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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색이 가득한 공간. 그 공간은 마치 법정같았다.
11명의 사람들이 늘어서 있는 반원의 탁자.
그 가운데에 한 여자가 처연히 서있다.
침묵이 계속 되는 가운데, 11명 중에 검은 로브로 얼굴을
가린 한 사람이 입을 연다.

"우리는 연(年)을 이루는 월(月)의 사도이네. 11월의 사서여.
어째서 연의 의지를 거역하려 하는가?"

"그것은.... 제 의지이기 때문입니다."

한차례의 혼란이 그 11명을 뒤흔든다. 이번엔 백발의
노인이 입을 연다.

"자네의 의지란 말인가? 참으로 우습기 그지 없군.
수호자에 불과했던 자네에게 언제부터 의지라는 것이
존재했지? 자네는 랙싱턴의 후계일 뿐이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도서관의 사서일 뿐이야.
대역, 인형에 불과하지. 줄 없이는, 조종자 없이는 손끝
하나 움직일수 없는 꼭두각시(marionette)에 불과하네.
자네의 말은 그저 넌센스야. 더이상 연의 의지를 거역
하지 말기를 바라네.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

"..."

여자는 폭언에 가까운 노인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백발의 노인은 그녀가 포기를 한것으로 생각하고 마른
입술을 비틀어 조소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저에게는 의지가 있습니다."

"뭣...?!"

"저에게는 의지가 있습니다. 제가 11월의 사서가 된것은
제 의지가 아니었던가요? 그 누구도 제 의지를 꺽을 수
는 없습니다. 그 누구라도. 이것은 제 운명입니다. 제 운명
을 제가 버린다면 그것은 진정한 꼭두각시의 운명이겠지요.
전 이'책'을 포기 할수 없습니다."

그녀는 말을 멈추고, 11명을 응시했다. 그녀의 의지를 담은
눈빛으로. 그것은 그녀의 작은 몸으로 나오기 힘든 강력한 박력
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의 앞에서 선언했다.

"여러분 모두를 '적'으로 돌릴지라도."

이번엔 아까와는 다른, 더더욱 심각한 분위기가 11명에게 찾
아온다.  그 혼란이 가시기를 기다렸던 회색 중절모를 쓰고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입을 연다.  

"글자가 없는 것은, 단어가 없는 것은, 이야기가 없는
것은 책이 아니야.  자넨 왜 그 책을, 아무 것도 적혀져
있지 않는 것을 사수 하려는 것인가? 대답해 주길 바라네
11월의 사서. "

"12월의 작곡가이시여. 이것은 저의 책 입니다. 저에게는 아주
소중하고 값진 책.  비록 한글 자의 단어가 없다 해도ㅡ.
이것은 책입니다. 그러므로 전 이것을 포기 할수 없습니다."

"그 책을 갖고 있으려 한다면 자네도, 아니, 심지어는 우리도
심판의 날을 피 할 수 없을 것이네. 그것이 정녕 자네가 원하는
일인가? 모든것이 파괴 될수 있는 상황이 올수도 있네. 그것이
정녕 자네의 의지인가? "

"그것이 제 운명이라면."

"..."

한참 동안의 침묵이 공간을 매운다.

"심판은 가을의 바람 처럼 차갑고 거칠기 그지없지...
랙싱턴은 자네가 가을 바람처럼 차갑고 손으로 움켜잡기 힘든
자유로운 존재라고 말하곤 했지. 결국 이것은 예고된 일이었군..
11월의 사서여. 결국 자네는 '추억저사'의 길을 걷게 되었어.
그렇다면 내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겠지."

"...고맙습니다."

"자네가 무사 하길 빌겠네. 11월의 사서..
아니, 추억을 엮어가는 소설가여."










추억저사. 1월: 추억. 소녀의 장갑.

제 1 장. 작은 사서 아가씨.


