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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the_Code] 흩어진 기억

2007.08.07 01:57

Set_Age 조회 수:263

순간
주변이 강한 흑자(黑紫)색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한 작은 마을이 황야로 변했다.


수 분 후
이 비정상적인 이변을 확인하기위해 한 부대가 그 지역으로 갔다.
그 중심엔 머리에 뿔이 없는 인간이 한명 서 있었다.

"뿔이...없어..."
"대장, 벌써 죽은것 아닐까요?"
"...어이, 거기 자네!"
대장이라고 불린 사람은 그 인간을 향해 소리쳤다.
인간-아직 20대도 안되어 보이는 머리에 뿔이 없는-은 이제서야 그 부대를 발견한듯이
부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네놈은 누구고 어째서 여기에 있는것이냐!"
"에...에? 어...라? 내가 누구지?"
그 뿔이 없는 인간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저기, 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아니, 그것보다, 내가...누구지?"
뿔이 없는 인간은 기억을 잃은듯 했다.
"대장, 아무래도..."
"아..."
부대의 대장은 뿔이 없는 인간에게 접근했다.
"자네, 기억을 잃은듯 싶은데 우리도 지금 막 온 터라 상황을 잘 모르네. 우리가 보호해줄테니, 함께 가겠나?"
그 말의 내용은 다친 사람을 도와준다는듯한 말이었지만,
그의 말투에선 위험한 물건, 혹은 범죄자를 대하는듯한 투가 역력했다.
"아...예..."
뿔이 없는 인간도 현재 상황에 달리 방도가 없는듯 하여 그들의 말에 따르기로 하였다.


그가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기본적인 상식, 지식등은 남아있는듯 했다.
"어이! 뭐하는거야! 보호해준다며! 어째서 이런곳에 넣어두는건데!!"
뿔이 없는 인간은 철창을 손으로 흔들며 소리쳤다.
하지만 대답은 없다. 지키는 병사 한명도 없다.
"젠장...뭐가 어떻게 된거야..."
뿔이 없는 인간은 감옥에 있었다.
여러개의 감방이 있지만, 갇혀있는건 그 혼자 뿐.
"젠...ㅈ..."
문득, 그의 눈이 풀렸다.
허공을 초점없이 처다보며.
"아...그렇구나. 응, 그렇네. 음...그럼 되잖아."
하하하-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한다. 목소리에도 높낮이가 없다.
"그게 맞다면 걱정할것 없어."
미소지은 그의 입이 기분나쁘게 찢어진다.
그리고-
눈의 초점이 돌아온다.
"장...배고프다고..."
다시 정상적인 눈과 목소리로 말한다.


