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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체크메이트 1-5

2004.02.21 21:45

에제키엘 조회 수:259

자자 오늘도 왔습니다~
올려보자꾸나 우헤헤..
(망나니 같아요..)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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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머리속이 서서히 맑아지면서, 눈이 떠졌다. 어제 너무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한번 켰다.

상쾌하지 못한 아침은, 따뜻한 침대와는 달리 조금 차가움을 머금은 방안 공기때문에 더 불쾌하게 느껴졌다. 매일 아침에 일어날때마다, 침대와 방안의 공기차는 적응이 안된다. 6월정도 되었으면, 제발 아침에도 좀 따뜻해 졌으면 좋겠다.

세수를 하기 위해, 내 방에서 나갈려고 했다. 그때 거실에서 메레이야와 마주쳤다. 아직 쉬고 있어야 할텐데, 벌써 일어나다니... 그녀의 상처는 작은것이 아니었다. 치료를 안받았다면, 죽었어야 할 정도로 심한 상처였다. 나는 우려섞인 말을 했다.

"저기...상처가 심해요. 더 쉬어야 된다구요! 빨리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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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가 그녀를 데려왔을때, 마을 사람들은 모두 나를 조금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럴만도 했다. 이곳저곳 상처 투성이고, 대충 응급치료만 된 여자를 업고 다녔으니, 걱정하거나, 놀라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나는 그런 눈길은 무시하고 일단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어머니가 메레이야의 옷을 벗기고 제대로된 응급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넬슨씨 집으로 달려가서-마을에서 의료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은 그사람 밖에 없었다. - 넬슨씨를 화급히 집으로 모셔왔다.

그는 메레이야를 몇번 진찰하더니, 칼에 베인 상처에 좋다고 하는..그 네피..어쩌구 하는 허브를 빻은후 그녀에게 발라주었다. 그는 상처를 치료하는데에 시간은 오래걸리겠지만, 응급치료를 잘해서 생명에 이상은 없을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마을에서 검상을 심하게 입은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소문은 마을 내부로 금새 퍼져나가서, 자경대에까지 알려진것 같았다. 넬슨씨가 다녀간지 얼마 안되서, 자경대원 한스씨가 현관에 와서 나를 불렀다.

그는 메레이야의 상처가 어떤지와, 왜 공격을 받았는지 나에게 집요하게 물었다. 아까 자경대에 도움을 요청할때, 급했던 나머지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이렇게 묻는건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주 괴인들에게 공격을 받는다고 사실대로 얘기하면, 자경대가 그녀를 대충 치료하고, 마을에서 내쫓을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한참동안 어떤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계속 우물쭈물해 하자, 한스씨는 답답했는지 다그쳐 물었고, 그때 한스가 조금 어려워 하는 이사벨 여사가 -한스씨가 우리엄마를 이렇게 부른다. 우리 엄마인데, 이렇게 부르니 좀 이상하네-  내 앞으로 나섰다.

"환자가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어서 돌아가! 사람이 지나가다가 공격을 받았는데 도와주지는 않고, 구경만 하던 멍청한 자경대따위에겐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남의 집에 이렇게 함부로 쳐들어 오지 말란 말이야!"

공격당한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으면서 자경대에게 호통칠 자격이 있는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어쨌든,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문을 닫아 버렸다. 한스씨는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외쳤지만, 엄마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창문으로 목을 내민뒤 소리 질렀다.

"빨리 안꺼져??!!"

우리 엄마지만 정말 저래도 될려나? 과격함이 넘쳐 흘렀다. 기가 센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정말 확실히 실감했다. 어쨌든 그덕에 한스씨는 투덜거리며 돌아갔고, 우리는 어젯밤을 무사히 넘길수 있었다.

하지만 한스씨는 엄마가 거칠게 대해서 좀 움츠러 들었을뿐이지, 자경대원들이 그냥 넘어갈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엄마가 저렇게 대했으니, 어쩌면 자경대가 더 메레이야를 받아들이지 않을려고 할것같았다.

