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연재 체크메이트 1-6

2004.02.21 21:46

에제키엘 조회 수:273

음음 좋습니다..
계속 올립니다~~
======================================================================

그녀의 높지 않은 조용조용한 억양을 가진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말하는 동안 늘 호흡이 빠르다던지, 느리다던지 하는일이 전혀없다.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방금전의 그녀의 말이 무척이나 답답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계획이란게 있긴 한겁니까?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른다니요."

내 입에서 조금 짜증이 담긴 말이 나왔다. 정말 화가 날수 밖에 없잖아. 만약 같이 마을을 떠난다면, 그다음 어떻게 할건지 묻는 나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전혀 어떻게 할지 알 수 없다는거다.

여전히 방안은 조용해서, 그녀와 나의 말만이 울린다. 가끔, 옆집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나지만, 그다지 크게 들리지 않아서, 방안은 옅은 고요함으로 가득차 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지만, 계획정도는 있습니다. 일단, 이지스강을 건너서 이곳으로 왔으니, 반대방향인 피레네 산맥을 넘어서 다르핀시로 갈겁니다. 오랜시간을 여행했는데, 결국 알아낸게 아무것도 없군요. 도움이 못되서 죄송합니다."

그녀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늘 진지함이 흘러넘쳤다. 그녀와 함께 있었는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농담하는걸 한번도 본적이 없다. 상당히 재미없는 여자라는 느낌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은 다 이런식으로 되는걸까. 그건 아니겠지. 이건 그녀이기 때문에 이런 성격으로 되었을 뿐이다.

단지 이지스강 너머 레미르 공국쪽에서 왔기 때문에, 반대편인 피레네시로 가야한다니 정말 이런식으론 곤란하다. 그녀가 레미르 공국을 모두 뒤져본것이 아닌 이상, 그곳에 다른 동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실 그녀는 290년간 이메리아 대륙을 3~4번정도 모두 돌아보았다고 했다. 그간 찾지 못했다니까. 어쩌면 남은 10년간 다른동료를 찾아내지 못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보았을때 느꼈다던 그 느낌이 있었던걸로 봐서 악마가 그들을 찾게 도와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악마의 가호를 받고 있는건가? 아니다 분명 저주일것이다. 신은 이미 이 땅을 버렸고, 지금 우리를 이끄는건 악마뿐이다. 굉장히 끔찍하다. 만약 내가 죽게되면 악마의 노예가 되는건 아닐까? 악마와 맺은 계약이라는 말은 그런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했더니 지독하게 불안해졌다.

더이상 아무리 따져봐도, 좋은 계획이 나오긴 어렵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되지?

------------------------------------------------------------------

식탁에는 우유, 조금 딱딱하지만 먹을만한 길다란 빵, 우리 모자가 지독하게 좋아하지만 아껴먹기로 서로 합의를 본 딸기잼, 야채 스프등으로 좋게 말하면 간단하고, 나쁘게 말하면 초라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태엽을 동력으로 한 벽시계의 초침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며 울린다. 원래 식사때는 별로 말이 없는 엄마와 말이 적은건 아니지만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외에는 우리와 공통된 화제가 없는 메레이야는 식사 내내 말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나는 아까전부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식탁은 정말 조용했다.

어제는 메레이야가 다쳐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내 앞에 닥친 상황이 인식되기 시작하니까. 생각이 많아졌다. 정말 고민이라는 존재는 사회악이다. 제발 나에게 올바른 판단을 즉각 해낼수있는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죽을상을 하고 있다가, 한숨을 한번 내쉰뒤, 엄마에게 말을 꺼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엄마는 스프를 후룩마쉰뒤 답했다.

"남자답게 고민하지 말고 밀어부쳐!! 장애물따위는 부셔버리라구."

도대체 엄마의 저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거야? 부셔버리라니?

"그리고 최강의 손녀를 만들어라."

그런 얘기였나? 농담들을 기분이 아닌데, 엄마는 지독하게 딸을 좋아했다. 내가 태어났을때 혼미한 정신에서도 딸인지 아닌지가 제일 궁금했다고 했다. 뭐 그렇다고 엄마가 나에게 내가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엄마 나쁜 엄마는 아닌건가?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까, 조금 쓰잘떼기 없는 생각을 해버렸다.

나는 살짝 메레이야의 표정을 살폈다. 그다지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니네. 그냥 신경 안쓰는것같다. 다행인가? 엄마가 여전히 내 표정이 밝아지지 않자, 한마디 더했다.

"밥먹는동안 줄곧 우거지상을 하고있어서 한번 농담해봤어. 표정 좀 펴. 그렇게 인상써도 나아질건 아무것도 없어."

나는 억지로 엄마에게 웃어 보였다. 물론 엄마의 의견을 수렴한척, 기분이 나아진것 처럼 보이고 싶어서 지은 표정이 아니다. 단지, 억지로 표정을 바꾸는걸 눈치채게 해서, 엄마의 농담으로 기분이 나아질리 없다는것과, 연기로 표정을 바꾸는것도 힘들다는걸 나타낼려고 했을뿐이다.

어머니가 내 얼굴을 한번 보더니 말했다.

"내 아들아, 나는 말이야 네가 현실을 피해다니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론 두려울거야.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네가 숨어있으면 그들이 못찾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아가씨의 말에 따르면 10년후까지 이 빌어먹을 게임을 끝내지 않으면 모두 사라진다면서? 게다가 이 아가씨는 악마가 흐리멍텅하게 이 저주를 끝낼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니까. 어쩔수 없잖아? 가도록 해. 네 아버지도 잃었는데, 아들과도 떨어져있어야 되다니. 나도 참 불운한 여자구나."

나는 엄마의 말을 들은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괜찮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끄덕였다.

어머니의 저런 미소를 본건 정말 오랜만이다. 내가 예전에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을때였다. 아마도 목이 잘린 사형수의 이야기였지. 억울한 누명을 쓴 사형수가 단두대에 목이 잘린후 비가오는 저녁만 되면 자신의 목을 찾아 돌아다닌다는 얘기였던걸로 대충 기억한다.

그 얘기를 들은 저녁 아주 우연히도 비가 내렸었다. 천둥이 대지를 부술듯이 울어대고, 여름 비는 정말 우리마을을 떠내려 보낼려고 하는듯이 내렸었다.

당시 어렸던 나는 정말로 무서워서 엄마에게 떨어지지 않을려고 했었다. 사형수가 목을 찾아서 돌아다니다가 창문을 쿵쿵하고 두드릴것만 같아서, 그의 원혼이 나를 공격할것만 같아서 엄마에게 마냥 붙어만 있었었지.

그때 엄마는 내머리를 쓰다듬으며 지금과 같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괜찮다고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 잘될거라는듯한 그런 따뜻한 미소였다. 마치 마법이 걸린 미소같아서, 나는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았었다.

그날 엄마는 나를 침대에 눕힌뒤 직접 재워주셨고, 나는 편안히 잠들수 있었다.

엄마의 따뜻한 미소는 내가 태어났을때 끊어져 버린 탯줄이 다시 연결되어 따스함이 전달되는것만 같았다.
======================================================================
자자 다음편으로~~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