병사들이 뿔 없는 인간을 끌고간다.
그의 손목엔 쇠사슬이 묶여있다.
"그나저나 폐하께서 직접 데려오라고 하시다니, 역시 보통 일이 아닌가보지?"
"아무래도, 뿔도 없잖아. 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것아니야?"
병사들의 말투에서 심각함이 느껴진다.
커다란 문이 열린다.
문 안으론 붉은 양탄자가 길게 깔려있고 그 끝엔 커다란 의자-왕좌-가 있다.
뿔이 없는 인간이 끌려들어가면서, 양 옆의 신하들은 쑥덕거린다.
"죽은..."
"인간이 아니야..."
"사신..."
"재앙을..."
"죽음을 몰고올거야..."
병사들이 왕좌 앞에 그를 무릎 꿇어 앉히고 양쪽에서 창으로 그의 목을 겨눴다.
"폐하, 이전 폭발사건때 폭발의 중심에 있었던 이인(異人)을 데려왔습니다."
밝은 피부에 은발에 가까운 금발, 뾰족한 귀, 이마에서 나온 검정색 긴 뿔이 머리 위 뒤쪽까지 자라있다. 그리고 금빛 눈동자.
국왕은 뿔 없는 인간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자네, 이름이 뭔가?"
"...모릅니다."
뿔 없는 인간도 그의 위엄에 눌려 무의식 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아아, 기억상실이라 그랬던가."
국왕의 차가운 눈빛과 다르게, 그의 말에는 뜨거운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어제, 성기(聖紀)931년 1월 31일, 우리 로크(Rok)국 수도 옆 한 마을에서 커다란 마력 폭발이 일어났다. 이 마력은 우리 로크국 역사상 관찰되어진적 없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마력이었으며 이 폭발로 인해 마을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수많은 사상자가 있을것으로 추정된다. 또 폭발 직후 주변에 결계를 설치해 물리적으로도, 마법으로도 병사들 외에는 출입할 수 없게 해 놓았다. 하지만 폭발의 중심엔 자네가 서 있었다. 그렇다는건 폭발 처음부터 그 곳에 자네가 있었다는것이지. 그리고, 지금 자네에게서 그때 관찰된 마력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생명에너지가 느껴진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사실.
"내가...그랬다는 겁니까?"
뿔이 없는 인간의 표정에선 두려움이 감돈다.
"확신할 순 없지만 지금으로선 그렇게 생각이되지."
국왕이 말을 잇는다.
"물론 자네는 기억을 잃었고, 자네에게선 마력도 느껴지지 않고 무엇보다도 뿔도 없지만, 그 외에 달리 생각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것이지."
"전 어떻게 되는겁니까?"
뿔이 없는 인간은 더욱 더 공포에 질렸다.
"원래라면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그냥 처벌할 순 없지. 하지만 지금 이 일로 인해서 난 300명이라는 백성을 잃었어. 이때문에 다른 백성들은 분노하고 공포에 떨고있지. 거기다...자네는 뿔도 없고..."
불길한 예감.
"백성들의 공포와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죽어줘야겠네. 당장 내일이라도 공개처형을..."
"아바마마~"
왕좌 뒤편, 휘장의 뒤에서 한 소녀가 종종 걸음으로 뛰어나온다.
긴 금발에 아직 짧지만 국왕과 같은 검은 뿔. 그리고 금빛 눈동자. 이 나라의 공주인듯한 14~5세 정도의 소녀가 나오는
순간-
뿔이 없는 인간의 눈이 다시 변했다.
초점 없는 차가운 눈은 소녀를 향했다.
그는 몸을 비틀어 병사들의 창에서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다리를 팔 사이로 넣어 쇠사슬에 묶인 팔을 앞쪽으로 뺐다. 여기까지 2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창을 겨누고 있던 병사의 허리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그 병사의 배를 양 발로 강하게 차며 그 도약력을 이용해 왕좌쪽으로 뛰어-날아갔다. 그는 왕좌 옆에 착지하자마자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 방금 나온 소녀에게로 향했다.
그는 쇠사슬에 묶인 양쪽 팔로 그 소녀의 목을 감은 뒤, 검을 목에 향했다.
5초도 걸리지 않은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 이었다.
대처하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던 시간이지만, 그의 전광석화같은 움직임에 병사들도, 국왕도, 소녀도 순간 넋을 잃고 대처하지 못했다.
"전부 정지."
뿔이 없는 인간은 억양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챙-웬만해선 절대 끊어질 일 없는 쇠사슬이, 그가 병사에게서 뺏은 검으로 한번, 종이 베듯이 그으니, 잘렸다.
단발 미소와 함께, 그는 한팔로 소녀를 안고 소녀가 나온 휘장 뒤로 달렸다.
"이오!!"
국왕이 소리친다.
"뭐 하느냐! 어서 이오를 구하고 그녀석을 잡아와! 녀석은 죽여도 된다!"
그제서야 병사들은 뿔이 없는 인간을 쫓아가기 시작한다.

