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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라이칸스롭

2006.03.19 16:51

풀피리 조회 수:170

더도말고 덜고말고 그냥 군대에서 끄적였던거. 액션씬.

에반츠의 권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총알은 여지없이 상대의 이마에 틀어 박혔지만 상대는 놀랍게도 잠시 주춤했을 뿐 엄청난 기새로 덥쳐 왔다. 명중시켰다는 자신감에 방심하고 있던 에반츠는 의외의 공격에 하머터면 목이 떨어져 나갈 뻔 했지만 몸을 틀어 피할 수 있었다.



"말도 안되는!!"



에반츠의 눈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미간에 총을 맞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대 상대는 총격을 받고도 큰 충격을 받지 않은 듯 했다.

총성음에 화들짝 놀란 인원들이 황급히 무기를 챙겨들고 뛰쳐나왔다. 가장 먼저 나온것은 마리안느였다. 그녀는 에반츠에게 덤비는 상대를 보고 기겁을 했다.



"라이칸스롭!!"



에반츠와는 달리 마리안느는 어둠속에서도 상대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밤눈이 밝았던데다 바람을 타고 코끝을 자극하는 지독한 저주의 냄새 때문이었다.

라이칸스롭의 몸이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이제 막 변화를 시작한 듯 근육이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거칠기 짝이없는 뻣뻣한 갈기털과 함께 신체를 뒤덥어갔고 두 눈에서는 암적색의 섬뜩한 섬광이 번뜩였다.

마리안느의 보우건이 연달아 허공을 갈랐다. 엄청난 기세로 변하고 있는 상대를 보고 급한김에 날린 것이었지만 이미 단단해진 근육과 두텁고 뻣뻣한 털에 가로막혀 힘없이 떨어졌다.



"소용없다 마리안느! 보우건은 위력이 약해!!"



에반츠가 비명에 가까운 경고를 지르고는 옆의 외벽에 기대어 놓았던 소총을 집어들었다. 라이칸스롭이라면 조금전 권총을 견뎌냈던 것도 알만했다.

에반츠의 경고에 정신이 번쩍 든 마리안느가 보우건을 내던지고 예리한 에스터크를 뽑아들었다. 평소에 차고 다니던 레이피어와는 다르게 화려한 치장따위는 없었지만 강철로 벼려진 검이었다. 달빛에 비친 에스터크의 칼끝이 차갑게 빛났다.

순간 라이칸스롭이 고막을 찢을 듯 한 괴성과 함께 눈앞의 마리안느를 덥쳐갔다. 미친듯이 휘두르는 저 강인한 팔에 한방이라도 맞기만 하면 어지간한 거목도 부러져나가고 기다랗고 날카로운 손톱에 긁히기라도 한다면 맞은 부위는 송두리째 찢겨 나가고 말 것이었다.

마리안느가 뒤로 펄쩍 뛰며 물러서자 라이칸스롭의 손톱이 눈앞의 허공을 찢어발기며 섬뜩한 살기를 남겼다.

마리안느는 식은 땀을 흘리며 에스터크를 겨눴다. 분명히 충분한 거리를 두고 피했다 생각했는데 바로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었다. 라이칸스롭의 팔이 기형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미쳐 염두해두지 못한 탓이었다. 마리안느 끔찍한 상상을 하며 몸서리를 치지만 상대는 쉴틈없이 팔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뒤로 피할 수가 없어서 몸을 굽혔는데 갑자기 라이칸스롭의 코통에 찬 비명이 들려왔다.

뒤늦게 나온 네이번이 단창을 던져 라이칸스롭의 등허리에 정확히 적중시킨 것이었다. 네이번이 던진 단창을 창끝은 은제가 아니었지만 위기에 몰린 마리안느를 보고 급한김에 던진 것이다. 다행히 깊숙하게 박힌 단창에 라이칸스롭에 고통으로 움직임이 둔해져 마리안느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네이번이 다른 단창을 뽑아드는 사이 마리안느의 에스터크와 라이칸스롭의 발톱 사이에서 불꽃이 일었다. 몇 차례나 기를 쓰고 찔러보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긴 발톱과 두터운 피부에 가로막혀 여의치가 않았다.



"은제 무기가 필요해! 은제 무기!!"



네이번에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지금 상황에서 은제 무기가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그냥 되는대로 다른 단창을 뽑아 들었지만 이것 역시 일반 강철로 벼린 투척창일 뿐이었다.

마리안느의 에스터크가 라이칸스럽의 허벅지를 파고들고 단창이 등허리에 연달아 박혔지만 라이칸스롭은 전혀 개의치 않고 거대한 두 팔을 휘두르며 마리안느를 노렸다. 위기에 몰린 마리안느가 공포로 몸을 떨었다. 지금은 한순간의 실수로도 꼼짝없이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 쨍!!!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마리안느의 에스터크가 부러져나갔다. 라이칸스롭의 강인한 손톱을 막아내던 칼끝이 힘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무기를 잃은 마리안느가 당황하는 사이 거대한 괴수의 팔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마리안느의 두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에반츠!!!"



