리겔의 옷을 잡았다.
"바보! 바보! 바보!"
그리고 울부짓는다.
"이렇게 사람 걱정시켜놓고! 떠나간다니!"
카미루가 소리친다. 바람이 세게 불어 귓가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리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똑똑히 들린다.
"도대체 왜, 왜, 왜..."
카미루의 눈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바람에 날린다. 하지만 어두워 보이진 않는다.
"미안,"
리겔이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하지만..."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슬픔과, 그것관 다른 무언가가 섞인, 복잡한 표정.
"하지만, 하지만 나..."
그래도 리겔은 울지 않는다.
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있으면 다들 안좋아질거고..."
"바보!"
하지만 카미루는 그 말을 끊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없어진다고 내가 좋아할것 같아요? 당신이 있어서 나쁜 일이 있다고 해도, 그래도 함께 있는게 더 좋아!"
카미루는 계속 눈물지으며 외친다.
"이렇게, 이렇게! 내 마음을 다 가져가놓고! 내가 어쩔 수 없게 해놓고! 이제서야 떠나간다니!"
고백.
그리고 카미루는 자신의 진심을 말했다.
"당신이, 나쁜 짓을 한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함께 있어줘요."
카미루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리겔의 목에 팔을 감고, 발꿈치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다가갔다.
침묵.
두 사람의 입술이 겹치어졌다.
짜다-라고 카미루는 생각했다. 자신의 눈물이 흘러들어와 그렇게 느껴지는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저, 이대로 주욱 있고싶다고 생각했다.
"리겔, 당신한테 안좋은 일이 있다고 해도-그럼 내가 지켜줄게요."
카미루는 다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휴우..."
미즈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두운 '공간'안에서 온몸의 오감을 다 세워서 겨우 리겔을 찾고, 지금까지 긴장상태였다. 하지만 겨우 잘 끝난것 같아 긴장을 푸는데-
"허억,"
온 몸을 타고 오는 무언가의 '기척'.
온 몸의 오감을 전기로 지지는듯한 소름.
그 느낌은-현재 리겔과 카미루가 있는 건물의 옥상으로부터 타고 오는것었다.

공간이 둥글게 잘려나가고, 미즈루가 걸어나왔다.
"방해해서 미안! 하지만 여기!"
그 순간,
일그러짐.
분명 그런 느낌이다.
"!!!"
리겔도 카미루도, 그 강한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주변이 어두워진다. 달도 없는 밤. 도심의 불빛들이 사라졌다. 전광판, 네온사인, 신호등, 차들의 헤드라이트. 그 모든 인공적인 빛들이 사라졌다. 마치 도심 전체의 전력이 끊긴듯이.
"정말...운명의 수레바퀴란 더할나위없이 잔혹하고도 즐거운 녀석이로군요."
어둠을 가르는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
그리고 풍경이 바뀌었다.
분명 그들은 건물 옥상 위에 있었는데, 그곳은 한밤중의 공동묘지였다. 달은 없지만, 많은 별들이 지상을 비추는 하늘. 그리고 그 하늘엔-잿빛의 존재가 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잿빛의 머리칼, 잿빛의 옷, 잿빛의 날개와 검은 바지.
"이라고 해야할까요?"
무채색이라는 느낌을 주는 남자는, 그저 저주와같은 붉은 눈을 번뜩이며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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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
니까?
코드입니다.
이걸로 n번째 세계-코야마가도 드디어 10번째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우와~짝짝짝~
이야기는 드디어 중반...이나 왔으려나요?
솔직히 저도 몇편이나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번화는, 끝부분 가서 조금 분위기 다운시켰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나온 키스씬.
그래도 이건-건전한 전체이용가(?) 소설이기에, 그 이상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럴겁니다. ...아마도(←)

어제는 독서실에서 글을 쓰다 공책을 놓고가버렸습니다.
이 글도 거의 다 써놓은 상태에서 마무리 못지었고, 공책도 놓고가고...
다행히 잃어버리진 않았지만요.

그리고
제 글의 (거의) 유일한 독자이신 앨리군, 코야마군, 카루나님께
언제나 심심한 감사를.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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