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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epression Wish : 마루 - 45

2008.03.24 22:32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231

두근거리는 가슴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다.
조금 전 보았던 에렐의 모습이 계속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로베스가 골라 주었던 에렐의 옷.
평소와는 다른 에렐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떨린다.
하지만 그 것과는 달리, 그 옷을 입은 에렐의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

"마루 교사님? 약간 앞에 시청했던 에렐리니아의 어떤 상판이었습니까?"

탈의실 쪽에서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내게 로베스가 묻는다.
아마도 조금 전에 본 에렐의 모습에 대한 감상을 묻는 것이리라.
상당히 들떠있는 목소리 였다.
어쩐지 아까 옷을 고를 때 내게는 잘 보여주려 하지 않았던 것이 기억난다.

설마 했지만, 에렐 보다는 오히려 내 반응을 보고 좋아하는건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까지 떠오른다.
가볍게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지운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로베스의 모습.
무언가 말을 해 보려 하자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말을 기다린다.

우으.. 그게..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두근거렸다.
단지 의상 자체가 노출도가 좀 심했다든지,
그런 의상이 의외로 에렐에게 어울렸다든지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평소와는 다른 에렐의 모습.
자신은 깨닫지 못했던 듯 하지만..
단지 옷을 좀 갈아 입은 것 만으로도 에렐 주변의 분위기가 다른 느낌이었다.

그 변화가 굉장히 신비하다랄까...
그러면서도 조금은 붕 떠 있던 에렐의 이미지가 현실적으로 변하는 듯 해서,
저 멀리 있던 염원이 바로 눈 앞으로 다가왔다는 느낌이었다.

"마루...."

"다 됐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내게 로베스가 대답을 재촉하려 하는 순간
에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볍게 심호흡을 한 뒤 몸을 돌린다.

"헤에....?"

로베스가 가벼운 웃음을 흘린다.

거의 정장 스타일의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는 에렐.
조금 가벼운 느낌의 의상을 입어보면 어떨까 해서 골라본 옷이었다.

흰색의 셔츠. 양 팔부분은 진홍빛으로 되어 있는 조금 넉넉한 크기의 상의에
다리에 딱 달라붙다시피 하는 진청색의 스키니 진.
거기에 베이지 색의 머플러를 두르고 나온 에렐의 모습은....

"아아..."

적당히 이런 느낌이면 되지 않을까.. 해서 고른 옷이었다.
하지만 막상 에렐이 실제로 입은 모습을 보니 단순히 그 정도 말로 끝낼 일이 아니었던 듯 싶다.

어려보인다. 활달해 보이고, 굉장히 밝아보인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에렐의 모습과는 정 반대의 분위기.
정말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헤에? 마루 교사님. 주둥이 굳었다."

"로베스."

에렐이 로베스에게 눈치를 주려 한 것 같지만 그에 반박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사실 그 말 그대로였으니까.

"... 머루."

"으, 응?"

에렐의 부름.
그제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답한다.

"... 왜 그러나?"

의아한 듯 물어보는 에렐.
그 모습을 똑바로 바라본 채 말을 하기가 부끄러워 그만 시선을 돌려버린다.
왠지 코 끝이 간지러운 느낌.
살짝 긁으며, 중얼거리 듯 답한다.

"아니, 그게... 저, 잘 어울린다고."

"무....."

내 말에 에렐은 잠시 몸을 움찔 하고 떨었다가,

"무슨 소리냐. 그건?"

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 말에 답할 수가 없어 그저 에렐의 시선을 피한다.
왠지 흥미 진진한 것을 보는 듯한 로베스의 시선에 한숨을 내쉰 뒤,
들고 있던 또 다른 옷을 건넸다.

"자, 이 것도 좀 입어 봐. 내가 고른 것은 그 둘이니까."

".... 알았다."

내가 말을 똑바로 하지 않았던 것이 불만이었을까?
에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는 옷을 받아든 뒤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제서야 한숨을 쉬며 숨을 고른다.
어쩐지,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흐응..."

그런 날 보며 가볍게 콧소리를 내는 로베스.
왠지 로베스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로베스는 내게 무슨 말을 걸려고 하는 눈치였지만, 시선을 돌린 채 애써 무시한다.
솔직히, 어떤 질문이 나오더라도.

사실대로 답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대답할 만한 자신조차 없었다.
어떤 물음이 던져질지, 그 것조차 무서웠다.

... 무서워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서도.

그런 생각을 하며 에렐을 기다린지 얼마간,
탈의실 문이 열린다.

"와아. 에렐리니아. 반반한데?"

그리고 들려오는 로베스의 감탄.
목소리를 낮추라고 하는 에렐의 주의를 들으면서도 로베스는 연신 감탄사를 터트린다.

침을 꿀꺽 삼킨다.

내가 고른 옷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전에 보았던 것 처럼, 실제로 입은 모습을 보는 것은 그 느낌이 달랐다.
숨을 크게 들이쉰 뒤, 조심스레 에렐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곳에는,

"아...."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린다.

흰색의 블라우스와 검은 색의 레이어드 스커트가 베이스.
금속 재질의 장식이 많은 허리띠가 허전한 흰색의 블라우스를 보조해주고,
검은색의 긴고 가는 머플러로 장식.
강렬한 느낌을 주는 선명한 가디건으로 마무리 된 코디.

선명한 대비 아래 피어나는 강렬한 느낌.
말 그대로 한 공간 안에서 독자적인 존재로 두드러져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에렐의 모습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이상한가?"

그렇게 잠시 자신의 몸을 내려보던 에렐은 툭 하고 한 마디 던졌다.
그에 대답은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붕붕 저을 뿐이었다.

"잘 어울려. 에릴리니아."

그리고, 그 대답은 로베스가 대신 말해 주었다.

하지만 에렐은 그리 내키지 않는 듯 몇 번이고 자신의 옷을 내려다본다.
그저 익숙하지 않은 것 뿐이겠지만...

그런 에렐의 모습을 즐거운 듯 지켜보던 로베스는 기운차게 말했다.

"좋아. 에렐리니아. 전부 수입하자."

"로베스."

그 말에 에렐은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하지만 로베스는 개의치 않는지 어느샌가 고른 옷을 들고 계산대로 가고 있었다.

어쩐지 어깨를 늘어뜨린 듯한 에렐의 모습.
하지만 결국 포기한 것인지, 로베스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그 뒷모습을 보자 이상할 정도로 가슴이 들뜬다.
정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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