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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2장-개전-(2-1)[2]

2007.07.28 07:34

울프맨 조회 수:171


“안 돼!!”

그것이 영일이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외친 첫마디였다.
병동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분위기를 살필 필요도 없이 영일은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모든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죽음의 냄새만이 가득했던, 인기척을 찾아볼 수 없었던 병원엔 사람이 존재했다.
정문에 막 들어선 영일의 눈에 옥상에 서있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들어온 것이다.
병원 정문에서 옥상까지의 거리는 상당히 먼 거리.
일반인이라면 육안으로 쉽게 판별할 수 없는 거리였지만, 영일은 둘의 상태를 아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옥상에 서 있는 사람은 어린 소년과 성인 여성.
그러나, 놀랍게도 어린 소년은 성인 여성의 멱살을 잡고 높이 들어 올린 상태였다.
그리고 영일이 채 뭔가 어떤 행동을 취할 틈도 없이 냅다 여자를 던져버린 것이었다.

“안 돼!!”

눈앞에서 사람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5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람은 반드시 즉사. 그것을 깨달은 영일은 온 힘을 다해 낙하지점을 향해 달려 나갔다.
정문에서 낙하지점까지의 거리는 상당히 멀어서 보통의 경우라면 영일이 도착하기 전에 여자가 먼저 목숨을 잃는 것이 당연한 일.
그러나 영일은 달랐다.
영일은 믿을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정원을 가로질러 낙하하는 여성을 받아낸 것이었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쉰 영일은 재빨리 여성의 상태를 살폈다.

‘위험하다.. 빨리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어둠 속에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여자의 상태는 대단히 위독해 보였다.
그러나 영일에게 응급처치를 할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여자를 던져버린 장본인. 소년이 몸을 훌쩍 날려 영일이 있는 곳으로 쇄도해 온 것이었다.

“큭!”

간발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피한 영일은 꼴사납게도 여자를 끌어안은 채 잔디밭을 뒹구는 모습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에게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한마디 말도 없이 다짜고짜 살기어린 공격을 감행해온 소년은 곧바로 다음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돼!!!’

15살이 될까 말까한 어리고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가공할 만한 스피드와 믿어지지 않는 무시무시한 살기에 영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년은 5층에서 뛰어내린 충격이 전혀 없었는지, 착지하자마자 검을 고쳐 쥐고 영일을 향해 몸을 날렸는데, 정면에서 그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었음에도 영일은 전혀 소년의 자취를 쫓지 못했다.
그저 소년이 몸을 날림과 동시에 무작정 자리를 피한 덕분에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상대가 안 돼!!’

실전에서 직접 사용해본 적은 없었지만, 어느 정도 자신의 힘에 자신감을 지니고 있던 영일은 그 자신감마저 상실하고 있었다.
물론 영일도 아직 모든 힘을 다하진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런 사실마저도 무의미하게 만들만큼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영일을 절망의 도가니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었다.
한편, 영일의 이런 속마음과는 달리 소년은 곧바로 다음 공격을 펼치지 않았다.
자신의 공격을 두 번이나 피한 것이 예상 밖의 일이었는지 그 자리에서 멈춰서 영일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한 것. 덕분에 영일 역시 잠시 숨을 돌릴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틀림없어.... 이 녀석은....’

소년의 모습을 살펴본 영일은 그때까지 막연하게 품어왔던 추측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 녀석이 분명 오십 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다!’

새벽에 발견한 오십구의 사체.
그들 모두의 공통점은 바로 치명적인 검상을 입었다는 점이었다.
눈앞의 소년은 분명히 시퍼렇게 날 이선 장검을 지니고 있었고, 영일이 방금 구해낸 여자 역시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무수한 검상을 입은 상태였다.
누가 악당이고 누가 피해자인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
여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선 지금 즉시 도망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눈앞의 살인마에게 크게 한방 먹여주지 않고선, 영일은 도저히 속이 시원해 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이 흉악한 살인마가 순순히 두 사람이 도망치도록 놔두지 않을 것도 당연한 일.
영일은 결국 ‘크게 한방 먹이고 도망치기’로 결정했다.

‘처음이지만 해보는 수밖에 없어!!’

생각을 마친 영일은 즉시 행동에 옮겼다.
자신이 유일하게 실전에서 단 한번 사용해본 기술.
그리고 일반인에게는 다신 쓰지 않기로 결심한 기술을 발동하기 위해!