휘장 뒤쪽은 왕족의 침실로 이어진 복도였다.
뿔이 없는 인간은 왼팔에 소녀를 안고 오른손에 검을 쥐고 복도를 달리고 있다.
그때 뒤에서 병사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 살려주세요!"
소녀는 뿔이 없는 인간의 팔 안에서 두려움에 울먹이며 떨었다.
"킥킥-"
이런 상황에서도 그의 초점 없는 눈은 즐겁다는듯이 웃고있다.
뿔이 없는 인간은 복도에 있는 촛대로 한 창문을 깨버렸다. 그리고 소녀를 안은채로-그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멀리서 달려오던 병사들은 경악했다.
"저, 저런! 7층에서 뛰어내리다니!!"
"꺄아아아악!!!!"
소녀의 비명소리만이 길게 울려퍼졌다.
병사들이 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곳엔-
"살려줘요!"
아무렇지도 않게 착지에 성공한 뿔이 없는 인간과 그의 팔 안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뿔이 없는 인간은 계속 달렸다.
"살려,"
"닥쳐라. 계속 시끄럽게 소리지르면 진짜 죽인다."
"흡!"
소녀는 비명을 그쳤다.
"민가...아니, 창고정도가 좋겠군. 적당히 작으면 좋지. 원거리 저격을 피해야 하니 창문은 닫을 수 있는게 좋겠지...유도형이나 조종식 마탄은 그 안에까지 조종하기 힘들거고...아니, 그 전에 이 애가 있을테니...너, 직책이 뭐냐."
그가 쉼없이 혼자 중얼거리다 소녀에게 묻는다.
"에, 에? 저요? 전...왕녀 인데요..."
"왕녀...킥-왕녀가 있으니 애초에 마탄은 사용이 불가능 하겠군. 그렇다면 직접 공격하는 수밖에 없다는건데...그것도 왕녀가 있으니 괜찮겠지..."

작은 창고로 들어갔다.
망가진 물건등 잡동사니를 모아놓는 곳이다.
"일단 여기서 쉬어야겠군..."
말이 끝남과 동시에 뿔이 없는 인간의 눈이 되돌아왔다.
하지만-
"아..."
뿔이 없는 인간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 아, 아아...으아..."
"저, 저기...괜찮아요...?"
소녀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봐준다.


뿔이 없는 인간은 이 상황을 알게되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과 대책등을 강제로 그의 머리속에 주입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뿔이 없는 인간, 자신은 그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그저-자신이 지금 해야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뿔이 없는 인간은 창고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진 끝에-그는 낡은 총을 한자루 발견했다. 손잡이 아래에 쇠사슬이 달려있는, 중세에나 쓰였을법한 한손용 화승총이다.
"너, 그러니까...이름이?"
"에? 저, 아...이오라고 해요."
이오는 깜짝 놀라며 답한다.
"이오, 넌 이런것을 본 적 있나? 꼭 똑같이 생긴것이 아니어도 돼. '총'이라고 하고 쏘면 총알이 발사되는 무기인데."
"아니요, 처음 보는데요..."
"알았다."
뿔이 없는 인간은 총을 허리에 꽂아넣으며 생각했다.
'이 세계엔 존재하지 않는 무기다. 이건...내가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이곳에 있던 무기다. 내 머리속의 지식들이 맞다면...'
"저...당신은 누구시고 왜 이런 짓을 하시나요...?"
이오가 뿔이 없는 인간에게 묻는다.
"...난 세트. 아까까진 기억이 없었는데 방금 웬만큼 다 생각났다. 난 이곳과 다른 세계에 있었다. 어제 일어난 폭발 사건 알지? 그건 내가 이 세계로 옮겨질때 그 파동으로 일어난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런것은 아니야. 누군가에의해 강제로 옮겨지고, 그때문에 일어난거지."
뿔이 없는 인간은 자신을 세트라고 소개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쨌든-그 폭발때문에 공개처형 당하게 생겨서 일단 널 납치해서 도망친거다. 해치진 않을거야."
"저, 이제부턴 어떻하실건가요?"
"일단...어딘가 몸을 숨길곳을 찾아야겠지...그리고 식사나...하아-막상 저지르고보니 막막하네...어쩌다 이렇게 된것일까..."
세트는 눈을 가리며 공허하게 웃는다. 이 눈물을 이오에게 보여주고싶지 않다.
"그, 그래서 말인데요...제가 보호해 드릴까요...?"
"에?"
"제가 보기에 세트씨는 나쁜 사람이 아닌것 같아요. 그, 뿔이 없는건...조금 무섭지만...어쨌든! 성엔 믿을 수 있는 하인들이 몇몇 있으니 그 사람들 시켜서 세트씨가 들어올 수 있게 해줄게요. 그리고 제 방 안에 작은 방들이 몇개 있으니 그중 한곳에서 지내면..."
이오의 대담한 제안.
"하아, 날 죽이려 했던 자들의 본거지로 들어가라는건가."
"그, 그렇지만!"
"좋아! 널 믿어보마, 이오. 어쨌든 고맙다."
이오 몰래 눈물을 닦아낸 세트는 다시 웃음지었다.
'내 지식들이 맞다면...이 세계는 내가 최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다만 거기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은 나 자신.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틀리지 않을것이다...난 나 자신을 믿고 움직이면 돼. 난...죽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지식들이 그의 자신감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자만하는것은 아니다.
세트는 계속해서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의 정보가 계속해서 그의 생각을 가로막는다.
'어떻게 하든...이 세계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



