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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의 부속물 02

2007.10.30 23:44

Set_Age 조회 수:178

아팠다...아팠다...
미치도록 아팠다...
팔을 다치자 마자도 이렇게 아프지 않았다. 상처가 곪고 낫지않아도 이렇게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다 나아서 이제 흉터만 남아버린 팔이...아팠다.
그 아픔은 분명, 마음의 아픔이었으리라.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처음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내가 느낀 마음의 아픔이었으리라.
너무나 아파서 이곳에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떠나갔다...

그녀를 찾고싶다...다시한번 만나고싶다...
만나서 무얼 하려고?
그런건 알지 못한다. 아무 생각도 없다...
아니,
다시한번-그녀의 이름을 부르고싶다. "지선" 이라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든, 난 모른다...

...
...
...

여긴 꽤 좋다. 창고같은 곳이긴 해도, 수도도 나오고 가스도 어느정도 나온다.
"이렇게 괜찮은곳을 어떻게 너희들같이 어린아이들만 살고있는거니?"
"원래 다른 사람들이 살고있었는데-얼마전에 어디론가 떠나갔어요."
식사를 하면서 묻는다. 묽은 죽과 콩조림을 삼킨다.
"여긴 골목 안쪽에 있어서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운이 좋다. 이정도의 공간이면 많은 부랑자들이 탐낼것이다.
"아저씨는 어디로 가고 있었던거에요?"
소년이 묻는다.
"아저씨는 아니다만 그건 제쳐두고. 어디로 간다기보다 누굴 찾고있지."
곧 떠나야 하겠지만, 잠시 이런 여유를 가지는것도 좋을것이다.
"금발에 초록 눈을 가진 여자아이인데..."
"금발?"
"초록눈?"
아이들이 갸웃거린다.
"그거 혹시 리르?"
한 아이가 말한다.
"아니야-리르는 파란 눈이잖아."
다른 아이가 정정한다.
"아이...라고 해도, 이미 13년전에 헤어진 아이니, 그 애도 이제 어른이겠지. 그땐 지선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분명..."
가슴이 아파온다.
"케이진-이란 이름일거야..."
이 이름으로 부르고싶지 않다...
"케이진...?"
아이들의 얼굴이 바뀐다.
"그...번개의 마녀...?"
응? 하고 아이들을 본다. 아이들은 겁에 질린 표정이다.
"번개의 마녀라니?"
"몰라...우리도 직접 본게 아니라서...다만 어딘가에서 초록색 번개를 다루는 여자가 한 마을을 궤멸시켰다는 얘기가 있어요...그 여자 이름이, 케이진..."
"......"
케이진...정말 그 케이진일까? 지선이일까?
"혹시, 그 여자에대한 특징은 들은게 있니?"
"그냥...초록색 번개를 쓴다고만..."
"아, 등에 번개로된 날개가 있었다고 해요."
번개로 된 날개...분명 지선이의 어깨에도 번개와 날개모양 문신이 있었다. 설마...
만약 맞다면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어서...그녀를 찾고싶다. 그녀가 마을을 궤멸시켰다고 하지만, 분명 무슨 이유가 있어서일것이다.
"혹시, 그 여자의 행방에대해서 들은게 있니?"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젖는다.
"그래..."
말을 마치고 일어난다. 그래...조금이라도 더 움직여보자. 어떻게든 그녀 가까이에 가보자.
"그럼, 난 가보마."
"에? 가는거에요?"
"더 있다 가지~"
아이들이 붙잡는다.
"아니, 저희랑 같이 살아요. 여기 가스도 나오고 물도 나와요. 아저씨가 같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뺏길 일도 없을텐데..."
아이들은 보호를 원한다. 하지만...
"미안...내 팔은 지키는덴 맞지 않아서...구원을 바란다면..."
신발끈을 고쳐매고 밖으로 나간다.
"'악단의 지휘자'를 기다리라고. 구세주란 그런 사람을 말하는 것일테니. 잘있어라!"
아이들에게 미련을 남겨둬선 안된다. 그런 마음을 떨쳐버리기위해 나는 빠르게 뛰어간다. 많이 먹은 것은 아니지만, 발걸음이 가볍다. 그래-만나서 무엇을 해야할까는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편지를 받고, 마을을 떠났다. 갈 곳 같은게 있을리 없었다. 어느곳으로 가야할지 몰랐다...
빈민촌에 남아있긴 싫었다. 그렇다고 다른 마을로 가자니 텃세가 심했다. 도심지로 가면 거지 취급을 받고 몰매를 맞고 쫓겨났다.
이 나라가 싫었다...그래서 도망쳤다.
사막을 가로질러 이웃 나라로 가는 운송 트럭에 숨어들었다. 크지 않은 사막이기에 전속력으로 가면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이틀안엔 이웃 나라고 간다고 들었다. 그래서 트럭의 화물에 숨어들었다. 들키면...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냥 도망가고 싶었다.
그리고 도착했을때...화물을 내리던 중, 걸렸다. 당연히 그들은 나를 때리며 끌고가려했다. 도망치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어른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때,
"어라? 너, 그 팔..."
한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내 오른팔의 흉터를 보면서
"너, '전능의 오른팔' 이로구나?"
"예?"
깔끔한 정장을 캐쥬얼하게 차려입은 멋진 남성.
그가 사람들을 막았다.
"이 아이는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요."
"예? 하지만 아일레스씨..."
그가 날 끌어당겼다.
"뭐 어떻습니까. 저쪽에서 먹고 살기 힘드니까 몰래 온거겠죠. 용감한 아이네요."
"으음...뭐, 정 그러시다면...아무쪼록 잘 해주십시오. 문제 없도록."
"네, 물론입니다. 자, 가자. 너하고 하고싶은 얘기가 생겼다."
아일레스라는 남자는 날 데리고 갔다.

