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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Maid no Maiden#17 - Scar

2005.04.24 02:48

T.S Akai 조회 수:268

“아무레도 아네스가 당한 것 같습니다.아가씨.”

어두운 방이였다.
안락의자는 삐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고, 그 안락의자 위에는 금발의 아름다운 여성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말을 건 베언트라는 시종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으면서 말했다.

“쓸모없는 계집년.기분이 내키지 않아 살려뒀더만.”

정말로 쓸모없는 여자다.
이 성의 주인, 엘자 드 발렌타인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것을 이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순간 입병이라도 난것이겠지.그렇지 않으면 공주님의 별거 아닌 변덕이라던가.

“그나저나, 오라버니도 참…”

그녀는 말했다.
방 안에는 그녀와 남자 시종인 베언트 뿐이였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이곳에 있지도 않는 자신의 오라버니를 향해 말했다.

“그렇게 친하던 옛 친구를 죽여버리다니.여전히 자비를 베풀줄 모르는군요.”

그녀의 시선은 테라스의 창을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별이 보였다.무수한 수의 별이.그날 옥상에서 보았던 ‘처녀자리’의 별들이.하지만 소녀는 그 이야기를 모두 잊어버렸다.
소녀는 속으로 몇번이고 되새겼다.쓸모없는 년!불쌍해서 살려줬더니 저언혀 쓸모없다.쳇, 그 쓰레기 자식[오라버니]랑 히히덕 댁 놀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그래도 어느정도는 쓸모있을줄 알았는데.완전히, 완전히 그자식[오라버니]랑 똑같아.끼리끼리 놀기는…

“아가씨.이제 곧 베냐민 드 발렌타인이 이쪽으로 올것입니다.”
“흥”

베언트의 말에 아가씨는 별거 아니라는듯 콧방귀를 꼈다.이제 곧 만나겠군요, 오라버니.
엘자는 조용히 중얼거렸다.그리고, 그런 그녀의 입가에는 날카로운 미소가 가득 번져있었다.



하악, 하악, 하악.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숨을 참으며 성의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아프다, 아파 죽겠다.몸 여기저기가 상처투성이이다.움직일때마다 옆구리의 상처를 벌어지고, 왼쪽 어깨가 아파온다.
하지만 이제 슬슬 왼쪽 어깨의 고통에는 익숙해진듯, 어느정도 왼팔을 쓸수있게 되었다.이렇게 되면 어느정도는 낫군…

이렇게 된 바에는 어쩔수 없다.
난 천천히 조끼를 벗고서는 조끼를 찢어 붕대로 만들려 했지만…


“막상 잘 안찢어지네……”


당연하다.
조끼가 그렇게 쉽게 찢어질리가 없지.별수없이 베냐민은 옥시타니아의 보검을 들고 칠흑색의 조끼를 오려내갔다.
그리고 간단히 만들어낸 검은 붕대로 가슴을 매고, 남은 천조각을 엮어서 가슴에 맨 붕대가 흘러 내리지 않도록 어깨에 단단히 묶어놓았다.

“됐어, 이정도면…”

옆구리의 상처가 벌어지는걸 어느정도는 막을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가지고 온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섰다.
복도는 굉장히 어두웠다.하지만 곳곳에 켜진 등불이 내가 가야할곳을 알려주고 있었다.분명히 환영하는듯한 느낌.나는 그런 등불을 따라 천천히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여긴가…”

눈앞에는 커다란 나무문이 서있었다.손잡이는 상아로 만들어져있고, 그 나뭇결은 한결같이 아름다웠으며 일체의 가시도 없는 매끄러운 나뭇결이였다.
기억하고 있다.이곳을.이곳은 아버지의 방.그래, 엘자.나를 이곳까지 끌고온것인가.이곳이 마지막 문이겠지.그리고 이 문을 열면 그 안에는 엘자가 있다.
그래.엘자를 만난다면 무슨말을 해야할까?꾸짖어야 할까?아니, 그렇게 말로 설득될 녀석이였다면 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겠지.

“어쨋든, 만나고 보자.”

그렇게 말하며 깔끔하게 다듬어진 상아 손잡이에 손끝을 대자──


우직!!

──놀라서 뒤로 물러날수 밖에 없었다.
저렇게 단단해 보이는 문이 순식간에 부서져 버렸다.손잡이가 있던 그곳에는 새카만 구멍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듯이 벌어져 있었고, 그 블랙홀 같은 구멍에서는 한 남자가 뛰쳐나오고 있었다.
안면은 있었다.

