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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시간을 빌려 설명을 하자면, 현재 이곳 세상은 약 네개의 나라로 구분이 되어있다.
과거 큰 핵전쟁이 일어나서 지구는 거의 멸망에 처했다. 문명이 쇠퇴하고 이상기온으로 엉망이된 지구, 세월이 흘러서 그 피해는 조금씩 치유되어갔고 하나의 국가로 통합이되었다.
타비스라는 이 국가로 통합된 인류는 후에 다른 나라와 대립, 그로인한 전쟁이 일어나게된다.
승리를 위해서 타비스는 강경책을 시행하게 되고 이에 뒤따라 군인이 나라를 지배하는 일이 발생, 약탈과 혼란의 도가니속에서 결국 반란은 필수불가결인듯 일어나게 되어버렸고 그 나라중 하나가 위시안드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위시안드와 타비스에 처음에 대립하게 된 나라, 테라와의 극비회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나저나 타비스의 습격은 간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배신자는 흔들리는 국가에서 가장 만들기 쉬운 법이니까요."

어둠속에서 격식을 갖춘채 오고가는 서로의 대화, 긴 탁자하나에서 상대측을 바라보는지 마는지 회담은 계속 이어져갔고 드디어 본론에 들어섰다.

"그런데 이번엔 이상한 신형 기체가 하나 나왔다고 들었습니다만?"
"아, 네. 이것입니다."

위시안드쪽 인물로 추정되는 사람이 리모콘을 들어 버튼을 누르자 스크린에 페시카즈의 여러 모습들이 비춰졌다.

"뒤늦게야 눈치채서 겨우 찾아낸 정보입니다. 능력은 보고서에 써드린대로 입니다. 아무리봐도 말이 되질 정도로 강한게 예산만 잔뜩 들었을텐데 말입니다."
"확실히 아무리 그래도 고작 기체 하나에 저정도는 과한것 같기도 하군요."
"이번엔 이쪽에서 정보를 제공했으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마십시요. 마침 타비스 42지역에 신병기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었으니까요. 그럼 이만 시간이 된것 같군요."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보와 정보가 오고가는 어두운 공간, 그곳에서 두 나라간의 미심쩍은 작전은 조심스럽게 진행되어갔다.




<아홉 수호자 이야기> 4화 광기와 계약-2





하늘에서 위시안드 파일럿복을 입은 짧은 금발의 여성, 양 손은 잘려나가버려서 붕대로 감겨져있는 그녀를 품에 안은채 긴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검은 코트에 한쪽눈은 붕대로 감은 남자는 그렇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둘을 향해서 긴 금발에 검은 목도리를 두른 여성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나가는게 뭔가 새로운 무기라도 있는 걸까?
새롭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아까와는 다르게 그녀의 반지같은 고리들에 연결된 그 실들은 서로가 마구 뒤엉키면서 하나의 기다란 막대 같은 무기, 아니 검을 형성시켰다. 양손으로 금빛같이 번쩍거리는 듯한 검은 검을 하나 꽉 잡아든채 그 검은 목도리의 여성이 달려들자 남자는 예상외로 당황한듯 급히 품에 안고있던 위시안드의 파일럿을 위로 던져버리곤 입고있던 롱코트를 벗어선 한쪽팔에다 묶었다.
무릎을 꿇으면서 땅에다 말도 안되는 높이에서 남자는 착지를 하자마자 들어오는 검은 목도리 여성의 공격을 코트로 감싼 오른 팔로 막으면서 힘으로 밀어떨쳐낸후, 양 팔을 접어서 가슴높이쯤에다 양 손을 펼쳐놓고 다시 무릎을 접으면서 위시안드 소속의 단발머리 여성을 잡고 근처에 내려놓았다.

'칫, 허풍을 좀 떨면 그냥 갈줄 알았는데 이제는 검으로 형성화까지 시키다니..도대체 이 세계는 뭐가 어떻게 된거지?'

챙 챙 마치 강철을 두른듯 남자의 오른팔을 감싼 롱코트는 그 검은 목도리 여성의 칼을 막을때마다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도대체 나는 왜 이런 곳에 남겨지게 된거지? 도대체 내가 존재하게된 이유는 또 뭐냔 말이냐..'