"난 아일레스 셀이라고 한단다. 너는?"
"예? 에...전, 기환이라고 해요."
간 곳은 그의 방인듯 싶은 곳이었다.
"그래 기환아. 배고팠지? 먼저 뭔가 먹을래? 아니면 먼저 씻을래?"
지나친 친절.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저...왜 이런..."
"아아, 네 오른팔에 흥미가 생겨서. 걱정마, 널 해하거나 할 생각은 없으니까."
저런 말을 간단히 믿을 순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럼...먼저 밥을..."
하하-그는 웃으면서 잠시 기다리라고 말했다.
인스턴트 식품이라고 했지만, 난 그정도의 진수성찬은 그때까지 먹어본적이 없었다.
"천천히 먹으렴. 급한 얘기는 아니니까. 별로 바쁘지도 않고."
식사를 하고, 정말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몸을 씻었다. 씻고 나오니 그는 보이지 않았다. 잠깐 자리를 비운듯 싶었으나, 그를 기다리는 동안 잠이 들어버린듯 싶었다.
일어나보니 그는 책상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아, 일어났구나."
아일레스는 돌아보았다.
"그래...이제 얘기를 시작해도 되겠지?"
그가 따뜻한 차를 내주며 말했다.
"반응을 보니, 넌 네 오른팔에 대해서 잘 모르던 모양이구나."
"?"
"이 세상엔 '신의 부속물'이라 불리는게 있지. 신을 이루던 몸의 일부가 분리되어 인간에게 나타났다고 해."
"신의, 부속물?"
후룩-그가 차를 마시며 말을 계속했다.
"음. 총 7부분으로 나눠졌다고 전해지지. '보석의 눈', '무의 갑옷', '전능의 오른팔', '매장의 왼팔', '일각의 오른다리', '거인의 왼다리', '벼락의 날개', 이렇게."
"그러고보니 아까 저보고 '전능의 오른팔'이라고..."
"음. 같은 '신의 부속물'끼린 대충 서로 느낄 수 있거든."
알 수 없는 얘기였다.
"네 팔좀 보여주겠니?"
오른팔을 꺼냈다. 긴 흉터가 형광등 빛에 반짝인다.
"혹시 팔에 태어날때부터 가지고있던 문신같은건 없었니?"
"아니요..."
"그래? 그럼 어떻게 된걸까..."
나도 차를 한입 마신다. 그런데
"아얏-"
너무 뜨거워서 놓쳐버렸다.
"앗!"
하고 소리쳤지만-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무언가 일어났다. 컵이 공중에 멈춰있었던 것이다.
"저런, 조심해야지."
아일레스가 말한다. 그를 올려다보니-
"이게 내 '신의 부속물', '보석의 눈'. 물질의 시간을 조종하지."
그의 오른쪽 눈엔 가는 보석같은 조각들이 동그랗게 모여있었다.
"그 팔의 흉터 이야기를 해주겠니?"
별로 생각하고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왠지 말해주는게 좋을것 같았다. 그래서 그 일을 모두 그에게 얘기해주었다. 지선을 만나고, 함께 지내고, 떠나간 얘기까지...
"네 오른팔은 선천적인게 아닌것 같구나. '신의 부속물'을 가진 사람은 태어날때부터 그 사용법과 다른 '신의 부속물'들에대한 대략적 정보들을 가지고 태어나지. 하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순간 그 능력이 발현될때 그 정보들을 모두 알게돼. 내가 이런걸 알고있는것도 '보석의 눈'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지."
그의 이야기를 듣고있지만, 피곤하다. 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이런 식사에 따뜻한 물로 씻기까지 했으니.
"하암..."
"피곤하니? 그럼 오늘은 이만 쉬렴. 나머지 얘긴 내일 다시 하자꾸나."
그는 침대에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나는 밤에도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그럼 푹 자고 일어나렴. 여기는 널 해치거나 위험에 빠트릴건 없으니까."
그의 말때문일까, 아니면 잠자기전 마신 차 때문일까.
난 아무런 긴장감도 가지지 못하고-정말 오랜만에, 어쩌면 처음으로 마음을 놓고 잠들 수 있었다.


A.O.G(Appurtenance of GOD) 02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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