“어서와라.오늘은 죄인의 처형날이다, 베냐민 드 발렌타인.”

얼마전 시장에서 만난 남자다.
그는 분명히 엘자의 시종.이마 위로는 머리카락이 한가닥도 없는 깔끔한 대머리.덩치는 크고 팔의 근육은 그가 얼마나 큰 힘을 쓰는지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장갑에 박힌 묵직해 보이는 징에는 무수한 흠집이 새겨져 있었다.주인과 몇 년을 함께한듯한 그것은, 칼날이 없는 흉기였다.

“크윽, 네놈!”
“검을 들어라.적어도 무기를 들수있는 기회정도는 주지.”

기사도따윌 연연하고 있다.
이제와서 그런 것 따윈 필요없어!

“아가씨는 저 방안에 있다.하지만──”

남자는 말을 이었다.
그의 두 팔이 크게 허공을 가르며 올라가고, 이내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바닥을 내친다.

“──나를 쓰러뜨리고 가라!!”

볼도저.
볼도저가 온다.
바닥에 두 손을 박은 남자는 그대로 이쪽으로 돌진해온다.아예 바닥을 부숴버린다.내가 설자리를 조금씩 파괴해가며 남자는 바닥을 부숴내간다.

“칫!!”

벽을 타고 그것을 피한다.
하지만, 큰 움직임과 동시에 옆구리에서는 엄청난 고통이 전해져온다.

“크윽!!”
“느려!!”

돌진을 멈춘 남자는 곧바로 바닥의 돌조각을 들고 던진다.새카만 돌조각이 시야에 들어온다.젠장!피하기에는 이미 늦었어!

퍽!

“윽!”

뺨을 맞았다.얼얼해 온다.하지만 이런것에 지체할 시간은 없──

“느리다고 했지?”

퍽!!
벽을 타고 뛰어 공중에 떠있는 내 몸을 남자는 순식간에 뛰어올라 보디에 주먹을 먹힌다.아무것도 없는 위장에서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억지로 막고서는 요란스럽게 난장판이 되버린 바닥에 떨어진다.
아프다.

아파 죽겠다.

“젠장!!”

쓰러진 몸을 일으키고 남자를 노려볼려고 함과 동시에, 또 다시 그의 주먹을 내 뺨을 가격했다.
목이 기이하게 꺽여 날라간다.다시 엉망진창인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다.이빨은 몇 개 부러진듯한.그리고 뺨은 징에 긁혀 피가 베어져 나온다.윽, 덕분에 고통이 배다.

“부상자를 상대로 실컷 때리는군…”
“내가 받은 명령은 베냐민 드 발렌타인, 네놈의 사살이다.부상자를 봐주라는 명령따윈 들은적도 없어!”

또 다시 남자의 주먹이 날라온다.그것은 옆으로 굴러 간신히 피해내지만 또 한방이 낭온다.쳇, 저 주먹을 팔이나 다리에 한방이라도 맞으면 단번에 뼈가 으스러질것이다.하지만 그것마저 종이 한장의 차이로 피한다.
큭, 한방만 더 맞으면 죽을 것 같아.

“베냐민, 네놈은 모르지?”

두방째로 공격을 멈춘 남자는 상체를 일으키며 말했다.흙먼지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모습은 나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었다.하지만 목소리는 분명히 들리고 있었다.
나 역시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다.그리고 남자는 말했다.

“아가씨가 이 8년동안 얼마나 커다란 고통을 안고 살았는지를.”

알리가 없다.
그녀를 만나건. 내 동생 엘자를 만난건 얼마전이 처음이였다.거기다가 그녀는…반기기는커녕 모른채를 하고서는 복수까지 한다고 했다.그러니까 난 그녀의 아픔을 알리가 없다.고통을 알리가 없다.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엘자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건 그녀는 나를 향해 강한 증오심을 품고 있다는 것.왜일까?그것은 아무레도 엘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거나, 그동안 무슨일이 일었났는지 부터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내 의지가 그런거, 알고싶지 않아.알아서 안돼…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은 왜일까?

“몰라.난 엘자가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몰라.하지만 알고싶지도 않아.그런것 따윈 몰라도 난 살수 있어.”
“그러고도 네놈이 아가씨의 오빠냐?”

남자의 목소리는 증오를 담고 있었다.

“쓰레기 같은 자식.네가 한 그말이 뭘 뜻하는줄 아냐?”

남자는 말을 이었다.
그래, 마음만 같았으면 그는 순식간에 뛰어와 내 머리든 몸이든 팔 다리든 온 몸을 몇번이고 때려 부숴버리고 싶겠지.하지만 지금은 이야기 먼저 하는게 우선인듯, 남자는 말을 계속 하고 있었다.

