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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2장-개전-(2-2)[2]

2007.12.01 22:21

울프맨 조회 수:186


“영준아~ 여기 자리~.”

점심시간이 되자 소연은 평소처럼 영준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케이..... 갑니다. 가요.”

영준은 소연의 호출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급식을 챙겨들었다. 병원에서의 사건으로부터 일주일. 영준에게 있어 많은 것이 변했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이 바로 이것. 영준을 대하는 소연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일주일사이 영준에 대한 온갖 악담과 의혹이 곰팡이 피듯 피어올라도 소연은 영준에 대해 별다른 태도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신경 쓰지 말라며 격려를 해주기까지 했었다.
물론, 영준은 악담이나 소문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소연의 격려에 별 시답잖은 일에 참견한다며 핀잔을 주었지만, 생각해보면 진심으로 고마워해도 부족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영준은 이 점심모임이 악담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동석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소연이 그때의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변하지 않고 대해줄까....?’

급식을 들고 자리로 향하며 영준은 생각에 빠졌다.
만약 기륭이 절수인지 뭔지 하는 비법으로 소연의 기억을 지우지 않았다면, 소연은 그 후유증으로 병원 앞에서 쓰러지지 않았을 것이며, 영준은 병원에서 희연을 맞이하지 않고 원하는 장소에서 결착을 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애꿎은 우진이 말려들어 목숨을 잃지도 않았을 것이며 반에 지금과 같은 헛소문과 악담이 돌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영준은 기륭을 탓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모든 일의 시작은 영준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모든 일의 시작인 폐건물의 만남.
만약 영준이 소연을 데리고 공사가 중지된 그 빌딩으로 가지만 않았더라도 소연이 말려들 일은 없었을 것.
영준은 자꾸만 엄습해오는 자괴감과 의구심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중요한 건 더 이상 소연이를 말려들지 않게 하는 것뿐이다!’

기륭이 예고에도 없던 갑작스런 전학을 감행한 것은 병원에서의 결전 후 오늘까지 요 일주일 사이에 상황이 뭔가 급변했거나 아니면 영준이나 소연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든 학교를 비롯한 영준의 주변이 휘말려들게 될지도 모르는 일.
영준은 기륭이 전학 온 것으로 인해 벌어질 해프닝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앞으로 닥쳐올 위기와 위험에 대한 긴장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오늘 수업이 끝날 때 기륭이 뭔가 접촉을 시도해 오겠지........ 전학 온 목적이나 현재 상황이나.... 아니면....’

그러나 영준의 생각은 그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몇 번이나 부르고 불러도 대답이 없는 영준을 보다 못한 소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영준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교실전체엔 결코 크진 않지만 선명하게 들리는 딱! 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쩜 여자애가 이리 야만스럽냐..... 다짜고짜 말도 없이 폭력이나 행사하고.....”

영준은 벌겋게 부어오른 이마를 문지르며 자신에게 알밤을 먹인 장본인을 향해 매섭게 눈을 흘겼다.
그러나 영준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당사자는 피해자의 질책에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흥! 말도 안하긴 누가? 사람이 말하는 걸 몇 번이나 무시한 게 누군데? 그치이~?”

“응.”

“맞아.”

“내가 봤어~.”

소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같이 밥을 먹는 멤버인 희수, 혜선, 유나가 돌림노래라도 부르는 양 차례차례 대답했다. 영준을 주인공으로 한 소문의 장본인들이자 영준에게 각각 ‘작가’라는 멋진 호칭을 수여받은 경력이 있는 이들이었다.
물론 영준에게 딱히 악감정을 지니고 있진 않았다.

“어쨌든~ 이번엔 또 무슨 생각을 그리 골몰히 하시느라 내가 부른 것도 모른 거야? 한번 들어나 볼까?”

소연은 아직도 영준이 자신의 말을 무시한 것에 앙금이 남아 있는지 잔뜩 골이 난 목소리로 영준을 추궁했지만, 느닷없이 마빡을 얻어맞은 영준 역시 기분이 상한 건 마찬가지였다.