“이 빌어먹을 자식아아앗!!”

영일은 분노로 가득한 고함을 지르며 소년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십 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가녀린 여성마저 잔인하게 살해하려한 무자비한 살인귀를 두고 영일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원의 인기척이 사라진 것도 다 이 녀석이 살해했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이 미치자 영일의 가슴속에선 어느새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인한 두려움도 사라지고 만 것이었다.

갑작스런 영일의 공세에 소년은 잠시 놀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당황하는 기색 없이 곧바로 맞설 준비를 했고, 이를 본 영일은 한줄기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
이 일격이 무산되면 그의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죽음! 이 분명한 사실이 영일을 분노 속에서도 냉정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윽!!”

바람에 섞인 흙먼지로 잠시 시력을 상실한 소년. 잠시나마 빈틈을 보인 이때를 영일은 놓치지 않았다.
재빨리 소년의 바로 앞까지 파고들어가 힘차게 오른 주먹을 치켜 올린 것이었다.

“먹어랏!! 천벌. 용권! 질풍권!!!”

영일의 기합과 함께 뻗어나간 강력한 정권!
그러나 소년은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임에도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허나, 실은 정권이야말로 페인팅 모션.
영일은 승리의 미소와 함께 자신의 주먹주위를 맹렬하게 회전하는 격한 기류를 소년의 복부에 날렸다.
바람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힘. 이것이 바로 영일의 능력이었던 것이다.
팔과 주먹사이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오가며 회전하는 다섯 갈래의 압축된 풍압이 차례차례 목표물을 가격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영일이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 질풍권의 정체였다.

[쾅!쾅!쾅!쾅!쾅!]

망치로 벽을 두드리는 듯한 무시무시한 굉음이 소년의 가슴에서 울림과 동시에 소년은 그대로 몇 미터나 밀려 날아갔다.
그리고 소년이 붕 하고 날아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지도 않은 채, 영일은 여자를 끌어안고 전력을 다해 도주를 시작했다.
큰 타격을 받은 상대에게 추가로 공격을 퍼부어 살인마를 체포한다는 생각도 해볼법한 상황이었지만, 영일은 오직 도망치는 것만을 생각했다.
상대는 5층에서 뛰어내리고도 부상은커녕 초인적인 능력으로 공격을 해오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그런 상대에게 이런 꼼수가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좀 전에 경험한 소년의 가공할만한 스피드로 미루어 볼 때, 도망칠 시기를 놓치면 따라 잡힐 것은 뻔했다.
영일로선 단 1초도 주저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행히 소년은 뒤쫓을 의사가 전혀 없어보였다.
그 이유는 소년이 병원 전체에 펼쳐놓은 탈출 불가능한 결계를 믿고 구태여 쫓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었지만, 영일은 그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때문에 영일이 아무런 제지도 없이 손쉽게 정문을 통과해 도망쳤을 때, 매사 침착냉정을 유지하던 소년. 기륭조차도 크게 당황하고 만 것이었다.

어쨌든 이런 속사정을 전혀 알 리 없는 영일은 급히 여자를 순찰차 뒷자석에 태우고 그 일대를 신속하게 빠져나갔다.


‘근처 병원 응급실에 입원시키고 모두 끝인 줄 알았는데..........’

지난밤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한 회상에서 지금의 현실로 돌아온 영일은 자기 방 한편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여자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부상을 입은 연약한 여자가 병원에 배치된 경찰 병력을 따돌리고 새벽에 홀로 탈출할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한 일. 다행히 영일 혼자 병원 근처 골목 가에 쓰러진 그녀를 발견해서 이렇게 방으로 데려오긴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영일로선 막막하기만 했다.
그나마 이 여자가 응급실에서 치료를 다 받은 후에 탈출했기 때문에 위험한 지경을 넘길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모르겠다! 일단 한숨 자고나서 생각해 보지... 뭐.”

영일은 일단 골치 아픈 문제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어쨌든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이틀연속으로 새벽근무를 뛴 대가로 몰려드는 극심한 피로를 해소하는 일.
여자가 멀리 떨어진 방구석에 자리를 잡은 영일은 곧바로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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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을 하려고 했는데 점점 일을 벌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 시드노벨 공모전에 일단 심사신청은 했습니다.........

떨어질건 확실하지만, 전문가가 봤을때 어떤 평을 받을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다른분들도 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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