여성의 공격에 밀리듯 긴 검은 머리를 멋쩍게 휘날리며 남자는 뒤로 살짝 점프를 하면서 롱코트를 휘감은 팔을 힘들게 움직이는게 아무래도 상당히 지친듯 같아보였다. 축처진 왼손은 아직도 절벽에서의 상처가 낫지 않음을 의미했고 이마에 흐르는 땀과 거친 숨소리는 아무래도 언제까지 버틸지 의문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지친 체력은 결국 어이없게도 뒷걸음질을 하다가 돌맹이에 넘어지는 실수를 만들고 만든다. 자기자신도 깜짝 놀란채 쓰러지는 그에게,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긴 금발을 머리위로 바람에 나풀거리며 검은 목도리의 여성은 칼을 가슴팍쪽을 향해 찔렀다. 황급히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돌리긴 했지만 그것이 문자그대로 반사적인 행동이었던지라 다친 왼팔이 그정도 스피드로 땅을 긁으며 간다는 것은 몰랐던것 같았다. 약간의 고통을 호소할때 나온 제대로된 빈틈, 무엇보다 미리 예상을 했는듯 칼의 방향이 가볍게 변하는 것이 이미 완전히 간파당하고 있단것을 의미했다.

"크윽!"

다친 왼팔을 다시 베이는게 그나마 오른팔을 사용할 수 있으니 다행인것일까 아니면 이제는 치료해봤자 못쓸것으로 보이는게 더욱 악화된 것일까? 이빨을 꽉 물으며 고통을 참고 고개를 들었을때, 눈앞에 서있는 여성은 정말로 완전히 딴판이었다.
붉게 빛나는 두눈은 크게 뜬채로 그를 똑바로 쳐다보는게 머리카락마저 아무렇게나 휘날려지고 있으니 흡사 요괴같다고 볼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부자연스러운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녀의 가슴쪽에도 살짝 작은 붉은 빛이 빛나는 것또한 보여졌다. 옷안으로 숨기고 있는게 뭔지 궁금은 하였지만 갑자기 몇 m 떨어져있던 여자가 바로 눈앞에 나타나선 검을 홱하니 휘두르며 오른쪽 눈의 붕대 하나를 잘라버리니 호기심은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버린다.
오른팔에 감았던 코트를 풀르고는 연이어 달려드는 그녀의 검에다가 코트의 팔쪽부분만을 잡고 휘두르자 커다란 코트는 공기저항을 가볍게 뚫고는 검은 칼날을 칭칭 휘감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힘껏 안으로 잡아당기자 당연한듯 적또한 힘을주어 떨쳐놓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힘을 주어 검을 당겼을때는 이미 오른쪽 눈을 붕대로 감은 남자는 손을 놓아버린 후였다.
정확히는 검에 묶인 코트를 당긴 바로 그 순간 동시에 놓아버렸다고 하는게 더 잘 어울리겠다. 방향이 잘 맞았는지 그가 계산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코트의 팔부분은 적은 시간동안 여성의 얼굴앞에 펼쳐진게 시야를 가리는데 성공하였고 검을 옆으로 휘둘렀을때는 남자의 주먹이 이미 자신이 볼을 가격하고 있을때였다.

"욱!"

공격이 그다지 강하지는 않았지만 살짝 그녀의 얼굴이 돌아간 사이 남자는 다시 검에 묶여있는 코트의 팔부분을 꽉 잡고는 그대로 자신의 손에 감으면서 검을 꽉 잡고 당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당한 것일까? 여성은 검을 움켜쥔 팔을 움직이기보단 다리를 움직여선 무릎으로 그의 배를 있는 힘껏 가격했다. 그리고 검을 쥔 양손에 힘을 주어 밀자 그나마 자유롭던 두 다리는 균형을 잡기 위해 땅에 처박은채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러는 사이 배에는 맞은 부분이 두세번 더 가격을 당했다.
그렇게 빠르게 마구 연타하다가 한번 더 세게 때릴려고 그녀가 오른 다리를 좀더 뒤로 빼자 이것이 유일한 기회란듯 핏줄이 곤두선 남은 왼쪽눈을 부릅뜨며 그는 머리를 여성의 얼굴에다 냅다 박았다.

"크윽!"

작지만 두 사람의 비명소리는 동시에 울려퍼졌고 그것이 들리자 또다시 기회란듯 둘은 무릎과 머리로 다시 가격했던곳을 또 가격했다. 데미지는 동시에 입혀졌으나 견딜 수 있는 체력만큼은 월등히 차이가 났다. 입을 크게 벌리며 구토를 하는 그와 달리 여성은 발을 땅에다 어느새 붙이곤 자세를 잡은후 코트가 묶인 검을 양손으로 힘껏 들어올렸다.

쾅!