"...너무 고문서 쪽으로만 생각했어..."
세트의 주변엔 척 보기에도 숨이 막힐것같이 두껍고 오래된 책들이 수십권씩 쌓이고 널려있다.
"이 세계에선 너무나 흔한 일이었을텐데..."
그는 그 책들을 수레에 싣는다.
"죽은 자...사신이라...그런 의미었구나..."
수레를 밀면서 수십권의 책들을 하나하나 다시 꽂는다. 한참을 꽂은뒤-그의 손에는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듯 싶은 마법에대한 기본적 지식을 다룬 새 책이 들려있었다.
"뿔은 마력의 원천. 이 세계의 인간들은 모두 뿔을 가지고 있다...태어나자 마자는 뿔의 뿌리만 있는 정도이며...이런건 됐고. 뿔의 색이나 형태는 신분을.....................인간은 죽으면 마력이 몸에서 빠져나가며 뿔도 마력체로 바뀌어 소멸해버린다..."
이 세계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고있을 상식.
"결국...이 세계에서 뿔이 없는 인간은 죽은 인간 뿐...내가 뿔이 없었음에도 살아 움직이니 사신(死神)이라 불린거로군..."
흔하지 않은 정도를 뛰어넘어, 역사적으로 단 한번도 없었고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존재. 그런 존재는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탐구심과 호기심 보다는 두려움과 재앙으로 느껴진 것이다.
"그래서 나를..."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죽어주지않는다-세트는 다짐했다.





Set Age : Ancestor
내가 이 세계에 온것이 잘못된 것인가.
내가 알지 못하던 것들이 일어난다. 가끔 기억이 끊긴다.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솟아오른다. 내가 가지고있지 않던 지식들이 머리속을 헤집는다.
두렵다. 하지만 믿을 수 밖에 없다. 이 세계에서 난 '혼자' 이다. 모두가 나와는 다른 존재이고...
성격이 바뀌었다. 스스로 말하는것도 이상하지만, 이전의 나는 이렇지 않았다. 좀더 우유부단하고 모든걸 태평하게 즐기는, 그런 성격이었다.
알 수 없는 강함이, 나를 바꾸고 있다.





세트는 이오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었다. 그녀의 방엔 작은 방들-응접실, 드레스룸 등-이 여럿 있어서 그곳들중 한 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일절 금하고 지내고있다. 이오의 직속 하인들 몇몇도 사정 묻지않고 세트를 도와주었다. 낮엔 주로 책을 읽거나 간단한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밤엔 이오의 말상대를 해주며 지냈다. 그리고 심야엔 다음에 읽을 책을 가지러 하인과 왕실 서고에 갔다. 그런 일상의 반복이었다. 용케 들키지 않으며. 아니, 들키지 않았다고 믿으며...


"폐하...어찌 하시겠습니까? 상황으로 봐서는...왕녀님께서 누군가를 숨겨주고 있는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숨어있는 자가 그자일지도..."
"확실히...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만...이오가 저렇게까지 하는것을 보면 어떻게 할수가 없네..."
국왕은 근심에 찬 얼굴로 얘기한다.
"하지만 저대로 놔둘 수는...!!"
"하지만, 그 일 이후로 이오가 더 밝아지고 좋아보인다는것도 사실이네. 그리고...우리가 먼저 뭔가를 하려고 했다가 이오에게 해가 갈 수 도 있어. 함부로 어찌 할 수가 없네. 지금은...지금은..."







