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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A'men

2006.08.29 00:10

비밀입니다 조회 수:194

0번.

유쾌한 이야기.

오늘의 나는 지각을 해버렸다.이유는 간단.눈을 떠보니 초침이 8시 20분을 막 지나가고 있었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시계를 보고 난 뒤에 느끼는 감정은 황당.
그리고 당황.최종적으론 경악으로 물들어간다.

그리고 그런것을 일일히 감상하면서도 몸은 빠르고 착실히 교복을 찾아
제 각각의 부위에 밀어넣는다.한편으론 그러는 와중에 내 두뇌는 학교까지
최단시간에 갈수있는 루트,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한 방법등을 모색한다.
결과는 머지않아 나왔다.택시를 타는것으로.택시비 1천 8백원쯤이야.
뭐가 되었든 맞는것 보단 낫다.

이때의 시간은 23분을 지나고 있었다.분명 택시만 제시간에 탄다면
시간에 맞출수 있으리.
머릿속에선 '월요일부턴 봐주는거 없다.1분,2분,버스가 늦게왔어요, 늦잠잤어요.
그런거 없다.지각하면 맞는다.'라고 호언장담하던 선생의 소리가 울려온다.
녹음을 한것도 아닌데 이상하리만치 생생하다.빌어먹을 기억력.

옷을 다 입고 거실에 있는 수저를 주머니에 찔러넣으며 집을 박차고 나온다.
시간은 24분.아직까진 세이브다.
그리고 아랫쪽으로 즉 차들이 다니는 길로 전력질주.남은건 택시를 잡는것이다.
좋았어.남은건 운이다.

차선에 옆으로 비켜서서 지나가는 차들을 하나씩 확인한다.
죄다 승용차들 뿐이고 버스 뿐이다.
초조함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서 확인해보지만 간간히 지나가는 택시는
하나같이 손님을 태우고 있다.빌어먹을 택시 같으니.저렇게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주제에 뭐가 장사가 안되서 돈을 올린다는거야?응?그런거야?
버스비나 새우깡 가격부터 낮추라고 이 아저씨들아.

아.맞은편 산 꼭대기의 집에 왠 사람이 올라간다.머리는 어깨까지 오는 흑발.
몇년전엔 꼬맹이였던것 같은데...착각했나?.
그나저나 저 높은 곳을 잘도 올라가네.다리아플텐데.아니.중요한건 그게 아냐.

혼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대신 손까락을 불안정한 리듬으로 아무거나 툭툭하고
건드린다.택시가 안보인다.위험하다.여차하면 맞는다.오늘은 여기까지인건가.
뺨-싸대기-인건가.월요일 아침부터?제발.젠장.이렇게 된 이상 아무나 나 말고
우리반 같은 녀석인 한명만 같이 지각해줘.혼자서 맞는건 사양이야.
제발.신이시여.평소땐 안믿지만 이럴때 도와준다면 한가할땐 지져스랑 아멘을
외칠 생각은 있습니다.진짜.

그렇게 외치길 5분.신은 죽었다.니 인생을 사랑하라.니체.
사실나는 쇼펜하우어가 더 좋다.이런 썅.
여하튼 택시는 탔다.타이머는 36분.이미 6분 지각이다.
여유있게 생각하자.1분당 한대씩이다.

"아저씨.최대한 빨리요.고3이라서 어떻게될지 몰라요."

그 결과 40분.학교에 도착.교문을 통과해 교사앞으로 달려가지만 아이들은
교사를 무슨 대단한 금고라도 되는것 마냥 연결되는 문 3개를 완벽하게 봉쇄하고 있다.지각이다.생활지도부 선생 언놈이야.아,담탱이였나...망할.
아무래도 순순히 포박되어서 그에 응하는 형벌을 받는다는
선택지 이외엔 없는것 같다.

...라지만 이렇게 순순히 붙잡혀줄 생각은 없다.어느 학교건 그렇듯 최후에 비책이라
불리는 개구멍이라는것이 전해지기 마련이고 그건 아주 효율성이 좋다.
우리 학교의 경우는 미묘한 시간이다.

여기서 잠깐.지금부터 경쾌한 월요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필요한건 한가지.
기다림과 운이다.방법은 간단.교사를 지키는 아이들 역시 학생.즉 수업시간인
50분이 가까워지면 각자의 교실로 퇴각하고 영광의 길은 열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48분에 열려라 참깨를 외치면 자연히 열린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2분.48분에 아이들이 올라간다.
그리고 1~2분후에 동시에 선생들도 각자의 교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이젠 48분이다.여기서 행운의 여신이 자기에게 미소를 지어주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분기점이 코앞으로 다가온다.그래.기왕 여기까지 온것.
좀 더 대담하게 행동하기로 결정하자.될대로 되라지.

...개구멍에 대해 설명하자면 48분에 선도위원이 올라가고 1~2분 후에
마주하고 있는 교무실에서 선생들이 나온다.
요는 타이밍 싸움.천재적인 시간감각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로또다.
여하튼 다시금 이야기를 돌리자.

교사을 지키는 아이들이 눈에서 사라지자 마자 중앙현관으로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중앙현관은 최단코스이자 교무실을 마주하고 있다.완전한 도박.겜블이다.
이걸 보고 영어로 하이 리턴-하이 리스크라고 하는거겠지.
눈 딱 감고 3층 제일 구석에 있는 교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


현재 시간은 51분.지금 화장실에서 휴식중이다.가방은 당연히 교실-나의 책상-안에
고이 걸려있다.그러니까 결과는 어떻게 해서든 세이브.그것도 화장실 들어가는
뒷모습이 선생에게 딱 걸렸으니 이건 어디로보나 뭐로보나 즐거운 월요일의 시작이다.

덧붙이면 월요일의 1교시는 자습.냄새는 조금 나지만 뭐 어떠리.
지금은 가만히 세이브의 쾌감과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소중히 간직할 뿐이다.
8분 정도만 더 있다가 땀이 마르면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가면 된다.
물론 담탱이는 이런저런 한소리 하겠지만 뭐어.그정도 쯤이야.

중요한건 내 아침의 수면시간 20분과 20분의 타임오버를 택시비
1천800원과 바꿀수 있었다느게 아닐까.여태까지 겪어왔던 1주일의 시작 중
최고로 멋진 하루다.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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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건 거짓말이고...

택시까지 탔는데 지각했습니다.(22분에 일어났죠.)

우여곡절 끝에 택시를 탔긴 탔는데 시계보니 31분.지져스.(...)

덕분에 아침부터 종아리 한쪽에 2대씩 맞았는데...

15시간이 가까워져가는 지금에도 아직도 선명하게 빨간줄들이 있습니다.
아프군요.아픕니다.아팠습니다.

...실재로 개구멍 관련은 유용하게 써본적이 있지요.하하;(자랑이냐)

여하튼...이제까지 써왔던 단편이랑은 글쎄요.등장인물 한명 추가?뭐어.
이런거 신경 안써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로그인 몇번해도 실패하니 귀찮군요.(...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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