빠른시일내에 자경대를 설득시키던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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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레이야는 옷이 다 너덜너덜해져서, 어쩔수 없이 엄마의 옷을 빌려 입었다. 엄마보다 체구가 작았기 때문에, 어른의 옷을 아이가 입었을때처럼 소매가 손을 덮고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서 안정을 취하라는 내 말에, 소매를 걷어 어제 검상이 있었던 팔을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상처는 깨끗이 나아있었다.

인간같지 않은 회복력, 내눈에 그녀는 정말 전투를 위해 태어난 생물같았다. 신기하다. 정말 사람이 아닌것 같아. 잠시 그녀의 팔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멍하니 그녀의 팔을 쓰다듬던 나는 그제서야 내가 실례를 범했다는걸 깨달았다. 나, 왜 이런 바보같은짓을 한거지. 나는 그녀가 내 생각을 눈치채지 않을까 걱정했다. 분명 내가 한 생각은 그녀를 인간이 아닌것처럼 취급한거다. 그러니 들킨다면 기분 나쁘게 생각할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화들짝 자신의 팔에서 손을 떼자 잠시 내 눈을 보았다. 그러더니 물이 흐르는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인간같아 보이진 않을겁니다. 저도 저의 말도 안되는 회복속도때문에, 어느 순간 제가 인간인지 아닌지 혼동한적도 있었습니다."

눈치챈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선 불쾌함을 읽어낼수 없었다.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도 당신이 죽게된다면 존재가 사라지게 되죠. 저도 소멸할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제 그런말을 한걸 얼핏 들은적이 있었다. 나는 단지 그녀가 이정도 상처에는 죽지 않는다고, 말한거라고 생각했었다. 불사라는 얘기였던건가? 내가 죽지만 않으면 절대 죽지 않는다는거네. 그간 놀랐던 일이 너무 많았었는지, 이번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이 내용이니 조금도 안 놀랄수는 없는것 같다.

"또한 저도 감정을 느끼고, 고통을 느낍니다. 그러니, 저도 인간이라는 겁니다."

말을 마친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차갑게 얼굴을 굳힌 그런 느낌이 아니라, 평온할때의 얼굴 그대로인 그녀의 모습은 전혀 내 말에 신경쓰지 않는것 같아보였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녀가 내말에 상처받았다고 생각되었다. 300년간 그녀는 얼마나 나같은 사람을 만났을까. 그녀를 알게된 사람들은 구경거리처럼 신기해하고 놀라워했겠지. 그런 눈길속에서, 그녀는 300년을 살아왔다. 그동안 그들에게 일일히 슬퍼하는 감정을 비췄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내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상처가 파고들수록 사람은 자신의 주위에 벽을 쌓고, 외부세계와 단절된다. 자신을 내비치는건 더 큰 상처가 파고들수 있게 만드는거니까.

사회경험이 많은 사람이 툭터놓고 자신을 공개하는것 같지만, 나름대로 숨기고 있는게 있는것처럼, 그녀도 오랜세월동안 자신의 슬픔을 감추는 법을 터득했겠지. 그녀가 좀처럼 감정이 없는것처럼 행동하는것도 감정이 없어서 표정에 나타나지 않는게 아니라 숨기고 있을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미 그녀는 다른사람과 커다란 벽을 쌓아놓고 있는것이다. 외부와 단절되어 자신만의 세계를 갖추게 되면, 정말 상처를 받지 않아 행복할수 있을까? 다른 사람과 마음을 공유하지 않아도 즐거울까?

한걸음씩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가 싸고 있는 막을 벗겨 보았으면 좋겠다. 한꺼풀씩 그녀의 벽을 벗겨내고, 까마득한 300년전의 그녀와 만난다. 엄마의 품속에 들어있는 태아의 모습처럼 그녀의 진정한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녀에게 이런식으로 다가가고 싶어하는건, 무언가 나와 그녀가 열쇠와 자물쇠처럼 연결할 부분이 있기 때문일까? 그런건 알 수 없다. 그냥 단지 그런생각이 들뿐...

내가 한참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던것 같다. 그녀는 이제 그만 봐주면 안되겠냐는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나는 무안함을 감추려 헛기침을 조금한뒤, 그녀의 말을 좀더 들어보고 앞으로 마을을 떠날지 안떠날지에 대한 내 의사를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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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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