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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릉- 따르르릉- "

조용한 방에 전화기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댄다.

평소에 시계의 타임을 맞춰두지 않았기때문에 근처에서 들리는 소리도 아니었지만 굉장히 거슬렸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

몸을 뒤척여본다. 전화에게 아직 졸리다는것을 호소하듯이 뒤척였지만 기계한테 이런게 통할리가없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전화쪽으로 비실비실 걸어간다.

그다지 먼거리는 아니었지만 걸어가는 도중에 침대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선전화기를 들어 침대쪽으로 다시 걸어가면서 통화버튼을 눌렀다.

"누구세요."

"..."

"...? 누구세요?"

짜증이 났다. 아침부터 장난전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전화기에서 귀를 살짝 떨어트렸다.

"유!!!도!!!화!!!!! 뭐하고있는거야!"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유도화, 분명 내이름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봤다. 12월 24일 토요일.

최악의 날이었다, 공휴일과 토요일이 겹치다니.

귀에서 살짝 띄어놓은 전화기를 다시 다잡았다.

"미즈키, 아침부터 무슨일이야.."

미즈키. 10년전부터 알고지낸 친구

현재는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고있다, 10년씩이나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같은 반이 된적은 거의 없다.

성은 사사키.

맞나? 맞을것이다, 벌써 10년씩이나 같이 지냈기때문에 자신할수있다.

사람들이 세상에 관심이없고 기억력도 안좋다고 하지만, 적어도 친구의 이름정도는 기억할수있다.

"아침부터 무슨일이냐니? 쇼핑가기로 했잖아! 바보녀석!! 10시까지 나오라고했는데! 11시까지 태평하게 자고있다니!

맞을래? 어? 맞고싶어? 뭐? 아침부터 무슨일이냐고? 엉?"

...터졌다.

원래는 성격도 온순하고 별로 화를 내지않지만.

약속을 어기는것을 엄청나게 싫어한다.

그리고 한번 터지면 부모님이 한트럭이 와도 말리기가 힘들다.

뭐, 사람 말리는데 수가 중요한건 아니지만.

일단은 수습을 해야했다. 미즈키가 언급한 덕에 기억도 낳고 잠도 확 깼다.

"아 미안 미안, 최대한 빨리 갈께 아침 먹고 바로 나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 싫어."

...

매정하다.

냉정하다

차갑다.

무섭다.

솔직히, '알았어 그럼 안갈께'라고 말하고 잠수 타고싶지만.

그러면

죽는다.

분명히 학교에 적어도 쇠파이프정도는 들고올것이다.

중학교때 귀찮아서 아무말도 없이 잠수를 탄적이있었는데.

짱돌을 들고왔다, 그것도 2개씩이나.

그때까지는 정말로 그걸 사용할꺼라고 믿지않았지만.

실제로,그 살인병기는 내 얼굴을 가볍게 스쳐지나갔었다.

일단을 진정을 시키고 굽신거려야지만 목숨을 보존할수있다.

".. 알았어, 지금 옷입고있으니까 바로 갈께"

"5분"

"네?"

"5분 줄테니까 빨리와"

"역 앞이죠?"

"응, 맨날 만나던곳"

"네, 그곳은 루이스 선수가 최고 스퍼트로 달려도 1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인데요?"

"응"

...



무섭다.

자비라는게 없다.

5분이라니, 솔직히 옷입는데도 5분은 족히 걸린다.

"싫어?"

"아뇨, 택시타고 갈깨요 기다리세요"

"응, 5분"

제길.

서비스 1분도 없다.

최대한 깔끔하게 옷을 입고 부엌으로 내려가 식빵 하나를 입에 물고 집을 나섰다.

.. 춥다.

곧장 도로쪽으로 나가 택시를 잡고 역 앞으로 갔다.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택시비를 간단히 내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미즈키는 어렷을적부터 몸이 작았기때문에 사람들이 많은곳에가면 종종 잃어버리곤 한다.

역 앞에 조성되있는 공원 안쪽으로 설치된 벤치에 홀로 앉아있는 미즈키를 발견했다.

"여어-"

미즈키는 반가운듯이 손을 흔들었다.

"미안 미안 어제 밤 늦게 자서"

"바보! 또 밤새도록 이상한 책 읽었지"

"뭐, 남의 사생활을 너무 매도 하지마시고

어디로 갈꺼야?"

미즈키는 전단지 뭉치를 내앞에 내밀었다.

첫번째 전단지에는 굉장히 화려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베르아르?"

가장 크게 적혀있는 글씨를 읽었다.

어딘선가 본적이있었다.

저번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광고에서 본적이있었다.

베르아르 외제 명품 옷점으로 꽤나 비싼가격때문에

상류 1%만 입고다닌다고 명성이 자자한 옷이다.

"이 옷을 살려고?"

미즈키는 어느 동네 바보 보는듯한 눈빛으로 보았다.

"입어보는건 공짜, 사지만 않으면 만사 오케이"

"하아, 그거냐. 뭐 상관없으려나"

우리는 몇가지 대화를 더 나누고 그자리를 떠나 베르아르로 움직였다.

5분정도 걸어가자, 시가지중에서도 가장 물좋은곳으로 도달하였다.

베르아르는 시가지중에서 가장 비싼 건물 1층에 위치해있다.

