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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체크메이트 1-3

2004.02.20 08:19

에제키엘 조회 수:297

음음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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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직도 하늘을 보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상념을 방해해야할까 고심하다가, 결국 말을 걸고 말았다.

"저기...그럼 구체적으로 이제부터 어쩌자는 얘기인가요?"

상념에서 깨어나는것이 오래걸렸는지, 아니면 대답할 말을 고르고 있었는지, 그녀의 대답은 잠시 후에 나왔다.

"이곳을 떠나 저와 함께, 다른 체스말을 찾아야 됩니다."

아까부터 느껴지던, 의혹에 섞인 불안감은 현실화 되었다. 내 생활을 잃고 여행이나 하면서 어쩌면 공격을 받아서 죽을지도 모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자신의 생활을 버려야 한다. 이말은 나의 마음에 촉매처럼 작용해서 불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따라 이곳을 떠나가야 한다는 말인가.

"그럴순 없어요."

조금 차갑게 얼려진 말이 나의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녀는 파악하기 힘든 사람이다.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으니까. 내 말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예상 못했는지 그녀의 표정으론 전혀 알 수 없다.

나는 풀숲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뒤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를 느낄수 있었다. 등뒤에 느껴지는 시선을 느끼며 마을로 향해 걸어갔다. 부드럽게 발을 어루만지는 풀들의 촉감, 내 마음속에 울리는 그녀의 말들이 나를 한없이 불안하게 만들었다.

잠시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피할순 없습니다. 10년 후면 악마가 잡은 유예 기간이 끝납니다. 그러면 적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는 모두 사라져 버립니다."

"상관하지 마세요. 갑자기 나타나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이러쿵 저러쿵 바꿔 놓지말란말이에요. 18년간 무사했던걸 보니, 당신과 함께 있으면 끔직한 일을 겪게 되는거 아니에요? 서로 죽고 죽이는 그런 일을 겪게 되겠죠. 앞으로 10년밖에 안 남았다면 그 10년간 평화롭게 살겁니다."

잠시동안 그녀를 등지고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검은 로브를 입은 사람 3명이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나는 놀라서 그 자리에 서버렸다. 더이상 공격은 없을거라고 했는데...

그녀는 내가 등을 돌리고 걷는동안 이미 그들을 발견했던것 같다. 벌써 검을 들고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다. 나의 마음속에 한줄기 불안감이 비쳤다. 그녀가 그들을 이길수 있을까? 나는 도망가야 할지. 아니면 그녀를 도와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와 싸우고 있던 블랙폰(검은 로브의 사나이)들중 한명이 내쪽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녀를 도울지도 모른다는걸 알아차린것 같다. 내가 그의 눈을 마주보고 당황해 있자, 그는 나에게 단검을 꺼내어 던졌다.

단검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왔다. 그때 그걸 발견한 여자가 외쳤다.

"위험해!"

다행히 단검은 내 발앞에 날아와 떨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아니었다. 그녀는 내쪽을 신경쓰다가 블랙폰의 검에 찔려버렸다.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는 그녀를 본 나의 마음속에는 어떠한 충동이 생기고 있었다.

이런일에 끌려들기 싫다. 내가 왜 이런일을 당해야 하지? 나는 그냥 평범한 양치기 소년일 뿐인데...마냥 도망치고 싶었다. 결국 나는 그녀를 외면하고 등을 돌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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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서서히 나에게 다가오는것 같다. 예전엔 발을 부드럽게 감싸던 풀들이 지금은 나의 발에 엉켜와서, 나를 붙잡는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나를 구할려다가 검에 베였고, 지금도 싸우는중이다. 나는 죄책감에 머리가 흔들거렸다. 숨이 헉헉거릴때까지, 달리고 또 달린다.

레너드씨의 집이 눈에 들어왔지만, 나는 한가하게 레너드씨의 집에가서 일을 마쳤다고 보고할 바보는 아니다. 일단 촌장님의 집이나 자경대원의 사무소에 가서 보고해야 겠지만, 나는 집으로 달리고 있었다.

엄마를 만나고 싶었다. 너무도 불안해서, 지금이 아니면 엄마를 볼수 없을것 같았다. 늘 담배나 피고 무관심한듯 나를 보는 어머니지만, 언제나 나의 편이었던 어머니를 보고 싶었다. 오늘은 엄마가 비번이니까. 집에 있겠지.

마을의 골목을 돌아 집으로 향했다. 집의 문을 벌컥 열어 젖히고 소리쳤다.

"엄마! 나 오늘 죽을뻔 했어요."

엄마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너무나도 평화스러운 광경, 활짝 핀 꽃이 그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있겠지.

"그래? 임팩트한 하루였구나."

여전히 내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녀는 조용히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누가 보면 내 말을 믿지 않고 있거나,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태평하다.

"엄마, 저 칼에 베였어요. 어쩌죠?"

"창고에 술이 있으면 소독이라도 해."

나는 그말을 듣고 재빨리 창고로 향해서 뒤지기 시작했다. 여러 쓰잘데기 없는 물건들이 보인다. 엄마는 버리는걸 싫어해서 늘 창고엔 쓸데없는-내가 보기엔 쓸데없어 보인다-물건들이 있었다. 하지만 술은 없었다.

나는 따끔거리는 가슴을 보았다. 이미 피는 말라있었지만, 아프긴 아프다. 정신없이 도망쳐 와서,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이 없어서 생각하지 못한게 또 있었다. 우리마을엔 술이 귀하다. 이곳은 목축마을이고, 곡식은 재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평원이 많은 국가라서 곡류는 비싸지 않지만, 곡물들이 걸어 오지 않는 이상, 운송료가 붙어서 비쌀수 밖에 없다. 술을 수입해 오는거 보다 곡물을 수입해서, 만드는게 더 싼게 당연하니 술자체를 수입해 오는건 바보짓이지.

어쨌건 이렇게 비싼 술을 지독하게 돈을 아끼는-비싼 담배를 아끼는건 한번도 못봤지만-엄마가 술을 사둘리 없는것이다.

"엄마 술이 없어요."

"그래 그럼 침이라도 발라둬."

엄마는 여전히 고개도 돌리지 않은체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퉁명스럽지만, 너무나 엄마다운 대답이다. 나는 아직  내 일상이 부서지지 않았다는걸 느낀후, 마음이 따뜻해지는걸 느꼈다. 나는 늘 하던대로 볼을 부풀리고, 투정하기 시작했다.

"엄마 정말 우리 엄마 맞아요?"

엄마는 즉시 대답했다.

"물론이지. 5계월때 옹알이와 이유식을 했고, 1살때쯤 걸어다녔던가.. 그리고 13살때까지 이불에 지도를.."

"아! 엄마 맞아요."

나는 다음말을 막아 버렸다. 인상을 찌뿌리는 척했지만, 즐겁다.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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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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