이오는 처음 봤을때처럼 착한 소녀이다.
그리고 순수하다. 죽은 자라고 불리는 나를 아무 거리낌 없이 대해준다.
호기심도 많다. 내가 있던 세계에 대한것이라면 무엇이든 궁금해 한다.
하인들도 나를 똑같이 대하지만, 이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세계에서...
이오만이 단 하나의 안식처이다...







세트는 벌판에 서 있다. 등 뒤로는 로크국의 부서진 성문. 그가 나올때 부순 것이다. 이곳이 뚫리면 적국 병사들이 성 안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되면 설사 그것을 막아낸다 하더라도 수많은 백성들이 죽고 다칠것이다. 저 멀리 수많은 적국의 병사들이 진격해 오고 있는것이 보인다.
-...-


이웃 국가에서 쿠테타가 일어났다. 로크국보다 훨씬 거대한 국가이지만, 두 국가의 국왕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 여지껏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왕이 바뀐 지금, 전쟁이 시작됐다.


-...-
수백의 군대들은 계속해서 조금씩 전진해온다. 하지만 그에 대항하는 인원은 단 한명. 더군다나 그는 맨손이다. 강력한 마법사라면 분명 아무 무기 없이도 혼자 수십, 수백명 분의 능력을 갖지만, 그는 마법사가 아니다. 그저 그의 허리에, 낡은 화승총 한자루가 껴 있을 뿐이었다.
-?-


세트는 이오로부터 그 소식을 들었다. 패할것이 분명하다. 그냥 지는 정도가 아닐것이다. 국왕은 처형당할것이고, 이오는 하녀나 노예로 끌려갈것이다.
...
그냥 보고있을 수 있을리가 없다.


-?-
세트는 허리에서 총을 뽑았다. 총알을 집어넣지도 않고, 가슴 높이쯤에서. 검으로 베듯, 좌에서 우로 총을 한번 휘둘렀다.

──
───
흑자색 섬광이 번쩍였다. 그리고 세트의 앞쪽으로, 그의 총이 지나간 위치로 흑자색 광선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전방, 광선이 지나간 위치에 있던 적들-모든 적들-이...
-!-


적들이 성벽에 거의 다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병사를 내보내봤자 이길 수 없다. 로크국의 국왕은 성 안에서 전력으로 방어하기로 결정했다.




성문이 폭발했다. 내부에서 폭발한것이다. 그 폭발을 따라...세트가 성 밖으로 걸어나간다.
"저, 저자는!!!"
국왕과 신하들이 그의 모습을 보고 기겁한다.
"적의 스파이였던것이냐!!"
성문이 뚫린 이상, 적군의 침입은 간단하다. 아마...오늘 안으로 함락될지도 모른다.




-!-
"사신..."
"저, 저건...!"
그들은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저 자가 마법을...?!"
"마법이 아니네..."
국왕이 말했다. 그의 얼굴엔 적을 물리쳤다는 기쁨따윈 없었다. 분명 기록에 남아있는 대마법사들은 혼자서 수백의 병사들을 한번에 날려버렸다는 기록이 있긴 하다. 만약 '사실 세트는 그런 대마법사였다' 라는거면, 국왕은 마음을 바꿔먹었을지도 모른다.
"마력이 아닐세. 그는 자신의 생명을 깎아서 그 생명을 공격으로 방출해 낸것이네."
국왕과 신하, 군사들이 자신들의 눈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세트가 수백의 군사를 한번에 말살시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적들을 섬멸하고 난 뒤, 그의 뒤에서 또 한명의 세트의 형상이 보였기 때문이다.
"저 자는...진정으로 사신이었다는 말인가..."
또 한명의 세트는, 그렇지만 그와는 많이 다른 생김새였다. 해골같은 얼굴에 뼈같은 손...무엇보다 몸의 왼쪽 절반정도는 흩어진 안개처럼 존재하지도 않았다.
털썩-
세트가 쓰러지고, 그의 뒤에 보이던 사신의 형상 역시 안개처럼 흩어졌다.




세트는 침대에 누워있다. 지금은 안정됐지만, 고열이 오르고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졌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서, 이오는 그의 손을 잡은채로 앉아있었다..
"......"
그리고 막 방에 들어온 국왕은 그 모습을 언짢은 표정으로 보고있었다.
"어쩔 수...없는건가..."


