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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4)[3]

2006.08.19 23:27

울프맨 조회 수:182

영준은 우진의 문병을 가지 않았다.

우진의 사고는 영준 역시, 아침 조회 때 들은 적이 있었고 친하지 않았다 해도 급우의 사고는 걱정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또, 우진이 사고를 당한 계기인 귀신 사건이라던 지, 사고를 당한 시간이 영준과 소연이 빌딩에 있었던 시간과 비슷한 것도 단순하게 넘길 수 없는 점이었다.

가능하면 영준으로서도 우진을 만나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시간이 이미 늦어 면회시간이 지난 것도 이유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진이 자세한 사정을 말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진은 옥상에서 거꾸로 떨어져 의식 불명.

그 사실은 담임에게 들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다인도 그랬다.

그렇기에 영준은 우진을 만나러 아까운 시간을 소비할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2층은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

‘여기도... 다를 바 없겠지만....’

영준은 심호흡을 내쉬며 문의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돌렸다.

손에 와 닿는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 천천히 몸통을 돌리던 손잡이는 곧 단단한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덜컥’하는 뻑뻑한 소리를 내질렀다.

역시, 문은 잠겨있었다.

지금까지 몇 개의 문을 열어보았지만, 병실이었을 창고의 철문들은 전부 단단히 잠겨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련삼아 두세 번 손잡이를 더 돌려본 영준은 곧 몸을 돌렸다.

특히 각종 화학약품이 보관된 이 방이 잠겨 있는 것은 영준의 아쉬움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하긴, 애초에 이런 창고가 마음대로 열리는 것이 더 이상할 일이지.’

영준은 애써 아쉬운 마음을 다잡으며 1층으로 향했다.

어차피 영준의 목적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

애당초 목숨을 노리는 미지의 상대를 자신의 손으로 쓰러뜨린다거나 하는 것은 계산에 넣지 조차 않은 것이었다.

각종 도구를 확인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발이 느린 자신이 눈앞의 상대로부터 얼마나 시간을 벌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니까, 열리지 않는 문에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도구도 이미 충분해...’

이제 영준에게 남은 것은 다양한 도피경로의 확보뿐.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1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디딘 영준은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았다.

‘.............’

그곳엔 병원이 있었다.

평소와 같은 모습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콘크리트 조형물.....

그러나.

영준은 그 평범한 조형물이 싫었다.

싫다기보다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표현하기 어려웠지만, 영준은 전신을 압박하는 강렬한 위화감에 사로잡히고 있었던 것이었다.

‘뭐가 이상하지?’

영준은 창밖의 병원을 응시하며 자문했다.

평소와 다른 것은 없었다.

병원도. 주위의 사물도. 본래모습 그대로였으니까......

그러나.

‘뭐가 이상하지?’

영준은 스스로에게 필사적으로 반문하고 있었다.

눈으로 보이는 밖의 광경은 평온 그 자체.

아니, 평온 하다기 보단, 조용했다.

어스름한 달빛에 비쳐져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병동은 그 분위기에 맞추듯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 순간.

“아.....”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무언가를 영준은 찾아내고야 말았다.

병원은 음산하다기 보단 소름끼쳤다.

평온해보였던 적막은 묘지의 정적과도 같았다.

그리고. 위화감을 찾아낸 순간, 눈으로 놓치고 있던 사실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아무리 밤이라 해도 이렇게 큰 병원의 불이 전부 꺼져 있을 리는 없는 법.

그러나, 눈앞의 신병동은 마치 심야의 학교처럼 컴컴하기만 했다.

밤의 병원이 아무리 조용하다해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을 수 없지만, 눈앞의 신병동은 무덤처럼 조용했다.

‘시작이다.....!’

영준은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에 든 손전등을 힘껏 움켜쥐었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은 단한가지 사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영준이 그토록 우려하던 최악의 상황, ‘사형선고’였다.