마치 쇠고리에 연결된 철퇴같이 남자를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여성은 그를 땅에다 박고 박고 또 박았다. 검을 절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자기 손도 함께 코트에 꽉 묶어논것이 실수였다. 이리저리 개패듯 내팽겨쳐지고 지면에 박아지는게 참상이 말이었다.
물론 이럴경우가 있을거라는걸 예상하지 못한건 아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녀가 만약 이 기술을 쓰려면 막을려고 준비해둔, 그녀가 칼과 함께 자기 몸을 휘두를때를 위해 축적해둔 '체력'은 이미 다 떨어지고 난 상태니까.

"으아아아아악!"

크나큰 고통에 결국은 참던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아픔은 온몸을 파고들어 눈에서 눈물을 흐르게, 그렇게 그를 울게 만들었다. 하지만 울 뿐이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아픔에 의해서 눈물이 나오는 거지, 고통에 의해서 눈물이 나오는 거지, 신체가 멋대로 눈물을 낼뿐이지 자신이 우는게 아니었다. 계속 여기저기 맞다보니 이제는 감각이 없어지는 것일까? 아주 조그만 순간이었지만 고통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유일한 찬스를 의미했다.

우두두둑

"..."

뼈가 부러진 소리는, 뼈가 으스러져서 나가버린 소리는, 근육이 절단난 소리는 그녀에 의한것이 아닌 그 자신에 의한 것이었다. 검에 묶인 코트 끝에 걸려있는 것은 남자의 오른팔, 그렇게 피가 뚝뚝 떨어진 곳을 따라서 남자는 씩씩거린채 오른 어깨쪽에서 쉴새없이 피를 흘리며 서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눈물과 피로 적신 얼굴은 빨개진채로 빨개진개 이제는 부은건지 피로 염색을 한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대개 모두들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떤 반응을 할까? 스스로 팔을 꼬아버려서 꺽어버린 녀석을 볼때 심정은 어떠할까? 다른 누구는 모르겠지만 여성은 여전히 붉게 빛나는 눈동자를 멍하니 뜬채로 검을 이리저리 휘둘러 코트와 함께 팔을 아무대나 던져버렸다.
한손으로 검을 든채 저벅저벅 다가오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바람으로인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머리를 정돈하는게 이미 승패는 완전히 판가름 났다고 봐도 충분한 상태였다. 적의 공격에서 벗어난 대가로 팔을 뜯어버린건 너무나도 컸다. 이제는 이대로 죽어버리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게 숨을 쉬고있는것도 너무도 신기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있다는 것을 마음껏 느끼고 있을때 뒤에 누군가가 태양을 가리며 선채 한기를 내뿜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이미 놀랄대로 놀란 표정을 지은채 돌아봐도 상대가 누구인지는 뻔하다. 왼팔은 움직이질 못하고 오른팔을 뜯어버린 남자의 얼굴에 그 검은 목도리의 여성의 주먹이 박아졌다. 이제 그는 그녀가 뒤에 올때까지의 수많은 움직임을 하나도 간파하지도 못하는 상태라는 증거였다.

"우우욱! 우욱..크윽! 으으..으으으으!!"

짐승이라는듯한 비명을 지르며 눈을 치켜뜬채 쳐다보는게 몇십분전의 그 자신만만한 모습의 남자라는게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다. 두다리를 이리저리 물속을 허우적대듯 움직이며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묵묵히 여성은 그를 바라보면서 눈을 한번감았다열자 눈동자는 다시 원래의 푸른 빛으로 돌아와있었다. 상의안에서 옅게 나타나던 붉은 빛도 사라지고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오면서 중얼거린다.

"그러게 얌전히 오라고 할때 왔으면 좋았을것을."
"아우. 아우욱. 크흑. 큭..크큭. 크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갑자기 미친듯 눈물을 흘리면서도 애써 웃어보는 남자에 여성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하얀이빨을 모두 드러낸채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그 힘을 풀었군."
"?!"

땅을 부수며 일어난것은 남자가 아니었다. 크나큰 그림자를 만들며 거대한 손을 내민것또한 남자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뒤에서 나타난 물체, 기기긱거리는 소리를 내며 덜컹거리는 소리또한 그것은 결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작게 속삭인 남자의 목소리는 태양을 등져서 검게만 보여주는 그 형체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부탁한다, 엘시스."