입구부터 금색으로 도색되어있었고, 가게안에 진열되있는 옷은 하나 하나 엄청나게 비싸보였다.

미즈키가 먼저 들어가고 그다음 내가 쭈뼛쭈볏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젊은 여직원이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미즈키는 친숙하게 여직원과 몇몇 대화를 하더니 여직원을 때어놓고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약 1시간동안 미즈키의 패션 쇼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둘다 심신이 지칠때로 지칠때가 되자, 미즈키는 점점 옷입는 속도가 느려졌다.

옷을 고르던 미즈키는 진열장에 걸려있는 옷 한벌에 시선을 빼았겼다.

다른 옷들에 비해서 그다지 이뻐보이진않았다.

이쁜 갈색 체크 무늬의 와이셔츠와 목도리 빨간색 미니스커트가 꽤나 귀여워보였지만.

전체적인 가게에 분위기에 비해서는 굉장히 공장제의 느낌이 크게 느껴졌다.

미즈키는 그 옷을 꼼꼼하게 살펴보더니 이번에도 탈의실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즈키는 탈의실에서 나왔다.

깔끔한 체크 무늬의와이셔츠와 빨간색 미니스커트는 미즈키에게 굉장히 잘 어울렸다.

다른 옷을 입었을때도 이뻤었지만, 이 옷만큼 미즈키의 이미지를 살려주는 옷은 없었다.

내입에서 절로 탄성이 나왔다.

"헤에- 귀엽다"

그말을 들은 미즈키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미즈키는 와이셔츠 아래에 달려있던 가격표를 보았다.

얼굴이 별로 좋아보이지않았다.

괜한 말을 한걸까?

미즈키는 다시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옷을 제자리에 걸어둔다음에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왜그래? 미즈키 왜그래?"

나는 뛰어가서 미즈키를 붙잡았다.

"별일 아니야, 지루해져서 그냥 나왔어."

미즈키의 기분이 좋아보이지않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러가지 상가들이 있었지만 그다지 내가 아는 가게같은건 없었다.

그러던중 도로 너머로 커피샾이 보였다. 평소에 미즈키가 즐겨가던 커피샾이었다.

나는 미즈키를 끌고 커피샾에 들어가 카페라떼 2개를 시키고 자리를 잡고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드라마 이야기, 저번에 주워들은 연예계 이야기, 만화이야기 소설책이야기 난 내가 아는 모든 정보를 꺼내

미즈키와 대화를 했다.

미즈키의 기분이 가게를 나올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무언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지않았다.

그때 도로 너머 아까 그 가게에서 여점원이 미즈키가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을 걸어놓는것이 보였다.

그렇다, 저 옷이다. 저 옷의 가격표를 본 다음부터 미즈키가 가게에서 나와버렸고 기분이 나빠진것이었다.

나는 섬세한 여자아이의 감정을 잘 모른다.

나에겐 이게 최선의 방책이다.

"미즈키, 나 화장실좀 다녀올깨?"

"어, 다녀와"

나는 곧장 커피샾에서 나와 옷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아까 우리를 맞이했던 여직원이 나를 반겼다. 나는 아까 그 옷을 지목했다.

점원은 신속하게 옷을 가져왔다.

"얼마죠"

"13만원이입니다, 손님"

지갑을 열었다 15만원이 있었다.

한달 생활비.

부모님이 모두 외지에 나가 계시기때문에 언제나 매달 생활비를 받아가면서 생활했었다.

남는 2만원으로 2주정도는 어떻게 버틸수있을것이다.

나는 점원에게 돈을 내밀었고 돈을 받은 점원은 영수증을 끊어 나에게 넘겨주었다.

영수증을 받아 안주머니에 대충 쑤셔넣고 문을 나서려는 순간.

급하게 커피샾에서 나오고있는 미즈키와 눈이 맞주쳤다.

"뭐하는거야! 도화!"

미즈키는 내가 옷을 사는것을 보고 당황해서 밖으로 나와서 소리를 질렀다.

이미 엎질러진물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안주머니에 있던 영수증을 찢으면서 밖으로 나왔다.

당당하게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나를 보고 급해진 미즈키는 이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정말! 내가 언제 그런거 사달래!?"

미즈키를 화를 내며 이쪽으로 오다가 신호등에 걸려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가 주위를 대충둘러보고 아무도 없음을 느낀 미즈키는 무단횡단을 시도했다.

빠앙- 빠앙-

갑자기 사거리 커브길에서 트럭한대가 튀어나왔다.

미즈키는 트럭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는 쇼핑백을 든채로 도로로 달려들어갔다.

경적소리가 시끄럽게 들렸고 바퀴의 마찰음이 점점 더 크게 들렸다.

나는 쇼핑백을 미즈키의 손에 쥐어준 상태에서 밀어냈다.

순간, 경적소리가 나는곳을 쳐다보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저 쳐다볼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세상이 느려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대로 트럭이 치고들어오는것을 볼수밖에없었다.

고개를 돌렸다.

미즈키가 도로 밖으로 밀려나있었다.

넘어져 다친것같긴 하지만 그런것까지 신경쓸수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


"다행이다.."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않았다.

무서움이 느껴지질않았다.

두려움따위는 처음부터 느껴지지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기뻤다.

어찌됬건간에 미즈키가 안전해졌다.

우선적으로 그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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