“이제 하나밖에 남지않은 한 핏줄을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다!”

얻어맞은 뺨이 아프다.
아니, 이건 아픈게 아니라 거의 칼로 도려낸듯한 느낌이다.분명히 손을 대면 그곳에는 살이 붙어있는데, 느껴져 오는 느낌은 살이 잘려나간듯한 느낌이였다.
젠장, 그러니까 듣기 싫다고.

“그러니까 네놈은 죽어.아가씨를 만날 필요도 없다.아가씨를 만날 가치도 없는 녀석!!”

그렇게 말하며 다시 순식간에 뛰어오고서는 나를 향해 주먹을 날린다.데미지가 너무 커.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나는 나의 반사신경을 맡기고서는 쥐고있던 검을 가슴 위로 올려 방어한다!

챙-!!!

남자의 주먹에 박힌 징이 칼날에 의해 막힘과 동시게 기교한 소리를 낸다.쇠가 쇠는 끼기긱, 같은 소리를 내며 울었고, 칼날은 내 팔에 의해 흔들리고 있었다.

“잊지마라, 베냐민.”

남자의 왼쪽 팔이 크게 우회한다.

“왼팔도 있다는 것을!!”

그것은 섬광이였다.불가항력이였다.피한다라는 생각은 일체도 없이 순식간에 얼굴을 얻어맞았다.두개골이 날라가는듯한 느낌을 느끼며, 놈을 노려본다.
그의 오른손에 박힌 징이 칼날과 함께 끼릭, 거리며 떨고있었다.하지만 그 소리는 이내 멎고, 왼손으로 내 목을 쥐어 잡은 남자는 다시 오른팔을 크게 우회했다.

“끝이다, 베냐민!!”

번개의 칼날 같은 주먹을 검으로 막아낸다.간신히 그 주먹을 비켜냈지만…이미 칼날은 박살나고 난 뒤였다.

쿵!

컬널을 박살내고서 궤도가 바뀐 그의 주먹은 내 얼굴 바로 옆 바닥에 작렬한다.돌조각이 뺨에 튀는 것을 느꼈고, 그것과 함께 난 더 이상 빠져나올수 없는 개미지옥에 빠져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방만 맞으면, 정말로 정신을 잃을지 몰라.

“운이좋군!”

다시 그의 오른팔이 등 뒤로 크게 우회한다.이젠 막을만한 물건도 없다.목을 졸리고 있는 이 상태에서, 그 단검을 꺼내는것도 무리이다.이대로 얻어맞으면 분명 나는…
그리고 아까와 같은 섬광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흘러내려온다.부드럽지만, 그 끝은 너무나도 강대한 힘을 가진 혜성처럼 쏟아 내려오는 그 손끝은──



“거기까지만 하세요, 베언트.”

──아가씨의 목소리에 의해.
코앞에서 멈췄다.

“아가씨!”
“그에게 들을 이야기가 있습니다.벌써부터 죽이면 사실을 알지 못하게 되요.”

부서진 새하얀 나무문을 열고서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소녀, 현재 이성의 주인인 엘자 드 발렌타인 주인마님이 천천히 걸어오면서 말하고 있었다.
드레스는 연분홍 빛을 띄고 있어 굉장히 차분한 느낌을 주었다.분홍색이란, 원래 금발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색깔이지만, 그녀는 이 달빛 아래, 그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가씨!아가씨도 들으셨잖습니까!이 남자가 하는말을──”
“그런건 아무레도 상관없어요. ‘남’한테 그런 이야기 정도는 수도없이 들어봤으니까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를 나는 넋이 빠져 조용히 쳐다볼수 밖에 없었다.새삼스럽게 느낀거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변했다.이 8년간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릴때부터 냉정한 그녀였지만 적어도 오빠 앞에서는 어리광도 부릴줄 아는 어린애였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있는 여동생은…하나밖에 없는 가족을 벌레 보듯히 쳐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요, 오라버니.”

그 눈동자는 확실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핏줄, 엘자는 나에게 말했다.

“일단 고향으로 온것에 대한 경의를.”

그녀는 조용히 정중하게 궁중식 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달빛은 상아빛 나무문 틈 너머의 테라스에서 비쳐오고 있었다.그 푸른색 달빛은 분명히, 금발을 서서히 물들여가고 있었다.달 아래 흡혈귀와 같이.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온 심정은?”
“귀향 치고는 꽤나 고생이 많았어.”

