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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잘 보이는 넓은 벌판이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무기를 들고 하늘을 보았다.
'아직은' 푸른 하늘에서 빠르게 몆몆 형상들이 내려왔다.
그 모습에, 내 모든 원한을 담아서 말했다.

"견적필살[見敵必殺]."

...........

언젠가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오늘도 하늘에 푸른빛이란 없다.

색연필에 있는 '하늘색'이라는 색깔이 민망하리만치 오늘도 하늘은 보는 사람을 아찔하게 만드는 피투성이다.

오늘 하루도 하늘을 저꼴로 만드는데 일조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별로 보기 좋은 경관은 아니다. 가급적 보고싶지 않다. 하늘이 저렇게 핏빛인건. 정확히는 피가 맞지만.

그들은 예상대로 여지없이 우리에게 내려왔고 우리는 우리들 나름대로 방어를 한 것 뿐이다.

'선인'의 피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그들은 대지에 구속받지 않는 존재들. '선인'의 생명의 상징인 피가 하찮은 대지에 떨어져 흡수될리가 없다. 언제나 구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경멸하는게 그들의 일상이었을터. 하물며 죽어서까지야.

약간 특별하다곤 하지만 나는 '인간'이다. 저 위의 '선인'들이 경멸하고 우습게 여기는 하찮은 인간. 대지에서 생명이라는 축복을 얻은 대신 속박이라는 저주를 받은, 결코 대지를 떠날수 없는 어리석은 종족.

대지의 속박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인간이 비행기를 만들때 그들은 아마도 모든 경멸과 멸시를 담아 비웃고 있지 않았을까.

인간은 무력하다. 하지만 '선인'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저마다의 권능으로 인간을 말살한다. 어느 선인은 소위 말하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떨구는게 가능하고 또 어떤 선인은 불꽃을 부리며 대지를 태우는가 하면 인간의 과학으로는 설명할수 없는 고밀도, 고열량의 입자포를 포격하며 파괴활동을 벌인다.
선인 1만명이 있다면 1만개의 권능이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들 '인간'은 나약하기 짝이없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들만의 특권인 '과학'을 무기로 삼았다.

하지만 모자랐다.
1만의 선인에게 1만의 능력이 있다면, 1억의 인간에게는 1천개의 '과학'만이 존재한다.
인간은 자신들이 갖고있는 진정한 특권을 깨닳기까지 너무 오래걸렸다. '과학'은 특권에서 파생 된 무기지 특권이 아니다.

대지에 뿌리내린 인간의 숫자가 반으로 줄어서야 인간은 깨닳았다.
이미 모든게 완성되어 나타난 선인에게는 없고 자신들에게는 있는 특권을.

그것은 '가능성'.
무엇이든 이루어 낼수있는 '가능성'.
과학이 인간이 갖고있는 진보에 대한 보편적인 가능성이었다면, 개인적인 가능성도 있는 것이 당연한게 아닌가.
한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에 눈뜨고, 또 한사람이 가능성에 눈을 떴다.
선인이 갖고있는 능력과 다른 어떠한 능력들을 갖기 시작했다. 오직 싸우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인간은 한걸음 나아갔다.
비록, 1억의 인간 중 100명이 그 가능성에 눈을 떴을 뿐이었지만, 100개의 '완성된 가능성'과 1천개의 과학.

늦게 깨닳았지만 아직 완전히 늦지는 않았다.
이길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게 끝나면 예전처럼 평화롭게 살아갈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작은 희망을 품고 나는 오늘도 전장에 있다.
나의 '가능성'을 무기로.

피투성이의 하늘을 싫어하지만 난 기꺼이 하늘을 피투성이로 만들 자리에 서겠다.

내 가능성의 기원은 원한.
많은 것을 잃었고, 더 이상 잃고싶진 않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하늘의 모든 것'을 적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하늘을 죽이겠다.