세트가 적의 대군을 몰아내고 이틀 후. 그는 겨우 눈을 떴다. 언제나 신세지던 이오의 방에 붙어있는 골방이 아닌, 좀더 제대로 된 방이다. 오른손에 온기가 느껴져 보니 이오가 그의 손을 쥔채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는 무심코 그녀의 얼굴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바로 코 앞에, 그녀의 고운 숨결이 느껴진다. 작고 붉은 입술이 자꾸 눈이 간다. 뿔이 없는데도...자신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을지도 모르는데...자신이 기절하기 전엔 적군이라고 하지만, 수백의 사람의 목숨을 스스로의 의지로 끊었는데...그럼에도 이 소녀는 자신을 걱정해주며 여기 와주었다. 너무나도 고마웠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작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너무나도 부드럽다-라고 생각했다.
"음..."
이오가 작은 소리를 냈다. 세트는 깜짝 놀라 입술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
"으응, 아! 세트씨! 깨어나셨군요! 다행이야...전...무슨 일 생기면 어쩌나 하고..."
이오는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미소지었다.
"다행이야...다행이야..."
"이오..."
이오가 세트의 품에 안기었다.
"세트씨, 이제 이런일 하지말아요. 위험한건 하지말아요. 아바마마도 이제 세트씨를 어떻게 하실것같지 않아요. 이제...저랑 함께 있어주세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까지도 계속 같이 있었잖아."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인식해왔다.


"그럼...아까 한것을, 다시 해주시겠어요?"
"어?"
이오는 눈을 감았다.


길지 않지만 서로에 대해 무언가를 알 수 있게 하기에 충분했던 시간.


"아..."
세트는 말 없이 그녀의 얼굴에 다가갔다. 그리고-두 사람은 다시한번 입을 맞추었다.







이오의 기사가 되었다.
이웃 국가에서의 침공의 기미도 없다.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에는 두려움밖엔 남지 않았다. 그나마도 이젠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
분명 잘 된 일일것이다. 그럼에도 불안하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이 아니다. 아니, 지금이라면 오히려 이곳에 남는것을 택할지도 모른다.
모르겠다...머리속의 지식들도 이 불안에대한 답을 해주지 못한다.
두려워진다...







===============
"이것이...[그]가 만들어가는 세계...나와는 다른 세계..."
여성은 눈물짓는다.
"당신은...이 이야기의 끝에 무엇을 만들기위해 그러시나요?"
여성은 허공에 외친다. 하지만 곧-눈물을 닦는다.
"아니야. 난 할거야. 해야만해. [그]를 다시한번 만나기 위해선..."
여성이 사라졌다.
===============






"왕녀님, 왕녀님! 일어나세요 왕녀님!!!"
하인이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이오는 부스스 잠에서 깨어난다.
"무슨 일이죠? 아직 한밤중이잖아요?"
"왕궁이 습격당했습니다. 어떻게 된건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성 이곳 저곳이 불타고있습니다. 어쨌든 여기 있으면 위험할거에요. 어서 안전한곳으로 피하십시오."
이오는 당황하며 침대에서 내려온다.
"아, 저, 아바마마는 무사히 피하셨나요? 그리고 세트씨는 어디 있나요?"
"폐하께선 먼저 안전한 곳으로 피하셨습니다. 세트씨는 저도 모르겠어요. 아까부터 보이지 않아요."
"세트씨..."
"세트씨라면 괜찮을거에요. 일단 지금은 왕녀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세요."
"으응..."