그렇게 되받아 치주자, 그녀는 그저 조용히 씨익, 웃었다.그 입가는 달빛이 내려비치고 있었다.
목에서 남자의 손이 떨어진 것은 오래전이다.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벽에 기대어놓고서는 조용히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아직 어린티를 남기고 있는 소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거 참 유감이로군요.즐겁게 돌아왔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게나 말이야.덕분에 많이 고생했지.”

애써 웃어보인다.
하지만 그 웃음은 이내 곧 굳어졌다.

“아아, 그러고보니 있잖아요.오라버니.”

그녀는 오른손을 배에 가져다 대면서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8년전 당신이 낸 상처가, 지금도 간지러워요.”

그 목소리는 가시가 있다못해 각져 있었다.달려가면 그 모서리에 치여 한순간 날라가버릴듯한 말투.절대로, 무엇도 다가오기를 거부하는 그 목소리는 천천히 내 목을 졸라오고 있었다.
그 상처가 아직도…

“미안하다고는 하지 않겠어.하지만……”
“그딴말을 듣고싶은게 아니에요.”

그 목소리는 상냥했지만.
날카로운 칼날을 가지고 있었다.조금만 실수하면, 내 목을 순식간에 베어버릴듯한 그런 칼날을.
그런 칼날을 지니고서 그녀는 말을 이었다.

“당신의 죄는 목숨으로 갚으면 돼.”
“무, 무슨말을 하는거야.엘자!!”
“말씀 그대로.당신은 여기서 죽어.”

너무나도 성의없는 대답에 머리가 새하얘져 그녀를 멍하니 쳐다본다.

“엘자!”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아요.당신은 날 그 칼로 찌르는것과 동시에 발렌타인이라는 이름을 버렸을텐데요?”
“엘자…”

내가 말했다.

“그때는 정말로 미안…내 정신이 아니였……”
“당신은 남자도 아니군요, 오라버니.아니, 인간도 아닌가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질책이 쏟아진다.

“살 가치도 없는 것.”
“엘자!!오빠한테 무슨 소리야!!”
“이제와서 오빠노릇 하고싶은 건가요?8년동안 하나뿐인 여동생을 아무렇게나 버리고 떠나버린 주제에?”

그 말에.
난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정말로 쓰레기로군요, 오라버니.아직도 살아있는게 신기해요.아아, 그래요.그때 당신이 어머니를 죽였던건 충분히 이해할게요.그리고 날 찌른것도 이해하도록 하죠.하지만, 왜 거기서 도망쳤죠?”

눈동자는 과거를 본다.열차는 끝없는 선로를 타고 내려가 과거를 내려다 보았고, 열차에서 8년전의 ‘그곳’에 내린 나는 확실히 과거를 보여주고 있었다.

『……오빠──』



“닥쳐!!”

머리가 아파온다.그 목소리가 떠돈다.그때의 목소리가 떠돈다.눈 앞은 어둠.침침한 어둠.너무나도 어두운 어둠.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그 속에서, 그 목소리만큼은 똑똑히 들렸다.

『아, 윽…』

『헤헤, 이년 죽이는데?절대로 애새끼를 둘씩이나 놓은 아줌마가 아닌 것 같아?』

『흑…』

『딸년도 보송보송한게 좋은데?』

『어이.너 그런 취미 있었냐?』

『냅둬라.국왕이 발렌타인 일족은 모두 사형선고 시켰으니까.쫌 데리고 놀다가 죽이면 뭐 어때?』

『하긴, 그래.그냥 이년 둘다 데리고 가서 평생 데리고 놀아줄까?』

『헤헹, 그러다 질리면 어쩔려고?』

『질리면 버리면 되지!』

『아앙……』


수많은 남자들의 목소리중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


『조금만 더……』


쾌락에 사로잡히.
어머니의 목소리.



『뭐어야?이년 완전히 창년이잖아?』


시끄러워.


『그, 그만둬…딸아이 만큼은…앗, 으응!』


그만둬.
시끄러우니까, 더 이상 쫑알대지 말라고.


『헤헹, 그럴수는 없지.이렇게 솜털 보송한 꼬마애를 가만히 놔둘리가 없잖아?』

『그, 그만…하앙♡』


닥쳐라고.
그 주둥이를 죄다 난도질 해버리기 전에 다들 닥쳐라고.그러니까 제발, 제발………



『엄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새우등같이 척추가 휘어진다.목소리는 메여오지만, 비명소리는 흘러나온다.미친듯한 비명소리가 흘러나오고, 머리는 부서질듯이 아파온다.그리고 나는 본다.과거를 본다.그 눈동자로 현실의 부서진 바닥이 아니라 과거를 본다.