마리안느의 비명소리와 동시에 단발의 총성음이 어두운 하늘 위로 울려퍼졌다.

라이칸스롭의 강인한 팔이 간발의 차이를 두고 마리안느 바로 옆의 거목을 후려쳤다. 강력한 충격에 거목이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져 넘어갔다. 에반츠가 쏜 탄환이 괴수의 어깨에 박히자 지금까지 와는 비교도 안될 고통스런 괴성과 함께 몸부림을 치다 마리안느를 노린 공격이 빗나간 것이었다.

라이칸스롭의 어깨에 난 상처에서 무언가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막 투창을 던지려던 네이번이 기쁜마음에 소리쳤다.



"은탄환이다! 녀석은 이제 끝이야!!"



네이번과 마리안느가 여러차례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도 에반츠가 제때 돕지 못했던건 따로 챙겨둔 은탄환을 찾느라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적중한 은탄환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했다. 라이칸스롭의 피부를 뚫고 들어간 은탄환은 괴물의 피와 반응해 격력하게 타고들어갔다. 이제 저 탄환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서는 결코 스스로 제거할 수 없다.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탄환은 서서히 파고들어 괴물의 심장까지 도달할 것이었다. 그러나 라이칸스롭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조심해, 당장 쓰러지지는 않아!!"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잠시 주춤했던 라이칸스롭이 또다시 양팔을 거칠게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마리안느가 부러진 에스터크를 꼬나쥐고 기를쓰며 막아서는 사이 네이번도 연달아 투창을 던졌다. 일반적인 강철촉을 가진 단창에 불과했지만 녀석이 쓰러질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다.

에반츠 역시 서둘러 소총을 장전했다. 일반적인 납탄환이 아닌 강철탄환이었는데, 라이칸스롭의 강인한 피부를 뚫기 위해서는 비교적 부드러운 납탄환은 소용이 없었다.

다시한번 네이번의 투창이 라이칸스롭의 등에 박히고 에반츠의 소총이 불을 뿜자 괴수는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직 탄환이 심장에 도달하지는 않았겠지만 심장에 전해지는 압박만으로도 숨을 재대로 몰아쉬지 못하는 듯 했다.



"죽은거야?"



마리안느는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 듯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방금 전까지 이 엄청난 괴수가 자신을 노리고 덤볐다는 사실에 몸서리가 쳐졌다. 만약 단 한번이라도 실수를 했다면 이 괴수의 육중한 팔에 형편없이 으깨져버렸을 것이다.



"죽지는 않았지만, 이제 죽은거나 다름없어. 은탄환이 심장 근처까지 파고든 모양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에반츠는 은탄환을 한발 더 장전시켜둔 상태였다. 이미 괴물같이 엄청난 라이칸스롭의 생명력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총구를 녀석의 미간에 겨눈체 조심스래 다가서자 괴수는 다 죽어가는 신음을 흘렸다.

주변에는 더 이상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에반츠가 네이번에게 턱짓으로 주변을 수색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한 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주변을 좀 살펴봐야겠어."



네이번이 주변을 살피는 동안 마리안느 역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저만치 던져두었던 보우건을 집어들었다.

에반츠가 총구를 그대로 갔다대고 밀어젓히자 괴수의 몸뚱이가 마치 썩은 고목나무처럼 쿵 쓰러졌다.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에반츠가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뭐하는거야?"

"확인."



크로체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지만 에반츠는 무뚝뚝하게 대답하고는 이미 죽은 라이칸스롭의 심장에 나이프를 박아넣었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끔찍하게 울려퍼지며 나이프가 깊숙히 휘젓고 들어갔다.



"음... 역시."



괴수의 심장에서 빼낸 은탄환은 이미 은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새까맣게 변색되어있었다. 괴물의 피와 반응한 것이었다.



"이건 더이상 쓸 수 없겠는데? 은탄환이 이제 별로 남지 않았으니까 다음에도 이런 놈이 다시 공격해오면 속수무책이야. 은제 무기를 더 구해야 해."



에반츠가 심각하게 고심했다.



"이런 녀석이 다시 공격해 온다고? 맙소사!! 라이칸스롭은 이런 곳에 나타나지 않아. 인적이 드문 산악지대에서도 보기 드문 존재라고!!"



마리안느가 기겁을 했지만 에반츠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누가 일부러 풀어둔거야. 우리를 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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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을 이용해서 올려봤습니다. 우연히 군복무시절 사용했던 노트에 적혀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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