성이 불타고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성은 붉은 산을 이루고있다. 이 건물도 타고있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
이오와 하인 달린다.
"저...어디로 가는거죠? 그쪽엔 몸을 숨길만한 곳이 없을텐데..."
순간, 하인이 이오의 몸을 잡고 안아올렸다.
"뭐, 뭐하는건가요?!"
하지만 하인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그에게선 생명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인은 이오를 안고서 어딘가로 달린다. 여성의 몸에서 낼 수 있는 힘이나 속도가 아니다.
"어디로 가는건가요?! 어, 여긴..."
왕좌가 있는 방이다. 방 안에선 칼이 맞부딛치는 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린다.
"커헉!"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하인이 방 문을 열았다. 그 방도 불타고있어 당장이라도 무너져 버릴것 같았다. 그리고 그곳엔...
"세트...씨...?"
세트의 손엔 검 한자루가 쥐어져 있었고-그 검엔 국왕이 찔려있었다. 세트가 검을 뽑자 국왕은 바닥에 쓰러졌다.
"아, 아바마마? 아바마마?! 아바마마!!!"
하인의 손에서 벗어난 이오는 국왕에게 달려갔다.
"아바마마! 아바마마! 괜찮으세요?! 정신차리세요!!"
하지만 국왕에게선 이미 대답이 없었다.
"이, 이오...나, 나는..."
"왜, 왜!!!"
이오가 소리친다.
"왜 아바마마를 죽였어!!!"
그녀가 분노를 표출한다.
"이오, 내 말을 들어봐! 이건 내가..."
"이 불도 세트씨가 지른건가요? 국왕의 자리가 탐났어요?! 저랑 결혼했으면 다음 국왕이 될 수 있었을텐데, 그때까지 못기다리겠던건가요?!"
"아니야...난, 그런게...!!!"
"시끄러...!!! 아,"
털썩-그녀가 쓰러진다. 그녀의 뒤에는 그녀를 안고 온 하인이 서 있었다.
"네놈은...?! 이오에게 무슨 짓을 한것이냐!!"
"훗, 어리석은 존재여."
하인의 옷이 가루처럼 흩어진다. 그 자리엔-정장 차림의 한 청년이 서있었다.
어깨까지 오는 긴 흑발에 검은 눈을 가진 뿔이 없는 청년.
"세트 에이지(Set Age)...'세대를 설정한다' 인가? 후후후...하하하하!!!"
"...새벽의 명성..."
"하하하!!! 기억해주는구만!!! 나를!! 이거 정말 기쁜걸?! 흩어진(渙) 기억(記)이여!!!"
남자는 유쾌하다는듯이 광기들린 소리로 웃는다.
세트는 깨달았다. 이 세계의 의미를. 자신이 이 세계에 있는 이유를.
"루시퍼...네놈!!!"
세트는 루시퍼라 불린 청년에게 검을 휘두른다. 루시퍼는 재빠르게 국왕이 쥐고있던 검을 쥐어 세트의 검을 막아낸다.
"하하하!!! 즐겁군!!! 다시 너를 만나서, 이렇게 검을 맞대고 싸울 수 있다니!!!"
순간, 불에 탄 천장이 무너져 내린다.
"이오!!"
세트는 재빠르게 이오를 안아들었다.
"싸우는데-한눈팔지 말라고, 세트!!!!"
틈을 노리지않고 루시퍼의 날랜 검이 찔러들어온다.
"크헉,"
세트는 몸을 피했지만 루시퍼의 검은 세트의 옆구리를 베고 지나갔다.
"겨우 그딴 쓰레기년 한마리 때문에, 나와 너의 신성한 싸움은 의미를 잃고 타락했다. 용서할 수 없어...용서할 수 없다고!!!!!"
루시퍼는 멈추지않고 검을 휘두른다. 한손에 이오를 안은 세트는 그 공격들이 이오에게 닫지 않도록 쳐내는것 만으로도 버겁다.
"다시한번 묻지! 넌 [그녀]를 사랑하던것이 아니었나?! 사랑했기에 [그녀]를 얻기위해 나와 끝없는 싸움을 시작한것이 아니었나?!"
세트는 루시퍼의 공격에 밀려 창가까지 몰렸다. 그러자 그는 아랑곳않고 창문을 깨고 밖을 향해 뛰어내렸다.
"다시한번 답하지! 나 역시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더 소중한 존재를 발견하고, 그 존재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포기했다!!!"
세트는 바닥에 착지해 달렸다. 루시퍼도 바로 따라 착지해 그를 쫓아갔다.
"그건 안되겠어! 우리의 싸움은 신성한 싸움이야! [그녀]는 여신과 같은 존재라고! 그녀를 위한 싸움 그 자체가 우리의 존재의 의의다! 다른 감정은 일절 필요없다고!!"
세트는 나무밑에 이오를 눕혀놓고 루시퍼와 대치했다.
"난 인간이다. 인간의 감정은 자유롭고. 아무리 여신이라해도, 내 감정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다!!!"
그리고 다시한번 루시퍼에게 달려든다. 루시퍼도 그를 용서하지않고 검을 맞받아친다.
"설사 [그녀]가 묵인한다해도...[그녀]가 용서한다해도, 내가 용서할 수 없다!! 너와 나의 맹세는 모두 짖밟혔다! 너와 우정을 함께 해왔던 나날은 네놈때문에 전부 한낱 환상이 되어버렸어!!!"
루시퍼는 거대한 마력을 몸과 검에 싣는다.
"네놈을 죽이겠다, 세트 엔세스터(Set Ancestor)!!!!"
"난 절대 뺏기지 않을것이다, 강진하(姜眞河)!!!!!"
세트도 그의 검을 고쳐잡고 달려갔다. 하지만 그의 검엔 아무 마력도 실려있지 않았다.
채앵───
단발의 금속음이 울려버진다.
"크헉, 크아악!!!"
세트가 쓰러진다. 그의 가슴엔 깊은 상처가 남아있다. 엄청난 피가 쏟아져 나오며 숨을 쉴때마다 입에서도 피가 세어 나온다.
"어리석은 자여, 세트여."
세트는 쓰러진 채로 왼손을 허리춤에 댄다. 그곳엔 낡은 화승총이 한자루 꽂혀있었다. 하지만-팔엔 그것을 뽑을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그는 오른손을 루시퍼를 향해 들었다. 그러자-
철컥-
그의 오른손엔 또 한자루의 낡은 화승총이 쥐어졌다.
촤르륵-
손잡이에서 나온 쇠사슬은 왼쪽 허리에 꽂혀있는 총의 손잡이에서 나온 쇠사슬과 이어졌다.
"네, 네놈! 무엇을?!"
탕─
루시퍼를 올려다보며, 그는 오른손 검지에 힘을 쥐었다. 그리고 총구에선 둥근 납덩이가 발사되었다. 그 납덩이의 의미를 알지못하던 루시퍼는, 그것이 자신의 심장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까지 잠시의 시간이 걸렷다.
"읏, 으윽..."
루시퍼가 쓰러졌다. 그의 호흠 또한 멎었다.
"하아, 하아..."
세트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일어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