피투성이의 과거를.



어머니를 죽였던 과거를.



하지만 그런 피투성이의 과거속에서, 깨끗하게 들려오는 한 목소리가 있었다.그것은 아무레도 과거에서의 목소리가 아닌…

“역시.아직도 그 사건에 얽메여 있었군요.”

하지마.
아무것도 말하지마.
더 이상 떠올리게 하지 말라고.

“역시 그일때문인가요?”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고.

“나와 어머니가.”

아무것도──

“그남자들한테 범해졌기 때문에?”

말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지금와서 말하긴 뭣 하지만, 고맙게도 난 오라버니 덕분에 그 남자들은 날 건들지 않았죠.그때 당한건 어머님 뿐이였으니까요.그런데, 지금 당신이 말하는건….”

그녀가 말을 했다.
시끄러워.다 알고있는거니까.또 다시 말할 필요 없어.그딴거, 다시 말할 필요 없다고!!!!

“어머님이 더럽혀져서, 싫다는 건가요?자기만의 것인줄 알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범해져서, 사랑이 증오로 바뀐건가요?그리고 나를 향하던 감정도?당신은 그때 확실히 봐서 모르니까, 내가 그남자 들에게 범해진줄 알고?그렇기에 나를 찌른건가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그리고 나는 외친다.그런게 아니야.그런게 아니라고.절대로 그런게……하지만, 닿을리 없는 외침은 내 가슴속에 있는 허공속에서 뿔뿔히 흩어져 나가고 있었다.

“정말로 당신은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이로군요.”
“그만둬 엘자……”

사라질듯한 목소리가.
쉬어버린 목소리가 목구멍 너머에서 튀어나온다.갈라지고 또 갈라져, 사라져버릴듯한 목소리는 또 다시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내뱉었다.

“그만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달린다.
지금은 그녀의 멱살이라도 잡지 않으면 풀리지 않을 분노.엉망으로 부숴진 바닥을 밟고 그녀를 향해 달렸을 때, 남자는 자신의 주인님 앞에 서서 손목운동을 하고 있었다.그리고 거의 다 가까워져 왔을 때.

“베냐민.이걸로 마지막이다-!!!”

젠장.
멈출수 없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난 이대로 달려가 녀석의 주먹에 머리를 쳐박고──


──죽는 것일까.


남자의 팔이 등 뒤로 크게 움직이고, 곧 내가 가까워지길 기다리고 있었다.그래, 시간 문제다.내가 죽는건 시간문제로다.그래, 슬슬 가까워 진다.이쯤이면 그의 사정거리 안이겠지.그리고 난 그의 주먹이 날라옴과 동시에──


『──오빠…』

아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젠 그런건 아무레도 상관 없어.더 이상 생각하기도, 움직이기도 싫어.그러니까, 이제는 조금 쉬어야───


채앵-!!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무언가가 남자와 나 사이에 끼어들었고, 거기에 따른 영향으로 달려오던 나는 크게 옆으로 굴러버렸다.정신을 차리고 위를 올려다 보자, 그곳에는 얇은 칼 한자루 만으로 남자의 징박힌 주먹을 상쇄해낸 한 남자가 있었다.

“베냐민…”

남자가 그렇게 조용히 말했다.
그의 덩치는 꽤나 컸다.키는 나보다 굉장히 컸으며, 머리카락을 적당히 기르고 수염도 기르고 있었다.모험가와도 같은 옷을 입은채, 손에는 수많은 장식이 달린 굉장히 아름다운 검이 그의 오른손을 빛내고 있었다.
아아, 알고있다.나는 그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고있다.

“검에 먹히고 과거에 얽메이고, 이레저레 수고스러운 꼬맹이로구나.”

그것은.
질책하는 스승의 목소리였다.
아니, 내가 그와 만난건 아주 짧은 시간이였지만 말이야.

채앵-!!!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는 베언트라는 남자의 주먹에서 검을 거둔 뒤 다시 검을 칼집에 넣어놓고서는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엘자.그동안 숙녀가 되었는걸?”

그는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였다.
엘자도, 나도, 그리고 이 나라의 모든 이가 아는 검성의 이름.

“저 역시 만나서 반가워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리샤르 아저씨.”


그렇게.
검서 리샤르 드 옥시타니아 대공은 입가를 일그러 뜨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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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어도 별수없어.

그래도 난 쓸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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