철컹 철컹

그러고보니 무기가 없다고 처음에 남자가 그 엘시스라는 기체에 탔을때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그 말과는 전혀 다르게 온몸에 열기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엘시스는 팔에선 장갑을 열어재껴 수많은 소형, 그것도 최소형 미사일로 보이는 것을 드러낸채 검은 목도리의 여성을 향해 마구쏘았다.
이제보니 최소형 미사일이라고 보기에도 그것은 터무니 없이 작았다. 크기는 약 지름이 2cm정도인게 미사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뭐 물론 그런 미사일도 있다면야 할말이 없지만 마치 여성만을 향해 겨냥이 된지 유도미사일처럼 회전을 하며 날아가는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그녀를 죽이기위해 만들어진것처럼 보였다.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미사일을 쳐내긴 했지만 발수도 많고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는게 아무래도 좀 무리였다. 잘못해서 베이면은 그대로 터져버리는게 아차하는 순간 통구이가 될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뒤로 크게 뛰며 도망을 치면서 그녀는 이마에서 땀이 흐르는걸 느꼈다.

'제길, 하필이면 힘이 풀렸을때라니..다시 사용하기에는 이 힘은 너무..'

"헉, 헉, 헉, 헉."

그리고 애시당초 처음부터, 아주 맨처음 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낼때부터 가지고있던 그의 목적을 위해서 한쪽 눈을 붕대로 감은 남자는 자신이 엘시스라 부른 기체와 검은 목도리의 여성에게는 전혀 관심을 쏟지 않은채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저..저기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것은 다름 아닌 금색 단발머리에 양손이 잘린채 파일럿복을 입고있는 위시안드 소속 여성. 머리가 헝클어져서 한쪽눈은 가려진채 그녀는 멍하니 남자를 향해 바라보았다.

"에..에엣?"

그리고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바로 앞에 얼굴을 들이대며 어느샌가 다가온 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하아, 하아. 시간이 없다. 엘시스도 이미 멈춰버렸겠지. 어이, 여자. 살고 싶은가?"
"뭐..뭐?"
"살고 싶냐고 물었다."

없는 양손을 가슴쪽으로 웅크리며 그녀는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고, 오히려 피범벅이 된채 꾸겨져 뜯겨나간 오른팔을 가지고 있는 남자를 경계하는 모습만을 보였다. 남자는 갑자기 턱하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살고 싶다면 나와 계약을 하지 않겠나!"
"계..계약?!?"
"너와 내가 계약을 한다면 너와 나는 앞으로 절대적인 4원칙에 따라 행동을 하게되고 너는 그에 맞게 나의 주인으로써 섬겨지게 된다."
"주인?! 내가 너의 주인이 된다고..?"
"4원칙은 그 번호대로 우선순위로 정해져있고 그것에 의거하여 우리의 계약은 유지되고 혹은 파기될 수가 있다."
"자..잠깐! 무슨 소리야! 갑자기 그런 몰골로 나타나선 알 수 없는 소리만 해대면 이해할리가 없잖아. 이..일단은 치료를.."
"시간이 없다. 좌우지간..큭! 벌써 찾아낸건가."

고개를 젖히자 기능정지한 엘시스를 뒤로 내버려둔채 이쪽으로 달려드는 여성이 그의 눈에도, 또한 그녀의 눈에도 보였다. 남자는 당황을 하며 흥분을 한채 그녀에게 소리쳤다.

"젠장! 어찌됐던간에 살고 싶다면 나와 계약을 하라고!!"
"계약?"
"그래, 계약."
"너와 계약을 하면..나는 살아남을 수 있는거야? 자..자신은 있는거냐고."
"나는 진정한 전사의 파편이다. 단 한번도 내 주인을 죽음에 빠뜨린 적은 없다고. 남은건 너의 결심뿐이야."

이쪽의 상황은 모르는지 검은 목도리의 여성은 속도를 아까처럼 빠르게 내지는 않고 있는게 천만다행이었다. 이따금 다시 그 고물기체가 움직이지 않을까 뒤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니, 기체를 이용해서 시선을 끄는 작전은 꽤나 성공적인게 생각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주었을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과 다리가 떨리는 것을 참고 여성은 자신의 손을 남성의 어깨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나, 계약하겠어."



햇살이 비치는것 같았다. 분명 처음 나서기 시작했을때는 분명 저녁이었건만 어느새 하루는 그렇게 훌쩍 지나가 버린것이다. 이미 오후가 훨씬 지나서 곧있으면 다시 저녁이 시작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문득 자신이 누구였는지가 기억이 났다.

"여..여긴?!"
"아, 일어났는가?"

