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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의 부속물 01

2007.10.25 21:05

Set_Age 조회 수:188

현재 가장 필요한것은...밥.
굶는데 익숙하다 해도, 배고픈게 좋을리가 없다. 가능하면 어디서 목욕도 하고, 새 옷도 입고싶지만-적어도 지금 옷을 좀 빨아서 입고싶지만-그런것은 사치이다. 슬슬 물병도 비어간다.
"그래서 말인데..."
좀도둑질엔 도가 텄지만, 그런걸 하기엔 어린이의 작은 몸집이 낫고, 이 나이가 돼서 그런짓을  한다는것도 웃기다. 날씨가 쌀쌀해지곤 있지만, 오른손의 장갑은 아직 너무 덥다.
"배고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돈을 뺏지도 않는다. 구걸을 하면 구걸을 했지, 약탈이란 하지 않는다.
"뭔가...먹을, 것을..."
그렇게, 그녀를 빼앗기고, 다짐했다. 난 약자를 힘으로 약탈해가는 강자가 되지 않겠다, 고.
"하아...일단 좀 쉬자..."
그리고 힘을 얻었다. 강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 힘은, 이렇게 목숨을 부지할 '식사'라는 녀석을 해결해 주지도 못할만큼 쓸모가 없다.

단순히 살인을 위한, 최악의 힘일 뿐이다.

