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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체크메이트 1-1

2004.02.19 16:44

에제키엘 조회 수:305

#체크메이트 쳅터 1. 악마의 체스(1)

"죽은 사람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만, 산자는 고통을 느끼죠. 제가 삶을 증오하는 이유입니다. 삶은 저에게 있어 속박입니다. 수백번을 싸워 더이상 왜 싸우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을때, 저는 아침에 뜨는 해를 저주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나를 보며 말했다. 그녀의 흐려진 눈동자는 300년간의 인생동안 세상이 그녀의 내부를 채우는게 아니라 그녀의 모든것을 긁어내버린것 처럼 무한히 공허한 모습을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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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들의 하루는 지독한 나른함으로 가득차있다. 그것은 누군가를 오랜시간 기다렸을때, 긴장이 풀려서 하품을 하는 나른함과는 또 다르다. 그런 기다림과는 달리 해야할일이 있기 때문이겠지. 외로움을 곁들인 무기력함과 같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레너드씨에게 목장일을 도우러 왔다고 말을했다. 레너드씨는 피부가 잘그을린 갈색으로, 학교에 다니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스테인의 하얀 피부와는 차이가 상당히 난다. 그들을 막 초벌구이한 도자기로 비교하자면, 구울때 서로 다른 온도로 구워서 색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재료부터가 색깔이 다른 재료를 쓴것만 같다. 같은 인종이 그 정도로 피부색깔의 차이가 나다니, 인간의 피부란건 정말 잘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다.

목장에 올라와 자연산 털뭉치처럼 보이는, 양들을 풀어 놓고, 멍하니 앉아서 그들의 풀뜯는 모습을 감상했다. 그러면서, 풀밭에 드러누워, 양치기 개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었다. 부드러운 그의 털은 베틀로 잘 짜여진 천연 옷감같은 감촉을 내었다.

이름모를 풀을 질겅 질겅 씹다가, 면섬유로된 보자기로 잘 싸여져 있는 꾸러미를 보았다. 저 안에는 딱딱하게 굳어서 찰흙으로 만든것만 같은 빵과 물이 들어 있을거다.

오늘 아침 딱딱한 빵하나로 점심을 알아서 해결해라는 어머니에게, 나는 가족간의 휴머니티가 부족하다며, 조금 더 음식을 싸줄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정도는 젊음의 힘으로 이겨내!" 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젊음의 정열로 먹을것을 만들어 낸다면, 젊은이는 어떠한 마법사 보다 강력한 마법사가 되겠지.

지겨움과 생존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생활 - 누가 보면 굶고 산다고 할지도 모르겠군 -등등을 늘어놓는 나를 보면, 생활에 불만이 많아서, 가출이라도 꿈꾸는 소년처럼 보일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생활이 정말 좋다.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말을 삶의 이정표로 여기며 사는 사람에게는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평범한 일상이, 파란만장한 모험을 하면서, 승리를 위해 싸우는 용사들의 격정적인 삶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용사들의 삶을 흠모한적이 있었다. 자신의 귀중한것을 향해, 목숨을 저당잡히고, 앞서 달려나가 싸우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 칭송받을만한 일이겠지. 어렸을적 던힐튼씨가 말해주시던, 검 한자루로 드래곤을 잡은 드래곤 슬레이어 이야기나-그 드래곤 해츨링이 아니었을까? 어떻게 검만으로 그 큰 도마뱀을 잡는지 모르겠네- 아니면 두 주먹만으로 우리 율키서스 왕국을 세운, 건국왕의 이야기등등, 어린 시절엔 정말 용사들을 흠모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서서히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 시작했을때, 나는 용사에게 치졸하면서도 바보같이 검에 배여 쓰러지는 악인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들은 죽을때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바늘에 한번 살짝 찔려도 고통 때문에, 인상을 찌뿌리는게 인간이다. 그런데 검에 목을 배이고, 팔이 잘리는데 어떻게 고통스럽지 않을수 있을까?

그 당시 나와 같이 어렸던 스테인에게 그 같은 이야기를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단호히 말했다.

  "그 녀석들은 그래도 싸. 분명 잘못한 일을 했으니까. 죽이는 거잖아? 용사의 검은 정의롭다구. 그 녀석들은 죽어도 되는 놈들이야."

"그래도 아플텐데..."

"너 악당이 죄값을 받는게 불쌍하단 말이야? 역시 넌 뭘 몰라. 세상에는 나쁜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용사가 그들을 응징해 주지 않으면, 누가 그들을 막겠어?"

  죄의 경중을 따지는게 아니다. 만약 용사가 죄를 응징한다며, 타인의 고통을 생각지 않고 베어버리는, 비인간적인 사람이라면, 나는 정의로운 용사보다, 겁쟁이가 되고 싶다. 그것이 나의 생각이다.