“뭐 대단한 거 있다고 알려고 하시나.......”

퉁명스럽게 대꾸하고 그저 급식 뚜껑이나 열며 소연의 말을 무시하려하는 영준.
하지만, 한 번 꼬리를 잡고 캐묻기 시작한 소연을 떨쳐버리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이미 지난 몇 년 동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기에 영준은 마음을 고쳐먹고 적당한 핑계거리로 둘러댔다.
마침 반 전체를 뒤집어놓은 멋진 핑계거리가 있었으니, 영준은 그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전학생. 쟤 말야.......”

영준의 말에 소연을 비롯한 나머지 세 여자아이들의 시선이 멀리 떨어진 창가자리에 앉아 있는 기륭을 향했다.
1교시 전, 자기소개를 마친 이후로 죽은 우진의 자리에 앉아 팔짱을 낀 도도한 자세를 지금까지 유지하며 앉아있는 문제의 전학생 기륭.

“아~. 저 왕재수?”

점심을 같이 먹는 여자애들 중 가장 까칠한 혜선이 기륭 얘기가 나오자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다소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혜선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다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여러모로 뜯어봐도 달가워해줘야 할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륭을 재수 없게 여기는 것은 반 아이들의 대부분이 품고 있는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영준에게도 어느 정도 비슷한 생각을 품은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문으로 인한 것. 실체가 드러난 적이 없었기에 대놓고 적의를 유발시키는 기륭이 나타나자 말끔하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근데 쟤는 점심시간이 되어도 저 자세 그대로니...? 밥도 안먹나.....?”

“뭐, 먹고 싶어도 전학 온 날이 바로 오늘이니 급식은 준비되지 않았고, 외국인이니 이정 사정을 몰랐을 수도 있으니 도시락도 준비를 안 한 것 같네. 매점에 가고 싶어도 어딘지 모르잖아? 누가 안내라도 해주지 않는 다면 말이지........”

영준은 말을 마치고 여자아이들의 분위기를 살폈지만, 역시 아무도 나서려하지 않았다.
언제나 참견하기 좋아하는 소연까지 아무 말 없이 급식 뚜껑을 열고 있었으니 더 이상 소연이 휘말려들지 않기를 바랐던 영준으로선 만족할 만한 반응이었다.

“그럼 쟤는 오늘 하루 종일 굶어야겠네? 불쌍해라~~~.”

유나의 말을 끝으로 아이들은 기륭의 이야기에서 주제를 바꾸어 본연의 목표인 급식도시락을 비우는데 열중하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점심식사 풍경.
영준은 여전히 반찬 투정을 했고 그것을 소연이 면박을 주며, 여자아이들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영준을 바라보았다.
다른 아이들도 돌아다니며 지저분하게 반찬을 흘리며 먹기도 했고, 급식을 시키지 않은 아이는 급식뚜껑을 얻어다가 밥과 반찬을 얻어먹는 빈대의 모습을 보이는 아주 평온하기 짝이 없는 급식시간.
평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우진의 자리에 기륭이 앉아있다는 것 하나 뿐이었다.
무시할 수 있을 만한 작은 변화.
그러나 그 작은 변화가 영준에게 닥칠 본격적인 비현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영준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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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만 입니다.........;;

에. 한동안 막혀있었습니다. 전 편의 다음 내용을 당장이라도 연재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전개해야할지를 갈피를 잡지 못해서 이 내용을 썼다가 찢어버리고, 저 내용을 썼다가 찢어버리고.........

그렇게 몇번을 찢고 찢다가.......... 겨우 잡고 요만큼 써서 올렸습니다--;;

사실.......... 다음 내용도 갈피가 잘 잡혀있지는 않은 상태입니다...........(전체적인 틀은 잡았는데 사이사이에 징검다리를 놓아가는게 어렵네요...)

당분간은 기말고사로 뵙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럼 모두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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