허나, 영준은 당황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 영준에게 그 ‘사형선고’ 라는 것은 직면하지 않은 문제였다.

상대는 영준이 신병동에 있는지 구병동에 있는지 알지 못한 상태이고, 그 확률은 절반에 달했다.

만약 상대방이 구병동을 재수 없게 골랐다 해도, 구병동은 결코 작은 건물이 아니어서 예상외의 장소에 숨어 있기만 해도 얼마든지 도망칠 시간은 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눈앞의 상황으로 봤을 때, 상대는 100% 신병동을 택한 상황.

그렇다면 영준에게 시간은 남아돌았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봤을 때 누군가가 구병동으로 들어온다거나 다수가 움직이는 기척은 없었으므로, 신병동 하나만을 찾는 것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사이 영준은 자신뿐만 아니라 소연, 다인과도 함께 빠져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서둘러야해!’

결론이 내려지자 영준은 주저할 것 없이 3층을 향해 몸을 돌렸다.

영준이 상정하는 최악의 상황. 바로 상대와 직면하는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최대한 신속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준은 3층을 향해 올라가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창문에서 한발작도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다소 예상이 빗나가긴 했어도 영준의 계산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자부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영준의 계산뿐아니라 상식조차 벗어난 일이었다.

[똑똑]

결코 들릴 리 없는 소리가 영준의 귀에 들리고 있었다.

결코 보일 리 없는 일이 영준의 눈에 보이고 있었다.

깊은 밤 50미터 정도 떨어진 반대편 건물. 그것도 불조차 꺼져있어 어두운 건물의 사람이 안경을 낀 영준의 눈에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러나, 영준은 그 상대를 알아 볼 수 있었다.

머리에 붕대를 감아 모습이 다소 변하긴 했지만, 그 얼굴. 장난기 어린 미소는 틀림없는 우진이었다.

우진은 노크하듯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똑똑]

“말도 안 돼.....”

우진이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은 소연 역시 마찬가지지만, 소연은 머리를 비롯해 어떤 외상이나 이상도 없는 상태였다. 하루정도 푹 쉬면 정신을 차릴 거라고 다인이 보장했으니까 비교적 정확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우진의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우진은 우선 2층 옥상에서 거꾸로 떨어진 경우였고, 다인이 못을 박았듯이 하루 이틀 만에 깨어날 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눈앞의 우진은 분명히 밝은 미소로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열어 달라는 듯이.

그리고 스스로 창문을 열었다.

“안 돼!!”

영준은 왠지 다음에 일어날 일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새하얀 붕대가 검은 밤하늘에 펄럭였다.

그리고 또 소리가 들렸다.

영준이 이전에 한번 들은 적이 있던 소리. 바로 수박이 깨지는 듯한 경쾌한 소리가 영준의 귀를 다시금 울렸다.

[퍽]

우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 3층에서 떨어지고 무사할 리 없는 법.

영준이 다급히 내려왔을 땐, 이미 우진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영준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다.

일주일전에도 죽음을 목격하긴 했지만, 급우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지금과는 그 충격을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더욱이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일단..... 누구한테 알리지 않으면 안돼....’

영준은 복잡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우진에게서 몸을 돌렸다.

일단 3층의 다인에게 알리자, 이 자리에서 자신이 슬퍼해봐야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기에 영준은 과감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런 영준에게 다시 소리가 들렸다.

아까의 조용한 노크소리와는 조금 다른 소리.

[오도독.]

마치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소리에 영준은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또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몸을 질질 끌며 간신히 일어나는 듯한 힘겨운 몸짓의 소리.

그제야 뒤돌아본 영준에게 우진은 피투성이 얼굴로 미소 지었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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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말씀드립니다만, 이 소설의 장르는 환타지 입니다;;
절대 호러가 아닙니다;;;;;;;
(아니... 이렇게 된거 기왕 장르를 바꿔버려?;;;;)
자유게시판에 인물들의 간단한 그림과 설정(?)을 올렸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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