-인간 [명칭/종족]
대지의 종족. 대지에 구속되는 대신 생명을 얻은 종족이며, 숫자가 반으로 줄어든 지금이지만 아직도 상당한 숫자가 생존하고있다. 아무것도 아닐수 있지만 개인 여부에 따라서 '선인'을 뛰어넘을수 있는 가능성의 종족. '가능성'을 최대한 발현하여 선인의 권능처럼 특수한 능력을 사용할수 있게 된 인간은 '각성자' 라 부른다. 그렇지 아니한 자들은 과학을 무기로 삼아 선인과의 전쟁에 가담한다.

-선인 [명칭/종족]
'통칭' 하늘의 종족. 오래 전부터 하늘에서 존재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종족이나 진위 여부는 불명. 생김새는 인간과 같으며 의사소통도 가능하지만 그 신체 구조는 인간과 판이하게 다르며 통상적인 탄환따위론 생채기하나 낼수 없다. 어떻게 벼락을 떨어뜨리거나 개인이 아무것도 없이 입자포를 포격하는 등의 능력을 사용할수 있는지 등 수수께끼 투성이. 약 10년 전 불현듯 하늘에서 나타나 대지의 인간들에게 싸움을 건다. 현재 존재하는 개체수는 대략 1천으로 추정되지만 그 하나 하나가 핵탄두급의 파괴활동이 가능한 존재다.

-피투성이의 하늘 [명칭/현상]
선인이 어떤 이유로든 사망할 경우 시체는 남지 않고 그 육체는 대량의 피로서 승화된다. 그렇게 생기는 선인의 피는 땅에 떨어져 흡수되지 않고 공중에서 머무는데 대지를 혐오하는 선인은 공중에서 파괴활동을 벌이기 때문에 죽는 곳도 하늘인 경우가 잦다. 따라서 하늘에서 부유하는 대량의 피가 푸른 바탕의 하늘을 피빛으로 물들이기에 붙은 명칭이다. 물론, 전장을 떠나면 결코 볼수 없는 현상이다.

-가능성 [명칭/특권]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주어진 특권. 발전과 진화의 기원. 선인이라는 종족이 처음부터 파괴활동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춰진 완성된 존재라면 인간은 그 무엇도 아닌 존재. 그렇기에 무엇이든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가능성. 과학이 진보를 향한 인류의 보편적인 가능성의 표출이라면 각성자들의 능력은 개인적인 가능성의 표출이라 할수있다. 만약, 그 개인적인 가능성이 발현되는 시기가 전시가 아닌, 평화로운 시기였다면 그 능력은 파괴를 위한것이 아닌 다른 능력이었을 것이다. 선인을 제거하기 위해서 끌어낸 가능성이기에 파괴적인 성향인것이지 인간의 가능성이 파괴활동이라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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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군바리 되는 붉은환상입니다.(...)
군대 가기 전에 뭔가 하나 써놓고 가자는 마음가짐으로 하드 정리하다가 나온 괴작을 한번 다듬어 보자는 느낌으로 써봤습니다. 말이 프롤로그지 써놓고보니 거의 기본 설정 설명에 가까운거 같아 슬픕니다.
이 녀석의 원본이 만들어진 계기가 나스 키노코의 모 작품에서 모티브를 따 '나도 하늘에 피나 뿌려볼까' 하는 생각으로 써버린, 말 그대로 그냥 한번 저질러본겁니다. 그런걸 다듬으려니 이거야 원...어쩌다 이런걸 써버리게 됬는지.
개인적으로 글 맨 뒤에 그 편에 나온 설정들을 줄줄이 설명하는걸 좋아하기에 넣어버렸습니다. 뭐, 그래봐야 이것도 한 3,4화를 끝으로 잡고있는만큼 장편이라곤 입이 틀어져도 말 못합니다만.
...솔직히 3편을 끝으로 잡는다 해도 다 쓰고 갈수나 있을런지...일단은 한번 달려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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