풀들이 누워있는 나의 몸을 감싸고 있는것만 같았다. 어떠한 향수보다 은은하게 퍼지는 풀들의 향기는 매우 익숙했다. 하늘에 유유히 존재하는 구름은 두리뭉실하게 떠서 마치 털실 같았다.

고양이가 털실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살이 찌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고양이는, 털실을 굴리는게 재밌는지 열중해서 굴린다. 그리곤 그는 이쪽을 바라보곤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른하게 하품을 한 그는 곧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후 그는 잠을 청했다.

나는 나의 생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율키서스국 피레네 산맥 근처의 어느 조그마한 목축마을에 한 소년이 살았다. 그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있다.

"후훗"

나는 이유도 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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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생각을 했더니, 시간이 꽤 흘렀다. 지겨운 와중에도 시간은 여전히 흘러간다. 어떤때에 시간은 누구도 그가 흘러가는걸 알아차리지 못할정도로 빠른속도로 흘러간다. 그가 빠르게 움직일때는 아무도 그가 움직이는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니까.

하지만 아무일도 하지 않았을때나, 정말 지독하게 심심할때, 시간은 정말 송충이가 잎사귀를 먹는 속도보다도 느리게 지나갔다. 보통 나는 이런경우에 속했고, 오늘도 역시 그렇다.

슬슬 배가 고파졌다. 식사를 해야겠군. 한개 밖에 없는 빵이니, 뭔가 좀더 머리를 굴려 볼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극도의 무기력 상태에 빠져버린 나에게는 생각이란것 자체가 귀찮다. 어차피 빵을 늘릴수있는 방법 따윈 없을거다.

나는 이 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비를 피할수 있게 하기 위해, 나무로 엉성하게 지어진 건물을 바라보았다. 건물 종류를 가늠하기 힘들어서, '거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 나무집으로 들어갔다.

손질을 안해서, 군데 군데 썩어 있는 '거처'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곰팡이가 피어있다. 정말 없는것 보다 낫다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 건물은 거지들이 화장실로 쓰는곳 같았다. 그만큼 절망적인 건물이라는 얘기다.

조금 축축한 바닥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물주머니를 살펴 보았다. 가죽으로 된 물주머니는 신화속의 물주머니 같다. 얼마나 질긴지, 몇년째 쓰는데도 전혀 손상이 없다. 대체 무슨 가죽으로 만든거지?

어쨌든 물주머니 열어본 결과, 감동적인 모자의 이야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엄마는 하루종일 양을 돌봐야 하는 불쌍한 아들을 위해, 물대신 양젖을 넣어주는 아름다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 정말 우리 엄마 답군.

햇볕이 대지를 뜨겁게 달군다. 한낮의 대지는 따뜻하게 데워진 오트밀을 생각나게 했다. 그럼 나는 음식인가? 배고프다 보니 정말 이상한 생각도 다드는군.

창-대충 구멍을 뚫어놓은 나무벽이 창문이라면-밖으로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것처럼 느껴지는 웅장한 피레네 산맥이 보였다. 나는 산맥을 보며 늘 생각해 보았다. 저 산맥에서 바람의 정령이 생명의 바람을 산맥 밑으로 내려 보낸다. 생명을 가득 담은 바람이 대지에 닿으면, 풀들이 솟아 나고, 양들이 뛰어논다.

나는 눈을 감고 생명의 바람소리를 들어 보았다. 귓속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바람소리는, 매끈한 샘의 표면에 물방울을 한방울 떨어뜨렸을때, 물결이 퍼져나가는 그 은은함을 닮았다. 나는 그런 바람소리를 정말 좋아했다.

자연의 소리를 계속해서 들으면 마나를 느낄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자연의 소리 셀수 없이 들어봐도, 마나의 흐름따위 느낄수 없었다. 하긴 그렇게 쉽게 마나가 느껴지면, 마법학교 에드린에 돈을 퍼부으며 공부하는 마법사들은 다 바보겠지.

조용히 바람소리를 듣던 내 귀에 갑자기 이질적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양들이 울부짖는 소리, 비릿한 쇠맛처럼 느껴지는 철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 대체 무슨 일이지?

내가 사태를 파악하기 전에, 한 여성이 문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나는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그녀의 모습을 머리속에 인지시키는데는 3초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이메리아 대륙에 너무도 흔한 갈색 머리와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여성은, 손에 누구도 놀라게 만드는 액체가 묻은 검을 들고 있었다.

그것은 피였다. 누군가의 몸을 순환하며, 생명을 불어넣던 그 액체는 저 여성에게 불가항력으로 끌려나와서,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무슨일인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아무말도 해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상황을 알기위해 지옥의 문을 열때 느낄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며, 살며시 '거처'의 문을 열었다. 그때 눈앞에 강렬한 빛과 함께, 가슴에 불로 지진것과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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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쓰고 있던 소설 올려도 되나요?
현재 계속 쓰고 있는 소설이 있는지라.. 다른걸 쓰기도 그렇고 해서..
9편까지 썼지만 일단 1편만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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