"저기...?"
"아?"
목소리가 들려 돌아본다.
"괜찮으신가요?"
그곳에 보이는건 어린 소년의 모습. 소년의 품엔 종이봉투가 안겨있었고, 거기엔 무언가 식료품으로 보이는 것들이 몇개 있었다.
"아까부터 비틀비틀 걸어가던데..."
낡고 헤진 옷을 입고 까만 눈과 까만 머리를 가진, 작은 체구의 소년.
"저...식사 못하신건가요?"
"아아...한 며칠 굶었어..."
"그럼...이제부터 저희 식사할텐데, 조금이라도 같이 드실래요?"
"응, 물론이야. 부탁해. 절대로."
대답하는데 1초도 안걸렸다. 현재 내 상태론 상대가 누구건, 거절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아, 하하...그, 그럼 저 따라오세요."
"응. 고마워."
난 소년의 뒤를 따라갔다. 소년은 좁은 건물 사이들을 지나 안쪽의 창고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작지만 테이블과 몇개의 의자, 그리고 수도와 가스도 대강 갖춘듯한 곳이었다.
"얘들아, 나 왔어~"
소년의 목소리가 들리자
"형!"
"오빠!"
"왜 이제와~"
"배고파!"
네명의 목소리. 안엔 한명의 남자아이와 세명의 여자아이가 더 있었다. 두명의 여자아이는 나를 데려온 소년과 같이 까만 눈에 까만 머리칼, 그리고 나머지 두명은 색소가 부족한듯 엷은 갈색의 머리칼에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 그래. 곧 만들어줄게. 잠깐만 기다려."
소년은 작은 테이블 위에 봉투를 올려놓고 물건을 꺼냈다. 스프와 콩조림같은, 정말 간단한 먹을것들. 그리고 약간의 빵.
"오빠, 그런데 이 아저씨는?"
"응, 밥을 며칠 못하셨다길래 같이 식사하려고."
순간, 아이들의 말이 끊겼다.
"응,?"
"아, 아니에요. 며칠동안 아무것도 못드셨나요? 배고프시겠어요."
두번째로 큰 여자아이가 내게 다시 말했다. 어색한 느낌도 들지만, 지금은 그런게 중요하지 않다.
"그럼 대충 쉬고계세요. 저흰 식사준비 해올테니까요."
나를 데려온 소년과, 두번째로 큰 여자아이가 가스와 수도설비가 있는곳으로 간다. 난 대충 앉아서 나머지 세 아이들이 노는것을 본다.
그리운 생각이 든다...비록 내가 있던 곳에선,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이해를 위해 모인 집단이었다 해도, 이렇게 놀고 장난치기도 했다. 그리고 지선이도...
벌써 13년이나 지났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다됐다~"
소년의 말소리가 들리고, 세명의 아이들은 모두 소년에게 뛰어간다. 나도 가려고 일어나니-
"꼬, 꼼짝마!"
떠는듯한 소년의 목소리. 돌아보니 소년의 손엔 검정색 물체가 들려있었다.
"우, 움직이면 쏠거에요!"
검정색 리볼버식 총. 금속의 무거운 쇳덩이가 소년의 팔을 떨게 하고있었다. 아니, 소년의 팔을 떨게 하는건 금속의 무게만이 아니리라.
"어이...?"
"다, 당신! 이 주변에서 못보던 사람이에요. 타, 타지에서 왔겠죠? 어서 가진걸, 모, 모두 내놓고, 가세요. 장난이 아니에요? 지, 진짜 쏠거라구요?"
소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머지 네명의 아이들은 그의 뒤에 숨어있다.
...
가슴이 아프다.
저 작은 아이들이, 먹고살기 위해서, 저 잔인한 물건을 손에 쥐고 떨고있다는 현실이...
하지만 난, 그렇게 친절하지 못한가보다.
"꼬마...총, 쏴본적 있나?"
"에?"
"총...쏴본적 있냐고 물었다. 사람에게..."
소년은 말문이 막힌다.
"쏘, 쏠 수 있어! 쏴본적 없어도! 이, 이 가까운 거리에서...!"
소년이 눈을 감고 손가락에 힘을 준다.
탕! 하는 강렬한 소리와함께 불꽃이 번쩍인다. 아이들은 꺅-하고 비명을 지르지만,
"......"
맞지 않았다. 소년에겐 아직 너무 강렬한 물건이라 그 위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한참 빗나갔다.
"내 오른팔에 1발의 탄환을 장전한다."
오른손의 장갑을 벗으며 말한다. 공기중 드러난 오른손엔, 셋째 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에서 시작된 긴 흉터가 손목을 지나 옷 안쪽의 팔에까지 이어져 있었다.
"어이, 너희 모두에게 묻는다."
아이들에게 한발짝 다가간다. 아이들은 잔뜩 움추린다.
"그 탄환은 마음을 베는 검, 감정을 막는 방패, 감각을 가르는 화살."
소년은 사람을 향해 처음 총을 쏴봤다는 공포감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떨고만 있을 뿐이다.
"맹세하노니, 지키고픈 바를 이루고 신에게 경배드릴것을."
팔을 뻗는다. 흉터가 빛난다. 10년도 더 넘은 흉터가. 그리고-
내 오른손에 긴 권총이 쥐어진다. 리볼버 식이지만 총신이 지나치게 긴 녀석. 한발로 코끼리도 쓰러트릴 수 있는 녀석이다.
당연히-아이들은 공포에 질린다.
"난...보는것같이 마법사이다. 돈이나 먹을걸 만들어낼 순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무기를 만들어내서 돈이든 먹을거든, 얼마든지 뺏을 수 있어."
아이들에게 다시 한발짝 다가간다. 아이들은 다시 한번 움츠러든다.
"모, 몰라! 그냥 다른 녀석들이 이렇게 해서 돈을 꽤 구했다길래...!!!"
탕!!!!
아까와는 다른, 훨씬 강력한 총성. 내가 쏜 것이다. 창고 벽을 향해. 창고 벽은 허무하게 구멍이 뚫리고 주변 벽엔 금이 갔다.
"으, 으아앙!!!"
아이들중 한명이 울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너희들 중 한명만 데리고 가서, 먹을것과 입을것등...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하면...너희는 어쩔건가?"
아이들에게 총을 겨누고 묻는다.
"......"
아이들은 대답이 없다.
"다시 묻는다. 너희들 중 한명만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 할건가?"
"다, 당연하잖아..."
날 데려온 소년이 말한다.
"우, 우린 절대 당신을 따라가지 않을거야. 우리가 떨어져서 한명만 잘 먹고 잘 사느니, 다 함께 굶어죽을거라고!"
소년이 외친다. 그제서야...
"후우..."
내 손에서 총이 사라졌다.
"그래...멋진 형이로구나, 넌."
소년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너같은 아이가 이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으니, 분명 잘 될거야."
부드러운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말해준다.
"총...은 위험한 물건이야. 함부로 사람에게 쏘지마렴. 정말로 필요할때, 가령 네 동생들이 위험해 처했을때. 그럴때만 꼭 사용하렴."
총의 안전장치를 잠근 후 소년의 손에 쥐어준다.
"그래...내가 말한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해를 따져선 안돼. 모두...서로를 위해서 자신을 아낌없이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단다. 네 동생들을 잘 보살펴...주..."
꼬르륵...
"......"
"......"
"......"
배...고프다...
"저...일단, 식사 하실래요...?"
"그, 그래...부탁한다..."

이미 식어버린 스프와 콩조림을 다시 데우고, 작은 빵으로 아이들과 간단한 식사를 하였다. 며칠 굶은 배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의 식사였지만, 그 음식들은 내 마음과, 앞으로 더 걸어갈 몸에 온기를 불어넣어주었다.


A.O.G(Appurtenance of GOD) 01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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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안녕하세요-세트입니다.
신의 부속물, 01입니다. 하나의 작은 사건으로 이야기를 길게 끌었군요.
보너스로 주인공씨가 '전능의 오른팔'을 발동시키는 씬도 한번 있었습니다.
코믹스라든지 애니로 만들게 된다면(그럴일은 절대로 없겠지만), 이게 첫화가 되고 프롤로그는 중간에 삽입된 이야기가 되겠군요.
음...별로 적을 말이 없습니다.
왠지 머리 속에서 본편보단 이쪽의 스토리가 더 빠르게 진행중...
뭐 어쨌든-하는데까지 해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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