벌써 두번째 병실에서의 깨어남이었다. 정비병은 자신의 이마를 어루만져보며 팔과 다리도 살펴보았다. 붕대가 감겨져있고 옷이 환자복으로 갈아입혀진 점만을 제외하면 모든건 정상인것 같았다.
눈 앞에서 무슨 잡지같은 것을 읽으며 앉아있던 짧은 검은 머리를 정돈히 위로 올린채 주름살이 약간 있는 얼굴을 한 장교로 보이는 사람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일단 대강 소개를 하자면 난 지금 저기 창문너머로 보이는 함선의 함장일세. 자네가 입었던 옷으로보아서 스코티아 회사에서 이번에 신기체를 위해 파견된 정비병같은데 맞는가?"
"아, 네. 여기는.."
"타비스 제 42지역이다. 자네가 그 신형기에 앉아 기절한채로 미친짓을 꽤나 했기에 이렇게 정신병원에 있는거지만."
"정신병원? 미쳐요, 제가?"
"역시 기억을 못하는 것 같군. 그럼 일단 나부터 설명을 해주도록하지."

타비스제국의 함장은 의자를 침대가까이 옮기곤 앉아서 스코티아회사의 정비병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편 그 무렵 함선 안 어느 복도, 키가 한 175cm정도는 되는 갈색머리의 청년이 파일럿 복을 입은채 걸어가고 있었다. 모퉁이를 하나 돌던중 그는 돌연 발을 땅에 떼지 않은채 멈춰선다. 그가선 옆의 벽쪽에는 대기실이 있는데 현재 파일럿들이 몇명 잡담중이었다. 그들의 대화는 대략 이랬다.

"후우, 그나저나 죽는줄 알았어. 그 신형기체, 이름이 페시뭐던가? 멋대로 마구 쏘다가 나중에 파일럿이 지쳐서 기절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음 정말로 죽었을거라니까."
"그러길래 난 처음부터 돌아가자고 했다고. 괜히 탄약만 낭비해서 다음 보급때까지 장비가 말이 아니야. 무슨 방어막이란게 그토록 쎄더냐."
"이 모든게 하여간 그 꼬마녀석때문이라니까. 나이는 14살인주제에 키는 더럽게 커가지곤 고집도 만만치가 않아요. 분명 그 신형의 배리어에는 안통한다고 했는데도 계속 쏘라고하잖아. 가만히 있으니 알아서 멈출걸가지고 괜히 사람 위험하게 만들고 있어. 하여간 그런 녀석은.."

콰앙!

갑작스런 폭탄이라도 터진 소리에 대기실안에 있던 파일럿들이 모두 나와서 우왕좌왕거리며 소리가 난곳을 향해 달려간다. 폭탄이 터진 흔적도 없고, 망치같은 것들도 주변에 있을리가 없는데도 벽은 푹 파인채로 깨져있었다. 그리고 그밖에 수상한 점을 볼 수 있다면 그 복도 중앙에서 '하나'가 한쪽 손이 뭔가에 긁힌듯 피를 약간 흘리면서 걸어가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내가..14살 꼬맹이라고? 바보같은 놈들. 아무것도..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이 전쟁에 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이빨을 으득으득 갈면서 길게 양옆으로 찢어진 눈빛을 하는 그의 모습은 한마리의 야수라고 볼 수 있었다.

'전장에서 죽어버릴 쓰레기들 주제에. 보여줄 실력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너희같은 놈들은 분명 다음 전장이 무덤이 되버릴꺼라고.'

사람이 순간충동적으로 바란것은 이루어지기가 꽤나 쉬운것일까? 타비스 제 42지역의 하늘이 노을로 물들고, 정비병은 함장과의 서로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가고, 14살치곤 꽤나 성숙한 키와 외모를 가진 파일럿이 이빨을 빠득빠득 갈면서 샤워를 하고 있을때, 타비스가 이 이야기 처음에 산너머에서 대기한후 교대시간에 맞춰 기습을 가했듯 지금 42지역에서 몇십km 떨어진 사막부근에선 다른 나라의 지상용전함이 전원을 끈채 묵묵히 침묵을 유지하며 타비스제국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가끔씩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할때가 있다.

그것이 진짜든 아니든간에 가끔씩 널리 알려지지는 않는다하더라도 어디에나 영웅이란 존재는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것은 언제인가 있었던 한 전쟁에 관한 이야기.

아홉명의 수호자에 관한 이야기.

위시안드라는 한 나라에 관련된 영웅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전쟁속에서 결국엔 멸망해버린 나라, 위시안드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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