세계가 정지했다.
세트를 제외한 모든 색상이 반전됐다.
.....
하지만 그 외의 세계의 구성원들은 그것을 느낄수 없다.
세계가 정지했다는 것은-그들 자신의 신체의 모든 기능과 함께 그들이 살고있는 행성과 우주의 모든것이 정지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지했다고 느낄수 있는건 이 세계의 관찰자가 이 세계의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계보다 한단계, 혹은 그 이상, 높은 차원(이라는 말밖에 표현을 할수 없을것이다.)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정지한 세계에-반전된 색상의 세계에 유일하게 정상적인 색상을 가진 여성이 서있다.
───이런 여성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서있을 뿐이다.


"당신...은..."
어느새 세트의 가슴에서 피는 멈춰있었다.
"이것이...[그]가 만들어가는 세계...나와는 다른 세계..."
여성은 눈물짓는다.
"당신은...이 이야기의 끝에 무엇을 만들기위해 그러시나요?"
여성은 허공에 외친다. 하지만 곧-눈물을 닦는다.
"아니야. 난 할거야. 해야만해. [그]를 다시한번 만나기 위해선..."
여성이 사라졌다.
"아아...그런...것이구나...그래...난..."


────────────────────────────────────────────────


세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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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감히 꿈사에 올리는 첫 작입니다.
며칠 전 꿈사 복귀보다 이전-6월17일-제 블로그에 올렸던 녀석이죠.
그걸 복귀 기념으로 올려봅니다...랄까
복귀 기념치곤 너무 늦었다(←)
아무쪼록-앞으로도 열심히 써보렵니다.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충고와 비판, 모두 달게 받으며 더 나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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