1 월의 추운 겨울. 루에즈가 발걸음을 옮겨 일렝도트에 온
이유는 올해, 갑작스레 지병이 돋으신 그녀의 할아버지의
부탁 때문이었다. 어린시절 할아버지가 감명깊게 읽은책
'계단을 조각하는 조각사' 라는 책을 빌려와 달라는 것.
하지만 그 책을 펴낸 출판사는 오래전에 사라진 터라 그 책
을 시중에서 구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다가 헌 책방 주인
아저씨 한테 알아낸 곳이 바로 이 추억의 도서관 이었다.
이 세상 모든 책이 안식을 취하는 책의 성지.
그녀는 곧바로 짐을 챙겨서 일렝도트로 향했다. 한참 눈이
내릴 시기라 그녀의 여행길은 그렇게 순탄치만은 못 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사정을 안고 도착한 이 도서관에는

"어머나... 손님이 오셨군요?"

작은 사서 아가씨가 있었다. 루에즈와 동갑 혹은 어려보이는
소녀. 보통.., 아니, 루에즈의 기억속에서 서식하는  사서는
빳빳한 깃의 하얀 셔츠를 입고, 칙칙한 갈색 조끼에, 다리에
딱 달라붙는 스커트를 입고있는 여자다.
거기에다가 뾰족한 뿔태 안경까지 덧붙이면 완벽한 사서다.
루에즈는 자신의 기억속에 있는 사서와 그녀를 연결시켜 보았
지만, 전혀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타협점을
찾아서 닮은 사람을 고르라면, 학교 도서위원정도?
하여튼간에 이 작은 사서아가씨는 사서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루에즈는 촛불에 어렴풋이 비치는 카운터를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다른곳을 둘러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있는 것은 오직 루에즈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작은 사서 아가씨 뿐.

"...저, 저기? 무슨 일로 오셨죠?"

대답이 안돌아오는 것에 당황한 모양인지, 작은 사서 아가씨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있을수는 없는 일이어
서 루에즈는 억지로 입을 연다.

"당신이 여기 사서에요?"

예의라는 것은 어디로 갔다 버린듯한 마치 형사나 경찰이 범인 취
조나, 사건 조사등을 할때 증인에게 묻는 듯한 어조이다.

"네, 저는 이도서관의 사서인 아시냐르 라고 합니다."

하지만, 작은 사서아가씨는 개의치 않는지 만면에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같은 여자인 루에즈도 무심코 그 미소에 두근거리고 말았다.

"...에, 아시냐르? 이상한 이름이네."

"제 이름을 처음 들은 분들은 자주그런 반응을 보이시죠. 아시냐르는
이름보다는 성에 가까워요."

"가깝다고요? 그럼 이름은 뭔데요?"

자신의 이름이 아닌 성(에 가까운)을 아시냐르라고 밝힌 작은 사서
아가씨는 대답대신 미소를 띄웠다.

"이름을 모르네요.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아차... 내 이름은 루에즈에요. 아시냐르 씨도 이름은 밝히지 않았으니까
, 나도 성은 말해주지 않을거에요."

"그런.. 야박하셔라.."

그렇게 말해도, 그녀의 사근사근한 표정에는 서운함이라는 것에 조가리
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 루에즈도 미소를 입에 띄웠다.
이 작은 사서가 바로 그 마법의 중심에 있는 그

"당신이 바로 그 ' 추억의 도서관의 작은사서' 이군요."

"후훗..., 네. 저의 '추억의 도서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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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캐나다 온지도 3년이 다 되가네요.
국어하고 거의 절단 된 사회에 와버린 탓인지 아직 까지 필력이 제대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야기 진행이 더딥니다.
이번에도 1장의 도입부만 만들어 놓고서 가게 되네요.
그래도..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거기에다가 리플을 달아주시는 분들 더더욱 감ㅅㅏ 드립니다.


글쟁이에게 있어서 리플은 희망이자 마음의 박카스 입니다.
리플 달아주신 분들 복받으실 거에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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